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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80화 (770/1,404)

#780화 마왕성의 집사로 취직했습니다 (6)

《 돌발 퀘스트 : 암흑 상인의 부탁. 》

- 암흑 상인의 비공정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

- 암흑 상인이 죽거나 비공정이 추락 시 실패.

- 퀘스트 보상.

암흑 상인의 호감도 상승.

돌발 퀘스트가 떴을 때.

처음에는 꽤 놀란 표정이었지만 퀘스트 보상을 확인해 보고는 그냥 혀를 찼다.

이건 뭐.

퀘스트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특별한 물건으로 보상하는 것도 아니고.

퀘스트 보상으로 그 흔한 강화석 하나 올려놓지 않았다.

단순히 암흑 상인의 호감도 하나만을 보고 이 정도 난이도의 퀘스트를 하라고?

물론 암흑 상인이 이 상황을 넘기게끔 퀘스트가 마련되어 있다면야 보상이 아무리 짜더라도 그냥 넘어갈 만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란 말이지.

당장 누군가 거들어주지 않으면 지금 타고 있는 이 무역선이 떨어질 판이라.

암흑 상인의 호감도 상승.

다 좋다.

그런데 그 암흑 상인이 죽고 나면 그것도 물거품이야.

그래서 바로 암흑 상인에게 딜을 넣었다.

지금 이게 될지 안 될지는 확신은 없지만.

일단 무급 노동을 하는 건 취미가 아니라서.

“약탈선…….”

내 제안에 눈에 불을 켜고 뒤쫓아 오는 약탈선들을 바라본 암흑 상인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습니다. 저놈들을 처리만 해주신다면. 회수한 다음 수리까지 완벽히 마쳐 드리도록 하죠.”

“화끈하시네요.”

설마 수리까지 해서 준다고 할 줄은 몰랐기에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알아서 바로 쓸 수 있도록 해 준다는데 이 정도 웃음쯤이야 어렵지 않지.

“형, 들었죠?”

“크큭, 흥정 잘하는데?”

“저도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아마 마왕 벨라의 집사인 지금 상황이 암흑 상인의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냥 우리가 소속도 없는 어중이떠중이였으면 지금 상황에서 딜을 넣는다고 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 것이다.

후방을 바라보자 여전히 약탈선들은 우리 뒤에 바싹 붙어서는 주기적으로 주포를 발사해 우리의 진로를 방해했다.

흐음.

기존과 다른 검은색의 주포인가.

하르를 원료로 쓰는 이전의 비공정들과는 달리 지금의 저 약탈선들은 모두 타르를 쓰고 있었다.

하르포가 단순 폭발력이 좋았다면, 지금 저 타르포는 거칠게 대기를 찢으면서 날아갔다.

둘 중 위력이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어려우려나.

어차피 맞으면 추락하는 건 매한가지라.

곧장 고개를 돌려 암흑 상인에게 물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죠?”

“다섯 발까지는 버텨 줄 겁니다.”

다섯 발이라…….

생각보다 꽤 버티는데?

잘하면 떨쳐 낼 수도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그 와중에 갑자기 무역선의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콰아앙!!

쿠웅!!

결국 맞았나?

흔들리는 선체 아무 곳이나 잡고 버티는 동안 암흑 상인이 선원들에게 크게 외쳤다.

“뭘 구경만 하고 있어! 피격 부분 빨리 가서 수리해!”

“알겠습니다!”

“갑니다!”

그리고 선원들이 어딘가 맞았을 선체를 고치려 부산스럽게 뛰어 내려갔다.

아마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이려나.

자가 수리가 가능한 건 아닐 테고.

다섯 발이라는 게 이런 임시방편까지 모두 고려해서 나온 수치일 것이다.

그 순간 다시 선체가 피격 당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콰아앙!!

쿠웅!!

곧장 난관을 붙잡으며 재중이 형이 혀를 찼다.

“칫, 벌써 두 번인가.”

“빨리 수를 내야겠어요. 이대로면 추락할 테니.”

적들의 약탈선이 더 빠르다 보니 점점 거리가 좁혀졌고, 딱 그만큼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

결국 이쪽의 회피기동이 안 먹히는 정도로 따라붙게 되겠지.

잠시 주변 상황을 체크한 재중이 형이 말했다.

“이러면 무역선의 주포만으로는 절대 못 떨쳐 내.”

당장 이쪽도 후방으로 쏴대는 주포가 있었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적들의 약탈선은 한 대도 맞지 않았다.

이쪽의 함포 실력이 안 좋은 건지.

저쪽이 잘 피하는 건지 모르겠네.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으려나?

그렇게 잠시 쫓아오는 약탈선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한 가지 차이점이 보였다.

옆에서 재중이 형도 똑같은 걸 발견했는지 내게 말했다.

“흐음. 저건 추진 기관이 두 개인가?”

“네, 그렇게 보이네요.”

“왜 저렇게 빠르나 했다.”

기존의 비공정들의 추진 기관이 한 개였던 걸 생각해 보면 지금의 저 방식은 분명히 이점이 있었다.

특히 속도 면에서.

“잘하면 아퀼라스하고도 속도 경쟁이 되겠는데?”

현재 탈것 중에 가장 빠른 것은 성장한 아퀼라스였다.

그런 아퀼라스와 경쟁이 된다라…….

물론 회전이나 기동력 자체는 드래곤에게 상대도 안 되겠지만.

실상 비공정은 급격한 회피기동이 꽤 어려운 편이었다.

재중이 형의 눈에서 웃음이 피어 나왔다.

“저거 가지고 싶어졌어.”

“네네, 한번 털러 가죠.”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내 재중이 형에게 운전을 맡겼다.

내가 해도 되겠지만.

이쪽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탈것은 재중이 형이 더 조작을 잘하기도 하고.

뒤에 올라타자 재중이 형이 바로 외쳤다.

“그럼 간다.”

그렇게 무역선에서부터 빠르게 후방으로 날아올랐다.

정확히는 적들의 약탈선들을 향해.

후우.

그럼 제대로 한번 가 볼까나.

일단 르아 카르테를 꺼내고 다른 손에 가이아 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 상태로…….

【 가이아의 분노! 】

가이아 쉴드에서 가장 눈여겨 봤던 것 중 하나가 이 스킬이었다.

일정 시간 동안 신성력을 공격력으로 전환해 주는.

그러자 곧 환한 오러가 몸 전체에 퍼지더니 곧 머리 위로 빛의 검 형태의 이펙트가 생성되었다.

그러자 르아 카르테와 가이아 쉴드를 든 상태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신성력이 공격력으로 전환이 된다.

순간적이지만 엄청나게 공격력을 뻥튀기할 수 있단 뜻이었다.

이거라면……!

그리고 르아 카르테와 가이아 쉴드를 집어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버프는 그대로 남아 유지되었다.

“잘 되네요.”

“아아, 내가 다 실험해 봤지.”

사실 처음에는 항상 쉴드를 들고 싸우는 전사 형을 위한 맞춤형 방패라고 생각을 했었다.

가이아의 보호는 방어력으로.

가이아의 분노는 공격력으로 변환해 주니까.

그런데 가이아 쉴드를 가지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재중이 형이 좀 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지금 상황이 그 결과물이었다.

이 스킬들이 일정 시간 동안 유지가 된다는 점을 이용한 꼼수.

덕분에 일이 쉬워졌어.

재중이 형이 날아오는 타르포를 현란한 운전 솜씨로 피해 다니며 빠르게 적들의 약탈선 사이로 날아들었다.

그렇게 녀석들과 완전히 가까워지는 순간 내게 외쳤다.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강한 압력과 함께 아퀼라스가 몸체와 날개를 확 들어 올리자 순식간에 약탈선 아래로 강하했다.

“윽. 운전 좀 살살해요.”

“쏴리!”

전혀 안 미안해하는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은 내게 다시 말했다.

“보이냐?”

곧장 고개를 들어 올리자 적 약탈선의 아래가 훤하게 눈에 들어왔다.

비공정들은 이게 문제였다.

너무나 빈약한 기동력.

무게가 무겁고 덩치가 큰 만큼 비공정을 빠르게 뒤집는다던가 날아가던 경로를 확 꺾는다던가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반면에 우리가 타고 있는 아퀼라스는 그런 면에서는 발군이지.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만한 단계는 아니었다.

비공정이 비공정인 이유는…….

아래에도 주포가 달릴 수도 있으니까.

비공정들의 싸움에서는 얼마든지 아래를 점하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조금 큰 비공정들은 아래에도 주포가 달린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저런 약탈선들은 무장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을 테니.

예상대로 곧장 아래에 달린 타르포가 움직이면서 우리를 조준했다.

하지만 고작 이런 것에 잡혀 줄 거라면 그렇게 고생해 가며 아퀼라스를 키우진 않았어.

아니나 다를까.

약탈선과 아퀼라스 둘 다 빠른 속도로 날고 있음에도 아퀼라스만이 자유자재로 궤적을 꺾어 가며 날아오는 모든 주포를 피해 버렸다.

그렇게 모든 주포를 피한 뒤 아예 아퀼라스를 약탈선 바로 아래까지 붙이고는 재중이 형이 외쳤다.

“자, 이젠 네 차례다.”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려 빠르게 약탈선의 바닥을 살핀 순간.

두 개의 달아오른 추진 기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좋아.

이 정도까지 거리를 붙여 주면……!

바로 인벤에서 미리 준비해 둔 가낙스를 잔뜩 꺼내들었다.

그리고 적의 약탈선이 날아가는 이동 경로와 아퀼라스의 속도를 모두 하나의 감각으로 묶어 내면서 가낙스를 조준했다.

【 마족화! 】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시간의 서!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수속성! 】

동시에 오러를 잔뜩 씌우자 몸의 모든 마력이 통째로 빠져나갔다.

어차피 단발 승부니까 지금은 마력을 전부 쏟아부어도 전혀 문제없어.

“가랏!”

그렇게 내 손을 떠난 가낙스는 아름다운 궤적으로 날아가더니 정확하게 약탈선의 엔진 기관을 꿰뚫어 버렸다.

콰직!!

콰드득!!

역시.

가이아의 분노와 함께 오러를 중첩시키니 상위의 비공정조차 뚫어버릴 정도의 확실히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동시에 가낙스가 파고든 기관의 중심으로 냉기가 확 퍼져나가며 엔진 기관 전체에 퍼져 나갔다.

키이잉!!

끼기긱!!

이걸로는 부족해!

가지고 있던 가낙스 중 두 개를 더 집어던지자 엔진 기관을 파고든 가낙스들에서 함께 냉기가 퍼져 나가며 엔진이 서서히 멈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쪽 엔진이 거의 마비가 되자, 날아가던 약탈선의 균형이 크게 흔들려 버렸다.

두 개의 엔진이 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꺼지면?

그 뒤는 안 봐도 뻔했다.

빠르게 날아가던 약탈선이 거칠게 흔들리면서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니지.

단순히 이 녀석들을 암흑 상인의 무역선에 떨어뜨리는 정도에 그친다면야 여기까지만 하고 빠져도 된다.

엔진 기관이 한쪽만 살아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날아다닐 수 있을 터.

하지만 암흑 상인과 이미 이야기가 됐듯.

이 녀석들을 죄다 추락시켜야 해.

사이좋게 완전히 꺼 줘야…….

이번엔 반대편 엔진으로 가낙스를 날리자 결국 두 개의 엔진 전부 불이 꺼져 버렸다.

그렇게 엔진 기관이 꺼진 약탈선이 아무런 반항도 못 해보고 지상을 향해 추락하자 재중이 형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형, 약탈선 하나 예약요.”

“크큭, 그래, 그럼 나머지 녀석들도 떨어뜨리러 가 볼까?”

하나를 떨어뜨린 다음에는 일사천리였다.

무역선을 쫓아 신나게 날아가던 약탈선들이 죄다 엔진 기관이 얼어붙으면서 하나둘씩 지상을 향해 추락해 갔다.

둘.

셋.

.

.

그리고 약탈선들을 떨어뜨리면서 알게 된 점은 이 녀석들이 제법 규모가 크다는 사실이었다.

검은 구름 사이로 숨어 날아다니던 녀석들까지 합쳐 무려 일곱 대나 되는 약탈선이 떨어졌고, 주변에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더 이상 없자 어느 순간부터 제자리에 멍하니 멈춰 기다리는 무역선으로 귀환했다.

갑판 위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암흑 상인이 우리를 쳐다보며 말을 더듬었다.

“대체…… 당신들은 뭡니까?”

그런 암흑 상인의 멍한 얼굴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왕성 집사입니다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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