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6화 마왕성의 집사로 취직했습니다 (2)
마신의 무기라는 한마디 말에 공동 안이 순간적으로 침묵에 빠져버렸다.
방금 제대로 들은 것 맞지?
눈짓으로 재중이 형에게 신호를 보내자 재중이 형 역시 내게 눈빛을 보냈다.
아주 신나하는 딱 그런 눈빛으로.
<불멸> 호오, 마신의 무기라…….
<주호> 네,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설마 하니 마왕성 아래에 이런 물건이 존재할 줄이야.
그리고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왕 벨라의 그동안 이상했던 행적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저렇게 강한 마왕이 굳이 혼자서 여기를 지키고 있을 필요성이 있나 계속 의문을 가졌는데…….
이 정도의 물건이 마왕성 지하에 있으니까 당연히 이곳을 떠나지 못했을지도.
나 같아도 이건 무조건 지킨다.
저게 정말 마신의 무기라면 기존의 무기들을 완전히 씹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들어보니 이 마왕성이 아니면 저 무기를 제대로 제조할 수도 없는 것 같았고.
마신의 무기라…….
그러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왕 벨라가 이곳을 지키는 이유까지는 알겠다.
그리고 이곳을 보여 준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고.
하지만 마왕성에서 마신의 무기가 만들어진다는 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었다.
그 증거.
고개를 돌려 마왕 벨라가 들고 있는 스피어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위력을 봤듯이 저건 분명히 마왕급의 무기였다.
그런 마왕 벨라가 굳이 이곳에 머물면서 제조를 할 정도면 저 제단에 있는 무기가 마신의 무기라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었다.
최소한 마왕 벨라가 들고 있는 무기보다는 지금 심혈을 기울여가면서 준비하는 저 무기가 더 강하긴 할 테니까.
하지만 마왕성에서 마신의 무기를 만든다?
그냥 단순 비교만 해봐도 마왕은 마신의 아래.
더 높은 존재의 무기를 그 하위의 마왕이 만든다는 것부터가 너무 이상해.
물론 마왕성이라는 이 특이한 장소가 격을 뛰어넘는 뭔가의 기능을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거기다 마신이라는 존재가 마계에서 가질 위치를 생각해 보면…….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떤 마신에게 명령을 받아서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만약 그게 맞다고 하더라도 그걸 이렇게 혼자?
아무런 세력도 없이?
내가 만일 마신이라면 굳이 이렇게 혼자 다니는 마왕에게 마신의 무기를 맡기진 않았을 것이다.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마신의 무기가 언제 어떻게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마왕 벨라가 굉장한 대장장이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이 마왕성이라는 기능을 활용하는 딱 그런 정도?
이전에 아스티아가 마왕 벨라가 용기사라고 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애초에 마왕 벨라는 제조를 담당하는 NPC도 아냐.
흐음.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퍼즐이 안 맞는데?
마왕 벨라와 이 마왕성.
정체 모를 마신의 무기.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뚝뚝 떨어져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의문은 의외로 빠르게 해소가 되었다.
아스티아의 한 마디 말로.
“정확하게는 마신의 무기가 아니야.”
“그럼?”
역시 아스티아는 뭔가를 아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는 나뿐만 아니라 재중이 형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신이 쓰는 무기가 아니라, 마신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지.”
마신을 죽여?
놀란 눈빛으로 마왕 벨라를 바라보자 그녀의 눈빛이 한껏 강렬하게 불타올랐다.
흐음.
이런 반응이라…….
마왕 벨라에게 곧장 물어보았다.
이건 확실히 확인을 해야 해.
그래야 앞으로의 노선을 확실히 정할 수 있어.
“설마 마신을 죽일 생각이었나요?”
“응, 왜? 안 될 것 같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마왕 벨라의 서늘한 눈빛을 보니 순간 팔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정말이군.
마신을 죽인다는 말이.
재중이 형이 날 보고는 귓속말을 보내왔다.
<불멸> 흐음, 완전 꼬인 것 같은데?
<주호>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세력 하나 없는 마왕이 마신을 죽이겠답시고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우리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당장 마왕만 해도 벅찬데.
마신이라…….
정말 농담 삼아 마왕 벨라가 갑자기 저 마신 잡는 무기라는 걸 들고 전진 앞으로를 외치면?
솔직히.
답이 없다.
이건 뭐 같이 쫄딱 망하자는 것도 아니고.
마계에 넘어와 처음으로 잡은 줄이 동아줄인 줄 알았는데 금방이라도 끊길 것처럼 위태위태한 줄이었다니.
하아.
쉽게 가는 법이 없네.
뭐 마신이라는 걸 한 번 보고 싶기는 한데 솔직히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마왕 정도는 상대할 스펙은 되어야 마신이라는 걸 비벼보기라도 하지.
이대로 마신하고 한판 뜨게 되면 마계에서의 첫 작업은 바로 박살 날지도 모른다.
그럼 얼마나 일정이 늦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
“혹시 당장 쳐들어갈 겁니까? 그…… 마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마왕 벨라가 고개를 저어 우리를 안심시켰다.
“아니, 아직 고대의 무구가 완성되지 않았어.”
“그렇습니까?”
고대의 무구라.
당장 저걸 쓸 수 있게 되면 싸운다는 말로밖엔 안 들리네.
“그럼 얼마나?”
“나도 몰라. 고대의 무구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붉은 머리색만큼이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홍염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넌 날 도와줄 거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메인 퀘스트 : 마왕 벨라의 의뢰1 (특급). 》
- 마왕 벨라를 도와 마신 공략.
- 혹은 마신을 제거하거나 패퇴.
- 퀘스트 보상.
???
???
???
.
.
-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 해당 레벨이 낮아 메인 퀘스트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 메인 퀘스트 : 마왕 벨라의 의뢰2 (특급). 》
- 마왕 벨라를 도와 고대의 무구 봉인 해제.
- 고대의 무구에 고갈된 마력 보충.
- 퀘스트 보상.
???
???
???
.
.
-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 해당 레벨이 낮아 메인 퀘스트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뭐냐.
이건.
죄다 물음표야?
거기다 레벨이 낮아서인지 메인 퀘스트는 아예 진행도 되지 않았다.
옆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 역시 퀘스트를 받았는지 잠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현재 우리 레벨이 낮은 것도 아닌데.
여기서 받는 퀘스트는 아예 할 수도 없다니.
이걸 보자마자 알게 되었다.
지금 얼마나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움직이고 있는 건지.
재중이 형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말했다.
<불멸> 이거 참, 너무 건너뛰었나?
<주호> 할 수 없죠.
당장 퀘스트는 진행할 순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니니까.
그리고 한 가지 가정이 더 떠올랐다.
만약 나와 아스티아가 여기로 직행하지 않았다면?
그럼 마왕 벨라가 혼자 지키던 이 마왕성이 제대로 남아 있었을까?
아니면 그 전에 마왕 벨라가 이곳을 떠났을 수도 있고.
서로 엇갈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혹은 다른 마왕과 싸운다던지.
아마 우리가 조금만 시기를 놓쳤어도.
마왕 벨라와는 아예 인연조차 없었을지도.
그럼 마신을 잡아야 하는 이런 퀘스트 역시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만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이려나?
일단은 확실한 퀘스트를 받아두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속으로 깊게 숨을 쉬고 난 뒤 마왕 벨라를 보면서 웃어 보였다.
“물론 도와드려야겠죠. 그런데 뭐부터 하면 될까요?”
마왕 벨라가 당장 마신을 잡아오라 하면 솔직히 이건 무리다.
거기다 마왕 벨라 역시도 그런 부탁을 우리에게 할 리도 없고.
전에 우리 스펙을 보고 약하다고 한 걸 보면 우리에게 맡길 일은 따로 있겠지.
그리고 그런 생각을 제대로 맞아 들었다.
“이 고대의 무구를 깨우려면 꽤 많은 마력이 필요해.”
“아, 마력 말이죠?”
지금도 마신을 잡을 수 있다는 저 무구를 중심으로 수도 없이 많은 마법진이 깔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의 마력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듯 거센 압력이 몰아치고 있기도 하고.
마법진이라.
저걸 돌리는 원동력이라 하면 아마도…….
마법진마다 박혀있는 시커먼 돌들이 검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면서 마법진을 계속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곧장 이해했다.
저게 여기서 통용되는 마력인가?
“그리고 그 마력을 채울 수 있는 건 저기 있는 타르 석들이야. 암흑의 기운이 담긴.”
타르?
저 시커먼 돌이 타르였나?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빛을 내는 하르가 오염되면 타르로 변했었지.
네임드들이 저걸 먹고 힘을 냈었고.
하르 기둥을 통째로 타르화시켜서 먹어 치우던데, 아마 그 타르가 맞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저 타르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우리가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네임드들에게 하르를 오염시키라고 가져다 바치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흐음.
그건 너무 번거로운데…….
과정도 그렇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귀찮음은 덤이지.
거기다 타르로 변한 걸 네임드들이 안 먹어 치운다는 보장도 없고.
<주호> 형, 타르 어디서 구하는지 알아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건 모른다는 거군.
그리고 그때 머리에 스치는 생각들.
혹시…….
“설마 저 타르를 구한다고 마왕성이 이 모양인 겁니까?”
하아.
아니길 바라야지.
그게 맞다면…….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마왕 벨라는 내게서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마왕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타르가 좀 비싸…….”
“끙…….”
왜 이렇게 재정이 파탄 났는지 이제 잘 알겠네.
보아하니 타르를 살 자금을 구한다고 있는 살림, 없는 살림 싹다 내다 팔아서 이 모양이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비싸다는 타르를 사다가 죄다 저 고대의 무구에 들이부으니까 마왕성이 기둥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서 다시 고대의 무구를 바라보았다.
하아…….
저거 제대로 쓸 수 있기 전까지는 완전 빚덩어리야.
거기다 누구나 간단하게 쓰게끔 쉽게 만들어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려 마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무기인데.
곧 아스티아와 마왕 벨라를 한 번씩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둘 다 돈이 없는 건 마찬가지.
“형, 돈 좀 있어요?”
그냥 무심코 한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역시나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아.
말을 말아야지.
솔직히 나도 여기 얼마나 꼬라박아야 할지 감도 안 서니.
“그냥 확 화련한테 이거 처리 좀 해달라고 할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확실히 화련에게 마신의 무기라고 들이대면…….
후우.
이건 제일 마지막에 쓸 패로 남겨 두기로 하고.
“일단 돈 나올 구석부터 좀 만들어 놔야겠어요.”
내 말에 마왕 벨라가 더 없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주, 아주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어, 어떻게? 집사는 방법이 있어?”
“흐음, 글쎄요.”
타르라…….
그런데 순간 이상한 점이 생각났다.
“마왕님, 그런데 타르는 어디에서 난 건가요?”
매번 혼자 다니는 마왕 벨라가 타르를 어디서 캐오지는 않았을 테고.
그렇다고 마왕성 주변에 타르가 굴러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불타오르는 돌산만 가득할 뿐.
그럼 대체 어디서 구해 오는 거야?
어디 멀리 가서 사기라도 하나?
내 물음에 마왕 벨라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암흑 상인이라고 있어. 마계에 있는 어떤 물건이든지 구해 주는. 주기적으로 와서 타르를 팔아 주고 가는걸?”
호오?
상인이란 말이지?
그것도 무엇이든 구해 주고?
이거 돈 냄새가 제대로 나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