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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68화 (758/1,404)

#768화 지저 세계 (4)

뭐야?

여긴?

우오오우!

쿠오어어!

캬아아악!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하울링들.

그것도 하나, 하나 모두 몸을 떨리게 할 정도의 강력한 울음소리라 몸이 자연적으로 반응했다.

바로 앞세웠던 가이아 쉴드와 함께 몸을 낮게 낮추었다.

적들의 시야에 발각되지 않도록.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추고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여긴 대체 어디야?

일단 두 다리로 딛고 있는 땅이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 지저 세계의 불타오르는 대지에 노출되어 체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

물론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 지저 세계의 암흑 대기에 노출되어 체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

그것도 체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확 떨어지기 시작하자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장난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체력이 이렇게 떨어진다고?

물론 물약이 그대로 체력을 회복시켜 주고 있긴 했지만 이대로 물약이 계속 소모되는 것은 결코 내 입장에서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히드라 플레이트를 해제하고는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로 변경했다.

아무래도 히드라 플레이트는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로 바꾸자마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변경되었다.

《 +10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 상의의 화속성 방어가 지저 세계 화염에 부분 저항합니다. 》

《 +10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 하의의 화속성 방어가 지저 세계 화염에 부분 저항합니다. 》

《 지저 세계 화염 상태 이상으로 체력이 소모됩니다. 》

《 +4 암흑 드래곤 헬름이 지저 세계 화염 경직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

《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경직에 걸립니다. 》

《 +4 암흑 드래곤 건틀렛이 지저 세계 화염 속에서 체력을 회복시키지 못합니다. 》

《 지저 세계 화염 속에서 자연 치유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 +5 암흑 드래곤 부츠가 지저 세계 화염 속 이동 속도를 증가시키지 못합니다. 》

《 지저 세계 화염 속에서 이동 속도가 둔화됩니다. 》

《 +10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 상의의 어둠속성 방어가 지저 세계 어둠에 부분 저항합니다. 》

.

.

이렇게 바꿨는데도 방어가 안 된다고?

물론 강화가 낮은 부위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10강으로 맞춰놓은 상, 하의가 완전히 저항을 못 하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거기다 조금 움직일 때마다 미묘하게 계속 몸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체력이 깎이는 만큼 바로 움직임에 타격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동 속도 역시 자동으로 적용되어 느려져 버렸다.

이거 참.

단순히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 이런 피해를 입는 건가?

만약 우리 팀이 같이 왔으면 정말 낭패를 봤을지도 모른다.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가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여기서 몇 발자국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었을 테니까.

그리고 단순히 환경이 안 좋은 문제를 떠나서…….

저 울음소리들이 거슬린단 말이지.

우오오우!

쿠오어어!

캬아아악!

들끓는 대지에 알 수 없는 몬스터들의 굉음까지.

시작부터 개판인데?

그때 딛고 있는 땅으로 뭔가의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자 빠르게 주변의 엄폐물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사방으로 커다란 언덕들이 있어서 몸을 숨기는 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결국 여기서 활동을 하려면 물약이 굉장히 많거나.

혹은 이 자연적으로 빠지는 체력 저하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언덕 사이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살짝 내놓고 주변을 살피니 멀리서부터 뭔가가 쿵쿵 거리면서 지나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한두 마리가 아니잖아?

좀 전에는 울음소리와 겹쳐져서 혹시나 했는데 가까이 올수록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곱…… 여덟…….

주변으로 흘려보낸 감각 속에 걸려드는 녀석들의 숫자.

그것도 한 개체의 크기가 굉장히 큰 편에 속했다.

거의 오우거와 맞먹는 크기이려나?

아냐.

이 커다란 진동으로 역산해 보면 이전의 싸이클롭스와 거의 맞먹는 크기로 보였다.

물론 요즘에 월드 네임드들만 상대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편이기는 했지만 월드 네임드들은 이렇게 떼로 뭉쳐 다니진 않으니까.

한 마리의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저렇게 떼로 몰려다니면 꽤 위험하지.

그리고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순간 머리가 망치에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싸이클롭스?”

깜짝 놀라서 바로 입을 다물고는 다시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이름만 좀 다르긴 하네.

블랙 싸이클롭스.

이전의 싸이클롭스와는 달리 몸이 온통 검게 칠해져 있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형태도 좀 다르기도 하고.

흐음.

밖에서는 네임드로 칭하는 녀석들이 여기서는 그냥 일반 잡졸인 건가?

지금쯤 싸이클롭스를 상대할만한 유저들이 보면 기겁할만한 모습이긴 했다.

심지어 블랙 싸이클롭스의 이름이 아주 새빨간 색으로 보였다.

그동안 지상에서 봤던 몬스터들은 대부분 색이 무난하게 흰색이거나 혹은 조금 옅은 주황색을 보여 줬을 뿐.

저렇게 피로 칠한 것마냥 빨갛진 않았다.

후…….

저건 레벨이 최소 50 이상은 높다는 소린데.

사실 이것도 최소치일 뿐.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붙어봐야 안다.

대체 사냥터를 얼마나 건너뛰어야 이렇게 레벨이 차이가 나는 거지?

마계라고 덥석 왔다가 송장 치르고 가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조금 다른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 싸이클롭스와 거의 크기가 비슷한.

마계 미노타우르스.

2족 보행의 거대한 소의 모습을 한, 역시 검게 물든 피부를 가지고 있는 처음 보는 개체.

거대한 덩치도 덩치인데 자기 몸만 한 거대한 양날 도끼와 해머들을 들고 있는 녀석들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거기다 이 녀석들마저도 떼로 몰려다녔다.

여긴 뭐…….

다 소 떼처럼 몰려다니는 건가?

왜 그렇게 땅에 진동이 크게 왔는지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같은 종족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보면…….

한 마리만 건드려도 똑같이 반응한다는 건데.

만약 저 녀석들이 예전 네임드만큼이나 강하다면 고생은 안 봐도 뻔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뿐이라고?

분명히 멀리서 뭔가가 더 돌아다녔었…….

그리고 순간.

급격하게 몰아치는 몸의 경고음에 순간 고개가 위로 확 젖혀졌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시커먼 구름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뭔가가 고개를 불쑥 내렸는데 밖에서는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녀석이 구름 사이에 있었다.

드래곤?

아냐.

드래곤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그간 봤던 드래곤과는 전혀 달랐다.

몸에 살이 하나도 없는 뼈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괴상한 형태였는데, 신기하게도 제대로 하늘을 날고 있는 중이었다.

뼈밖에 없는 날개를 펄럭이며.

사실 펄럭인다는 표현도 좀 그렇긴 하네.

그냥 날개뼈만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으니.

저건 결코 날개로 나는 게 아니겠지.

날개도 그냥 휘둘러지는 게 아니라 검은 기운과 화염의 기운이 동시에 날개 전체에 흩날리면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저 기운들이 뭔지는 몰라도 위압감은 확실히 느껴지네.

안구 역시 피부가 싹 비어 있었는데 뭔가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구가 안에서 계속 돌아갔다.

저건 눈 대신이려나?

하나도 평범해 보이는 게 없잖아.

그리고 곧장 이름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시뻘건 정도를 넘어서 그냥 새까맣게 보이는 네임.

스컬 드래곤.

일반적인 드래곤하고는 레벨부터가 확 차이 나네.

아마 지금 밖에 있는 드래곤들을 싹 가져다 붙여 봐도 저 한 마리에 몰살당할지도 모른다.

레벨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으니.

단순히 레벨만 생각하면…….

월드 네임드와 붙어도 이 녀석이 이길지도 모른다.

아니.

거의 확실히 이 녀석이 더 세겠지.

그런데 그런 스컬 드래곤 위에 누군가가 올라타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저런 스컬 드래곤 위에 타고 있다고?

구름 사이로 얼핏 다리만 보이는 누군가가 타 있었는데 로브로 몸이 감싸져 있어 정확한 모습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설마 저 스컬 드래곤을 부리기라도 하는 건가?

저 스컬 드래곤은 최소 월드 네임드급 이상이었다.

그런 스컬 드래곤 위에 타고 있다면 저 녀석은 대체 어느 급이라는 거지?

혹시 저 녀석도 스컬 드래곤처럼 뼈로 되어 있는 뭔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언데드를 부리는 마법사?

마족?

아니면…….

마왕인가?

하지만 마왕은 일단 머릿속에서 지웠다.

우연히 떨어진 이곳에서 마왕이 바로 튀어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일단 주변이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점.

아마도 여긴 외곽에 가깝겠지.

주변 인프라가 거의 없다는 점도 그렇고.

굳이 마왕이 이렇게까지 외곽으로 나와서 돌아다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족이라면.

상대해볼 만한가?

바로 아스티아를 부르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흐음.

좀 지켜볼까?

상대를 정확히 모르니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는 다시 몸을 숨겼다.

다행히 내 쪽이 각도가 좋아 직접적으로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습을 좀 보자고.

그때 스컬 드래곤 위에 앉아 있던 로브를 입은 뭔가가 한쪽 팔을 슬쩍 들어 올렸다.

소매가 내려가면서 잠시 보인 팔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언데드는 아니네.

정상적인.

그런데 꽤 가늘게 생긴 것이 남성 개체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성별이 중요한 건 아니지.

그리고 고개를 좀 더 내밀어 위를 바라보는데 순간 흠칫하면서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뭐지?

방금 뭔가가 경고를 울리듯 몸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그 순간.

스컬 드래곤을 타고 있던 로브 입은 녀석의 팔에 뭔가의 스태프가 생성되어 갑자기 나타났다.

세 개의 큰 뼈들이 꼬아져 있는 지팡이인가?

거기다 스태프의 끝은 마치 날카로운 삼지창이라도 되는 듯 날카롭게 날이 세워져 있었다.

……완전 처음 보는 형태네.

스태프같이 보이지만 어쩌면 그냥 스피어 계열일 수도 있겠는데?

스피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굉장히 날카롭게 보였다.

으음.

이렇게만 보면 마법사인지.

아니면 근접 계열인지 모르겠어.

그런 고민은 그 로브를 입은 녀석이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갑자기 들고 있던 스태프에서 주변 대기를 죄다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내 몸이 들썩거릴 정도의 풍압까지 만들어 내며.

잠시 뒤에는 땅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갈라지며 하늘로 뜯겨져 올라가기도 했다.

땅이 이런데 하늘이라고 정상적일까.

이미 폭풍같이 대기가 빨려들어 가면서 마치 태풍이라도 일어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으윽!”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뽑아 급하게 땅으로 내리박자 그제야 몸이 떠오르는 것이 멈춰졌다.

……장난해?

무슨 마법이 고작 준비 과정에서 하늘과 땅을 전부 뒤흔드는 거냐.

몸을 스치는 강한 풍압과 대지가 떨리면서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파까지.

체력 바의 표시가 줄줄 떨어지고 있는 걸 봐선 이미 지금 상태로도 광역 대미지를 입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니.

조금 사냥터 좀 올렸다고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고?

챠밍이 보면 정말 가지고 싶어할 만한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전하고 있는 녀석을 올려다보는 순간.

마법이 전부 차징 되었는지 곧 스태프의 뾰족한 끝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졌다.

【 아케인 썬더! 】

그리고 꽤나 거친 한 마디 음성과 함께 스태프에서 주변 하늘의 구름들에게 엄청난 전력들을 뿜어내었다.

쿠르르릉!!

설마 주변에 검은 구름을 없애려고 저런 짓을 한 건 아닐 텐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태프에서 나간 전력들을 흡수한 검은 구름들이 시퍼렇게 들끓더니, 곧 주변에 있는 모든 구름들에서 수를 셀 수도 없는 정도의 폭뢰가 시작되었다.

콰르르릉!

콰지지직!!

그런 압도적인 범위의 광역기에 순간 눈이 커졌다.

야!

이 미친!

설마하니 멀리 떨어져 있던 나까지 범위가 뻗어올지 몰라서 그냥 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인벤에 있던 모든 가이아 쉴드를 꺼내서 내 머리 위로 겹쳐 올렸다.

콰콰광!!

콰지지직!!

그렇게 가이아 쉴드 위로 미친 듯이 떨어지는 폭뢰의 향연에 입을 꽉 깨물었다.

젠장!!

쉴드들아!

제발 버텨라!!

저 미친놈 좀 누가 멈춰 주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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