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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56화 (746/1,404)
  • #756화 신의 손 (5)

    눈을 떠보니 다시 창밖이 어둑하게 변해 캄캄한 하늘만 보였다.

    흐음.

    잠시 누워 기대 있었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나?

    살짝 머리를 만져 봤는데 일단 숙취는 느껴지지 않았다.

    꽤 말끔해졌는데?

    역시 자는 게 최고였네.

    본의 아니게 접속 시간이 한참 늦어져 VRS에 누워 바로 접속을 했다.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챠밍에게 연락이 왔다.

    <챠밍> 오빠, 괜찮아요?

    <주호> 응, 한숨 자고 나니까 괜찮아졌어.

    <챠밍>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 너무 많이 마시더라.

    <주호> 내가 그렇게 많이 마셨던가?

    <챠밍> 재중이 오빠가 주호 오빠만 계속 먹였잖아요.

    <주호> 끙, 그랬지.

    그때 재중이 형이 들이붓듯이 내게 술을 주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느냐면서.

    거기다 재중이 형 역시도 술을 많이 마셨다.

    평생 마실 술을 다 마시겠다는 기세로.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담?

    때마침 재중이 형에게도 연락이 왔다.

    <불멸> 여~! 이제 들어왔냐?

    <주호> 형은 괜찮아요?

    <불멸> 그 정도 마신 걸 가지고 뭘 그래? 그냥 물 같던데.

    <주호> ……할 말이 없네요. 진짜 인간이 아냐.

    누군 머리가 아파서 한숨 자고 왔겄만.

    <불멸> 흐음, 너한테 그 말을 들으니까 굉장히 이상하네.

    그 말에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고.

    이 와중에 옆에서는 전사 형이 끼어들었다.

    <방패전사> 와, 우리만 놔두고 술 마시기 있습니까?

    <불멸> 크크, 타이밍을 잘 맞췄어야지.

    <방패전사> 다음에도 이러면 저 도망갑니다!

    <불멸> 그럼 다리 한 짝 내놓고 가.

    <방패전사> ……하하. 농담도 못 합니까.

    농담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사 형이 가진 펫이 좀 비싼 물건이라.

    접속하자마자 바로 시스템 공지부터 살폈다.

    분명히 레벨이.

    오른다고 했었지?

    * * *

    이름 : 주호

    레벨 : 150

    직위 :

    가르시아 제국 공작.

    제넨샤 신성 제국 교황.

    【근력 11+70】 【민첩 81+65】 【체력 11+45】

    【지력 0+20】 【마력 1+45】【원천마력 1+20】

    【신성력 60+20】 【암흑력 60+20】

    잔여 스탯 : 0

    * * *

    살펴보니 레벨은 그 상태 그대로였다.

    으음.

    몇 개쯤은 오를 줄 알았는데.

    그냥 완전히 막아 놓은 거였구나.

    아쉽다는 생각을 좀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레벨을 또 올리면 돼.

    전처럼 막히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내 쪽의 레벨이 막혀 있는 동안 재중이 형을 비롯해 우리 팀들도 모두 레벨을 150을 찍게 되었다.

    마지막에 월드 네임드들을 잡은 것이 주효했었나?

    거의 우리들끼리 잡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경험치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얻을 수 있었다.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레벨 제한을 꽉 채울 정도로.

    그렇게 개인 레벨 순위를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들 엄청나게 따라왔구나.

    내 레벨이 정체된 동안 프로 유저들을 비롯한 상위 랭킹들의 레벨이 거의 150에 근접하게 따라와 있었다.

    아마 이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었다면 완전히 따라잡혔을지도 모르고.

    그나마 그 전에 풀려서 다행이랄까.

    재중이 형이 그런 레벨 랭킹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 녀석들 겁나게 따라붙었잖아?”

    “네, 바로 턱밑까지요.”

    “신경 쓰여?”

    “아뇨, 어차피 다시 벌려 놓으면 돼요.”

    “오, 이젠 자신감이 철철 흘러넘치는데?”

    “누구하고 같이 다니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겠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 그럼. 주호도 들어왔으니 부탁 좀 해 볼까나.”

    그리고는 몇 개의 아이템을 올려놓았다.

    『 ?? 』

    『 ?? 』

    푸른색과 붉은색이 섞여 있는 크리스탈.

    그리고 역시 하얀색과 붉고 짙은 노란 빛이 섞여 있는 크리스탈까지.

    “가르가와 베히모스 거군요.”

    “어, 그렇지.”

    동시에

    『 가르가의 유물 상자 』

    『 배히모스의 유물 상자 』

    우리가 그 수고를 하면서까지 반드시 얻어야 했던 아이템들이 이제 완전히 손에 들어왔다.

    “역시 궁금한 건 막혔는가겠죠?”

    “어, 다들 너 들어오기를 얼마나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는데.”

    “만약에 막혔으면……?”

    “그럼 이놈들 키우는 건 바로 포기해야지. 돈이 아무리 썩어 넘쳐도 너무 처먹어, 이 녀석들.”

    아이템도 정도껏 먹어야 키워 볼 텐데.

    이전에 아퀼라스 주니어와 히드라 주니어를 키워 본 결과.

    확신했다.

    어설프게 먹여서 키우다가는 그냥 파산한다고.

    당연히 내 복사 능력이 안 먹히는 순간이 오면.

    나 역시 이 녀석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펫 하나 키우자고 전 재산을 들이붓는 일은 사양이다.

    “되길 바랄 수밖에요.”

    지금 우리 팀 모두가 눈을 반짝이면서 날 기다렸던 것도.

    이 녀석들을 키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궁금해했기 때문이었다.

    《 가르가의 유물 상자를 오픈하시겠습니까? 》

    《 상자 오픈 시 랜덤으로 특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만약 처음이라면 쫄았겠지만.

    이젠 누가 해도 알이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주저 없이 오픈을 하자 곧장 아이템이 환한 빛 속에 드러났다.

    『 가르가의 알 』

    “역시 알이네요.”

    “그러네. 그럼 나머지 하나도.”

    이전과 똑같이 상자를 오픈하자 여기서도 원하는 아이템이 그대로 나왔다.

    『 베히모스의 알 』

    그 모습을 본 전사 형이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호오, 풍년일세!”

    이로써 무려 세 개의 월드 네임드의 펫을 모두 수집해 버렸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 정도.

    막내별도 이 상황을 잘 알기에 입을 벌리고 놀라워했다.

    “방송에 내보내면 정말 서버가 뒤집어질 거예요.”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가 챠밍에게로 돌아갔다.

    흐음, 방송이라…….

    이전까지는 방송이라는 것은 신경만 쓰이게 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필요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챠밍을 도와주는 것까지는 괜찮지 않으려나?

    내가 또렷하게 챠밍을 바라보자 챠밍이 당황한 듯 바로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요.”

    역시 눈치 하나는 정말 빠르다니까.

    “일단 기다려봐. 상황 봐서…….”

    그때 차마 날 말리지 못하는 챠밍에게 시선을 준 재중이 형이 이번에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웃었다.

    “호오, 네 여자는 네가 챙긴다 이거냐?”

    그 말에 이번에는 내 쪽이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크큭, 누군 서러워서 살겠나.”

    “부러우면 들어오시라 해요. 수정이 누나.”

    “안 되지. 지금 한창 밖에서 준비한다고 바빠.”

    그러면서 또 챠밍을 바라보자 나와 챠밍의 고개가 자동으로 끄덕여졌다.

    역시 수정이 누나가 주도적으로 준비 중이었구나.

    그럼 무조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누구보다 챠밍을 신경 쓰는 사람이니까.

    “자, 그럼 녀석들을 깨워 보자고.”

    가장 큰 문제는 이 녀석들을 깨우고 나면 주인이 정해져 버리는 데 있었다.

    “정말 깨울 거예요? 못 무릅니다.”

    “어쩌겠어. 놔뒀다가 팔아먹을 게 아니라면 말이지.”

    “으음…….”

    만약 복사 스킬이 안 먹히면 애물단지가 될 테지.

    할 수 없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 안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라.

    “누가 열죠?”

    시선을 돌려 우리 팀을 한 번씩 슥 둘러보았다.

    베히모스가 필요할 만한 사람이…….

    아무래도 베히모스는 강력한 육체 능력에서 오는 근접전 위주에 속성 마법은 부가 되니까…….

    재중이 형, 아니면 소녀이려나?

    다른 사람들은 원거리라 베히모스의 장점을 써먹기는 꽤 어려웠다.

    물론 베히모스에게 일일이 명령을 내리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바로 옆에 따라다니면서 전투하는 것과 멀리서 싸우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잠시 나와 시선이 마주친 재중이 형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더니 챠밍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곧장 나르샤 누나와 막내별에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응?

    굳이?

    그리고 돌아온 재중이 형이 베히모스의 알을 들고는 바로 이쁜소녀에게 던져 주었다.

    아무 망설임 없이.

    “이건 소녀.”

    “어? 어어? 네에?”

    얼떨결에 두 손으로 베히모스의 알을 받아든 이쁜소녀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

    꽤 당황했네.

    설마 자신에게 저걸 그대로 준다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테니.

    “녀석을 타고 다니면서 연습해 봐. 기병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다.”

    “정말 해요?”

    “어, 이미 이야기 끝난 거야.”

    설마 방금 챠밍하고 이야기 나눈 게 그거였던가?

    그리고 이렇게 빨리 결정이 날 줄은 솔직히 몰랐다.

    “녀석 덕분에 떨어지는 기동력도 채우고. 거기다 뇌전도 같이 쓰잖아. 꽤 좋은 파트너가 될 거야.”

    “으아아…….”

    좋기는 한데 눈치가 보여서 아무 말 못하고 입만 뻥긋 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챠밍, 나르샤 누나, 막내별 역시도 이쁜소녀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는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른 곳 같으면 서로 차지한다고 난리일 건데.

    이 팀만은 저 값도 매길 수 없는 아이템을 줬는데도 다들 천하태평이었다.

    그리고 이러니 내가 안 좋아할 수가 없지.

    그 뒤에 가르가의 알은 자연스럽게 재중이 형의 손에 들어갔다.

    “다른 건 몰라도 가르가는 형이 해야죠.”

    “아아, 이 녀석. 화력이 너무 좋단 말이야.”

    여기서는 공격력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뿜어내는 화력을 뜻했다.

    “정말 베사노스와는 잘 맞죠.”

    “어, 혼자서 마력을 태워서 화력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좋지.”

    재중이 형과 가르가의 조합이면…….

    항시 최대치의 파워를 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가르가 주니어의 마력이 남아있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결정이 나는 순간.

    베히모스와 가르가의 알을 깨우니 각자 작은 형태의 새끼들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 해볼게요.”

    그리고는 곧장 아이템을 복사한 뒤.

    【 카피 웨폰! 】

    흐음, 먹어야 할 텐데.

    조금은 쫄리는 마음으로 복사된 르아 카르테를 휙 던져 주었다.

    그러자 베히모스 주니어와 가르가 주니어가 동시에 달려들어 르아 카르테를 반씩 삼켜 버렸다.

    《 베히모스 주니어와 주호 님의 우호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 베히모스 주니어의 허기가 소폭 사라집니다. 》

    《 베히모스 주니어의 성장이 소폭 상승합니다. 》

    《 가르가 주니어와 주호 님의 우호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 가르가 주니어의 허기가 소폭 사라집니다. 》

    《 가르가 주니어의 성장이 소폭 상승합니다. 》

    .

    .

    “잘 되는데요?”

    “호오, 이걸 안 막았어?”

    솔직히 재중이 형만큼 나도 놀랐다.

    편법과도 같은 방법이라.

    이번 업데이트 때 당연히 막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놓친 건가?”

    “설마요.”

    듣기로 우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런 중요한 사항을 놓쳤을 리가 없었다.

    그러다 다른 생각들이 머리에 스쳤다.

    설마 정말 놓쳤다고?

    그런 추리가 이어지는데 재중이 형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바빠서 못 막았던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못 막았던지, 이유가 필요해?”

    “당연히 아니죠.”

    막지 않았다면.

    재중이 형 말대로 그냥 써 주면 그만이었다.

    계속해서 아이템을 복사해서 녀석들의 주변으로 떨어뜨려 주었다.

    그러자 두 펫들이 날름날름 씹어먹고는 점점 모습을 변화시켜갔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른 뒤.

    《 베히모스 주니어의 2차 성장이 끝났습니다. 》

    《 배히모스 주니어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됩니다. 》

    《 가르가 주니어의 2차 성장이 끝났습니다. 》

    《 가르가 주니어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됩니다. 》

    됐어!

    완전히 성장을 시켜놓자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원래라면 지금 다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신성 제국을 돌면서 정보를 얻어 새 사냥터를 찾아다니는 일을 하고 있었을 텐데.

    이 두 펫 덕분에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변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막히기 전에 먼저 해야 하니.

    그리고 이제 해야 하는 일이 또 하나 남아 있었다.

    우리만 들어갈 수 있는 지하 성당 어딘가에 있을.

    “그럼, 이제 신의 손을 찾으러 가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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