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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52화 (742/1,404)
  • #752화 신의 손 (1)

    - 교황?

    - 주호 원래 공작 아니었음?

    - 공작 맞지. 이젠 교황이고.

    - 와, 하다 하다 교황까지 먹냐.

    - 진짜 다 해먹어라.

    - 그렇게 말 안 해도 다 해먹는 중.

    시스템 메시지가 나가자마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아마 게시판도 좀 있으면 뒤집어지겠지.

    재중이 형이 채팅창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크큭, 완전 스타가 됐는데? 부럽다아.”

    “음, 좋진 않네요.”

    “왜? 또 우르르 몰려올까 봐?”

    “그런 셈이죠.”

    “그게 다 인기남의 숙명이란다.”

    “하아…….”

    교황을 먹은 것까지는 물론 좋은 일이었다.

    다른 유저들이 직위 하나를 얻지 못해서 아등바등하는 동안 벌써 교황을 먹은 것 자체가 사기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런 관심은 좀 부담스러워.

    그런 날 보던 재중이 형이 이번에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을 했다.

    “확실히 이번에는 다르긴 해. 견제가 좀 들어올 수도 있겠는데?”

    “공작까지는 두고 봐도 교황은 아니라는 거죠?”

    “어, 그건 그냥 나라 하나를 먹어 치운 거니까. 거점 하나 정도 잡고 있는 것과는 이야기 자체가 다를 거다. 녀석들이 느끼는 체감도 완전 다를 테고.”

    재중이 형 말대로 공작까지는 그냥 왕 아래의 하나의 직위일 뿐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공작이라는 직위가 대단하기는 해도.

    나라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아마 신성 제국을 통째로 먹은 지금.

    유저들 입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정말 피곤해질지도…….

    그런 걱정이 섞인 내 표정을 본 재중이 형이 씨익 웃더니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냥 조금 더 준비를 하면 돼. 너무 신경쓰지 마라.”

    “네, 뭐 크게 걱정은 안 했어요. 그냥 좀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크큭, 그래. 그래야 내 동생이지.”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챠밍과 이쁜소녀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자 조금은 긴장된 표정을 풀었다.

    이런.

    한참 좋아해도 모자랄 텐데.

    걱정부터 시켰네.

    그런 챠밍과 이쁜소녀를 보고는 농담하듯이 편하게 말을 꺼냈다.

    “여차하면 그냥 제국 병사들로 싹 쓸어버리면 돼. 나 이래보여도 남는 게 돈이거든.”

    둘 다 그 말을 듣고는 완전히 표정이 풀어지며 웃어 버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전사 형이 내 등을 툭 치더니 역시 웃으면서 말했다.

    “오호, 이젠 꽤 건방진 말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렇죠?”

    “흐흐, 한번 덤벼 보라고 해. 내가 싹 잡아 줄 테니.”

    확실히 히드라 주니어가 있으면, 어지간히 많은 유저가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혼자 제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사 형도 장비가 좋으니까.

    잠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내게 물었다.

    “교황으로 변하니까 특별한 게 있어?”

    “으음, 잠시만요.”

    * * *

    이름 : 주호

    레벨 : 150

    직위 :

    가르시아 제국 공작.

    제넨샤 신성 제국 교황.

    【근력 11+70】 【민첩 81+65】 【체력 11+45】

    【지력 0+20】 【마력 1+45】【원천마력 1+20】

    【신성력 60+20】 【암흑력 60+20】

    잔여 스탯 : 0

    * * *

    교황 직위를 얻었다고 스탯이 따로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건 좀 아쉽네.

    최상위 직위인 교황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현재 레벨 제한에 걸려 있어서 스탯을 올릴 방법은 아이템에 의존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아니면 어떻게든 제한을 풀어야 하고.

    그런데 특이한 사항이 보였다.

    “형, 직위가 둘 다 유지가 돼요.”

    “응? 공작 직위 안 사라졌어?”

    “네, 이건 좀 의외네요.”

    “호오, 둘 다 유지가 된다 이거지?”

    당연히 다른 제국이기 때문에 사라질 줄 알았는데.

    “뭐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여기에 대해서는 재중이 형이나 나도 별다른 고민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둘 다 유지되면 좋은 거니까.

    가르시아 제국과의 끈도 그대로 남아있고.

    만약 교황이 되어 공작 위가 사라졌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였다.

    기껏 쌓아놓은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친밀도가 한 번에 싹 사라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정말 불편할 수도 있었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교황으로 뭘 할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네, 시스템을 좀 더 볼게요.”

    그리고 한참을 시스템을 뒤지다 보니 확실히 거점과는 다른 내용들이 있었다.

    “유저들을 많이 받을수록 권한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흐음, 신성 제국의 보물 창고를 쓴다던가, 오러를 쓰는 기사와 대마법사급 NPC들도 운용할 수 있네요. 고용의 형태도 아니고.”

    “돈 안 들이고?”

    “네, 거점은 다 돈이잖아요.”

    “그래, 다 돈이지. 그것도 엄청나게 잡아먹는.”

    거점을 지킬 때 일반 NPC들만 쓴 이유는 다른 게 없었다.

    NPC들을 좀만 좋은 등급으로 쓰려면 돈이 미친 듯이 많이 들어갔다.

    물론 그만큼 밥값은 했지만.

    혹시라도 잘못해서 거점이 날아가기라도 하면 그 돈은 그냥 허공에 증발해 버린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쓰긴 어렵지.

    100퍼센트 거점을 지켜낼 자신이 있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신성 제국의 교황이라는 직위는 그런 점에서 자유로웠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으니까.

    챠밍이 곧장 내게 물어보았다.

    “포인트 같은 개념이네요?”

    “응, 포인트. 일단 유저들만 많이 받으면 돼.”

    “그럼 거점은요?”

    “흠, 아마도 날려 버려야겠지?”

    네임드들에게서 힘들게 지켜 낸 거점을 날리자는 말에 챠밍이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에 유저가 모여드는 게 더 좋겠네요.”

    “그래, 거점이 있으면 분산되니까. 보험을 든다고 생각해 두면 이야기는 다르기는 한데…….”

    그 보험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느냐가 문제다.

    아무래도 신성 제국에 집중하면 거점은 소홀해질 테니.

    그럴 바에는 그냥 하나에 올인하는 것도 괜찮았다.

    “오빠 편한 대로 해요.”

    챠밍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흠, 이쪽은 숫자가 필요하니까. 괜히 분산시키는 것보단 낫겠지. 어차피 여기서도 세금은 걷을 수 있잖아.”

    “네, 거점과 세금 시스템은 거의 같아요.”

    “그럼 고민할 것도 없잖아? 다른 유저들에게 넘겨줘 봐야 제 살 깎아먹기고.”

    “그렇죠.”

    재중이 형 말대로 사장님이나 다른 길마들에게 넘기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크게 의미는 없었다.

    이득 볼 것도 없고.

    그때 전사 형이 내게 의견을 냈다.

    “팔아먹는 건 어때?”

    “음, 파는 방법도 있네요.”

    하지만 재중이 형의 말은 또 달랐다.

    “과연 살 놈이 있을까? 이 난리를 격고도?”

    “아, 좀 그렇긴 해요.”

    “월드 네임드 때문에 못 지킬 걸 뻔히 아는데 굳이 돈을 들이부을 이유는 없겠지.”

    당장 다시 리젠될 월드 네임드 중에 하나만 들이닥쳐도 거점을 날리게 될 것이다.

    그런 불안정한 거점을 사는 바보가 있을 리가…….

    “일단 그대로 두고 없어질 때까지 놔둘게요.”

    굳이 내 손으로 없애긴 좀 그러니까.

    거점까지 정리가 되자 이제 다른 것으로 눈이 돌아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신성 제국 제넨샤의 재건으로 제국 지형과 시스템이 변경됨에 따라 5분 뒤 임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점검이네요.”

    교황에 임명되자 폐허가 된 신성 제국을 다시 복원하는 과정인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건물 다시 세운다고 돈이 들어가진 않겠네.”

    “그런가요.”

    처음부터 다시 세우라고 하면 솔직히 난감할 뻔했는데 의외로 이런 쪽으로는 도움을 주었다.

    “그럼 다들 나중에 보자고.”

    해야 할 것들이 꽤 남아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들 접속을 종료했다.

    VRS를 나와서 확인해 보니 점검 때문에 많은 말들이 나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임시점검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기점검과 시간대가 겹치면서 최장 시간의 점검이 예고되어 있었다.

    올라온 미리 보는 공지 중에 눈에 띄는 것 하나.

    - 150 레벨 제한 해제.

    그동안 꽉꽉 묶어 놨던 레벨을 드디어 풀어 주는 건가.

    거기다 다른 내용들도 추가되어 있었다.

    - 신규 시나리오와 새로운 필드 확장.

    아마도 정기점검 때 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교황이 되는 것과 겹치면서 한꺼번에 진행하게 된 건가?

    우리로써는 당연히 나쁘지 않았다.

    네임드들에게 얻을 만한 것들은 이미 다 손에 넣었으니까.

    딱 하나 남은 게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교황이 된 지금이라면.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자격이 되는 것도 우리뿐이었고.

    신의 손이라…….

    무기의 형태였으면 좋겠는데.

    손이라는 말만 보면 의외로 다른 아이템일 수도 있으려나.

    남는 시간에 유혜선 팀장을 찾아가서 검사를 받고 돌아왔다.

    당연하겠지만.

    크게 한 소리를 들어먹었다.

    몸의 밸런스가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요즘 무리하면서 접속을 해서 그런지 피곤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게 그대로 수치로 나온 모양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의 페이스를 최대한 유지해야 하니까.

    주의는 해야겠지.

    괜히 그런 말을 한 건 아닐 테니.

    그나마 점검을 길게 해서 충분히 쉴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일어나자 피곤이 확 풀렸는지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컨디션이 괜찮네.”

    게임에서처럼 화려하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간단하게 몸을 풀어보니 꽤 괜찮은 움직임이 나왔다.

    창밖을 보니 해가 넘어갔는지 어두운 하늘이 보였다.

    점검 완료는 아직인 건가.

    새로운 시나리오가 들어가서 그런지 점검이 생각 이상으로 길어졌다.

    그때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려 댔다.

    응? 누구지?

    지금 시간에 연락 올 만한 사람이…….

    폰을 보니 은하에게서 연락이 들어와 곧장 받아들었다.

    <은하> 자는 걸 방해한 건 아니죠?

    <승호> 아냐, 아까 일어났어.

    <은하> 으음, 그럼 잠시 볼 수 있어요?

    <승호> 응, 안 그래도 바람 좀 쐬려고 했는데 잘 됐네.

    인 게임에서 보는 것보다는 역시 바깥에서 보는 게 더 좋았다.

    흐음, 어디로 가야 하지?

    워낙 돌아다니질 않아서 잘 아는 곳이 없는데.

    급하게 괜찮은 코스를 검색하려고 폰을 뒤적였는데 은하에게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은하> 으음, 그럼 문 좀 열어 주실래요?

    <승호> 뭐?!

    <은하> 문이요. 저 지금 집 앞이에요.

    그 말에 화들짝 놀라서 폰을 떨어뜨렸다.

    집 앞이라고?

    당황한 목소리로 다시 폰을 들어 말했다.

    <승호> 아, 잠시만! 금방 열어 줄게.

    항상 VRS에서 살다시피 해 치우는데 신경을 안 썼기에 집이 개판인데…….

    허겁지겁 집 안을 폭풍 같은 속도로 치우기 시작했다.

    아, 이럴 때 인 게임만큼 움직일 수 있으면 금방 치울 텐데.

    최대한 한쪽 방에 쓰레기들을 발로 밀어 구겨 넣으면서 어떻게든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아.

    괜찮겠지?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가서 문을 열자, 수수한 듯 단아하게 메이크업을 한 은하가 여신 같은 자태를 뽐내면서 문 앞에 서 있었다.

    “오빠, 오랜만이에요!”

    “아…….”

    현실에서 보는 환한 미소에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리자 챠밍이 미소 지으면서 다시 말했다.

    “저 계속 서 있을까요?”

    “아냐, 들어와.”

    하아.

    가끔 얘가 매일 보던 챠밍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현실에서 보는 건 영 적응이 안 된단 말이지.

    “오빠, 땀이…….”

    “아! 하하. 잠시 운동을 한다고.”

    거지 소굴을 치웠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네.

    “흐음, 그랬구나.”

    “아, 잠시 씻고 올게. 기다려.”

    바로 은하를 거실에 앉혀두고 빠르게 씻고 나오자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안심했다.

    그리고 둘이 시선이 마주쳤다가 같이 고개가 휙 옆으로 돌아갔다.

    정적?

    둘 다 아무 말 못하고 머뭇거리길 잠시.

    “저기…….”

    “저…….”

    둘이 동시에 말을 꺼냈다가 결국 서로를 보고는 웃고 말았다.

    이 상황이 쑥스러운 건 둘 다 똑같잖아.

    집 안에 은하와 단 둘이 있는 이 상황이.

    내게도 그렇고.

    은하에게도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잠시 은하를 보다가 깊게 숨을 한 번 들이시고는 말했다.

    “하아, 매일 안에서 보는데 여긴 좀 그렇지?”

    “네, 느낌이 많이 다르긴 해요. 그래도 지금은 좀 편한 것 같아요.”

    그렇게 잠시 나를 바라보던 은하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내게 말을 꺼내놓았다.

    내게는 꽤 충격적인 말을.

    “저, 다시 활동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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