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화 알 모으기 (1)
지금 드랍된 아이템 중에 알 모양의 어떤 형태의 아이템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예상해 보면.
높은 확률로 히드라의 알이라고 생각했다.
『 ?? 』
설명에 물음표만 있는 흑회색 크리스탈의 아이템.
챠밍이 날 보고 물었다.
“이거 전에 그거 맞죠?”
“응, 아마도.”
내가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자 챠밍이 말을 이었다.
“드래곤 때도 이 아이템 나왔었잖아요.”
챠밍 말대로 확실히 오버 된 드래곤을 잡았을 때.
이 크리스탈이 드랍됐었다.
그때는 이 정체불명의 크리스탈이 뭔지도 몰라서 망설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 옆에 약속이나 된 듯 함께 떨어져 있는.
『 고대 마수의 심장 』
그걸 본 전사 형이 깊게 숨을 쉬고는 말했다.
“후, 이거 실험에 빠지게 하는구만.”
“그래도 해야겠죠?”
“음, 똑같이 알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전사 형도 보자마자 알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에이, 몰라. 하자.”
고대 마수의 심장은 마수화를 할 수 있는 최상의 아이템이었다.
특히 지금 얻은 고대 마수의 심장은 무려 히드라의 것.
히드라의 능력을 대부분 가져다 쓸 수 있는 이 심장은 다른 마수의 심장보다 더 우수한 측면이 있었다.
상대방을 석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능적인 측면으로나.
희소성으로나.
돈으로 치면 가격을 매길 수조차 없다.
이걸 내다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런 아이템을 매개체로 다시 한 번 실험을 해야 한다.
“난 지금도 이걸 보면 가슴이 떨려.”
“저는 아니겠어요?”
망설이면 하지 못할 것 같아 바로 손을 뻗어서 흑회색의 크리스탈을 손에 쥐었다.
그 상태로 주변을 보자 우리 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갑니다.”
《 봉인된 크리스탈을 열기 위해서는 특수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
알아.
그리고는 바로 봉인된 크리스탈에 고대 마수의 심장을 가져다 댔다.
《 봉인된 크리스탈이 고대 마수의 심장을 흡수합니다! 》
고대 마수의 심장이 분해되면서 봉인된 크리스탈에 빨려들 듯 흡수되더니 이내 환한 빛을 내비치며 그대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전사 형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고, 아까워라.”
드래곤 하트를 흡수할 때도 딱 저런 표정이었는데.
아니.
그때는 나도 아마 저런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 하트를 다시 얻으려면 드래곤을 오버시켜야 하나……?
다시 드래곤 하트를 얻고 싶어도 못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유저들을 대거 먹이로 주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 의미로 보면 오히려 고대 마수의 심장 쪽이 더 얻기 쉬울 지도.
『 히드라의 유물 상자 』
그사이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나온 아이템.
《 히드라의 유물 상자를 오픈하시겠습니까? 》
《 상자 오픈 시 랜덤으로 특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역시 똑같네요.”
혹시 다른 아이템이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은 접어두었다.
이쁜소녀가 히드라의 유물 상자를 보더니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열어 봐요!”
으음, 글쎄.
이걸 내가 열어야 하나?
혹시 히드라의 알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상자를 든 상태로 이쁜소녀를 바라보았다.
“내 손이 운이 좋다고 보긴 좀 어려워서 말인데. 이거 좀 열어 봐.”
“예?”
“네가 열어 보라고.”
예전에야 뭣도 모르고 열었다지만.
다시 알이 나오려면 운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혹시나 영웅의 검 수준의 아이템이 나올 확률도 있겠지만.
이미 마족의 무기들이 나온 상태에서 그런 아이템이 다시 나오는 건 그렇게 기대하긴 힘들었다.
어설프게 이상한 아이템이 나오는 것보다는.
이미 경험해 본 최고의 아이템이 나오는 게 좋다.
바로 상자를 넘겨주자 이쁜소녀가 어찌할 줄 몰라 하면서 나만 바라봤다.
“파이팅! 알만 나오면 돼!”
“으엥. 알이 안 나오면요?!”
“그럼, 한 마리 더 잡지 뭐.”
“에이, 그게 더 힘들잖아요!”
재중이 형도 모두 같은 생각인지 똑같이 말했다.
“이상한 거 나와도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한번 해 봐.”
“아, 진짜. 난 몰라요.”
그러면서 이쁜소녀가 잠시의 망설임 끝에 열어 버렸다.
환한 빛과 함께 오픈된 상자에서는…….
『 히드라의 알. 』
히드라의 알을 확인하고서야 이쁜소녀가 안심이 되는지 깊은 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수고했어.”
그리고 그 순간.
하나의 걱정거리가 더 생겨났다.
챠밍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게 바로 물었고.
“오빠, 얘도 부화시켜야겠죠?”
“으음, 아무래도 그렇지?”
“그럼 역시 피?”
“아마도?”
예전에 드래곤의 알을 부화시키지 못해서 한참을 헤맸었다.
그 답은 바로 피.
누군가의 피로 각인 작업을 해야 알이 깨어나는데…….
그런데 각인을 하면.
가장 큰 문제가 생겨난다.
재중이 형이 눈가를 빛내면서 말했다.
“주인이 딱 정해진다는 거지.”
교환도 안 되고.
일단 한 번 알을 부화시키면 끝.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난 이미 드래곤의 알을 가지고 있었다.
펫 종류를 동시에 소환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내가 두 개의 알을 다 가지는 건 효율 면에서는 거의 최악에 가까웠다.
따로 소환할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드래곤이나 이 히드라는 소환해서 싸울 때도 쓸 수 있는 중요한 전력이었다.
만약 같이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이런 선택은 최악이 된다.
“일단 전 빠질게요.”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더 중요한 아이템이 있으니까.
“이걸 제가 가져가는 걸로.”
그러면서 드랍된 아이템 중 아다만티움을 들어올렸다.
내 선택을 본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알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너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냥 그런 거죠.”
“뭐 그렇다면야.”
이후 우리 팀끼리 의논이 이어졌다.
누가 히드라를 가져갈지.
그렇게 한참을 의논한 뒤.
나온 결론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았다.
전사 형의 표정이 헬쓱하게 질려 있는 것만 빼면.
“역시 전사 형이죠?”
“어, 효율 면에서는 저 녀석이 최고지.”
이건 다 히드라의 특성 때문이었다.
펫이라고는 하나.
본체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을 테니까.
히드라는 일종의 타워와 마찬가지였다.
어디 한 자리에 서 있을 때 더 강한.
거기다 원거리의 능력이 강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히드라가 전장의 중심에 있을 때.
더 좋은 효율을 발휘했다.
“매번 가운데서 얻어맞는 전사하고는 최고의 조합이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전사 형의 손에 히드라의 알을 올려 주니 전사 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어지간한 아이템으로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전사 형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값어치로 치면 거의 건물 하나 들고 다니는 정도이려나?
“앞으로 잘해. 이거 비싼 거다?”
“죽을 때까지 구르겠습니다!”
“아, 공짜는 아니고.”
“하하하하……. 역시 그렇죠?”
“농담이야. 어차피 팔지도 못하니까.”
교환이 가능하다면 팔 생각이라도 하지.
각인 되는 순간부터는 전사 형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
전사 형이 어디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또 모를까.
“나갈 때는 다리 하나 내놓고 나가야 할 거야.”
“그것도 농담이겠죠?”
“이건 아닌데?”
“하하하하…….”
결국 전사 형이 히드라의 알을 부활시켰다.
그러자 환한 빛과 함께 히드라의 축소판인 녀석이 나타나 전사 형의 앞에 소환되었다.
히드라 주니어.
사실 크기가 주니어라고 보기에도 너무 작았다.
예전에 드래곤을 처음 부화시켰을 때와 같이.
이건 거의 강아지 수준인데?
당연히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의 이쁨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그 작은 덩치를 본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형, 이 녀석도 키워야 하는 거죠?”
“아마도?”
“역시 먹이로?”
“그건 모르지.”
솔직히 아퀼라스 주니어도 아직 한참을 더 커야 한다.
요즘 꺼내지 않는 것도 이 지역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이지만.
전투에 끼어들 만큼 강하지가 않으니까.
거기다 이동수단만으로 한정해 버리면 훨씬 나은 선택지인 페가수스가 있어서 필요가 없었다.
아퀼라스 주니어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오버된 드래곤을 잡고 나온 녀석이라고 해도.
쓸 곳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그러다 보니 히드라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할 확률이 높았다.
그때 히드라가 드랍된 아이템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전사 형! 빨리 히드라 집어넣어요!”
깜짝 놀라 외치자 전사 형이 재빠르게 히드라를 소환 해제시켜 버렸다.
전사 형 역시도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드랍된 아이템들을 바라보았다.
“후아, 미친 짓 할 뻔했다.”
지금 히드라 주니어의 행동으로 모두가 알게 되었다.
히드라 주니어 역시도 아퀼라스 주니어처럼 아이템을 주워 먹는 형태였다는 걸.
성장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애물단지.
“와씨, 이걸 대체 어떻게 키우라는 거야.”
전사 형이 어이가 없는지 순간 넋을 놓아 버렸다.
혹여나 다른 방법으로 키우는 줄 알았는데.
영락없이 돈으로 키워야 하는 판이니까.
예전에 아퀼라스 주니어는 해원의 연합과의 싸움에서 나온 아이템을 먹여서 키우기라도 했지.
지금은 그런 것도 없었다.
물론, 연이나 다른 연합 쪽과 싸움을 걸어서 어떻게 해볼 수야 있겠지만.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이건 어지간한 애들이 쓰라고 만든 녀석들이 아닌데?”
흔히들 말하는 관상용.
보기만 좋고.
쓰기는 힘들다.
“돈이 엄청 많은 화련 같은 사람들은 키울 수 있겠죠.”
“아, 그렇지. 걔라면 아마 끝까지 키워 낼 수도 있을 거야.”
결국은 돈 많은 몇몇 연합이나 길드가 먹었을 경우에만 쓸모가 있는 그런 펫이라는 소리다.
“이거 참, 어떻게 보면 밸런스가 맞다고 해야 하나.”
“효율 면에서는 전혀 아니죠.”
키운다고 들어간 돈이 훨씬 많을 테니.
결국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그때 갑자기 손에 들린 르아 카르테와 아다만티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확 스쳐지나갔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하아.
이걸 왜 이때까지 생각을 못 했을까.
어쩌면 훨씬 전에도 가능했을 지도 모르는 건데 이제껏 둘을 따로 놓고 보니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리고는 곧장 녀석을 불러냈다.
【 아퀼라스 주니어 소환! 】
그러자 이미 1차 성장이 끝난 아퀼라스 주니어가 눈앞에 나타났다.
히드라 주니어보다는 월등히 큰 덩치를 가진.
캬악!
오랜만에 불러서 불만인지 다소 화가 난 것 같은 모습에 속으로 미안함을 느끼면서 바로 손을 아퀼라스 주니어에 뻗었다.
한 가지 스킬과 함께.
【 웨폰 카피! 】
그러자 르아 카르테가 복사가 되어 아퀼라스 주니어 바로 앞에 툭 떨어졌다.
큐우?
갑자기 허공에서 아이템이 생성되어 떨어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아퀼라스 주니어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냅다 화염을 뿜어내서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녹여 버렸다.
그리고 낼름 입으로 가져가 르아 카르테를 삼키는 순간.
《 아퀼라스 주니어와 주호 님의 우호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 아퀼라스 주니어의 허기가 소폭 사라집니다. 》
《 아퀼라스 주니어의 성장이 소폭 상승합니다. 》
이런.
미친!
정말 되잖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