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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34화 (724/1,404)

#734화 성장형 네임드 (6)

이미 서쪽 성벽에서 버티던 유저들과 방어 NPC들을 모두 대피시켰기에 히드라가 성벽을 넘어감에도 어떠한 저항조차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뒤를 따라 성벽을 넘는 히드라를 보다가 재중이 형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좀 미친 생각 같죠?”

그런 내게 재중이 형 역시 웃음을 보였다.

“결과만 좋다면야. 아예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이대로 진행됐다면 결국 다 무너졌을 거야.”

거점 안에 일부러 히드라를 들여놓는 미친 제안을 듣고도 재중이 형이 허락한 것은 이런 이유였다.

현재로서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런 도박과 같은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에 붙은 히드라를 바라보았다.

스킬들의 여파가 컸는지 아직도 몸 전체가 활활 타오르는 모습.

여섯 개의 머리에서 김이 확 올라오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열을 받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잘 따라오네요.”

“그만큼 화끈하게 먹였잖아. 도저히 돌아보지 않고는 버틸 수 없도록.”

일정 이하의 대미지였다면 아마 히드라가 우리를 무시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하지만 지금 둘이서 넣은 화염 스킬들의 콤보는 그것을 월등히 상회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미지만 보면 히드라가 우리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황.

히드라에게 네임드를 사냥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우선순위가 되려면 이 정도 위력은 퍼부어 줘야 했다.

그리고 그런 히드라를 보면서 다시 길드장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동쪽, 남쪽 성문 모두 개방해서 네임드들에게 길을 열어 줘요.

대놓고 길을 터주라는 말을 전하자 사장님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카이저> 흐음, 무슨 생각이 있는 거냐?

<주호> 네, 그런데 좀 도박이기는 해요.

솔직히 이게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아는 일이라.

자세한 설명을 하고 나니 사장님 역시 같은 말을 했다.

<카이저> 음, 확실히 도박이기는 하구나. 일단 알았다. 길드장들에게 전부 전달하마.

그렇게 사장님과의 연락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들은 거의 포기한 것 같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 이젠 성문까지 열어 주네.

- 이거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 포기했네, 포기했어.

- 그래도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 짐 싸자. 이대론 답도 없다.

- 뭔가 방법이 있어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님? 좀 기다려 보자.

- 아, 네임드 템 좀 얻나 했더니. 망했어.

그런 글들을 보고는 재중이 형이 웃어 버렸다.

“쟤들 완전히 넋 나갔네.”

“무리는 아니죠.”

상식적으로 안방을 다 내주고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

히드라가 우리를 따라 쿵쿵거리면서 쫓아오며 건물들을 죄다 박살 내는 사이 각 성문 쪽으로는 듀라한, 고르곤 등이 넘어와 각각 거점의 중앙을 향해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영상들은 전부 유저들이 내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원정군들만 있었다면 방송 없이 넘어갔을 테지만.

지금은 가지각색의 유저들이 모두 모여 있었으니까.

그들이 성문마다 보이는 네임드들을 찍어서 내보내는 방송 덕에 상황을 파악하는 일은 크게 어렵진 않았다.

“이런 건 도움이 되네요.”

덕분에 히드라를 끌고 다니며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할 수가 있게 되었다.

미친 듯이 빠른 베히모스에 비하면.

히드라를 달고 다니는 일은 꽤 쉬운 편이었다.

일단 이속이 느린 편인 데다가 여섯 개의 머리에서 나오는 브레스만 조심하면 되니까.

“브레스 와요!”

“알아!”

곧장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위아래로 한 번 뒤집고는 날아오던 스톤 브레스와 애시드 브레스를 모두 피해 내면서 곡예를 부렸다.

그렇게 브레스들을 피하면서 점점 거점의 중심부를 향해 날아가다 보니 반대편에서 뭔가의 먼지구름이 잔뜩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형, 저쪽은 거의 도착했나 봐요.”

“아아, 딱 맞췄네.”

애초에 남쪽과 동쪽 모두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니 네임드들이 너무 쉽게 중앙까지 치고 들어왔다.

“그럼 시작해 볼까?”

“네, 가죠.”

조금 더 속도를 내 히드라를 끌고 들어가는 순간.

히드라와 네임드 부대들이 서로를 보며 그대로 멈추어 섰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딱 거리를 정해놓고.

그러더니 이내 양측에서 동시에 커다란 하울링이 터져 나왔다.

캬아아악!!

크하악!!

쿠어어엉!

거기다 서쪽에서 뒤따라온 네임드들 역시 멈춰 서서는 히드라를 향해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크아아!!

히드라 한 마리를 두고 사방에서 네임드들이 포위한 그림이 만들어지자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제대로 됐네요.”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크게 상승시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럼 우린 빠져 주자고.”

히드라의 공격 범위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상승한 뒤 아래를 내려다보니 히드라와 네임드의 대치가 더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서 조금만 늦었어도 히드라가 빠져나갔을지도 모르는데 생각 이상으로 시간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챠밍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지금 어디야?

<챠밍> 아, 오빠. 저 화련 쪽 길드하고 같이 움직이고 있어요.

<주호> 오케이, 바로 중앙으로 들어와.

<챠밍> 네, 알았어요. 바로 가요.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챠밍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에게도 연락했다.

<주호> 사장님, 지금부터는 파티입니다. 모든 유저들을 중앙으로 불러들이세요.

<카이저> 지금 말이냐? 알았다.

그사이 대치만 하고 있던 히드라에게 듀라한, 고르곤 등이 일제히 달려들어서 맹공을 퍼부었다.

일단 서쪽에서만 상대하던 수준이 아니라 이번에는 일반 네임드들의 숫자가 세 배에 가까웠다.

심지어 사방에서 포위를 하고 있는 형국.

이전과는 상황이 완전 다르지.

그렇게 되자 히드라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베히모스와 달리 기동력이 약한 히드라는 이 자리에서 저들과 싸울 수밖에 없을 테니.

가르가라면 날아서 도망이라도 가지.

히드라의 유일한 약점이 여기서 발목을 잡았다.

물론 히드라가 스탠딩 자세에서 강력함을 자랑하기는 했다.

석화 필드도 건재한 상태고.

하지만 지금은 사방에서 두들겨 맡는 상황이기 때문에 히드라의 그런 장점마저도 무색해져 갔다.

여섯 개의 머리가 바쁘게 휘둘러지며 브레스를 뿜어내고 석화와 부식을 반복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네임드들이 각자의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돌아가면서 히드라를 압박하니 히드라 역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히드라를 보면서 재중이 형이 미소 지었다.

“숫자에는 장사 없지.”

“확실히 그렇죠?”

“그래, 히드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렇게 사방에서 두들겨 맞으면 힘들어.”

어느 정도 숫자까지는 히드라의 승.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숫자 이상을 넘어가면 반대로 히드라가 잡아먹힐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상황이 우리에게 그렇게 좋은 상황인 건 또 아니었다.

“서로 최대한 체력이 깎여 나가야 해.”

그리고 그걸 위해 준비했다.

<챠밍> 저 도착했어요.

<주호> 내려갈게.

이미 어글은 다 풀린 상태라 네임드들의 싸움을 피해 챠밍이 오는 외곽으로 내려앉았다.

챠밍뿐만 아니라 우리 팀과 화련 역시도 모두 같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화련이 멀리 치고받는 대규모의 괴수 전쟁을 보더니 내게 물었다.

“규모가 몇 배는 늘었네?”

“네, 한쪽만으로는 상대가 안 되니까요.”

“그래서 더 붙였다?”

“쪽수가 모자라면 더 붙여 줄 수밖에요.”

“흐음, 손도 안 대고 양쪽을 다 꿀꺽하겠다는 거구나. 판단 잘 했네.”

“아, 여기서 더 균형을 맞춰야 해요.”

“그래?”

“네, 상황을 결정지으려면. 한 사람이 더 필요하죠.”

그리고는 곧장 챠밍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최종 보스는 이쪽이니까요.”

내 말에 챠밍이 놀란 듯 눈을 깜빡거렸다.

“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라고.”

그리고는 챠밍을 페가수스 뒤에 태워 괴수 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갔다.

가까이 갈수록 아래에선 쿵쿵거리는 진동이 심하게 일어나는 데다가 스킬로 인한 폭발 역시 계속 올라와 눈을 어지럽게 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서는 챠밍에게 물었다.

“타리안 스태프, 아직 가지고 있지?”

“으음, 인벤에…… 있어요.”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챠밍이 타리안 스태프를 꺼내자 가장 외곽에 있는 네임드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있는 네임드 감염시킬 수 있지?”

“네임드라 바로 걸리지는 않겠지만 계속 시도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는 뭔가를 눈치채고는 깜짝 놀라 내게 말했다.

“설마 저기 있는 네임드들 전부에게 걸라는 건 아니죠?”

그런 챠밍에게 웃음으로 대답했다.

“왜 아니겠어.”

“정말 못 말리겠네요.”

챠밍 역시 내 뜻을 알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장 타리안 로브로 장비를 변경하였다.

이런 구성을 하면 감염 스킬의 쿨타임과 마력 소모를 절반. 범위 지속 시간, 지속 대미지 등을 두 배로 올릴 수 있었다.

치명타와 피해 추가 역시 붙어 있고.

특히 챠밍의 레벨이 높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도 훨씬 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 마족화! 】

【 인펙션! 】

마족화로 원천마력을 써 마력 회복력을 늘린 다음 곧장 감염 스킬을 시전하자 바로 외곽의 고르곤에게 감염이 걸려 버렸다.

쿠어어?

이상함을 느낀 고르곤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바로 히드라의 공격을 받고는 시선이 다시 히드라로 넘어가 버렸다.

“정말 저러면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겠어요.”

“그게 장점이지.”

그때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하늘로 상승시켰다.

“자자,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그리고는 네임드들이 아래로 보이는 위치로 날아올라 챠밍이 감염을 걸기 쉽게 만들어 주었다.

단순히 외곽에서는 타겟팅하기가 힘드니까.

“그럼 가요!”

【 인펙션! 】

【 인펙션! 】

【 인펙션! 】

.

.

계속 네임드들 위를 날면서 감염을 걸자 어느 순간부터 한쪽의 네임드들의 색깔이 전부 푸르게 변해 버렸다.

단순히 하나만 걸리는 게 아니라 주변까지도 모두 걸리는 게 감염이라.

흑장로가 히드라에게만 걸어서 그 주변만 걸리는 수준이 아니라 챠밍은 아예 이곳저곳 전부 감염을 걸어댔다.

폭넓게.

그리고 마력이 부족하면.

【 마력 전이! 】

원천마력을 가지고 있는 나 역시 마력이 넘쳤기에 챠밍에게 곧장 마력을 전달해 주었다.

그래도 마력이 부족하면 재중이 형에게 마력을 흡수해 와서 그것도 몽땅 챠밍에게 넘겨주었다.

무려 세 명 분의 원천 마력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꼴.

그 마력이 전부 감염 스킬로 변해서 아래에 있는 네임드들에게 퍼져 나갔다.

“오빠, 고마워요! 덕분에 마력이 막 넘쳐요.”

“그럼 계속 가자!”

【 인펙션! 】

【 인펙션! 】

【 인펙션! 】

.

.

그렇게 한참 동안 미친 듯이 걸다 보니 이젠 감염이 안 걸린 네임드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니, 이젠 가만히 놔둬도 사방으로 퍼지는 수준이 되어서야 감염 스킬을 멈췄다.

챠밍도 자신이 해놓은 걸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며 감탄했다.

“와, 새파랗다.”

어지간한 광역기를 계속 때려 박아도 지금보다 체력을 더 깎을 수 있을까?

유저 수십 명의 대미지를?

그것도 한두 마리도 아닌 여기 있는 모든 네임드에게 걸고 나서 천진난만하게 미소 짓는 챠밍의 모습에 나 역시 웃음을 지었다.

얘도 은근히 즐긴다니까.

그리고 잠시 챠밍과 눈이 마주쳤는데 챠밍의 눈빛에 이상한 열망 같은 불씨가 보이는 것 같았다.

음?

뭐지?

저 눈빛은?

마치 재밌는 뭔가를 상상하고 있을 때 지을 법한.

딱 그런 표정인데…….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바로 챠밍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오빠, 우리! 히드라 오버시킬까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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