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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31화 (721/1,404)

#731화 성장형 네임드 (3)

웅성웅성.

재중이 형의 무기를 들라는 말에 거점 내에 들어와 있던 유저들은 고민이 되는지 선뜻 나서지 못하고 마치 경직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뭐야? 갑자기?”

“설마 위험한 건가?”

“우리도 싸워야 해?”

“보상이 없는데?”

“세금 먹으면 알아서 막아줘야 하는 거 아냐?”

“맞네, 위험을 막으라고 저놈들이 여기 있는 거잖아.”

“그러다 진짜 망하면?”

“망하라지. 우리가 매번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그럼 갈 데가 없잖아.”

“제국도 망했는데 여기 말고 또 어딜 간다고?”

“에이, 귀족이 저들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또 생겨.”

“아님, 얘들이 또 세우겠지.”

“난 떠돌아다니기 싫은데. 싸워야 하지 않나?”

우리를 도와 싸우는 것에 인색한 유저들 반.

그리고 싸워야 한다는 유저들 반.

이도 저도 아닌 유저들도 꽤 많이 보였다.

확실한 건.

저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려면 엄청나게 힘이 들 것이다.

그런 유저들에게 재중이 형이 눈을 내리깔면서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이번에 못 막으면 다음은 없다. 우리도 되지 않는 일에 목매달고 있을 이유는 없거든. 선택해. 지금 싸울지, 아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든지.”

원래 있던 곳이라면 여기서 멀리 떨어진 예전 제국의 땅으로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고.

어차피 거점의 귀환 설정이 없어지게 되면 저들이 이곳에서 버티면서 사냥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제국이야 시스템으로 보호가 된다지만.

거점은 그런 게 아니니까.

순수하게 개인의 세력권이다 보니 그런 보호는 받지 못한다.

현재 유일한 거점이라는 장점 빼고는 다 단점이지.

그리고 그런 장점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형, 질러도 되죠?”

“마음대로.”

재중이 형의 동의를 받고 난 뒤에 모여 있는 유저들에게 외쳤다.

“지금 싸우지 않는 유저들은 여기 거점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이 한마디에 떠들썩하던 좌중의 웅성거림이 한 번에 쏙 들어가 버렸다.

“싸우지 않는 자는 그냥 알아서 살아남으시면 됩니다. 이쪽도 그런 분들의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요.”

내 협박 섞인 발언에 발끈했는지 가장 앞에 있던 남성 유저가 반발했다.

“아니!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그런 유저에게 미소 지으면서 다시 물었다.

“왜 안 되죠?”

“어? 어…… 그게.”

막상 그 이유를 물으니 할 말이 없어진 유저의 모습에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채찍질만 할 수는 없으니 다음은 당근을 줘 볼까.

밀고 당기는 것도 당기는 것만 하다가는 끈이 끊어져 버린다.

“대신 전투에 참여하는 유저들은 거점 내 방어 NPC들의 시설을 마음껏 이용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드랍 형식을 유저 우선으로 변경해 놓죠.”

그 말에 유저들이 한꺼번에 웅성거렸다.

이 말을 쉽게 풀이해 보면…….

유저들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이 되니까.

“NPC들이 네임드를 얼마나 때리든. 유저가 먼저 드랍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 두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원래는 대미지를 많이 주는 쪽이 드랍권을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만약 NPC와 유저가 같이 싸우는 경우에 NPC의 누적 대미지가 월등하다면.

유저는 아무것도 건져 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요새화되어 있는 거점에서의 방어 NPC들이 주는 대미지는 유저들의 그것을 충분히 상회했다.

일단 하르 포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NPC들의 레벨 자체가 높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런 모든 이점을 다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NPC들이 몇 대를 치더라도 유저가 참가한다면 재수가 좋을 경우 네임드의 아이템을 챙겨갈 수 있도록.

“야, 이거 개이득 아냐?”

“방어 포도 빌려준다는 것 맞지?”

“일단 다 잡는다는 가정하에 NPC들 대미지 무시하면 거의 우리가 먹는 그림인데?”

“와, 진짜. 안 할 수가 없게 만드네.”

“이런 조건이면…….”

거기까지 이르자 다들 무기를 모두 꺼내 들고 성벽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보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특히 성문 쪽으로는 뒤질세라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식간에 남아 있던 유저들이 성벽으로 사라지자 오히려 안이 휑하게 비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너무 퍼준 거 아냐?”

“이 정도는 해야 움직이지 않을까요?”

“뭐, 내 돈이 아니라서 상관은 없긴 한데.”

“일단 지키고 보자고요. 그 뒤는 그때 가서 생각하고.”

여기서 거점이 무너지면 다시 이런 인프라를 세우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당장 방어 시설이라던지, 들여놓은 NPC들이라던지.

이게 전부 돈이니까.

물론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거점을 세우면 조금 상황이 쉬워지긴 하겠지만.

결국은 똑같다.

만약 신성 제국이 건재했다면 이 정도로 압박을 받진 않았겠지만.

저 세 마리의 월드 네임드는 언제가 되었든 싸워야 하고.

신성 제국이 사라지면서 집중되는 주변 네임드들의 공격 역시도 막아 내야 했다.

“우리는 히드라에 집중하죠.”

이미 한 번 잡아 본 녀석을 다시 잡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히드라를 상대하면서 다른 네임드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우리에게도 벅찬 일이라.

그래서 유저들의 힘이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떼처럼 몰려온 듀라한, 고르곤, 흑장로들이 거점 주변을 에워싸고는 성벽을 거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쿠우웅!!

콰지직!!

하나같이 강력한 네임드들의 집중 공격에 성벽이 크게 흔들리자 유저들의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우왁! 흔들려!”

“아무 곳이나 잡고 버텨!”

“야! 하르 포 남는 거 전부 잡고 쏴!”

“마법사들! 마법 쏟아부어!”

“궁수들은 화살 아끼지 말고!”

일단 성벽 위에 올라오는 것만 막으면 여기까지가 베스트.

하지만 그렇게 쉽게 진행될 거라는 생각하진 않았다.

재중이 형이 바로 오더를 내렸다.

“스칼렛, 이슬두잔 님은 유저들을 도와 전체적인 화력 지원을. 리더, 황룡 님은 저 녀석들이 절대 올라오지 못하게 틀어막아 주셔야 합니다. 사장님은 길드원들과 함께 유저들이 무너지는 곳을 빠르게 확인하고 도와주세요.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니 분명히 무너지는 곳이 생길 겁니다.”

그 말에 각 길마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자신들의 길드원들을 데리고 성벽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런 원정대 사람들을 본 화련이 물었다.

“난 뭐 하면 되는데?”

“화련은 헤라 길드원들 이끌고 흑장로들의 숫자를 확실히 줄여주면 돼.”

“뒤를 치라는 거지?”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우리와 함께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흑장로가 감염을 걸어 대면 힘들긴 하겠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대체 어디서 저만큼의 네임드가 나온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밖에 포진되어 있는 흑장로들 숫자는 확인된 것만 해도 열 마리가 넘어갔다.

“네임드가 무슨 일반 몹처럼 돌아다녀. 그래서 어떻게 나갈 거야? 성문 활짝 열고 나가자는 말은 아닐 테고.”

그러자 바로 빈 공터에 황실 비공정을 꺼내들었다.

“워프로 일단 나가죠.”

“너는?”

“우린 히드라를 상대해야 합니다. 솔직히 제일 까다로운 상대라.”

“아, 저놈?”

화련이 성벽 너머의 히드라로 시선을 옮겼다.

홀로 북쪽 성문을 치고 있는 히드라.

월드 네임드인 만큼이나 다른 네임드들과는 덩치 차이부터 남달랐다.

고르곤도 크긴 한데 저 히드라보다는 못해 보이네.

그리고 남쪽에서 올라온 듯 보이는 듀라한, 고르곤, 흑장로는 각기 동, 서, 남쪽으로 나뉘어져 성벽을 때리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으음.

왜 저렇게 히드라 주변에는…….

한참을 멍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 있던 챠밍이 내게 물었다.

“오빠?! 왜 그래요?”

“어? 아…… 히드라, 뭐가 이상하지 않아? 묘하게 이질감이…….”

내 말에 챠밍과 화련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히드라를 쳐다보았다.

그다음에 고개를 돌려 주변 성벽을 한 번씩 둘러보더니 둘 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둘 다 뭔가 눈치챘는지 내게 말했다.

“히드라만 혼자 있네요.”

“저놈만 따로 놀잖아?”

그런 둘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지?”

“네, 이상하게 히드라 주변에는 네임드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요. 주변에 돌파할 성벽이 충분한데도…….”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네임드들이 히드라를 피하는 것 같은데?”

동, 서, 남쪽 성문과 성벽은 미어터지도록 몰려서 공격을 하는데 유독 북쪽은 히드라 하나만 존재해 한산할 정도로 비어 있었다.

다른 곳은 네임드들끼리 서로 밀치고 부딪힘에도 불구하고.

곧장 챠밍에게 물었다.

“아주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한 한 놈하고, 적당히 강한 놈 수십 마리하고 어느 쪽이 나을까?”

“으음, 일반적이라면 적당히 강한 녀석이 많은 게 좋겠지만. 그걸 물어본 건 아니겠죠?”

역시 눈치는 빠르다니까.

챠밍에게 한 번 웃어 준 뒤 다시 성벽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의 전력으로 저 많은 네임드들을 다 피해 없이 막아 내는 건 무리였다.

북쪽이 뚫리든 다른 방위가 뚫리는 어디 한 곳이 뚫릴 테니.

안으로 네임드가 몇 마리라도 들어오면?

성벽에서 막는 것과는 그 난이도부터가 엄청나게 차이 날 터.

그렇다면.

그 부담을 좀 줄여 줄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성벽이 무너지기 전에.

바로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형, 나들이 좀 다녀오죠?”

“이미 준비 중이다.”

내 말을 듣는 순간부터 뭘 할지 다 눈치챈 모양.

기다렸다는 듯 페가수스를 꺼내 둔 재중이 형의 뒤에 올라타자 곧장 북쪽 성벽 위로 비행했다.

그리고는 레비아탄 롱보우를 꺼내 들고 그 위에 복사한 가낙스를 꺼내들고는 시위에 올려놨다.

녀석 근처에 접근하다가는 석화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근접은 거의 불가능.

그래서 이런 식의 준비가 필요하지.

일단 로케는 석화 속성상 히드라에게는 잘 먹히지 않을 테니 냉기 속성이 있는 가낙스가 훨씬 유효할 터.

【 오러 블레이드 - 수속성! 】

그리고 가낙스에 내장되어 있는 수속성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해 조금 더 냉기에 힘을 실어 주기로 했다.

캬아아악!

여전히 석화와 부식을 써 성벽을 녹이는 녀석에게 어느 정도 거리를 맞춘 순간.

“갑니다!”

곧장 시위에 걸린 가낙스를 녀석의 여섯 개의 머리 중에 하나로 날려 보냈다.

쐐애애액!!

성벽을 부순다고 정신이 팔린 사이라 그런지 이 공격은 단 번에 녀석의 머리를 때렸다.

콰아앙!

키이이잉!

크리티컬이 터진 건지 곧장 냉기가 확연하게 퍼지면서 머리 하나가 바로 냉기에 휩싸였다.

한 발 더!

쐐애애액!!

그리고 연이어 가낙스를 꺼내 움직임이 둔화된 머리를 맞추자 이번에는 완전히 결빙이 되었는지 그대로 얼어 버렸다.

“오, 날이 갈수록 잘 맞추는데?”

“이 짓도 많이 하니까 느네요. 그리고…… 피해요!”

“알아!”

하나의 머리가 얼어붙었지만 다른 다섯 개의 머리는 견제했기에 바로 다섯 발의 스톤 브레스와 애시드 브레스가 우리에게 날아들었다.

미리 움직였던 우리는 그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확실히 히드라는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브레스를 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바로 재충전 뒤 쏘는 것을 보면.

뒤따른 브레스까지 다 피해 내고 난 뒤에 페가수스를 움직여 거리를 벌리자 히드라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서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글은 확실히 먹혔네.”

“네, 그럼. 이제 순회를 해 볼까요?”

“꽉 잡아라. 이제부터 지옥이다.”

그리고 히드라를 뒤에 달고 서쪽 성벽 쪽으로 이동하자 듀라한을 비롯한 여러 네임드들이 성벽을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저들은 그걸 억지로 저지하는 처절한 격전 도중에 우리가 날아들자 다들 의아한 눈빛을 보내왔다.

조금 뒤.

이곳으로 달려오는 히드라를 보면서 다들 사색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저걸 왜 끌고 와!”

“지금도 빡신데.”

“아놔, 저 미친 새끼.”

그런 유저들의 새된 비명을 들으면서 히드라와 네임드들을 바라보았다.

자, 과연 어떻게 될까나.

우리냐.

저 녀석들이냐.

잠시 긴장하면서 지켜보는데 나와 재중이 형 뒤를 따라붙던 히드라는 마치 느낌표라도 생긴 것 같이 표정이 변하더니 이내 눈앞의 득실득실한 네임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고르곤의 목을 히드라가 크게 물더니 목을 크게 휘둘러 커다란 고르곤을 공중으로 날려 버렸다.

동시에 석화 브레스를 날려 주변에 있는 네임드들의 발을 한꺼번에 묶어 두었다.

마치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아예 무시하며.

당연히 네임드들도 히드라를 인식하고는 거센 고함을 질러 댔다.

캬아아악!

크어어!

쿠어어엉!

수십 마리의 네임드와 거대한 월드 네임드가 한 자리에 얽힌 광경이란…….

그런 히드라를 향해 두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잘한다! 히드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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