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화 성장형 네임드 (2)
- 뭐야? 갑자기?
- 어? 신성 제국이 망했어?
- 진짜 대박이네.
- 와씨, 아직 구경도 못 해봤는데. 벌써 망하노.
- 주호하고 한판 붙은 거야?
- ㄴㄴ, 주호 거기 가지도 않음. 얼마 전까지 암흑 지대에서 몬스터 잡고 있었음.
- 그럼 그냥 지들끼리 뒤진 거?
- ㅇㅇ, 그런 듯?
신성 제국 제넨샤가 망했다는 시스템 메시지는 유저들을 놀라기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우리와의 전투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었다.
애초에 신성 제국 제넨샤에 쳐들어가지도 않았으니.
물론 조금 개입을 하긴 했지만.
그리고 신성 제국 제넨샤가 오버된 베히모스에 의해 무너지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동시에 울렸다.
《 신성 제국 제넨샤의 멸망으로 제국 지형과 시스템이 변경됨에 따라 5분 뒤 임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 시스템 메시지에 전사 형이 올 게 왔다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오케이! 제대로 떴네.”
나 역시 전사 형을 마주 보면서 웃어 보였다.
“로가슈 왕국이 멸망했을 때도 이랬었죠.”
아주 예전이긴 한데 로가슈 왕국이 박살 났을 때도 점검을 했었다.
지금에 와서 특별할 건 없지.
그리고 이렇게 되면.
“강제 퀘스트!”
“퀘스트죠.”
전사 형이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
“어떻게 여기까지는 잘 왔네.”
“네, 여기까지는요.”
우리가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신성 제국 제넨샤를 날려 버린 건 아니었다.
바로 뒤따라오는 퀘스트.
이걸 기대했다.
신성 제국의 규모가 큰 만큼 당연히 보상도 좋을 터.
연을 물먹일 생각에 계획한 것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다 보니 결론적으로 도달한 것이 바로 이 퀘스트였다.
“그럼 이제 저놈을 어떻게 요리하는가가 문제인가?”
다 좋다.
신성 제국 제넨샤가 멸망한 것도 그렇고.
연이 물먹은 것도.
새 퀘스트.
그리고 신성 제국 지하에 있을 물건을 포함해 모든 것이 좋았다.
딱 하나.
저 오버된 베히모스만 잡는다면.
그 전에는 모두 손에 쥐지 못한 채 구경만 해야 하는 보석일 뿐이다.
“예상보다 너무 세졌어요.”
“인정.”
전사 형도 오버가 된 베히모스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잡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강해졌으니.
재중이 형이 신성 제국 제넨샤를 멸망시키고 포효하는 베히모스에서 시선을 돌리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다들 점검 끝나면 보자. 그동안 푹 쉬고. 들어오면 꽤 바빠질 거야.”
“네, 그럼 이따가 봐요.”
그렇게 다들 인사를 하고는 접속을 끊었다.
VRS에서 나오자마자 홈페이지를 살폈는데 역시 신성 제국이 망한 것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그만큼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었고.
올라와 있는 게시판의 글들을 좀 살펴보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이거 연이 꽤 화를 내겠는걸?”
* * * * *
점검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한숨 자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점검이 끝나지 않았으니.
아마도 이 시점에서 신성 제국이 박살 나는 상황은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고생하는 분들에겐 좀 더 준비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승호> 형, 서버가 아직 안 열렸네요?
<재중> 어, 나도 기다리다가 지쳤어. 너무 건드려놨나?
<승호> 어차피 한 번은 터트렸어야 했잖아요.
<재중> 뭐, 그건 그렇지.
잠시 대화를 멈췄다가 물어보았다.
<승호> 연은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재중> 흐음, 글쎄. 지금쯤 꽤 열 받아 있긴 할 건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하는 형을 보고는 웃어버렸다.
신경도 안 쓰는 눈치라.
<재중> 우릴 가지고 장난치려고 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승호> 그럼 이쪽을 공격할까요?
지금 궁금한 건 연의 의중이었다.
변수가 될.
내 말에 재중이 형의 대답은 심플했다.
<재중> 어차피 우리는 의뢰를 받았고. 그게 제때 안 됐을 뿐이야. 연이 우리에게 베히모스를 왜 못 잡았냐고 따지기에는 무리수가 있지.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
그건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상 액수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안 줄 생각이었던 보상이니까 크게 의미가 없는.
<승호> 그래도 우리가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을 텐데요?
<재중> 아마 반반? 의심은 되는데 물증이 하나도 없으니까.
연이 바보가 아니라면 우리가 뭔가를 했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챘을 지도 모른다.
<승호> 조심할 필요는 있겠네요.
<재중> 아아, 뭐 그렇지. 언제라도 통수 칠 준비가 되어 있을 테니.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서버가 열렸다.
<재중> 들어가서 보자.
<승호> 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50.
> 로딩 중...
레벨 150대.
제한 된 레벨로 인해 그동안 많은 네임드들을 잡았지만 레벨은 여전히 제 자리 걸음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 팀의 레벨도 어느덧 내 레벨에 근접하게 따라왔다.
다른 유저들의 레벨 역시도 마찬가지.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히려나?
돌파할 방법을 빠르게 찾아봐야겠는데...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 *
[ 공지사항 ]
▷ 신성 제국 제넨샤가 폐허로 변합니다.
▷ 신성 제국 제넨샤의 NPC들의 위치가 모두 다른 구역으로 이동되었습니다.
▷ 퀘스트 동선이 일부 변경됩니다.
▷ 기존 귀환 위치가 변경됩니다.
▷ 더 이상 신성 제국 제넨샤 내로 귀환할 수 없습니다.
▷ NPC들과의 우호도가 일괄적으로 최악으로 떨어집니다.
▷ 구매 물품 가격이 최소 대폭 오릅니다. 일부 물품은 구매할 수 없습니다.
▷ 신성 제국 제넨샤가 PK가능 지역으로 변경됩니다.
▷ PK상황에 NPC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습니다.
▷ 기존 하우스는 모두 폐기됩니다.
▷ 신성 제국 제넨샤 부근에서는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디버프가 걸립니다.
▷ 더 이상 하르 기둥의 가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 신성 제국 제넨샤 복구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 암흑 지대에 존재하던 네임드들의 위치가 신성 제국 외부로 재배치됩니다.
.
.
* * *
공지사항의 내용은 이전과 거의 유사했다.
몬스터로 인해 멸망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그리고 더불어 퀘스트도 이어졌다.
《 돌발 퀘스트 : 신성 제국 제넨샤 수복. 》
- 오버된 베히모스를 퇴치하거나 제거해 신성 제국 제넨샤를 재건.
- 퀘스트 보상
『 신성 제국 제넨샤 통치권. 』
『 원정대 포인트 1000000 P 』
『 한계 돌파 강화석. 』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 마족의 심장. 』
『 고대 마수의 심장.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 퀘스트 보상은 기여도에 따라 산정되고 보상 개수가 변경됩니다.
역시 돌발 퀘스트인가?
임의적으로 만들어 낸 퀘스트라 그런지 메인이 붙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상만큼은 만족스러웠다.
통 크게 해 주시네.
이 퀘스트는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유저들에게 동시에 전달되었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까지.
- 오, 퀘스트 보상 봐. 미친 듯.
- 신성 제국 통치권?
- 베히모스 잡으면 신성 제국 통째로 먹는 거야?
- 와, 이건 좀 끌리네.
- 근데 좀 빡시지 않나?
- ㅇㅇ. 애들 다 먹이 될 듯. 계속 레벨업 하면 무슨 수로 잡음?
- ㄴㄴ. 잘 봐라. 오버됐다잖아.
- 맞네. 그럼 연합을 해서 어떻게든 잡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님?
- 피해 엄청나지 싶은데…….
- 그만큼 돌아오는 게 크잖아.
- 마족의 심장? 고대 마수의 심장 저건 또 뭐지?
- 네임드 템 아닐까?
- 한계 돌파 강화석은 설명이라도 있는데 아다만티움? 뭔지 모르겠네.
- 그럼 영웅의 무기도 손에 넣을 수 있으려나?
- 이번엔 잡는 연합이 장땡이네.
거의 광적인 분위기네.
그만큼 이번에 걸린 먹이가 컸다.
오버된 베히모스의 공포를 무시할 정도로.
흐음.
실제로 눈으로 봤다면 저런 말은 절대 못 할 텐데…….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멸망한 신성 제국 제넨샤의 잔해 위로 베히모스가 한 자리 깔고 앉아 있었다.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
배부른 사자와 같은 딱 그런 모습.
조금 더 기다리자 우리 팀들이 하나둘 접속해서 옆에 나타났다.
먼저 접속한 재중이 형이 공지를 살펴보더니 웃음부터 보였다.
“꽤 화려하게 해 놨는데?”
“네, 먹이가 너무 커서 다들 눈이 멀었어요.”
“여긴 곧 전쟁터가 되겠네.”
그런데 그때 사장님께 연락이 들어왔다.
<카이저> 들어왔구나.
<주호> 네, 조만간 모두 소집해야 할 것 같아요.
<카이저> 그 전에 처리할 일이 있어.
<주호> 네?
<카이저> 지금 거점이 공격받고 있다!
응? 거점이?
거점을 지금 시점에서 공격할 만한 사람이 없는데?
설마 연이 공격을?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의 표정은 당황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아냐, 연은.”
“그럼?”
“아마도, 히드라겠지.”
“아!”
임시 점검을 하면서 히드라도 다시 나왔을 테니.
“너무 베히모스에만 신경 썼네요.”
이거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겼는데?
<주호> 히드라인가요?
<카이저> 그래. 여기 거점에서 가까운 곳에 생겼더구나. 아직은 거점에 배치해 둔 방어 시설로 막고 있기는 한데. 오래는 못 버틸 거다.
<주호> 네, 바로 갈게요.
“형, 가죠.”
그리고 귀환을 해서 거점으로 돌아가자 미리 배치해 둔 방어 NPC들이 분주하게 성벽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하르 포 역시도 계속해서 불을 뿜어댔고.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유저들도 굉장히 많이 보였는데 문제는 그들이 전혀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유저들을 본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저들에겐 이곳을 지킬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가요.”
히드라를 잡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야 당연히 달려들겠지만.
그렇다고 굳이 목숨 바쳐서 이 거점을 지켜낼 이유는 없는 사람들이었다.
성벽에 올라간 유저는 히드라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커서 구경만 할 뿐.
막상 공격은 하지 않았다.
“오우, 저건 히드라야?”
“엄청 큰데?”
“봐봐, 막 석화를 걸잖아.”
“대박. 범위도 엄청나.”
“잘못하다 우리도 걸리는 거 아냐?”
“아직은 성벽이 잘 버텨 주네.”
“그러게. 주호가 돈 엄청 발랐구만.”
“잡아야 하는 거 아냐?”
“여기 무너지면?”
“일단 좀 지켜보자.”
만약 신성 제국이었다면 뭔가 퀘스트라도 떴을 테니 움직였겠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이득이 없으면 손가락도 까딱 안 하네요.”
“원래 그런 거지.”
얼마 뒤 우리 팀도 속속 접속을 해서 거점으로 귀환했다.
원정대 길드들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다들 날뛰고 있는 히드라를 보고는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성벽에 올라갔다가 외곽에서 뭔가를 발견한 나르샤 누나가 다시 급히 뛰어내리더니 내게 외쳤다.
“네임드 부대야!”
“네?”
“듀라한, 고르곤, 흑장로 전부 몰려오고 있어. 그리고 정체 모를 땅에 있는 몬스터도.”
“……여기로 전부요?”
깜짝 놀라 재중이 형과 함께 성벽 위로 올라가니 거점 주변으로 각종 네임드들이 동시에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한두 마리도 아니고 뒤가 까맣게 보일 정도의 네임드들이 사방에서 이곳을 향해 전진 중이었다.
그리고 그걸 본 재중이 형이 거점 안에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외쳤다.
“살고 싶으면 전부 무기 들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