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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7화 (717/1,404)

#727화 새로운 준비 (7)

연이 부탁한 것은 어디까지나 베히모스를 잡는 일.

하지만 우린 그 베히모스를 잡을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겉으로 하는 척만 하고 있달까?

일단은 암흑 지대에 나와 있는 건 맞으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 이득을 좀 챙기면 더 좋고.

“자자, 줄 서세요. 줄.”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어허, 그쪽이 아니라 저쪽요.”

대놓고 하는 호객 행위에 누군가는 말릴 법도 했지만.

사실 경쟁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이 경계에는 우리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암흑 지대에서 신성 제국으로 넘어오는 길이 여러 곳 있지만 그중에서 대부분의 유저들이 택할 만한 길은 딱 정해져 있었다.

듀라한을 비롯해 다른 네임드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우리가 미리 닦아 놓은 딱 그 길.

그래서 이렇게 완벽할 수준으로 유저들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까이 고르곤 한 마리가 보이자.

전사 형이 히드라의 심장을 쓴 뒤.

【 고대 마수의 심장! (히드라) 】

먼저 달려가 내가 빌려준 르아 카르테로 일단 후려쳤다,

카강!!

당연히 고르곤이 앞발을 들어서 전사 형의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전사 형이 쓴 히드라의 심장은 히드라의 성질을 그대로 가져오니까.

석화와 독.

전사 형이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가 옅은 회백색으로 변하더니 연신 고르곤의 앞발을 두들겼다.

카앙!

카앙!

원래라면 이런 식으로 대놓고 공격하는 것은 고르곤이 받을 피해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지금은…….

끼기긱!

아니나 다를까.

고르곤의 온몸에서 석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부분보다 앞발의 관절이 석화되는 게 제일 타격이 컸다.

타격 시마다 석화 확률과 시간이 중첩.

로케와 거의 흡사한 능력을 가진 심장에 의해서 타격을 계속 당한 고르곤이 버벅거리는 순간.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양 사이드로 달려들었다.

“넌 오른쪽. 난 왼쪽.”

“네!”

그리고 이때 재중이 형 역시 심장을 썼다.

새로 얻은 심장의 능력을 확인해 보기에는 고르곤 정도가 딱 좋았다.

【 고대 마수의 심장! (가르가) 】

재중이 형이 가르가의 심장을 쓰자마자 바로 온몸에 화염과 냉기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그리고 화염은 재중이 형의 손에 있는 베사노스의 검신에 모조리 빨려들어 갔다. 베사노스가 점점 빨갛게 변해 갔다.

“호오, 역시 이게 되네.”

이미 가르가의 화염을 빨아들이는 것을 본 뒤라 안 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완전 자력으로 베사노스의 화력을 언제든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되지.

화염을 먹어치우며 활활 타오르는 베사노스로 재중이 형이 고르곤의 옆구리를 베자 곧장 강렬한 폭발력이 터져 나왔다.

화르륽!

콰아앙!

화염을 잔뜩 구겨 넣은 베사노스 자체가 폭탄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인지 한 번 부딪힐 때마다 연신 폭발음이 들리면서 고르곤의 몸을 크게 흔들어 놨다.

거기다 단순히 화염만 강한 게 아니었다.

냉기 속성이 그 강한 화염 속에서도 베사노스의 검신을 따라 동시에 흐르면서 화염이 지져진 부위를 얼리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안 그래도 전사 형이 정면에서 석화를 진행시켜 느려졌는데 재중이 형은 아예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냉기로 얼리기 시작하니 고르곤의 움직임은 더할 나위 없이 느려져 갔다.

“휘유, 이거 쓸 만하네.”

이전에 단순히 베사노스만 썼을 때와 지금의 재중이 형과는 거의 땅과 하늘만큼의 격차가 보였다.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펙 차이.

가르가의 심장이 재중이 형에게 완전 날개를 달아준 거려나.

화염의 위력도 폭발적인데 심지어 동시에 얼리기까지 하니.

물론 마력이 미친 듯이 빨려 나가서 아주 오래 쓰긴 힘들었지만.

저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에 붙어서 재중이 형을 어떻게 할 만한 유저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현재 조합해 낼 수 있는 거의 최대치에 가까운 스펙이라.

나 역시 구경만 하고 있진 않았다.

한 손엔 로케.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가낙스를 들고 동시에 고르곤의 뒷다리 관절을 후려쳤다.

콰드득!

화르륵!

키기긱!

로케의 능력인 석화.

그리고 가낙스의 능력인 화염과 냉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쓰면서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의 역할을 동시에 보조했다.

당연하지만 내구도가 엉망이라 몇 번 치자 무기가 깨져 버렸다.

파캉!

챙그랑!

검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 건 매번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이 또한 감안하고 하는 일이니까.

바로 미리 복사해 둔 로케와 가낙스를 인벤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중간에 복사를 해도 되지만 마력 문제도 있으니까.

이렇게 복사본을 미리 준비해 두면 마력이 부족한 점이나 복사를 하기 위해 걸리는 딜레이에서는 굉장히 자유로웠다.

적어도 복사해 놓은 무기가 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해도 충분했다.

거기다 로케와 가낙스를 동시에 쓰니까.

당연히 독 속성의 오러에 화염과 냉기 속성의 오러가 함께 적용되니 위력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전사 형과 동시에 석화로 고르곤을 묶어놓으니 당연하게도 완전히 석화가 되는 부위가 나왔고.

심지어 그런 상태에서는 대미지가 무려 1000%나 상승했다.

전사 형과 내 쪽의 대미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말.

동시에 결빙이나 화염 대상에게 대미지가 500% 상승하는 옵션까지 동시에 발동하는 데다가 크리티컬이 터지면 그 화염과 냉기 범위와 위력이 확 증가됐다.

이러면 굳이 르아 카르테로 오러 블레이드를 몇 중첩 하지 않더라도 충분했다.

물론 오래 싸우면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드는 쪽보다 전체적인 누적 대미지야 떨어지겠지만.

석화와 냉기 쪽의 옵션까지 가져갈 수 있으니.

유틸적인 부분에서는 이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고르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묶어 놓고는 로케와 가낙스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흐음.

마족의 검을 두 개나 들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려나.

이 수준이라면 결코 다른 조합에 밀리진 않아.

나와 재중이 형, 전사 형이 고르곤을 완전히 묶어놓자 이쁜소녀가 더욱 편안하게 딜을 시작했다.

이쁜소녀가 온몸에 힘을 담아 토르로 아주 마음먹고 후려치는 순간.

콰아아앙!!

강렬한 폭발과 함께 고르곤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보고만 있어도 시원한 한방과 함께.

그 뒤로는 챠밍의 화려한 마법쇼가 연이어졌고.

마법 한 방, 한 방이 필살기급의 폭발력을 자랑하면서 고르곤을 아예 땅속으로 파묻어 버렸다.

이런 식으로 고르곤이 완전히 죽음의 빛으로 사라지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챠밍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생각보다 고르곤이 너무 약한 것 같지 않아요?”

그런 챠밍의 표현에 전사 형이 놀리듯이 대답했다.

“너 그런 말 저기 열심히 쫓겨 오는 사람들한테 했다가는 돌 맞아.”

“아, 그렇네요.”

다른 유저들은 고르곤 하나를 어찌하지 못해서 도망 다니는 판에 이미 여기서는 거의 학살을 하고 있으니.

전사 형이 드랍템을 전부 줍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그냥 얘들만 잡아도 부자 되겠는데?”

신성 제국에서 나오는 월드 네임드를 제외하면 듀라한이나 고르곤이 최상위급 네임드였다.

나오는 드랍 아이템 역시 마찬가지.

전사 형 말대로 암흑 지대를 돌아다니면서 사냥만 해도 압도적인 수익이 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잡다 보니 가장 한가한 사람이 한 명 생겼다.

막내별이 땅이 푹 꺼지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움, 전 너무 할 게 없네요.”

누가 좀 얻어터지고 죽어 가야 힐을 하는데 고르곤이 찍소리도 못하고 죽어 버리니.

긴급한 상황조차 나오지 않으니 막내별 입장에서는 더 할 게 없었다.

나르샤 누나도 약간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고.

“나도 영 하는 게 없어.”

그러면서 들고 있던 활을 들어 보였는데 한참 이전에 쓰던 활이라 그런지 대미지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영웅의 무기니 마족의 무기니 하면서 대미지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반해 활은 유독 잘 나오지 않았다.

“곧 좋은 게 나오겠죠. 이를 테면…… 다른 영웅의 무기라던가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정찰만 하는 것도 영 맥이 빠지네.”

“조만간 한 번 찾아보죠. 어차피 다른 무기도 찾아야 하니까요.”

그때 전사 형에 내게 물었다.

“그런데 너, 새로 얻은 마족의 검들은 합치지 않는 거냐?”

“으음, 글쎄요. 그게 좀…….”

전사 형이 말한 것은 다름 아닌 옵션을 조합해서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작업을 말했다.

그런데 계속 살펴본 결과.

의외로 새로 얻은 무기에서 옵션을 가져오기가 굉장히 애매했다.

“이게 다 조합되면 좋긴 한데요. 옵션들이 너무 한 가지 목표에 올인되어 있어서 조합이 좀 어렵긴 해요.”

이를테면 로케 같은 경우, 석화 관련 옵션만 해도 대여섯 가지는 되었다.

아주 근본적인 옵션 하나만 가져온다면 또 모를까.

하나의 옵션을 가져오면 연관되어 있는 나머지 옵션들도 챙겨야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는데 그러면 그냥 로케를 그대로 복사한 것과 다름이 없어졌다.

베사노스나 가낙스도 마찬가지.

심지어 발루딘도 비슷했다.

연계된 옵션들을 다 가져오지 못하면.

공격력이 계속 증폭되는 발루딘의 고유 능력들이 거의 나오지 않으니.

그리고 재중이 형도 비슷한 말을 했다.

“여러 능력들을 적당히 섞어 쓰려면 가능하기는 해. 하지만 한 가지 무기의 옵션을 다 쓰는 것보다 오히려 약할 수도 있어.”

오히려 단일로 좋은 그런 옵션들만 합치는 편이 어쩌면 더 좋았다.

실제로 지금의 르아 카르테는 다른 네임드 무기들의 단일 옵션들을 섞어서 만든 셈이라.

또 다른 하나의 문제점이라면.

너무 다른 옵션들이 득실득실한 르아 카르테가 많다는 점.

인벤에 어떤 르아 카르테가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너무 많았다.

조합한다고 무기 이름이 바뀌는 게 아니라서.

심지어 세부 옵션도 기억 안 나는 무기들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문제까지.

그러다 보니 지금은 딱 필요한 녀석 한두 종류만 빼놓고 잡다한 녀석들은 다 없애 버린 상태였다.

나머지는 그냥 영웅의 무기든, 마족의 무기든 그대로를 복사해서 넣어 두었다.

적어도 이건 이름만 보면 바로 뭔지 아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시간 내서 제대로 조합해보려고요. 신성 제국에 있는 정체 모를 녀석까지 포함해서요.”

그때는 아예 운석의 파편인 아다만티움을 써서 내구도가 제대로 된 무기로 만들어야겠지.

조만간 다른 영웅의 무기를 얻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조합한 무기에다가 아다만티움을 쓰기는 아까운 것도 한몫했다.

고개를 돌려 전사 형에게 물었다.

“베히모스가 어느 정도 성장한 것 같아요?”

“흠, 넘어오던 사람들 중에 베히모스를 녹화한 사람들이 있던데 확인해 보니 이제 얼마 안 남은 모양이다. 거의 한계치까지 온 거 같아.”

“아슬아슬하겠어요.”

너무 오랜 시간을 연에게 줄 순 없었다.

먼저 신성 제국 지하에 있는 뭔가를 차지하고 나면 이 모든 일들이 의미가 없으니까.

“그럼, 전 빠져서 따로 작업 시작할게요.”

지금까지 우리 쪽으로 오는 듀라한과 고르곤들을 다 정리한 건 딱 하나의 이유였다.

베히모스가 우리 쪽 거점으로 못 오게 하려고.

그리고 반대로.

연이 차지하고 있는 신성 제국 쪽 방향으로는 한 마리도 제거해 두지 않았다.

우리 팀이 계속 네임드들을 제거하는 사이.

혼자 떨어져 나와 암흑 지대로 들어가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원하는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까진 팔팔하게 돌아다니는 네임드들.

그런 그들을 유인해 쭉 따라오게 만든 뒤.

주변을 살펴보자 신성 제국의 서쪽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었다.

제대로 왔네.

곧장 페가수스를 꺼내 스킬을 시전했다.

【 워프! 】

그렇게 내 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 곳은 아까 처음 녀석들을 끌고 오던 딱 그곳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한 번 더 네임드들을 끌어다 다른 방향으로 우르르 끌고 가서 멈췄다.

아까와 달리 동쪽에다가 네임드들을 잔뜩 놔둔 뒤.

여기서는 마누스.

복사된 스태프를 꺼내 들고는 내장된 하나의 스킬을 썼다.

【 리셋 스킬! 】

그러자 워프 스킬이 다시 활성화가 되었다.

내 체력과 마력이 1/10으로 깎이긴 했지만.

어차피 녀석들과 계속 싸울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일까.

떨어진 체력과 마력은 달려가는 사이 회복하면 그만이니.

【 워프! 】

그렇게 신성 제국 방향으로 가는 모든 길에 보이는 족족 네임드들을 싹 다 옮겨 놓았다.

무한대로 워프 스킬을 반복해 가면서.

<주호> 상황은 어때요?

<방패전사> 흐흐, 방금 BJ들 영상에 떴다. 베히모스 움직였다. 신성 제국 방향으로.

전사 형의 말을 듣고는 손을 불끈 쥐었다.

예쓰!

제대로 낚았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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