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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5화 (715/1,404)

#725화 새로운 준비 (5)

화련의 말에 순간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

“호오, 어깨 위로 달린 게 장식은 아니었군. 너도 머리를 쓸 줄 아는 건가?”

“진짜 죽을래?”

저 말이 화련은 놀리는 것처럼 들렸겠지만 재중이 형에게는 거의 극찬이나 다름없었다.

일정 수준 이하로는 칭찬에 인색한 재중이 형이 저렇게 말한 것 자체가 칭찬이지.

원래 저 형이 머리 잘 쓰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 대상이 화련이라면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발상의 전환. 나쁘지 않네요.”

확실히 화련의 저 의견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베히모스가 너무 빨라서 어떻게 데려올 방법이 없었던 거지.

다른 네임드들은 아니니까.

이미 한 번 죄다 몰아서 달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재중이 형도 그걸 인정하는지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충분히 해볼 만해.”

“네, 준비만 어느 정도 되면 지금이라도 출발할 수 있어요.”

이미 신성 제국 제넨샤에서 연이 성당 지하의 비밀공간을 탐색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러면 가급적 빠르게 일을 진행하는 편이 좋았다.

저쪽에서 뭔가를 눈치채기 전에.

그때 재중이 형이 잠시 멈추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잠시만,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자.”

“제대로요?”

“일반 유저들. 아직은 넘어오는 게 버거울 텐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땡겨 보자고.”

유저들이라…….

“제가 휘저을 때 데리고 올 생각인가요?”

“그래, 그때가 베스트지. 아마 유저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걸?”

“그런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다른 무엇보다 연이 우리 계획을 눈치채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니까 먼저 약을 좀 쳐 놔야지. 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 녀석. 오히려 그걸 더 선호할걸? 우리 시선이 다른 쪽에 돌아가 있길 바랄 테니까.”

“일부러 작업하는 척하자는 거군요.”

“그렇지. 베히모스를 잡기 위한 선작업 정도로 해두면 되겠군.”

쭉 우리가 하는 작전 회의를 지켜본 화련이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와, 너희들. 전에 나랑 붙을 때도 이런 식으로 계획했었어? 이거 완전 사기꾼 집단 아냐?”

“……음.”

“……흠.”

화련의 그 말에 나와 재중이 형 역시 머쓱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예전 봉우리 사건 때부터 시작해 그 뒤로 화련과 부딪힐 때마다 비슷한 회의를 했었으니까.

먼저 프레임을 완전히 짜두고 난 뒤에.

완전히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는.

딱 그런 작전회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화련에게는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쉽게 당했나 이제 이해가 갈 테고.

“그냥 뭐 사전 준비 정도죠.”

그 말에 화련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 칼만 안 들었지. 강도네, 강도.”

“그래서 안 하실 거예요?”

“아니, 할 거야. 그러니까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건데?”

화련도 나름 이게 재밌어 보이는 것 같네.

기본 틀은 다 짜졌는데 세부사항이 한참 남아 있었다.

디테일함.

그걸 하나 놓치면 어긋날 수가 있으니.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는 화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조슈아 교황도 멀뚱멀뚱한 얼굴로 우리의 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음, 조슈아 교황님?”

“네? 저 신경 쓰지 말고 계속들 하세요.”

“아, 아뇨. 좀 도와주실 게 있습니다만.”

“어떤 일이죠?”

“나중에 유저, 아니지. 모험가들이 많이 오면 해 주실 일이 있어요.”

이건 따로 조슈아에게 말해 주기로 하고.

어차피 지금은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

그리고 NPC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다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형, 연이 어느 정도 시간이면 성당 지하의 던전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아요?”

“흐음, 글쎄? 장담은 못 하겠지만. 올렌드 그 녀석을 데리고 들어간다면 꽤 단축되긴 하겠지. 그렇다고 해도 한 번에 공략이 가능할 정도로 쉽진 않을 거다. 만약 그랬다면 연이 우리의 시선을 돌리는데 이렇게나 공을 들이진 않았을 테니까.”

“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최소 일주일? 그 지하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최소한 마족의 무기 이상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어쩌면 그것보다 더 걸릴 수도 있어.”

“그냥 이전처럼 봉인을 깨는 거라면요?”

“만약 그렇다면 이미 우린 망했고. 솔직히 그게 아니길 빌어야지.”

최악의 경우.

다른 세 개의 봉인지처럼 그냥 가서 봉인만 냅다 푸는 형식일 경우.

이미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단계는 지나버린 셈이다.

그때 조슈아 교황이 우리에게 뜻밖의 사실을 말했다.

“성당 아래의 지하에 있는 물건에 대해 어렴풋이 듣긴 했었어요.”

“아까는 모른다고……?”

그것도 정확하게 물건이라는 표현이라.

확실히 뭔가가 있긴 있다는 말이었다.

“신의 손.”

“네?”

“제가 아는 건 거기까지예요.”

신의 손이라……?

그 말에 재중이 형과 화련 모두 눈을 가늘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뭔지 알겠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역시 둘 다 금시초문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조슈아 교황의 말.

“전대 교황님이 항상 하던 말씀인데 진정한 빛이 필요할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신이 내려온다는 문구를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 글귀에 재중이 형이 뭔가 생각을 하더니 좀 어이없는 말을 했다.

“신이 내려온다? 일종의 신내림 같은 건가?”

그리고 그 뒤에 화련이 좀 더 디테일한 접근을 했다.

“혹시 신급의 뭔가가 강림하는 그런 종류의 아이템 아닐까?”

“그건 꽤 일리가 있는데? 세 개의 봉인지에서 월드 네임드들이 깨어나고 위기에 처한 순간. 신의 힘이 깃들어 있는 아이템이 나온다?”

그런 둘의 말을 듣자 하나의 것으로 이어졌다.

“영웅의 무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네요.”

“아아, 그것도 영웅의 무기 중에서도 아주 상급의.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절대 약하진 않을 거다.”

그 생각이 맞는다면 얻기 위한 구조가 꽤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적어도 세 개의 봉인을 모두 풀고…….

문득 그때 생각나는 게 있었다.

“형, 이거 세 개의 봉인 아이템을 전부 다 가져야 얻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일까요?”

“으음…… 그건 우리에게 꽤 불리하네.”

지금 세 개의 봉인지에서 나온 마족의 무기를 모두 가진 건 연 쪽이었다.

반면에 우리는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고.

화련도 역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세 개 중 하나도 없네. 그럼 제넨샤를 엎어도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냐?”

“아뇨, 이건 그냥 추측이죠. 확실하지는…….”

하지만 재중이 형은 고개를 저었다.

“연이 그렇게 세 개의 무기를 전부 얻으려고 했던 걸 보면 아마 높은 확률로 맞을 것 같은데? 하나 정도는 다음을 도모해도 되는데 전멸할 각오로 무조건 얻으려 했었으니까.”

“퍼즐 조각이 점점 하나씩 맞아 가네요.”

그런 생각에 이르자 인벤에 있는 세 개의 마족의 무기 복사본들이 생각났다.

“혹시 복사본으로도 될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이걸로 된다면 일단 조건은 동등한데.”

그 순간.

니아의 그때 그 날카로운 반항이 생각났다.

연에게 대들면서까지 내게 마누스를 넘겨주지 않으려고 했던…….

“형, 마누스를 넘겨주려고 할 때 연의 표정이 어땠죠?”

내 말에 잠시 그때를 떠올리는지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말을 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좀 당황한 표정이 있긴 했지.”

“어쩌면 복사본으로도 되지 않을까 고민했던 게 아닐까요?”

“흠, 그게 맞으면 명궁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군.”

재중이 형 말대로 명궁이 그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우리가 마족의 무기 복사본을 전부 얻는 순간은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연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명궁이 싫겠는데?

“이 모든 건 제넨샤를 얻고 난 뒤에야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데 베히모스가 제넨샤에 간다고 신성 제국이 확 무너질까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벽을 끼고 싸우면 꽤 오래 버틸 거야. 거기다 지금 마족의 무기가 세 개니까. 버티는 것만으로 한정하면. 정말 버틸지도 모르지.”

“그럼 안 되죠.”

확실히 제넨샤를 날려 버릴.

최상의 방법.

거기다 단순히 제넨샤를 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연의 길드에 그 이상의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까지.

그렇게 머리를 굴리다 보니 정말 극악한 방법이 만들어져 버렸다.

이거면 무조건 무너져.

일단 제넨샤를 얻기 위한 준비는 별도로 작업을 깔아 놔야 했다.

우리가 전면에 직접 나서서 하기에는 연이 눈치챌 위험이 있기도 하고.

그렇다면 몇 바퀴 크게 돌려서.

연이 모르게끔 하는 게 중요했다.

그동안 우리는 준비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을 테고.

그리고는 전사 형을 불러들였다.

우리 팀과 함께.

모두 도착하자 우리가 했던 회의 내용을 다 알려 주었고 다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의 손이라 이거냐?”

“영웅의 무기일 확률이 아주 높죠.”

“반드시 얻어야겠네.”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 형이 해 줘야 할 일이 있어요.”

“말만 해.”

“소문을 좀 내주세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에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죄다 포함되어 있었다.

“이걸 다?”

“네. 그냥 싹 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우리가 했다는 걸 누가 알기라도 할까요? 이 내용을 보면?”

“음, 모르겠지. 아마 명궁이나 다른 프로 팀 욕을 하지 싶은데……. 그리고 자기들 길드 역시.”

“그럼 됐죠 뭐.”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이자 전사 형이 한숨을 푹 쉬었다.

“너 꼭 누구 엿 먹이려고 할 때 그런다니까.”

“그래요?”

얼마 뒤.

부탁한 내용은 전사 형과 그 인맥을 통해 커뮤니티와 홈페이지로 쭉 퍼졌다.

그것도 더미들을 잔뜩 풀어놓기까지.

- 신성 제국에 영웅의 검 나온다고 함.

- 암흑 지대 넘어가면 나온다는 곳에?

- 거기에 나온 영웅의 무기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데?

- 와씨, 그걸 이제 말하냐.

- 이번에도 주호가 다 해 먹은 거 아냐?

- 노노, 아님. 전에 봤잖아 10강짜리 무기들 뜬 거. 그거 영혼 길드였음.

- 그게 신성 제국에서 나온 거라고?

- 그렇다니까.

- 아직도 남아 있데?

- 지금까지 비교도 안 되는 제일 좋은 게 아직 남아 있다고 함. 친구한테 들었음.

- 니 친구에게 들었으면 이미 끝났다.

- 와 못 믿는가 본데. 내 친구 영혼 길드에 있다니까?

- 미친놈. 그럼 난 신화 길드다.

- 지랄들 하네.

- 아무튼 지금 가면 기회가 있다는 거 아냐.

- 가서 영혼 길드 공격하는 게 더 쉽지 않음?

- ㅇㅇ. 재수 좋으면 드랍할지도.

- 그리고 월드 네임드도 세 마리나 뜬데.

- 일반 네임드 아니고?

- 지금 암흑 지대 돌아다니면서 네임드 사냥하는 놈. 그게 월드 네임드래.

- 어쩐지. 요즘 좀 네임드가 안 보인다 했다.

- 그럼 지금 달려가면 신성 제국에 갈 수 있는 건가?

추측성 기사들을 포함해서 진실과 거짓을 반반 섞어놓은 이상한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심지어 영혼 길드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을 법한 그런 내용까지 올라오자 유저들이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였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퍼지면 뭐 뻔하죠.”

서로의 신용에 금이 간 순간.

어디서 비밀이 새어 나갈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쯤 연이 길드원들을 쥐 잡듯이 잡고 있지 않을까?

누가 발설했는지 알아내려고.

그런 기사들을 본 화련이 나를 보면서 감탄했다.

“와. 악마네, 악마. 길드 하나 파탄 내는 거 순식간이잖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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