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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4화 (714/1,404)

#724화 새로운 준비 (4)

원래 신성 제국 제넨샤의 성녀였던 조슈아라면.

분명히 뭔가를 알고 있을 터.

곧장 재중이 형, 화련과 함께 조슈아 교황이 있는 중앙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추기경이라는 직위는 언제든 조슈아 교황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고생하셨어요, 주호 추기경.”

“아뇨, 교황님이 고생하셨습니다.”

가벼운 인사로 시작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혹시 신성 제국 제넨샤의 지하나 어딘가에 숨겨진 물건이 존재합니까?”

확실하지가 않아서 일단은 물건이라는 것으로 운을 띄웠다.

만약 뭔가가 존재한다면 분명히 반응이 올 터.

아예 아무것도 없거나.

그게 아닌 조슈아 교황이 하나도 모를 경우는.

반응이 없겠지.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조슈아 교황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건 어디서 들으셨나요?”

조슈아 교황의 저 표정을 보자마자 바로 감을 잡았다.

역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었어.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연을 떠본 결과가 이렇게 이어지나.

“혹시 지금 깨어진 봉인들과 관련이 있습니까?”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었다.

분명히 연은 그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올렌드 추기경이 말해 주었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알아냈거나.

그런데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행동에 옮긴다고?

이게 말해 주는 건 딱 하나다.

그동안 깨진 봉인과 분명히 관련이 있다.

재중이 형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조슈아 교황에게 물었다.

“이를테면 봉인이 깨지고 나서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던가…… 아닙니까?”

그리고 그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조슈아 교황이 표정이 바로 굳어졌으니까.

잠시 한숨을 쉰 조슈아 교황이 이내 말을 꺼냈다.

“네, 맞아요. 제넨샤 성당의 지하에 비밀 입구가 있답니다.”

확실히 있었어.

화련이 날 보고는 이거 보라는 듯 눈치를 주자 나도 웃기만 했다.

“그게 뭔가요?”

“저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어요. 고대부터 내려오는 장소라는 것만 알고 있거든요. 자세한 건 전대 교황님만 알고 있는데…….”

그리고 그 전대 교황이 죽었지.

올렌드 추기경에게.

그렇다면 조슈아는 모르지만 올렌드 추기경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부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만약 조슈아가 성당 지하에 있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내게 말을 해주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한배를 탔으니까.

아니.

이런 경우는 보통 NPC에게 확실히 물어봐야 답이 나올 테니.

조슈아를 탓하기에는 무리겠지.

“그래서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요?”

제일 중요한 건.

어떻게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가다.

그것도 연보다도 빨리.

그런데 조슈아 교황에게 나온 말은 꽤 충격적인 말이었다.

“죄송하지만. 주호 추기경은 그곳에 들어갈 수 없답니다.”

“설마 자격이 없는 겁니까?”

내 물음에 조슈아 교황이 안타까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넨샤의 성당 지하는 제넨샤를 소유하고 있는 세력만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 조슈아 교황의 말에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특수 던전.”

나라나 유적지 같은 장소를 소유한 자만 자격이 되는 던전.

연이 우리를 들여보내 주진 않을 테니.

이 특수 던전을 들어가려면 결국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제넨샤를 뺏어와야겠어요.”

특수 던전 안에 뭐가 들어 있든.

그걸 보기 위해서는 제넨샤를 우리가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건 우리에게도 꽤 안 좋은 방향이 될 수도 있었다.

바로 다른 영웅의 무기들에 대한 위치.

분명히 레벨이 오른 베히모스를 잡아 주는 대가로 그 정보를 넘겨주기로 되어 있었다.

우린 그걸 수락했었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연과 붙게 되면?

그에 대한 정보는 얻을 길이 요원해진다.

신성 제국을 박살 내고 그 안에 들어있는 특수 던전을 들어가느냐.

아니면 영웅의 무기의 위치를 얻느냐의 문제인가.

“생각해 보면 연이 우리에게 다른 영웅의 무기들의 위치를 준다는 게 빨리 여기를 떠나라는 말이었네요.”

“아아, 자기들 방해하지 말고 말이지.”

그리고 화련이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우리를 미끼로 쓴다 이거네?”

“네, 다른 녀석들의 진행을 방해하기 위한 도구로요.”

연 자신은 원하는 바를 얻어내면서 우리를 써먹을 생각으로 처음에 그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재중이 형의 또 다른 가능성을 꺼내 들었다.

“연 이 녀석, 우리와 담쌓기로 한 마당에 제대로 된 정보를 줄까?”

“거짓 위치를 줄 수도 있다는 건가요?”

“어, 아주 헛고생을 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

“그럼, 다른 경쟁자들을 방해하게 만드는 일은요?”

“아니, 녀석에게 있어 최대의 경쟁자는 누굴 거 같아?”

그 말에 나와 화련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그게 우리인가요.”

“그래. 녀석에게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우린.”

아예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뺑뺑이 돌리고, 그사이에 자신은 이 신성 제국의 모든 것을 홀라당 다 해 먹겠다는 뜻이었다.

그다음에 우리와 싸울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이쪽도 준비가 만만치 않을 터.

“꽤 야망이 크잖아? 전부 다 해 먹겠다는 건데.”

“네, 하지만 이대로 당해 줄 순 없죠.”

“그래, 나도 이렇게 당하고는 못 살지.”

화련 역시 화가 나면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정말 한 가닥 했으니.

우리와 같이 다니면서 좀 덜해진 것 같긴 한데.

그 성격이 어디 가진 않을 터.

“이쪽도 준비를 좀 해야겠어. 아, 그리고 너. 그 무기 복사 스킬.”

“아, 보셨나요?”

“그렇게 대놓고 하는데 그걸 모르겠어?”

화련이 이걸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족의 무기나 영웅의 무기를 복사해 달라는 거죠?”

“한 번에 알아들어서 좋네, 돈은 얼마든지 지불할게. 알지? 나 돈 많은 거.”

물론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존재했다.

“아쉽게도 화련이 원하는 그런 무기는 안 될 거예요.”

“왜?”

“복사해도 내구도가 거의 없거든요. 제가 복사한 무기를 던지기만 하는 걸 보셨을 텐데요?”

“알아. 하지만 너 르아 카르테는 두 자루 들고 있잖아. 뭔가 다른 방법이 있는 거 아니었어?”

그 말에 잠시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주호> 형, 화련이 다 알고 있는데요?

<불멸> 이제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걸?

<주호> 어떻게 하죠?

<불멸> 정확하게는 말고. 왜 안 되는지 정도는 알려 줘. 그래야 납득할 거다.

하아.

할 수 없나.

“음, 특수한 재료가 있어야 가능한데…… 그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저도 이제까지 두 개밖에 못 구했어요.”

“그래? 그럼 앞으로도 구할 수 있다는 거네?”

이게 그런 말이 되는 건가?

너무 간단명료한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거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해 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구한다고 해도 제가 쓸 것 같아서.”

“칫, 그럼 내가 구해다 줄게. 뭐가 필요한데?”

끙.

화련이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네.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게 바로 눈앞에서 무기가 복사되는 걸 봤으니.

영웅의 무기고 마족의 무기고 바로 구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요구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

특히 화련은 돈이 많으니까.

정말 어디선가 아다만티움을 구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운석의 파편, 아다만티움. 이게 필요한데, 구해 오시면 고려해 볼게요.”

“처음 들어보네. 알았어. 그거 구해다 주면 만들어 주는 거다?”

“어렵진 않죠.”

옵션을 조합해서 만들어주는 경우는 어렵겠지만.

무기 자체를 복사해서 주는 경우라면야.

“일단 화련은 모른 척해 주세요.”

내가 한 말을 화련이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연을 칠 때까지 말이지?”

“네, 중간에 새어 나가면 곤란하니까요.”

재중이 형이 아까 전에 길드장들을 불러놓고 거점이 팔리는 식으로 말한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여기서 뭔가 준비를 하면 저쪽에서 반응이 올 테니.

연의 방심을 최대한 유도하기 위해.

“형, 역시 몰래 기습을 해야 할까요?”

“음, 저쪽에서는 아직은 방심하고 있겠지. 적어도 우리가 먼저 쳐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그때 화련이 물었다.

“그런데 어차피 기다리면 박살 나는 거 아니었어? 그 베히모스에게?”

“아, 그 녀석을 잊고 있었네요.”

지금 베히모스가 암흑 지대로 들어가서 다른 네임드들을 사냥 중이었다.

이건 우리 측에서도 사장님이 사람을 풀어서 확인을 했으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유저들이 하나둘 암흑 지대를 지나서 여기로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하고.

BJ들이 길이 열렸다고 방송하는 걸 전사 형이 찾아냈었다.

그 방송을 본 다른 유저들도 지금 일제히 러쉬를 하는 중이었고.

베히모스에게 재수 없게 걸리지만 않는다면.

단순히 흩어져서 달리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베히모스가 암흑 지대에서 죽치고 있으면 불가능이죠.”

“으음? 너 그런 거 잘하잖아. 끌고 다니는.”

저걸 고려 안 해본 건 아닌데…….

화련의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베히모스가 너무 빨라서 무리예요.”

이전이라면 재중이 형과 함께 페가수스로 겨우 끌고 다닐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거의 무리지.

그렇게 원래는 베히모스를 잡을 대책을 세우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지금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뀌었다.

어떻게 하면 베히모스를 이용해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네.

“지금쯤 연이 그 성당 지하 던전으로 들어갔겠죠?”

“모르지. 안에 뭐가 있는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야 가능할 거다. 특히 우리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다른 사람들 눈도 피해야 할 테고.”

지금 연이 가장 걱정해야 할 상대는 바로 우리다.

자신이 속였다는 걸 우리가 알게 되는 순간.

지금의 평화는 바로 금이 갈 테니까.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성당이란 곳 자체가 특별한 퀘스트가 없는 이상은 유저가 잘 들어갈 만한 곳도 아니었다.

다수의 유저들이 성당에 들락날락하기 어려운 환경.

조금만 무리를 하면 바로 표가 날 테니.

“급하게 진행하진 못할 거다. 그동안에 최대한 방법을 찾아야 해.”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화련이 대놓고 말했다.

“그냥 치고 들어가. 꿀릴 것 없잖아?”

“저쪽이 수성하는 입장이라 우리도 힘들어. 사실 세력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재중이 형이 이렇게 판단했다면.

정면 승부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거기다 신성 제국에 도달하는 유저들까지 포섭하면 숫자 역시 만만찮겠지.”

“무슨 수로 포섭하죠?”

“거기 올렌드 교황이 공짜로 오러 블레이드 기술서라도 나눠준다고 해 봐라. 아주 기를 쓰고 우리와 싸워 줄 거다.”

반대로 우리 조슈아 교황은 그게 안 되니 문제지.

기사단을 보유하고 안 하고는 이런 차이가 존재했다.

물론 마법 쪽으로야 우리가 우위라지만.

거의 회복 마법 쪽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 대전에 화련이 갑자기 독특한 의견을 냈다.

“너, 베히모스가 빨라서 어렵다고 했지?”

“네, 좀 그런 편이죠.”

“그럼, 반대로 생각해 봐.”

응?

무슨 말이지?

“굳이 베히모스랑 씨름하지 말고. 그냥 베히모스가 원하는 먹이를 가져다 놓으면 되는 거 아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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