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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17화 (707/1,404)

#717화 적과 적 사이에서 (7)

크어어엉!!

캬아아악!!

거대한 덩치의 베히모스가 가르가를 바닥에 짓누르고 버티자, 가르가가 날개를 크게 펼치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게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쭉 뻗어 있는 날개 부분을 제외하면 베히모스 쪽이 가르가보다는 한 체급 위였다.

지상에서 실질적인 힘을 내는 체격이 작다는 건 같은 괴수들 사이에서는 꽤 심한 격차가 있어 보였다.

“제대로 먹혔는데?”

“네. 생각보다 잘 되네요.”

솔직히 저 거대 괴수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고 있는 사이로 파고들어 가서 검으로 공격하는 건 거의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번이라도 깔리면 그냥 게임 오버.

체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건 무리지.

그럼 외곽에서 공격을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절대 저런 네임드들을 억제할 방법이 없었다.

그게 각 네임드의 궁극 스킬에 해당하는 수준이 아니라면야.

하지만 로케는 그게 가능하게 했다.

정확하게는 로케를 복사할 수 있기에 이 방법이 유효하게 먹혀들었다.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는 로케.

그리고 원거리에서의 급소 부위를 정확하게 저격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안 해도 되니까 할 만해.”

“네, 저도 이게 아니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거예요.”

비록 타격 시마다 중첩 확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쓸 수 없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로케에 달린 크리티컬 시 석화 확률이 50% 상승하는 이 옵션.

이 옵션을 최대한 살리면!

그리고 크리티컬을 내기 위해 날뛰는 가르가의 정확한 급소를 맞추는 일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날아다니며 계속 흔들리는 페가수스 위에 타고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뛰는 네임드의 급소 부위를 완벽한 순간, 정확한 위치에 공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걸 해낼 수 있는 감각이 내게는 존재했다.

“한 번 더 가요.”

다시 집중을 해 두 네임드가 날뛰는 사이로 로케를 강하게 집어던졌다.

쐐애액!

퍼어억!

그리고 이번에는 가르가의 반대쪽 날개의 관절 부위가 맞았는데.

여전히 가르가의 날개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흠.

매번은 안 되는 건가?

그걸 본 재중이 형도 아쉽다는 듯 말했다.

“크리티컬을 해도 50%니까.”

“네, 좀 아쉽네요.”

이건 로케의 옵션을 100%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니 어쩔 수 없으려나.

석화 시간 역시 중첩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곧 가르가의 반대 쪽 날개의 석화가 풀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로케를 원거리에서 던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

하지만 현재는 이게 최선이었다.

“한 번이 어렵다면 또 던지면 그만이지.”

재중이 형 말대로 가르가의 석화가 풀리기 전에 다시 한 번 로케를 집어던져서 동일한 부위를 맞추었다.

그러자 가르가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우리에게 고개를 확 돌렸다.

캬아아악!

“응?”

“어?”

바로 앞에 베히모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본다고?

거기다 크게 벌려진 커다란 부리 안에서 화염이 몰아치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브레스?

“꽉 잡아라.”

그 순간 재중이 형이 바로 페가수스를 공중에서 롤링시키면서 위치를 확 뒤집자마자 좀 전까지 우리가 있었던 장소로 새빨간 화염 브레스가 엄청난 속도로 공중을 불사르면서 스쳐 지나갔다.

화르르륵!

“휘유! 이전까지 봤던 브레스들보다 훨씬 빠른데?”

어느 정도 시전 시간을 가지는 브레스들에 비해 이쪽은 거의 즉발 형식에 가까웠다.

가르가가 입을 열고 쏘아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거의 동시였으니 우리도 놀랄 수밖에.

재중이 형이 바로 페가수스를 뒤집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통닭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저 녀석, 원래대로 날아다녔으면 진짜 무서웠겠는데요.”

화염 브레스를 저렇게 즉발로 날린다는 것 자체가 그 위력을 떠나서 정말 위협적이었다.

비공정 같은 경우는 아마도 피하는 건 고사하고 움직이기도 전에 격추 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의 가르가는 그렇게 우리를 공격한 틈을 탄 베히모스의 앞발에 부리를 얻어맞고 다시 놈과 엉켜 버렸다.

캬아아악!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두 괴수들의 난전을 보며 웃었다.

“큭, 이거 베히모스가 우리를 도와주는 셈인가?”

“그렇네요.”

베히모스야 원래 하던 대로 공격을 한 거겠지만.

뜻하지 않게 우리를 도와줘 버렸다.

그리고 집요하게 이어지는 로케를 이용한 공격에 다시 날개에 석화가 걸린 가르가는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으로 베히모스의 공격을 받아 냈다.

그렇게 베히모스의 공격을 받은 가르가는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지 곳곳에서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나쁘진 않아.

저 정도의 네임드들이 격돌하는 데 우리에게는 피해가 전무.

물론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좋기는 한데…….

그때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한쪽으로 너무 쏠렸어.”

“역시 그렇죠?”

현재 너무 가르가의 피해만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근접전으로는 가르가가 절대 베히모스를 이길 수 없어 보이기도 하고.

거기다 우리가 석화를 걸어 놓기까지 하니 제대로 거동이 되지 않으니까 더 피해가 심하게 누적되었다.

“베히모스도 좀 걸어야겠다.”

“음, 혹시 우리에게 덤벼들진 않을까요?”

“큭, 잘못되면 바로 녀석이 뛰어오르지 못할 정도로 튀어야지.”

베히모스의 점프력이 워낙 좋기에 어설프게 거리를 벌렸다가는 그냥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아예 뒷다리를 노리죠.”

“좋아.”

결정이 되자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이동시켜 이번에는 베히모스의 뒤편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완전히 각도가 나오는 순간 뒷다리 쪽의 관절에 로케를 날렸다.

쐐애액!

푸욱!

푸우욱!

베히모스의 방어력이 강하니 아마 한 발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동시에 여러 발을 날렸는데 다행히 그중 하나가 석화가 걸렸는지 갑자기 베히모스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뒷다리 중 하나가 못 움직이면 베히모스라고 해도 별수 없겠지.

그리고 그 틈을 타 가르가가 베히모스를 거칠게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까지 당한 것을 다 갚겠다는 듯이.

아주 거세게.

거기다 갑자기 네 개의 날개에서 시뻘건 화염을 줄기차게 뻗어내면서 공격하자, 곧 베히모스에게서 거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화르르르륵!

크허어엉!

저 거대한 베히모스의 몸 전체를 태워 버릴 정도라니.

화력 하나만큼은 가르가가 압도적인데?

기존의 베히모스가 보여 주던 화염 마법 수준은 아득히 넘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형, 혹시 베사노스로 저거 흡수가 될까요?”

“으음, 구미가 땡기는데?”

모든 화염을 흡수하는 베사노스의 특성상 아마 저것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베사노스가 지금 이상으로 강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흡수하는 화력만큼이나 강해지니까.

재중이 형도 좀 더 욕심이 나는 모습이었다.

“그건 일단 나중에. 직접 상대할 일이 있으면.”

물론 저렇게 강한 화력이라고 해도.

원래 베히모스가 화염 계열의 속성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완전히 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좀 타오르다가 금방 진화가 되는 딱 그런 느낌?

가르가 입장에서는 거의 천적에 가까우려나.

그사이 베히모스가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려고 하는 모습도 잠시 보였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이내 다시 가르가를 공격하는데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의문이 들었다.

“저렇게 피해가 있는데도 피하지는 않네요.”

아마 베히모스가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저런 화염 속에서도 버티고 있는 것도 그렇고.

“흐음, 떨어지면 가르가가 날아오를 것 같아서 그렇겠지.”

“그럼 베히모스는 일단 안심이네요.”

베히모스가 우리에게 달려들고.

반대로 자유롭게 된 가르가가 날아오르는 그림은 우리에게는 최악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

그런 우리의 예상이 틀리지 않은지, 베히모스의 공격 중 대다수가 뇌전 쪽에 쏠려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가르가를 감전시켜서 날아오르지 못하게 만들려는 모습을 보고는 확신했다.

우리보다는 확실히 가르가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균형을 잘 맞춰.”

그리고 이젠 최대한 조심스럽게 로케를 날려 댔다.

어느 한쪽이 너무 유리해서 이 상황이 파탄 나지 않게끔.

그걸 조절하는 건 재중이 형의 몫이었고.

서로 입는 대미지를 살펴보고는 양측의 균형을 고려해 내게 적재적소에 맞게 오더를 주었다.

베히모스와 가르가는 우리에게 놀아나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딱 그런 상황.

그때 전사 형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방패전사> 할 만해?

<주호> 네, 생각보다는요.

<방패전사> 하, 월드 네임드 두 마리를 가지고 놀다니. 누가 보면 진짜 욕한다.

<주호> 이미 다 보고 있잖아요.

<방패전사> 하하, 그런가?

지금 이 봉인지에 있는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우리 쪽 원정대들의 길드.

그리고 연의 연합 쪽 길드들도 아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겠지.

<방패전사> 일단 사장님하고 의논해서 최정예들만 따로 추려서 주변에 배치해 놨다. 여차하면 달려들 수 있게. 어설프게 상대가 안 되는 유저들은 먹잇감이 될 수 있으니까.

<주호> 네, 고마워요.

이러면 혹시라도 있을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가 좀 쉬워지려나.

우리가 지금 네임드 둘을 억제해 놓고 있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붙잡아 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결국.

한쪽이 죽고 난 뒤.

둘 중에 하나는 우리가 직접 상대를 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화력으로 빠르게 눌러야 하겠지.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잘해 주고 있네.”

“네, 이러면 안심하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큰 변화가 생겨났다.

네 장의 큰 날개로 주변으로 줄기차게 화염을 뿜어내던 가르가에게서 이상이 보였다.

화염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

“형! 저건……!”

“으음, 설마 벌써 체력이 다 한 건가?”

“베히모스와 비슷한 수준의 체력이 아니었어요?”

“나도 그렇게 판단했는데…… 히드라만 봐도 비슷했으니까.”

재중이 형이 의외라는 듯 눈살을 찌푸리면서 혀를 찼다.

이미 베히모스와 히드라는 한 번씩 잡아봤기에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죽어 갈 때쯤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눈으로 확인했었고.

두 네임드의 표본이 있었기에 당연히 이번 가르가 역시도 비슷한 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었다.

재중이 형이 양측의 체력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조절한 것도 이런 판단하에 고려한 것이었다.

“방어가 약하다고 해도 지금은 너무 빠른데…….”

잠시 고민하던 재중이 형이 내게 급하게 말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어. 이제부터 베히모스에게 공격을 최대한 집중한다.”

베히모스가 만약 이대로 가르가를 잡아 버리면 최악.

레벨이 오르면서 체력이 원래대로 차는 문제를 떠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질 수도 있었다.

오버된 베히모스는 지금에선 부담스러워.

그렇다고 베히모스를 찍어 누르면…….

“가르가가 도망가 버릴지도 몰라요.”

“차라리 그편이 나을 수도 있어.”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건가.

“하아, 정말 쉽게 되진 않네요.”

가르가에 대한 정보가 좀 더 있는 상태였다면 좋았을 텐데.

“할 수 없죠. 그럼……!”

마음을 결정하자 곧장 타깃을 베히모스로 변경해 로케를 조준했다.

그리고 재중이 형도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애들 지금 다 달라붙으라고 하고…….”

그 순간.

화염이 확연히 줄어들던 가르가에게서 믿지 못할 변화가 일어났다.

“하?!”

가르가의 네 장의 날개에서 완전히 화염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서 새하얀 냉기를 잔뜩 내뿜기 시작했다.

그렇게 활짝 펼쳐진 날개에서 나온 냉기는 곧 결정을 만들어 베히모스의 몸을 계속 느리게 만들었다.

“속성이 또 있었어?!”

그것도 완전 반대되는 속성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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