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16화 (706/1,404)

#716화 적과 적 사이에서 (6)

<주호> 가르가의 봉인. 지금 풀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화련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화련> 됐고. 이미 저 녀석 날아오른 걸 봤거든?

베히모스를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

발키리 아주머니를 포함한 최강 길드 유저들 다수.

그리고 화련과 헤라 길드의 유저들이 베히모스 쪽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연의 연합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그런 와중에 가르가의 봉인을 풀었으니.

하지만 화련이 당황하는 눈치는 전혀 없었다.

이전에 이야기해 둔 것도 있고.

<화련> 결국 말한 대로 봉인을 풀었네.

<주호> 네, 아무래도 지금 풀어야 할 것 같아서요. 조금만 더 녀석을 붙잡아 주세요.

<화련> 칫, 베히모스 이 녀석 강하단 말이야. 전부 다 죽기 전에 빨리 수를 내.

<주호> 그럼 부탁합니다.

조금 무리한 부탁인 것 같지만 화련은 맡은 일은 다 한다는 듯 거기에 대해서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키아아아악!!

그사이 강한 피어와 함께 봉인지의 천장을 박살 내면서 공중으로 박차고 날아오른 네임드의 거대한 형체에 순간 봉인지 전체가 어둠에 물들어 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큰데?

마치 독수리의 그것과 흡사한 형상을 지니고 있는 거대한 월드 네임드.

어떻게 보면 드래곤의 그것과 유사할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위아래로 겹쳐서 동시에 흔들리는 두 쌍으로 뻗어 있는 거대한 날개들.

얼핏 보면 그 날개들이 투명한 듯 보이는데 사실은 날개가 불같이 타오르면서 가르가의 주변으로 강렬한 화염을 뿜어내고 있었다.

흐음, 화염 속성의 네임드인가?

날아다니는 화염 계열의 네임드를 떠올리면 드래곤이 생각이 들었지만 드래곤은 전형적인 화염 몬스터는 아니었다.

드래곤의 화염 마법은 주가 아니라 옵션 정도?

오히려 육탄 능력이 더 강한 쪽에 속하는 편이지.

저렇게 마치 접근도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놓고 화염을 뿜어내지는 않았다.

이건 베히모스도 마찬가지.

베히모스도 육체 능력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 추가로 여러 속성 광역 마법을 한꺼번에 쓰는 쪽이라.

비슷한 점을 굳이 하나 찾으라면.

저 화염.

“형, 아무래도 가르가는 화염 쪽에 특화된 네임드 같아요.”

“좀 지켜봐야겠지만 첫인상은 그렇네. 일단 장비부터 바꿔. 히드라 플레이트는 안 되겠다.”

재중이 형의 말에 바로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로 장비를 교체했다.

이쪽이 아무래도 화속성 방어 추가가 줄줄이 달려 있으니까.

저 가르가라는 네임드를 상대하기에는 더 좋을 터.

그때 가르가가 머리를 아래로 내리면서 주변을 한번 싹 훑어보았다.

상황을 살피려는 건가?

봉인지 안에는 우리와 연, 그리고 조슈아, 올렌드 교황.

그리고 명궁의 길드를 전멸시킨 우리 쪽 원정대 인원들과 연의 연합 사람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반대로 외곽에는 또 그만큼의 병력들이 남아 힘겹게 베히모스가 날뛰지 못하도록 버텨내는 중이었다.

“가르가가 어디로 움직일까요?”

“모르지. 저놈 성향이 어떤지.”

히드라는 덩치에 맞게 느리게 움직이면서 자동 포탑 같은 능력을 보여 주었다면.

베히모스는 정말 엄청난 기동력으로 뛰어다니면서 전투를 했다.

그리고 저 가르가는 딱 봐도 날아다니는 녀석이라…….

셋 중에서는 기동력이 가장 좋다고 봐야 하는데.

여기서 저 녀석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초조하게 가르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 와중에 옆에 있던 전사 형은 나지막하게 뭔가를 반복해서 말하는 중이었다.

“베히모스와 붙어라……. 베히모스와 붙어라…….”

마치 기도를 하듯 말하는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사실 이게 베스트이긴 하지.

우리의 병력이 나눠져 각자 베히모스와 가르가를 동시에 상대하는 게 중간 쯤?

그리고 베히모스와 가르가가 합심을 해서 연합이라도 하면 그건 최악이다.

그런 우리에게 가장 좋은 건 가르가와 베히모스가 서로 싸우는 것.

이것만큼 좋은 시나리오는 없었다.

그래서 저 가르가의 성향이 중요했다.

유저를 우선하느냐.

아니면 베히모스를 우선하느냐.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고.

일단 움직임을 멈춘 녀석의 행동을 기다리는 중에도 계속 손을 쉬지 않고 무기를 복사해 냈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그렇게 마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 웨폰 카피를 몇 번 시도하자 곧 마력이 바닥나버렸다.

다 좋은데 이건 마력이 너무 많이 들어간단 말이야.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지.

그래서 내게 시간이 필요했다.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봉인이 저렇게 빨리 풀 수 있는 줄 알았다면 좀 늦게 풀라고 했을 텐데…….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연도 내가 가진 패를 잘 모르고.

나도 연을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 지금은 시간을 버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때 의외의 사건이 일어났다.

외곽에서 베히모스를 상대하고 있던 최종병기 형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들어왔다.

<최종병기> 더 붙들어 둘 수가 없어. 베히모스가 그쪽으로 달린다!!

베히모스가 먼저?!

가르가 쪽에서 행동을 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베히모스가 달려온다는 말에 전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글을 잡고 있던 유저들이 있는데 그걸 싹 무시한다고?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의 월드 네임드의 행동에 당황한 것도 잠시.

순식간에 봉인지까지 내달린 베히모스가 크게 하울링을 했다.

크어어엉!

그리고 튼실한 네 다리로 땅을 강하게 박차더니 순식간에 공중으로 몸을 날려 가르가를 덮쳐 버렸다.

키에에엑!

공중에서 두 마리의 거대한 월드 네임드가 얽히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지켜보던 모두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온전히 가르가의 몸체에 베히모스가 올라탄 딱 그런 그림.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가르가가 그대로 다시 봉인지로 추락해 버리자 봉인지에 남아있던 유저들이 아연실색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미친! 피해!!!”

“당장 다 뛰어나가!!”

“튀라고!!”

“전부 달려!!”

이건 우리 역시 마찬가지.

공중에서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두 마리의 네임드가 얽히면서 동시에 하강을 하자 그 크기가 점점 눈에 크게 들어왔다.

가만히 있다가는 낙하 대미지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다 죽을 판인데?

저기에 깔렸다가는 아무리 체력이 넘치더라도 딱 한 방이다.

생각하고 있을 여유 따윈 전혀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바로 옆에 있는 챠밍의 손을 붙잡고는 최대한의 속도로 봉인지 바깥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챠밍의 두 발이 공중에 떠서 마치 실에 연결된 연처럼 휘날리며 딸려왔다.

“꺄악!”

“조금만 참아!”

옆에 있던 재중이 형, 전사 형, 이쁜소녀 역시 바로 발을 박차면서 급하게 달려 나갔고.

그리고 몇 초도 안 되는 시간이 지나자.

쿠아아아앙!!

콰아아앙!!

남아있던 봉인지가 두 괴수의 추락에 완전히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건물 잔해를 잔뜩 터트렸다.

엄청난 속도로 터져 나오는 파편들.

저기 스쳐도 사망인 건 똑같아!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폭발 속에서 최대한 크게 외쳤다.

“큭! 전부 내게 모여요!”

그러자 바로 내게로 재중이 형을 포함해 내 옆을 달리던 수많은 유저들이 달라붙었다.

곧장 베히모스의 심장으로 쓸 수 있는 방어 스킬을 시전해 냈다.

즉발로 쓰려면 이것보다 빠르게 쓸 수는 없으니까.

【 앱솔루트 토네이도! 】

바로 풍력의 보호막이 생성되면서 수많은 파편들이 보호막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쿠웅!

콰앙!

쿠아앙!

쾅쾅!

마치 파편 하나, 하나가 필살기라도 되는 양.

보호막을 강하게 두들기는 소리에 다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옆에서 전사 형도 어이가 없는지 바로 혀를 찼다.

“하! 괴수 두 마리가 싸우는 여파 때문에 죽을 뻔하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데?”

그 옆에 실처럼 날아온 챠밍은 어질어질한 눈을 바로 잡고는 내게 말했다.

“고마워요. 진짜 오빠 덕분에 살았어요.”

그 말과 함께 곧장 두 네임드가 얽히는 곳을 바라보고는 내게 물었다.

“정말 저 둘을 잡을 수 있을까요?”

“안 돼도 되게 해야지.”

어느새 하늘까지 치솟았던 폭발이 가라앉고 난 뒤 먼지가 가라앉자 그 안에서 두 마리의 괴수가 서로 치고받는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베히모스가 저렇게 먼저 달려들 줄은 몰랐어요.”

“나도. 가르가가 공중을 나니까 설마 했는데.”

거기다 어글이 이미 잡힌 상황에서도 그걸 무시하고 내달리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다.

그런 우리에게 재중이 형이 말했다.

“베히모스가 저렇게 어글을 무시할 정도로 가르가가 매력적이라는 뜻이겠지. 우리가 미리 예상했듯이 베히모스는 녀석만 잡으면 원하는 만큼 레벨이 오를 테니까.”

그동안의 정해진 시스템을 무너뜨릴 정도의 매력이라.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뭐 수고도 줄고 잘 됐지. 어차피 저 둘, 싸움 붙일 생각이었잖아?”

“네, 그렇죠.”

우리 힘으로 둘을 전부 잡는 건.

솔직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둘이 격돌하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부터는 어떻게 저 상태를 계속 유지시키느냐가 관건.

재중이 형이 내가 가진 검들을 보더니 말했다.

“그러려고 그거 미리 달라고 한 거였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케.

솔직히 내가 가진 무기 중에 이 정도의 홀드력을 가진 무기는 없었다.

그리고 연의 과거 행동으로 봤을 때.

분명히 이 녀석.

네임드에게도 통할 확률이 높았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무턱대고 왔을 리는 없으니까.

거기다 로케의 옵션을 모두 확인한 지금은.

그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것 같았고.

“형, 들어가죠.”

바로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불러내서 나를 태웠다.

그리고는 곧장 두 괴수들이 날뛰고 있는 지금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봉인지 위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공중에 날아오르자 더욱 녀석들의 싸움이 눈에 잘 들어왔다.

“확실히 베히모스가 강하네요.”

“아아. 가르가는 아직이지.”

상황이 그러다 보니 가르가는 계속 날아오르기 위해 노력을 하고, 반면에 베히모스는 어떻게든 벗어나지 못하게 가르가를 누르는 행동을 반복했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둘 다 치명타를 내지 못한 듯 얽히면서 뒹굴었고.

하지만 저렇게 계속 억제할 수는 없을 터.

한 번만 벗어나면 가르가가 하늘로 날아올라 버릴 것이다.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가르가가 베히모스의 품을 벗어나면서 두 날개를 크게 펼쳐 올렸다.

저렇게 지금 그대로 두면 무조건 날아오른다.

“자, 그럼 쇼를 시작하지.”

바로 재중이 형이 딱 아슬아슬한 위치까지 페가수스를 붙여주자 곧장 인벤에서 복사해 둔 로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모든 신경을 집중해 오직 하나만을 노렸다.

가르가의 날개가 흔들리는 정확한 관절의 위치.

그렇게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판단이 들자마자.

몸을 크게 비틀면서 아래쪽으로 로케를 쏘아 보냈다.

“가랐!”

쐐애액!!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푸아악!!

로케가 완전히 날개를 파고들더니 바로 크리티컬이 터지면서 가르가의 한쪽 날갯죽지가 그대로 석화되어 버렸다.

콰가각!

억지로 움직이려고 해도 석화 때문에 굳어 버린 상황에 가르가가 당황한 듯 울음을 터트렸다.

키에에엑?!!

그런 가르가를 다시 베히모스가 덮치면서 바닥에 짓누르자 두 손을 불끈 쥐었다.

크!

오늘 넌 절대 하늘로 못 날아올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