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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15화 (705/1,404)

#715화 적과 적 사이에서 (5)

“지금 말입니까?”

내 제안에 연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제 정신인지 묻는 의사 같아 보이는 딱 그런 표정.

현재 베히모스가 날뛰는 것을 잡는 것만 해도 충분히 난이도가 높았다.

그런 연의 물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 상황에서 가르가를 꺼내든다는 건 다 같이 죽자는 소리 같아 보입니다만.”

“네, 잘 알고 있죠. 애초에 연 님이 가르가를 봉인에서 풀고 난 뒤 튀려고 했지 않나요?”

내 직격의 말에 연이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

정곡을 찔러 버려서.

아주 우리가 엿 먹으라는 식으로 베히모스를 끌어들이는 것도 모자라 가르가를 풀어놓고 튀려고 했다는 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끼어들었기에 연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동시에 풀어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서로가 잘 알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가를 풀어놓자고 하니 연의 입장에서는 표정이 굳을 수밖에.

누가 봐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으로 보일 테니.

연이 잠시 머뭇거리자 곧 재중이 형이 나섰다.

“선택을 너무 오래 끌진 않았으면 좋겠다만? 지금 순간에도 애들 죽어 간다고?”

“잘 알고 있습니다.”

퇴각하려면 빨리 하는 편이 낫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 뭔가를 해야 했다.

“어차피 여기서 베히모스를 그냥 두고 도망가도 신성 제국으로 쳐들어올 거야. 저 녀석 인지 범위가 장난 아니니까. 한 번 먹잇감에 들어가면 다 죽던가, 잡던가 둘 중 하나다.”

잠시 고민을 하던 연이 말했다.

“먹이로 몇 명 던져 놓고 다 퇴각하면 어떻습니까?”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그럼…….”

“전에도 미리 말했지만 고르곤이나 듀라한 같은 것들 먹어치우고 커진 다음에 다시 상대할 생각이면 말리진 않아. 그땐 우리도 없다.”

“하…… 정말 뒤가 없군요.”

결국 연이 알겠다는 듯 수긍했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지금 하죠. 다만 전처럼 명궁이 뒤를 치는 경우는…….”

딱 하나 걸리는 점.

명궁의 페가수스 길드 쪽 연합이 우리가 레이드를 하고 있을 때 끼어들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연의 우려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너도 잘 알 텐데? 걔들. 너희 쪽이나 우리 쪽에 귀환 설정도 안 되어 있을 거야.”

“흠, 멀리서 왔다는 거군요.”

“그래. 당분간은 마주치기 힘들 거다.”

명궁이 연의 편이 아니라는 건 이미 확인이 끝났다.

그러니까 신성 제국 제넨샤 쪽에 귀환 설정이 되어 있는 건 아니라는 뜻.

우리 쪽 역시 마찬가지.

만약 명굴의 페가수스의 길드원이 발견되었다면 정보에 들어오지 않았을 리가 없다.

결국 양쪽 다 아니면.

아주 먼 곳에서 원정을 왔다는 말이니까.

그래서 일부러 무리해 가면서 녀석들을 전멸시킨 거였다.

이젠 방해할 세력도 없고.

오롯이 베히모스의 레이드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바로 연을 보고는 말을 꺼냈다.

“받기로 한 것들 미리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연이 들고 있는 로케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연의 표정이 굳어진 건 어쩔 수 없었고.

“이건 가르가의 봉인이 풀리고 나면 드리기로 했을 텐데요.”

“선불로 받는 거라고 생각하시죠? 그리고 가르가의 봉인을 풀고 나면 그럴 시간도 없을 겁니다.”

“받아놓고 째면?”

연의 저 말은 우리가 연의 로케를 받자마자 그냥 튀는 경우를 우려하는 것이었다.

사실 로케와 같은 이런 최상위급 무기를 적이었던 상대에서 그냥 들려준다는 건 누가 봐도 미친 짓이었다.

무기의 값어치를 생각하면.

같은 아군이라고 해도 꺼려질 일이라.

거액의 아이템을 아무 보장도 없이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 재중이 형이 나섰다.

“내가 보장을 한다고 해도?”

“으음, 불멸, 당신이 보장을 한다고 하면…….”

연의 생각을 한 번에 뒤집을 정도의 신용.

그런 믿음이 재중이 형에게는 존재했다.

딜이 성립되자 재중이 형이 나를 보면서 씨익 미소 지었다.

“어때? 나 좀 잘나 보이지 않냐?”

“뭐 이번엔 좀.”

“좀?”

“네네, 형 잘 나셨어요.”

“이거 참. 엎드려 절 받긴데.”

솔직히 놀랍기는 하네.

단 한 마디 말로 이 정도의 건을 해결할 정도의 신용이라.

프로들 사이에서 재중이 형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보였다.

“그래 봐야 아이템 하나다. 막말로 내가 떼어 먹으면 그간의 내 명성이 박살 난다고. 아이템 먹튀로 낙인찍힐 생각 아니면 그건 못 하지.”

그걸 잘 아는지 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님이라면 믿을 수 있죠.”

그러면서 바로 로케를 내게 들이밀었다.

가져가라는 듯.

<불멸> 말은 저렇게 해도 이미 영상을 다 찍고 있을 거다.

<주호> 역시 그렇죠? 그런데 제가 복사하는 순간을 찍히는 건 좀.

<불멸> 어차피 알 만한 놈들은 다 아니까. 신경 꺼도 돼.

이미 르아 카르테를 수십 자루 만들어서 적들에게 날린 전적이 있었다.

재중이 형 말대로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을 터.

그렇게 연에게서 로케를 받는 순간.

바로 로케에 대한 정보가 떴다.

『 +10 로케 (마검) / 출혈 50(40+10) 타격 40(30+10)

- 암흑력+30

- 민첩-20

- 타격 시마다 석화 확률 중첩 (석화 확률 10%씩 중첩)

- 타격 시마다 석화 시간 중첩 (석화 시간 20%씩 중첩)

- 석화 부위 공격 시 석화 확률 추가 10%.

- 크리티컬 시 석화 확률 50% 상승.

- 부분 석화 상대에게 대미지 200% 상승.

- 완전 석화 상대에게 대미지 1000% 상승.

- 스톤 슬래셔.

- 오러 블레이드(독) 사용 가능.

- 마족화 』

“음……!”

역시.

이런 형식이었나?

로케의 옵션들이 거의 다 석화 상태에 몰빵되어 있었다.

이러니 부딪힐 때마다 계속 석화에 관련된 상태 이상 메시지가 뜨는 거겠지.

타격 시마다 석화 상태를 걸어오는데 버틸 수가 있나.

그것도 낮은 확률도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석화 혹은 전체 저항이 낮을 경우.

닿는 족족 석화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 석화 부위에 공격했을 경우에는 추가로 석화 확률이 올라갔다.

여기에 시간도 추가되는데 대미지 역시 항상 200% 상승되어 있었고.

특히 눈여겨 볼 것은 크리티컬 시.

석화 확률이 무려 50%나 상승했다.

연하고 붙었을 때 만약 급소 부위를 공격 당해 크리티컬을 내주었다면……?

석화 저항이 붙어 있는 히드라 플레이트고 뭐고 볼 것도 없이 죄다 석화가 되어 버렸을 터.

그리고 그렇게 완전 석화라도 되었을 경우에는.

대미지 상승량이 무려 1000%였다.

완전 석화가 되는 순간.

그냥 죽여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

물론 이런 식으로 완전 석화가 되는 상황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초기에는 석화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테니까.

싸우면서 점점 상대를 석화시켜 가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베사노스가 화염을 머금어야 강해지는 조건이 있는 거처럼.

이 로케 역시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 충분히 강해지는 무기라는 건가.

둘 다 조건을 만족했을 경우.

누가 더 강한가를 놓고 보면 대미지 면에서는 아마 베사노스 자체가 더 강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다만 로케는 대미지가 상대적으로 좀 약할지라도.

석화가 되니까.

그리고 완전 석화 시에는 충분할 정도의 한 방 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주인의 컨트롤 여하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무기.

솔직히 이런 무기를 난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로케에 대해서 감상이 끝난 뒤.

연에게 말했다.

“음, 잠시만 녹화 좀 꺼주실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연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증거라서 어렵겠군요.”

“어차피 건네주는 영상 부분은 찍혔을 테니 상관없지 않나요?”

그 말에 연이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 우리 기밀이 있어서. 잠시만 양해 좀 하자고.”

“흠. 다른 생각은 안 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눈으로 보여 줄 수는 있지만 녹화로 남기는 건 좀 그렇지.

그렇게 연이 확실히 영상을 끈 것을 확인하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 웨폰 카피! 】

웨폰 카피를 쓰는 순간.

황금빛이 로케를 든 왼손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로케와 완전 똑같은 마검이 생성되었다.

이미 강화가 되어 있는 10강짜리 로케와 완전히 같은 로케.

『 +10 로케 (마검) / 출혈 50(40+10) 타격 40(30+10)

.

.

그 모습을 지켜본 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 역시 이런 것이었습니까.”

짐작은 했지만 눈 앞에서 보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

연도 충분히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원본의 로케를 연에게 돌려주었다.

“잘 썼습니다.”

솔직히 처음부터 보고 있지 않았다면 어떤 마검이 진짜 마검인지 구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로케를 돌려받은 연이 혹시 잘못된 것은 없나 계속 확인을 해보고는 이상이 없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상은 없군요.”

“설마 장난이라도 쳤겠습니까. 이쪽도 걸린 게 많은데요.”

“흠, 이걸로 약속의 반은 지켰습니다.”

로케를 내가 한 번 만져볼 수 있게 함으로 절반.

그리고 다른 스태프 마누스와 하나 더.

가르가의 봉인에서 나올 무기를 만져 보는 조건까지.

연이 선금을 줬으니 자신도 받을 건 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네, 세 번째 마검은 확실히 가지시죠.”

거래가 되자 연이 고개를 돌려 바로 올렌드 교황을 불렀다.

그리고 둘이 함께 가르가의 봉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봉인을 풀기위해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형, 잠시 시간 끌어줄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복사본 로케를 들어 올리자 재중이 형이 눈치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걸로는 싸우기 힘들겠지.”

로케를 막상 받아놓고 보니까 이 녀석의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로케라는 마검 자체가 계속해서 대미지를 줘야 석화 확률이 상승하는 구조였으니까.

그런데 이 복사본은…….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내구도가 엉망이라는 것.

내구도가 이런 상태라면 연속 전투가 불가능하기에 당연히 로케의 능력을 전혀 살릴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해요.”

내게는 지금 두 가지 선택권이 존재했다.

그리고 잠시 두 가지를 조율하다가 한쪽으로 바로 선회했다.

다른 한쪽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테니.

“알았다. 최대한 이쪽에서 맞춰 보마.”

그리고 그때.

봉인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부르르 떨리면서 진동을 일으켰다.

《 연 님이 가르가의 봉인을 해제했습니다. 》

《 가르가의 봉인이 해제됨에 따라 월드 네임드 가르가가 자유롭게 풀려납니다. 》

키아아아약!!

콰아아아앙!!

거기다 특유의 압도적인 찢어지는 새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며 봉인지 전체가 한꺼번에 터져 나갔다.

칫. 봉인이 이렇게 쉽게 풀린다고?

너무 빠르잖아!

그리고 하늘로 솟아오른 빨갛게 타오르는 가르가를 노려보면서 외쳤다.

“형! 바로 시작할게요.”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조금만 기다려!

내가 널 떨어뜨려 줄 테니.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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