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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13화 (703/1,404)

#713화 적과 적 사이에서 (3)

여섯 개의 오러가 넘실거리는 두 르아 카르테를 본 적들의 표정은 다 똑같았다.

딱 질린다는 표정.

거기서 조금 빼고 더하고만 있을 뿐.

“세상에 벌써 몇 명째지?”

“무슨 오러가……!”

“진짜 저게 가능하다고?”

“저렇게 계속 부딪히는데도 안 꺼지잖아.”

“마력 안 부족해?”

“주호 저 녀석 대체 뭐야?”

중첩된 여섯 개의 오러를 이 녀석들 역시도 처음 봤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반응이 다 저럴 수밖에.

불가능.

안 된다.

마력이 부족하다.

지켜본 대부분이 똑같은 반응이었고.

특히 그걸 직접 몸으로 겪은 프로 팀들의 표정은 정말 심각하게 굳어 버렸다.

닿으면 닿는 대로 무기가 박살나 버리니까.

저들에게는 그냥 전투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거기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오러끼리 부딪히면 결국에는 마력이 바닥나야 정상인데 아직도 건재한 것도 한몫했다.

결국 다들 내게서 거리를 벌리더니 경계만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한꺼번에 죽일 듯이 달려들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로.

그리고 원거리에서 공격해 봐야 르아 카르테의 오러에 화살이고 마법이고 죄다 봉쇄되니까 적 길드에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눈 먼 공격에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히드라 플레이트 자체의 방어력도 굉장히 준수했기에 어지간한 공격은 그냥 몸으로 때워도 버틸 만했다.

정말 급소를 노리고 오거나 도저히 못 버틸 공격은 아예 피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렇게 혼자서 아예 한쪽 라인을 틀어막고 버티는 모습에 우리 편이고 적이고 할 것 없이 혀를 내둘렀다.

“괴물 같은 새끼.”

“야! 주호 말고 다른 쪽 뚫어!”

“그래, 어차피 저놈은 못 잡아!”

결국 내 쪽을 피해서 다른 쪽으로 전부 흩어져 돌아갔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그저 웃고 말았다.

나만 피하면 되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지.

재중이 형이 버티는 쪽이야 뭐 말하면 그냥 입 아픈 수준이고.

가장 만만하다 싶은 이쁜소녀에게로 적들이 몰렸는데, 이게 적들의 가장 큰 착각이었다.

영웅의 무기를 가진 애한테 저렇게 우르르 몰려가는 건…….

솔직히 죽여 달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 광화! 】

진(眞) 토르의 내장된 기술 중 하나이자 온몸에서 섬광을 뿜어내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든 녀석인데.

나중에 이쁜소녀와 따로 심험해 본 결과.

이 스킬은 정말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광화 자체는 그렇게 엄청난 능력이 없지만…….

【 격뇌! 】

이쁜소녀가 진(眞) 토르를 땅에 내려치면서 터져 나온 광역 스턴.

격뇌.

갑자기 터져 나온 사슬형의 뇌전이 사방으로 퍼지며 달려들던 모든 유저들의 몸을 죄다 지져 버렸다.

그것도 그동안 일반적으로 쓰던 격뇌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멀리 퍼져 나갔다.

몇 배에 달하는 파장을 퍼트리면서.

“스턴?!”

“크악! 몸이!”

“젠장! 안 움직이잖아!

“무슨 스턴 범위가 이렇게?!”

거기에 이어 이쁜소녀가 휘두른 진(眞) 토르에서 또 하나의 필살기가 펼쳐졌다.

【 헤븐즈 스트라이크! 】

콰아아앙!

콰지지직!

단체로 스턴을 걸어 놓고 때마침 그 위로 떨어지는 헤븐즈 스트라이크의 강력한 한 방.

이 조합에 그 일대가 뇌전의 폭풍에 휘말리면서 눈조차 뜨기 힘든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당연히 그 안에 존재하던 유저들이 싹쓸이 되듯 타들어 가면서 흔적조차 남겨놓지 않고 지져져서 사라졌다.

피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최강의 조합.

확률이 있는 저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어떻게 저렇게 딱 떨어지게 연속으로 나갔냐 하면…….

바로 이전에 쓴 광화라는 스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목숨을 살려줄 만한 한 번의 변신 정도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다른 스킬이어서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광화의 지속시간이 워낙 짧아서 솔직히 이게 왜 영웅의 무기의 스킬 마지막에 들어가 있나 했는데.

광화를 쓰고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쓰면.

확률과 상관없이.

그냥 나간다.

정말 아무 조건 없는.

위력도 엄청나게 올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광화를 쓴 상태의 이쁜소녀는…….

챠밍의 중첩 마법조차 한 수 접어줘야 하는 최강의 상태로 변한다.

【 헤븐즈 스트라이크! 】

콰아아앙!

콰지지직!

그렇게 또 한 번의 낙뢰가 떨어지면서 일대를 초토화시킨 것도 모자라.

【 헤븐즈 스트라이크! 】

콰아아앙!

콰지지직!

다시 한 번 더.

【 헤븐즈 스트라이크! 】

콰아아앙!

콰지지직!

그렇게 미친 듯이 터지는 뇌전의 폭풍에 적들의 표정이 아연실색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인 양.

“우왁! 저게 대체 뭐냐!”

“피해!”

“이리 오지 마!”

“야이! 미친년아! 오지 마라고!”

“도망가!”

“흩어져! 전부!”

“미친! 말이 되냐?”

“돌았네.”

이쁜소녀의 천진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한 번씩 울려 퍼질 때마다.

뇌전의 폭풍으로 주변 일대가 초토화가 되면서 유저들은 그 흔적조차 남겨지지 않았다.

만약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 헤븐즈 스트라이크! 】

콰아아앙!

콰지지직!

이어지는 후속타에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깔끔하게 지워지는 적들의 흔적.

그런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본인의 베사노스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놔, 난 진짜 베사노스가 어느 정도는 상위권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저걸 보고 있으면 마족의 무기하고 진짜 격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해.”

재중이 형이 그렇게 평할 정도로.

영웅의 무기의 클래스는 압도적이었다.

“저도 솔직히 형이 베사노스 쓰는 걸 보고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저건 완전 천외천이죠.”

진(眞) 토르나 베사노스나 둘 다 쿨타임이 없는 필살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건만 맞으면 발동하는.

재중이 형 같은 경우에는 베사노스의 조건을 정말 잘 맞춰서 쓰는 경우였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眞) 토르에게는 한 끗발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냥 애초에 영웅의 무기 자체가 넘사벽이지. 정말이지 네임드도 그냥 찜쪄 먹겠다.”

재중이 형의 그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한대로 터지는 헤븐즈 스트라이크.

그걸 막을 만한 위력을 내려면 적어도 내 르아 카르테로 내는 6중첩의 오러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마력 제한 없이 전부 막는다는 가정하에.

그때 이쁜소녀의 무력 시위를 지켜보던 연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와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솔직히 우리와 힘을 합칠 필요가 없던 것 아니었습니까?”

연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이쁜소녀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그 놀란 표정에 재중이 형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아쉽게도 저게 무적은 아니라서 말이지.”

재중이 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쁜소녀의 광화가 끝나면서 몸에서 빛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폭발력으로 치면 전 서버 내 최강.

하지만 너무 짧다는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광화가 끝나는 모습과 함께 나와 재중이 형이 바로 달려가 이쁜소녀의 앞에 섰다.

마치 이쁜소녀를 보호하듯.

【 힐! 】

내 쪽의 신성력이 높다 보니 일반적인 힐인데도 불구하고 이쁜소녀의 체력을 상당히 올려주었다.

“아! 오빠!”

“고생했어! 빨리 뒤로 빠져.”

“네!”

저건 다 좋은데 쓰고 나면 체력이 1이 된단 말이야.

이쁜소녀를 보호하면서 뒤로 점점 물러나 챠밍에게 돌아가자 바로 챠밍이 힐을 넣어주어 이쁜소녀의 체력을 쭉 끌어올렸다.

“언니, 고마워요!”

“응, 잘하고 왔어.”

“헷!”

혹시 누가 달려드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광화가 끝났음에도 이쁜소녀가 워낙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기에 그 누구도 우리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챠밍에 이은 이쁜소녀의 미친 활약.

그건 적들에게는 바로 두려움이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둘의 활약으로 거의 반수에 가까운 적들이 녹아서 사라졌으니까.

이런데도 무턱 대고 덤비는 건 너무 큰 부담이겠지.

우리가 잠시 빠진 자리는 연이 뛰어나가 로케를 휘둘러서 덤벼드는 모든 유저들의 석화시켜 목숨을 끊어 놨다.

“하, 이번엔 석화냐……!”

“이 새끼들 전부 다 뭐냐고!”

“젠장, 거를 타선이 없네.”

거기다 우리에게는 올렌드 교황도 남아 있었다.

거의 네임드와 맞먹을 정도로 스펙이 좋은 올렌드 교황이 연의 옆에 서서 유저들을 상대하자 도저히 둘의 라인을 뚫어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올렌드 교황 자체가 방어에 특화된 스타일이니까.

어설픈 위력으로는 올렌드 교황을 뚫기는 무리였다.

재중이 형과 나 역시도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고.

심지어 챠밍과 니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광역기들의 쿨타임이 돌아올 것이다.

니아의 경우는 마족의 무기의 영향을 받아서 잘 모르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시간이 우리의 편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은 우리나 적들이나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보는 명궁의 표정은 그야말로 볼만하게 변했다.

겨우 열도 채 안 되는 인원에게 오백이 넘는 유저들이 전혀 압도를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니까.

아니, 압도를 못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지금 까딱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반대로 쓸려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녀석들의 포위망으로 달려드는 짓은 아예 하지 않았다.

딱 가르가의 봉인지 한 곳만을 지키는 포지션에 있어서 그렇지 조금이라도 우리의 거리가 벌어지면 얼마든지 사이로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난전이 될 테고, 기껏 잡아놓은 좋은 분위기가 넘어갈 지도 모른다.

<불멸> 지금 위치만 사수해. 굳이 녀석들의 페이스로 들어갈 필요는 없어.

<주호> 네, 잘 알고 있어요.

이쁜소녀가 회복을 하는 동안 나와 재중이 형도 연과 올렌드 교황 옆으로 가서 다시 라인을 재정비했다.

그 누구도 이 라인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그렇게 압도적인 스펙들이 틀어막은 라인은 정말 견고하게 추가적인 공격들을 버텨 내면서 시간을 제대로 끌었다.

그리고 챠밍이 써 주는 광역 힐이 우리가 버티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챠밍도 15강짜리 마법사형 르아 카르테를 두 개나 들고 있어서 신성력이 엄청나게 높으니까.

챠밍이 철철 넘치는 마력으로 계속 힐을 넣어 주자 우리도 좀처럼 체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 돼! 못 뚫겠어!”

“어떻게 이렇게까지 버티지?!”

“이 숫자로도 안 된다고?”

“뭐라도 해봐!”

“좀 있으면 지원군 온다니까. 억지로 뚫고 들어가라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건 저쪽이지.

그리고 얼마나 버텼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신호가 녀석들의 후방에서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화르르륵!

파아아앙!

쐐애애액!

연이은 마법들의 폭발과 함께 각종 스킬들이 터져 나왔고 화살비 역시 녀석들의 머리 위로 잔뜩 떨어져 내렸다.

“오빠! 우리 편이 왔어요!”

“꺄! 도착했다아!”

우리 쪽 원정대와 연의 연합이 명궁의 연합의 뒤를 치기 시작하자 챠밍과 이쁜소녀 모두 기뻐하면서 환호를 질렀다.

그런 후방의 공격을 본 적들의 표정은 암울함 그 자체.

패색이 짙은 상황에 다들 들고 있는 무기에 힘이 빠졌는지 손을 놓는 상황도 이어졌다.

“전부 철수한다! 퇴로 만들어!”

어떻게든 우리를 뚫어 보려고 했던 시도를 너무 오래했던 탓에 녀석들이 빠져나갈 시간을 벌지 못한 것 같았다.

우리 편이 빨리 달려와 준 것도 한몫했고.

“이제 우리가 더 많아요.”

챠밍도 한시름 놓았는지 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생했어.”

“오빠도요.”

그리고 이젠 오히려 양쪽의 포위를 받은 명궁의 연합이 갇힌 상황에서 양쪽의 집중포화를 받아 냈다.

우리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것이 오히려 저들에게는 독이 된 상황.

그렇게 점점 양쪽에서 병력이 갉혀 먹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한 시점까지 적들이 줄어들어 버렸다.

당연히 명궁의 얼굴은 일그러져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적들이 다 죽고 거의 마지막에 남은 명궁이 재중이 형을 노려보았다.

“크윽, 이렇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보였다.

“그래, 이대로 끝나면 재미없지. 어디에 짱 박혀 있는지 모르겠다만. 조만간 우리가 찾아가마.”

바로 베사노스로 명궁의 목을 날린 후 재중이 형이 덧붙였다.

“받은 건 제대로 돌려주는 주의라.”

마지막으로 명궁까지 죽고 상황이 정리되자 모두가 조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보통은 이럴 때 환호를 할 텐데 말이지.

좀 전까지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밀던 사이라 그런지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직도 다소 긴장감이 잔재해 있는 딱 그런 분위기.

곧장 연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위기가 끝났다고 뒤통수치는 일은 없겠죠?”

그런 내 말에 연이 나를 마주 보면서 대답했다.

“그 정도로 양아치 짓은 안 합니다. 적어도 여기서는.”

적어도라…….

지금 손을 잡았을 뿐.

앞으로는 또 모른다는 그런 뜻이려나.

“네, 그럼 됐습니다. 그럼 우리,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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