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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12화 (702/1,404)

#712화 적과 적 사이에서 (2)

이대로 시간이 지나가게 되면 연이나 우리나 가진 것 하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지 모른다.

아니, 아주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터였다.

연의 주력 부대는 현재 우리 쪽의 원정대 인원과 한참 싸워 대고 있으니까 지원을 절대로 올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지금 여기 있는 우리끼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우리끼리 서로 적대를 한다면 결국 명궁의 연합에게 각개격파를 당해서 이슬처럼 사라지게 될 테니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가진 것을 전부 뱉어 내고 사라진다면?

다시 여기까지 복구하는 건 정말 지난한 일이 되어 버릴 것이다.

아니 그냥 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한 정도라면 할 만하겠지.

하지만 한 번 사라진 영웅급의 무기들을 다른 누군가가 먼저 가로챈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지는 것이 어려운 만큼 뺏는 것은 더 어려운.

딱 그런 상황.

지금껏 지켜본 연은 똑똑한 사람이지.

전투 능력은 둘째치더라도 치고 빠져야 하는 타이밍에 대한 판단력도 아주 좋았다.

그 덕에 우리도 그동안 꽤 애를 먹었고.

이번도 마찬가지.

재중이 형이 제안을 주면 충분히 물어 주리라 생각을 했다.

연의 입장에서도 이대로 명궁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여서 무대 밖으로 아웃하는 상황은 맞이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이런 레이스에서 한 번 뒤쳐지면?

다시 올라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과 수 배에 달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그냥 원래 자리를 찾는 대가로.

이미 상대방은 저 멀리 나가 있는데 말이지.

연에게는 지금 우리가 내미는 이 동아줄이 마치 황금줄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황금 동아줄은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서로 원하는 것이 같은 상황에서 동맹을 하자?

이건 누군가는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애초에 물건은 하나뿐인데.

가지려는 사람은 둘이니까.

그런데 그런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패가 내게 있었다.

웨폰 카피.

아이템을 가진 상대방이 동의만 해 준다면.

이것만큼 사기 스킬이 또 있을까.

물론 복사를 했을 경우 내구도가 개판이라는 점 때문에 유용하게 쓰기는 어렵지만.

그것도 이미 해결 방법을 찾아두었다.

운석의 파편인 아다만티움만 있으면.

내구도까지 꽉 찬 완전히 똑같은 아이템으로 복사해 낼 수 있지.

하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영웅의 무기나 마족의 무기의 옵션만 가져올 수 있어도 이건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어차피 복사를 해서 옵션만 빼오는 형태라면 내구도가 그다지 의미가 없으니.

그리고 현재 연이 가지고 있는 마족의 무기는 두 개.

그중 로케의 옵션은 특히 사기였다.

이것만 가져올 수 있으면.

솔직히 가르가의 봉인에서 나오는 무기는 그냥 줘 버려도 된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조건에 걸어 넣었다.

연에게 주기는 하되.

내가 한 번은 손댈 수 있게끔.

도합 세 개의 마족 무기를 모두 한 번씩만 손댈 수 있다면...!

<연>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는 잘 알겠습니다만…….

역시 연이 내 정보를 연구하다 보니 왜 내가 그런 요구를 했는지 알고 있는 듯 했다.

뭐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난 딜을 넣었고.

이걸 받을지 안 받을지는 연의 몫.

그리고 내가 판단한 연이라면…….

<연> 휴, 정말 막바지에 거부할 수 없는 딜을 넣으시는군요.

<주호> 그럼?

잠시 한숨을 쉬던 연이 곧 결정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연> 그 딜. 받도록 하죠.

<주호> 오케이, 딜.

그리고 생각나서 하나를 더 추가했다.

<주호> 아, 쓰시는 김에 올렌드 교황의 방패도 좀 만져 볼 수 있을까요?

<연> 흠, 그건 제 소유가 아니라서 장담할 순 없군요.

<주호> 그런가요? 가능하다면 그것도 부탁드립니다.

<연> 끝나면 한 번 물어보도록 하죠.

솔직히 저건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고급 NPC의 장비까지 유저인 연이 관여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우리와 연 사이에 딜이 성립하자마자 바로 조슈아 교황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니 조슈아 교황 역시 할 수 없다는 듯 허락을 했다.

올렌드 교황 역시 마찬가지.

연이 설득을 잘 했는지 곧장 양쪽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신화 길드와 영혼 길드의 적대 관계가 해제됩니다. 》

《 최강 길드와 영혼 길드의 적대 관계가 해제됩니다. 》

《 헤라 길드와……. 》

.

.

《 조슈아 교황 진영과 올렌드 교황 진영이 적대 관계가 해제됩니다. 》

그리고 우리 원정대의 모든 길드들의 적대 관계와 NPC들의 적대 관계 역시 한꺼번에 해제가 되었다.

일시적인 동맹 관계.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자 전사 형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방패전사> 이게 뭐야?

<주호> 보셨죠? 그만 싸우고 바로 여기로 오세요.

<방패전사>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만 총알같이 날아갈게.

저쪽에서도 어리둥절한 듯 귓속말이 마구 날아오는 걸 보고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싸워 대고 있다가 갑자기 적대가 풀렸으니.

지금도 서로 칼을 들이밀다가 영문도 모르고 멈췄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일시적인 동맹은 명궁의 표정을 굳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뭐?!”

설마하니 우리와 연이 손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모양.

그것도 그런 것이 애초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싸우고 있는데 그걸 한쪽이 포기한 셈이니까.

명궁의 입장에서는 쉽게 예상할 일은 절대 아니었다.

다 가져야 성이 차는 인간들이라.

연이 그런 명궁을 보고는 크게 웃었다.

“명궁 어때? 이제 상황이 좀 바뀐 것 같지?”

따로따로 싸움을 했다면 모를까.

이젠 이쪽에 영웅의 무기와 마족의 무기가 잔뜩 모인 상황이 되었다.

르아 카르테.

진(眞) 토르.

복사본 마법사형 르아 카르테.

베사노스.

로케.

마누스까지.

반대로 저쪽은 그냥 일반적인 무기들 뿐.

거기다 여긴 NPC 중 제일 강한 올렌드 교황까지 존재했다.

성녀도 둘이나 있고.

숫자는 적어도 알짜만 싹 모아놓은 상태.

그리고 모자란 숫자는.

싸움이 멈춘 양측의 병력들이 여기로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우리는 이제 적당히 지키면서 시간만 끌어줘도 충분한 상황이 되었다.

반대로 명궁은 그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

그렇게 판단이 되자마자 명궁이 오더를 내렸다.

“젠장! 전원 공격! 지원군이 오기 전에 여기서 녀석들을 끝낸다!”

그리고 그 오더가 끝나기 무섭게 일제히 화살과 마법 비가 우리들에게 쏟아져 날아왔다.

그때 원래라면 서로를 견제한다고 마법을 아껴야 하는 챠밍과 니아가 한 번 눈빛이 마주치더니 곧장 마법을 시전했다.

그중 마족의 스태프인 마누스의 도움을 받은 니아가 먼저 마법을 시전했다.

【 앱솔루트 토네이도! 】

우리 주변을 모두 감싸는 대단위의 풍계 방어 마법.

날아오는 모든 화살들과 마법들을 한 번에 틀어막으며 최상의 방어 스킬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역시 전문 마법사가 써서 그런지 내가 고대 마수의 심장을 쓸 때보다 방어력이 월등해 보였다.

“전부 쏟아부어! 저 방어막을 깨란 말이다! 무한정 가진 않아!”

확실히 명궁의 말대로 이 방어 스킬이 무한히 방어해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대마법사가 존재했다.

앱솔루트 토네이도가 깨지려는 찰나.

챠밍이 완전히 똑같은 마법을 다시 시전해 냈다.

【 앱솔루트 토네이도! 】

이번에도 역시 돌풍의 마법이 시전되었는데 오히려 니아의 그것보다 이쪽이 규모나 회전력이 더 빨랐다.

챠밍 쪽이 마법 역량이 더 높은 걸 단적으로 보여 주는 건가.

그리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이번엔 니아 쪽에서 다른 마법을 준비했다.

【 엘레멘탈 브레스! 】

베히모스의 최강 마법이 마누스에서 펼쳐지자 솔직히 이번엔 놀라 버렸다.

저걸 아까 쓰는 걸 봤는데 또 시전을 했으니.

로케만큼 이쪽도 사기였네.

나중에 마누스를 만져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옵션 중에 쿨타임을 무시하거나 감소시켜 주는 뭔가의 옵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챠밍 역시 눈빛을 반짝이면서 그런 마누스를 바라보았다.

저 눈빛을 보면 안 챙겨 줄 수가 없지.

이걸 챠밍에게 주기만 하면…….

그러는 사이 챠밍 역시 아껴 두었던 스킬 중에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미 봐서 알고 있는.

“여기서 쓰려고?”

“네, 지금은 시간을 벌어야 할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더 아낄 필요도 없잖아요.”

챠밍의 그런 판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 챠밍이 정말 필살의 스킬로 남겨 둘 생각이었는데 지금도 나쁘진 않겠지.

그리고 히드라에게 얻었던 최상의 스킬이 챠밍의 손에서 구현되었다.

회백색 마법진이 여러 번 중첩이 되어 최대 차징에 이르자 곧 전방의 수많은 적들을 향해 쏘아졌다.

【 스톤 브레스! 】

으드드득!

콰드드득!

그렇게 날아간 회색의 브레스가 전방으로 넓게 뻗어 나가며 스쳐가는 모든 적들의 몸을 석화시키기 시작했다.

“어?!”

“으……! 이게 뭐야?!”

“몸이 굳었어!”

“젠장! 다리가!”

“움직이라고 좀!”

워낙 많은 적들이 봉인지의 퇴로 쪽에 몰려 있었던 탓에 챠밍의 스톤 브레스를 차마 피하지 못하고 죄다 석화가 되어 그 자리에서 석상이 되어 갔다.

대략 숫자가…….

100은 넘어 보이는데?

그리고 그것만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스톤 브레스와 한 세트나 다름없는 또 하나의 브레스.

【 애시드 브레스! 】

푸아아악!

촤아아악!

석화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적들 머리 위로 산성이 가득한 브레스가 덮쳐 갔다.

그러자 굳어 있던 몸들에 산성 브레스가 침투해 석화된 몸을 통째로 녹여 버리면서 흘러내렸다.

“무슨 이따위 마법이……!”

“몸이 녹는다! 힐!”

“전부 피해!”

“으아악! 안 돼!”

HP를 급격하게 줄여 버리며 신체를 붕괴시키는 마법이라 그런지 그 자리에서 죽음의 빛으로 수십 명이 동시에 증발해서 사라졌다.

뭔가를 해볼 수도 없는.

최악의 마법 조합.

챠밍 혼자서 밀집해 있는 적들을 백 여명이나 녹여 버리자 방어벽이 사라지면 싸우려고 했던 상대편 유저들의 발을 그대로 묶어 버렸다.

나 같아도 이런 건 무섭지.

재중이 형은 이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크게 웃으면서 외쳤다.

“좋아, 기세 꺾었다. 그럼 녀석들을 좀 더 당황하게 만들어 보자고.”

그 말과 함께 재중이 형이 시뻘겋게 변한 베사노스를 들고 앞장섰다.

저 형은 언제 베사노스를 저렇게까지?

설마 적들의 화염 마법을 전부 빨아들인 건가?

앱솔루트 토네이도가 어쩐지 오래 버틴다 했더니.

화염에 해당하는 대미지를 베사노스가 전부 빨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모인 화력은.

【 블레이즈 슬래셔! 】

곧장 블레이즈 슬래셔로 방출해 스톤 브레스와 애시드 브레스를 겨우 피해 사이드로 우르르 몰려 있던 유저들을 전부 불태워 버렸다.

아니 이건 녹여 버리는 쪽에 가깝겠지.

워낙 위력이 강하니까.

“끄악!”

“안 돼!”

“힐! 힐!”

“늦었어!”

“뭐해?! 반격해!”

피하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불사른 것도 모자라 재중이 형에게 날아오는 화염 마법들을 다시 베사노스로 쳐서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다른 마법들은 곧장 피해 버리면서.

재중이 형의 회피 능력이면 이건 일도 아니었다.

“땡큐, 너희들 다 복 받을 거다.”

그렇게 모인 화염을 다시 한 번 적들을 향해 내려쳤다.

【 블레이즈 슬래셔! 】

저건 솔직히 개 사기 스킬이지.

블레이즈 슬래셔에는 쿨타임이 없었다.

화염이 모이느냐 안 모이느냐의 문제일 뿐.

그런 재중이 형에게 화염 마법을 써대는 건 그냥 죽여 달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지금 여기 모인 대다수의 마법사들 중 화염 마법을 안 가진 유저는 거의 없었다.

일단 다른 마법보다 위력이 강하니까 무조건 날리고 볼 텐데.

그 수많은 화염 마법 대미지의 총합만큼의 위력을 재중이 형이 다시 되돌려주는 식이라…….

“……미친.”

“야! 화염 마법 쏘지 마!”

“그럼 대체 뭘 쓰라고?!”

“저걸 보고도 쓰고 싶어?!”

큭.

프로 팀들도 있지만 저들의 대다수는 그냥 실력 좀 있는 길드의 연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뒷짐 지고 있는 프로 팀들이 나서지 않는 이상에서야 재중이 형을 어찌할 수가 없지.

“칫, 우리가 나서자.”

“역시 불멸은 이놈들로 어떻게 못 해.”

프로 팀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보고 나 역시 바로 뛰어나갔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시간의 서!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독속성! 】

그리고는 재중이 형에게 다가오는 녀석 중에 제일 앞에 나선 녀석의 검을 오러의 중첩으로 그대로 갈라 버렸다.

키이익!

챙캉!

그 뒤에 다시 달려드는 녀석들의 무기들도 르아 카르테들을 휘둘러 바로 부숴 버리자 그들 역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러에 갈려 나간 허전한 검을 들고서.

프로들 실력이 아무리 좋으면 뭐해?

무기가 없는데.

그런 그들을 향해 르아 카르테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여기서부터는 접근 불가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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