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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10화 (700/1,404)

#710화 두 개의 나라 (11)

다행히 아직 완전히 봉인을 가르가의 봉인을 완전히 풀기 전이었다.

이미 봉인이 풀렸더라면 벌써 녀석들이 이 자리를 떴을 테니.

그렇게 포위망을 뚫고 따라온 우리를 바라본 연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특히 재중이 형을 쳐다보면서.

“하, 역시 쉽진 않군요.”

그런 연의 모습에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앞으로 들어올려 연을 겨누었다.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 말라고.”

“그렇군요. 하지만 이건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뒤에 있는 가르가의 봉인 석상을 가리켰다.

네 장의 날개가 높게 펼쳐져 있는 새의 형상을 한 석상을.

두 개의 봉인이 풀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봉인.

아직 우리는 봉인을 풀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어떤 식으로 봉인이 풀리는지 모른다.

다른 서버에서도 한 번도 풀린 적이 없어 영상도 존재하지 않았고.

“형, 바로 치죠.”

왠지 녀석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불길한 느낌이 계속 몸을 타고 올라왔다.

내 말에 재중이 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시선으로 각자의 상대를 지정해 주었다.

<불멸> 속전속결로 끝낸다. 나와 소녀가 올렌드 교황을 누를 테니까, 넌 연을 잡아. 챠밍은 니아를 잡고.

저쪽은 셋.

그리고 우리 쪽은 넷.

일단 수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아예 재중이 형이 이쁜소녀와 협동으로 올렌드 교황을 죽일 생각을 했다.

혼자서도 상대를 했는데 이쁜소녀까지 붙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터.

그사이에 챠밍은 니아를 상대하고.

마지막으로 난 연과 1:1로 붙으면 된다.

추가적으로 어떤 개입만 없다면…….

충분히 해볼 만해.

다른 방해가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우리 아군들이 여기로 오는 길을 철저히 막아 주고 있었으니까.

<주호> 가죠.

<불멸> 주호는 조심해라. 아직 저 마검의 기능을 다 못 봤어.

<주호> 네, 여차하면 빠질게요.

<불멸> 그래, 안 되면 바로 소녀 붙여 줄게.

<주호> 그 정도는 아니길 바라야죠.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저 석화를 쓰는 마검.

로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석화가 되는지는 직접 붙어 봐야 아는 일이니.

그래서 재중이 형도 내게 신경을 쓴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막내별도 데리고 오는 건데…….

모두 한 번에 빠져나오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쉽게도 막내별은 붙지 못했다.

이건 히드라 플레이트를 믿어야겠지.

재중이 형은 맹신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일단 로케를 상대로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다.

우리에게 조슈아 교황이 있긴 하지만.

성녀 직위가 사라진 이상 전투적인 능력은 거의 전무하니까 지금은 없다고 판단해도 되겠지.

그리고 이미 싸우기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던 양측의 당대 성녀에 해당하는 챠밍과 니아에게서 마법이 영창됐다.

【 성녀의 가호! 】

【 성녀의 가호! 】

《 성녀의 가호를 받습니다. 》

《 성녀의 가호에 따라 근력이…… 》

《 성녀의 가호에 따라 체력이…… 》

《 성녀의 가호에 따라 민첩이…… 》

.

.

예의 그 조슈아가 썼던 그 가호보다는 상승치가 적었지만 이것만 해도 능력을 올려 주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저쪽은 셋.

우리는 넷.

한 명 분의 가호를 더 받는 셈이니까.

성녀의 가호를 받은 재중이 형과 소녀가 먼저 올렌드 교황을 향해 뛰어나가고 나 역시 연에게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연의 표정이 복잡하게 얽히더니 결국 로케를 내 앞으로 꺼내들었다.

그다음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보여 주었다.

【 마족화! 】

응?

마족화라고?

대체 어떻게 마족화를?

의아한 눈빛으로 연을 보는데 저쪽에서 알려 주지 않는 이상은 여기서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예상하기로 올렌드 교황이 뭔가 수를 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네임드를 잡아서 얻었다는 건데…….

듀라한 같은 녀석이라도 잡았다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

일단 저렇게 마족화를 쓰게 되면 모든 스탯이 상승하게 된다.

거기에 원천마력이라는 사기 옵션도 따라붙고.

지금 연이 저걸 쓸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잠시 움찔했으나 나 역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바로 패를 꺼내들었다.

【 고대 마수의 심장! 】

《 고대 마수 - 베히모스의 심장이 장착되었습니다. 》

《 마수화를 진행합니다. 》

《 베히모스의 특성을 일부 가져올 수 있습니다. 》

《 베히모스의 스킬 중 일부를 쓸 수 있습니다. 》

이건 혹시 모를 베히모스나 가르가와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남겨 두었던 건데 어쩔 수 없지.

마족화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같은 등급의 변화를 쓸 수밖에.

내가 고대 마수의 심장을 쓰자 연 역시도 표정이 확 굳어 버렸다.

그리고는 바로 로케에 다른 오러를 걸어 대기 시작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독속성! 】

하, 트리플 캐스팅도 있는 거였나?

독속성의 오러는 아마도 저 로케 덕분일 테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쓸 수 있으니.

저쪽이나 이쪽이나 숨기는 패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밀린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쪽은 여섯 개의 오러를 쓰고 있으니.

이제 그동안 얼마만큼 많은 준비가 되었느냐가 승패를 가를 뿐.

그렇게 처음으로 연의 로케와 내 르아 카르테가 허공에서 맞부딪히는 순간.

로케에 씌여 있던 세 개의 오러가 확 흔들리면서 확 옅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로케에 직접 오러의 타격이 들어가면서 로케의 검날이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울려 댔다.

캬갸갸각!

키이이잉!

검신이 갈리는 것 같은 묘한 공명음.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프로 유저들의 무기와 달리 로케의 날은 부서지지 않고 제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마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구도가 일반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건가.

재중이 형의 베사노스도 내 오러의 중첩에 박살 나지 않는 것만 보면, 오러만으로 저런 류의 무기를 부수는 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대미지가 들어간 것은 사실.

검을 부딪칠 때마다 누적되는 대미지는 연 쪽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위 아래로 똑같은 르아 카르테가 동시에 휘둘러지자 연이 로케를 수직으로 세워 동시에 막아 낸 뒤 뒤로 빠져나갔다.

“큭, 역시 이걸로도 부족한가.”

연도 이런 사실을 잘 아는지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눈빛은 절대 아니었다.

그 상태에서 뭔가 회백색의 기운이 로케에 휘감아지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이려나.

그리고 그 다음 서로의 검이 붙는 순간.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히드라 플레이트 상의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

《 히드라 플레이트 하의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

.

.

동시에 히드라 플레이트의 방어구들이 석화에 저항하면서 몸이 굳어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는 연이어서 계속 올라왔다.

《 히드라 플레이트 헬름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

《 히드라 플레이트 건틀렛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

《 히드라 플레이트 부츠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

《 석화로 인한 경직이 소폭 적용됩니다. 》

《 이동속도가 석화 상태 이상으로 인해 서서히 저하됩니다. 》

《 고대 마수의 심장이 완전 석화에 저항합니다. 》

역시 완벽하게 저항할 순 없는 거였나.

목 부분과 다리 부분이 약간 느려진 것 같은 미묘한 감각을 느끼면서 바로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 연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반면에 연은 온몸의 곳곳에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연기가 났고 마치 바람에 베인 듯 상처가 꾸준히 늘어났다.

거기다 역시 몸에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조금씩 몸을 움찔 거렸고.

이쪽이 석화로 인해 속도가 느려지는 피해를 보듯.

저쪽 역시 여러 상태 이상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오히려 연이 더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해야겠지.

단순히 부분 석화로 인해 느려지는 나와 달리 연은 정말로 피해가 누적되는 중이었다.

특히 이쪽은 관통 확률이 높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격을 정말 풀로 대미지가 들어가게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컨트롤이 워낙 좋아 치명타를 터트리지는 못해 직접적으로 대미지를 증폭시키지는 못했다.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재중이 형이 말했던 대로 몇 번 부딪혀 보지도 않았지만 연의 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좋다고 느꼈다.

내가 휘두르려는 코스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휘둘러 막아 내는 모습에는 혀를 내둘렀다.

스펙이 이쪽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연이 내 공격을 완벽히 막아 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설마 내 공격 패턴을 죄다 분석한 건가?

아니라면 이 정도까지 내 공격을 막을 수가 없을 텐데…….

거의 기계적으로 막아 내는 느낌?

만약 정말 목이라도 치고 싶다면 내 쪽에서도 허리 정도는 완전히 내어 줄 각오로 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재중이 형만큼이나 군더더기가 없었다.

아니, 이쪽이 방어면에서는 좀 더 빡빡하려나.

정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재중이 형과 달리 모든 코스를 완전히 미리 읽어 방어하는 모습.

단시간에 승부를 내기는 어렵다는 말이기도 했고.

저런 방어에 균열을 내려면 모험을 걸어야 할 텐데, 지금은 어떻게 막고 있다지만 뒤에 몰려올 적들까지 고려해 보면 모든 것을 쏟아 내기는 부담이 되었다.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이쁜소녀와 함께 올렌드 교황을 완전히 코어에 밀어 넣고 몰아붙이고 있었다.

정면 승부는 재중이 형이 아닌 이쁜소녀가 전적으로 맡아 올렌드 교황과 파워 게임을 했고, 대신 재중이 형은 그 틈으로 날카롭게 공격을 밀어 넣으면서 올렌드 교황의 신체를 점점 무너뜨려갔다.

확실히…….

저렇게 움직이는 것이 더 밸런스가 맞아.

이쁜소녀의 스타일상 저렇게 세세한 플레이는 아직 무리였다.

차라리 정면을 맡겨서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그대로 펼쳐내는 편이 좋았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진(眞) 토르의 능력을 살리기에는.

저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지.

그리고 그 빈틈을 커버해 줄 능력은 재중이 형에겐 충분했으니.

영웅의 무구로 생각되는 올렌드 교황의 하얀 라지 쉴드도 이런 폭격에는 그렇게 힘을 쓰지 못 했다.

무구 형식이 저렇다 보니 방어는 충분할 정도로 강했지만.

공격력에서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 역시 불멸인가.”

연도 잠시 나와 소강상태인 상황에서 고개를 돌려서 그 격돌을 보고는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나름 두 개의 마족의 무기와 최상의 NPC를 대동해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거였나.

하지만 우리의 준비가 훨씬 더 좋았다.

마법사 쪽은…….

상태를 보니 니아 역시 마족화를 한 모양인데.

챠밍도 마족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마법으로 치고받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오히려 챠밍이 니아를 상대로 연신 마력을 퍼부으면서 니아가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족의 스태프라고 한들.

이쪽은 영웅의 무기의 카피본이 두 개니까.

단순히 마법사들의 화력 싸움으로 가게 되면 챠밍을 이길 수 있는 유저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이기는 그림.

상대 측에서 방해가 안 온다면야…….

전사 형 쪽에서 잘 막아 주길 바라야겠지.

“다시 2차전을 해보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한결 여유가 생겨났다.

몸놀림도 좀 더 가벼워지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후방에서 바람을 가르는 강렬한 풍절음이 들려왔다.

이건…….

화살인가?

거기다 단순히 한 발이 아냐.

화살 뒤에 똑같은 코스로 숨겨져 들어오는 또 다른 화살의 미묘한 흔들림까지 감각에 들어오자 바로 르아 카르테를 연속으로 휘둘러서 모든 화살들을 옆으로 쳐냈다.

까가강!

카강!

뭐지?

아직 돌파됐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리고 르아 카르테를 타고 손에 전해져오는 위력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건 나르샤 누나만큼이나 스펙이 높아!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자 전혀 의외의 유저가 나를 노리고 화살을 재고 있었다.

분명 길드 이름이…….

페가수스?

나뿐만 아니라 그 유저가 재중이 형, 이쁜소녀, 챠밍에게 모두 공격을 날리자 팽팽했던 격돌에서 다들 손을 떼고 일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버렸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화살을 날린 유저를 보고는 곧장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명궁. 너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분명히 재중이 말했었지.

먼저 나간 프로 팀이 더 있다고.

거기다 명궁과 함께 수많은 유저들이 마치 우리를 포위하듯이 나타나 버리자 나 역시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했던 길드 중에 하나가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서 우리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자 상황이 많이 복잡하게 변해 갔다.

그리고 명궁이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가져가도록 하죠. 마지막 봉인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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