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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9화 (699/1,404)

#709화 두 개의 나라 (10)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곧 누군가의 두려움이 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분명히 마력이 떨어져서 벌써 사라졌어야 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것.

이 사실 하나만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평범한 장비로는 이미 상대가 불가능한 수준의 스펙.

그렇게 압도적인 오러의 위력으로 상대 프로들의 검을 보이는 족족 박살내 놓자 결국 모든 적들이 내게서 거리를 벌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속 부딪혀 봐야 답이 안 나온다는 걸 저들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피해가 커지기 전에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

하지만 이건 그만큼 아까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게 되었다.

내 주변의 적들이 모두 거리를 벌리자 나는 전사 형과 싸우고 있던 적 유저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전사 형에게 시선이 팔린 틈을 타 뒤로 들어가 그대로 육중첩의 오러로 적의 목을 날려 버렸다.

파아악!

촤아악!

하나도 아닌 두 개의 르아 카르테도 모두 진짜.

이중으로 대미지가 들어가자 당연히 적도 버티지 못했고, 크리티컬이 터져서 뻗어 버리자 전사 형이 검을 내리치면서 완전히 녀석을 마무리 지었다.

“오, 땡큐.”

“그럼 전 다음으로 갈게요.”

“그래, 난 다른 녀석들 도와줄게.”

전사 형은 방어가 부족한 쪽으로 가서 바로 도움을 주었고 난 다시 전장을 달리면서 보이는 족족 적들의 목을 날려댔다.

정확하게는 우리 편들과 붙는다고 미처 몸을 빼지 못했던 적들부터.

발키리 아주머니가 힘겹게 싸우던 유저의 목을 날리고는 내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마워.”

“네, 바로 다른 분하고 합류해요.”

현역 여대생도 두 개의 단검을 휘두르면서 싸우다가 내가 다가가자 적이 빠지지 못하게 더욱 밀어붙여서 빈틈을 만들어 주었다.

역시 센스가 있다니까.

그런 도움을 받아 쉽게 적을 베고 나자 현역 여대생이 환호를 하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오빠, 최고!”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하고. 고개 숙여!”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현역 여대생의 뒤로 화살이 날아왔는데 바로 르아 카르테로 연속으로 휘둘러서 화살들을 모조리 터트렸다.

파앙!

퍼엉!

“축배는 끝나고!”

그 말을 하고 다시 옆에 있는 전투 장소로 뛰어나갔다.

지금 줄일 수 있는 최대한으로 줄여 놔야 해!

이 녀석들이 적들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현재 베히모스를 상대하고 있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반면에 우리는 더 이상의 지원이 없다.

거리가 멀어서 황실 비공정을 타고 왔기 때문에.

당연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으로 이번 전투를 해결해야했다.

기선 제압을 했을 뿐.

잠시의 승리를 즐기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어.

그런 생각으로 보이는 족족 목을 날리려고 했는데 막상 이 녀석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당황한 순간도 잠시.

처음 몇 녀석들을 빼면 내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자리를 빼면서 결정타를 완전히 회피했다.

그리고는 바로 방어에 맞는 진형으로 형태를 바꿔서 뒤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칫.

벌써 약빨이 떨어졌나?

훈련이 잘 되어 있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이 녀석들의 평정심을 깨는 것이 쉽진 않았다.

재중이 형과 접전을 벌이던 올렌드 교황 역시 뭔가의 신호를 받았는지 바로 재중이 형을 떨쳐 내고는 뒤로 빠져나갔다.

그 사이로 다른 기사단 NPC들이 거리를 벌릴 수 있게 도와주면서 재중이 형이 따라가지 못하도록 완전히 길을 막아 버렸다.

확실히 연이라는 녀석이 멀리서 구경만 하던 게 아니었다.

수세라고 판단하자마자 바로 밀집하듯이 정비를 하다니.

쓸데없는 고집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상황 판단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재중이 형도 올렌드 교황을 놓치더니 아쉽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말 올렌드 교황을 혼자 잡을 자신이 있었나 보네.

아니, 자신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런 재중이 형 옆으로 이동하자 아니나 다를까.

“큭, 저거 내빼는 실력이 장난 아닌데?”

역시 잡을 생각이었구나.

지금 같으면 테인 공작도 혼자서 잡을 수 있으려나?

상대편을 보니 이미 정면으로 단단히 가드를 쳐 버렸다.

특히 기사단의 NPC들이 거대한 라지 쉴드를 세워서 촘촘히 방어를 한 탓에 파고드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어떻게 해요?”

“뚫어야지. 챠밍!”

그리고는 곧장 챠밍을 불러서 말했다.

“전부 날려버려!”

“네! 이미 준비하고 있었어요.”

【 마족화! 】

챠밍이 아예 마족화까지 해서 몸에 검은 기운을 잔뜩 끌어올리면서 원천마력을 활성화시켰다.

본격적인 대치전으로 변하자 미리 챠밍이 캐스팅을 해 두고 기다렸던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스칼렛과 아이꿍 같은 마법 계열도 모두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이젠 화력으로 누가 이기냐인가?

접근전은 이미 우리 쪽에서 우세했으니 다시 같은 식으로 싸울 순 없을 테고.

자신이 있냐는 말은 따로 물어보진 않았다.

그동안의 준비가 그렇게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으니.

우리만큼이나 저쪽 역시 마법을 쓰는 NPC들까지 모두 동원했다.

만약 이 화력전마저 지면 그때는 답도 없을 테니.

그런 양쪽의 대치 상황에서 결국 양쪽의 화력이 불을 뿜었다.

【 트리플 캐스팅! 】

【 엘레멘탈 브레스! 】

【 데몬 익스플로전!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폭발적인 뇌전, 화염, 바람의 브레스.

그리고 어둠 속성의 폭발력.

마지막으로 하늘이 열리면서 떨어져 내리는 메테오까지.

월드 네임드인 히드라를 상대로 챠밍이 썼던 그 마법 조합이 이번에도 역시 똑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도 일반 유저들을 상대로.

과연 저걸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임드조차 맞으면 뻗어 버릴 정도의 위력인데.

하물며 유저들의 방어와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그런데 그때.

상대측에서 예의 그 니아라는 유저가 베히모스의 봉인에서 나온 스태프를 높게 들었다.

저건?

설마?

그리고는 챠밍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엘레멘탈 브레스를 써서 중간에서 두 개의 마법이 부딪혀갔다.

파지지직!

화르륵!

쐐에에엑!

물론 이쪽의 위력이 더 높기에 상대의 엘레멘탈 브레스가 와해되기는 했지만 챠밍의 마법 역시 위력이 죽어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다 동시에 바람의 방어 마법인 앱솔루트 토네이도를 써서 데몬 익스플로전을 방어했다.

온전히 방어 스킬이라 그런지 타격을 거의 주지 못한 상황.

하…….

역시 베히모스의 마법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스태프였나?

그런데 전혀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방금 니아가 한 번 썼던 엘레멘탈 브레스를 다시 한 번 시전되더니 바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 떨어지려던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튕겨 내면서 완전히 하늘로 뻗어 나갔다.

엘레멘탈 브레스 때문에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그 경로가 확 꺾여서 전혀 다른 장소로 떨어져 내릴 수밖에 없었고.

이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마 좀 전에 썼던 엘레멘탈 브레스를 다시 한 번 쓸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시간의 서?!”

그러자 전사 형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의 서가 언급됐다.

시간의 서?

일부 네임드나 NPC를 잡으면 얻을 수 있기는 한데…….

아니, 그것보다는 오히려 저 스태프에 더 눈이 갔다.

“어쩌면…… 저걸 연속으로 더 쓸 수 있을지도 몰라요.”

“뭐?”

만약 내가 생각했던 게 맞다면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그냥 아니길 바라야…….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이 또 한 번 니아의 스태프에서 예의 그 마법진이 형성되어 갔다.

“시간의 서가 아니에요!”

시간의 서는 한 번에 한하여 캐스팅을 되돌려준다.

하지만 지금 벌써 세 번째 엘레멘탈 브레스가 시전되는 중이었다.

저건 시간의 서로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말이었고.

곧장 챠밍을 돌아보면서 외쳤다.

“챠밍!”

“네! 준비했어요!”

등급은 좀 떨어지더라도 근접한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들을 챠밍은 다수 보여하고 있었다.

【 시간의 서! 】

【 트리플 캐스팅! 】

【 파이어 브레스! 】

【 아쿠아 브레스! 】

【 기가 라이트닝! 】

이번엔 챠징할 시간이 없이 날렸지만 어찌어찌 시간을 맞춰서 니아의 엘레멘탈 브레스와 맞부딪혀 갔다.

위력?

이쪽은 세 가지 궁극기인데 당연히 위력이 부족하진 않았다.

거기다 챠밍이 가진 15강의 무기들의 증폭력과 스탯 보조까지.

위력이 한참 올라간 브레스들이 바로 엘레멘탈 브레스를 그대로 밀어내면서 녀석들의 진영에 떨어졌다.

화르르륵!

챠아아악!

콰지지직!

하지만 이미 한 번 엘레멘탈 브레스에 위력이 깎여서 그런지 크게 피해를 주진 못 했지만…….

이런 위력이 적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표정을 보니 당연히 자신들 쪽이 이길 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내부적인 테스트로 니아의 저 스태프가 얼마나 강력한지 아는데 오히려 챠밍이 혼자서 그걸 눌러 버리는 상황에 정말 놀란 모습이었다.

“오히려 니아가 밀려?

“어이, 이쪽은 마족의 무기라고……?!”

“설마, 챠밍도 같은 무기를 가진 거냐?”

“하,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그럼 저걸 어떻게 설명해?”

“몰라, 젠장, 저 새끼들은 대체 무기를 얼마냐 숨기고 있는 거지?”

챠밍이 들고 있는 두 개의 마법형 르아 카르테 15강.

이건 상대가 전혀 예상할 수도 없는 무기들이었다.

시스템으로도 한 번도 뜬 적 없는.

복사본 무기니까.

그냥 네임드를 잡을 때 좀 세구나 하고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상대하자 얼마나 미친 무기인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쪽 편의 성녀이자 니아의 스태프에 힘입어 화력전은 당연히 자신들이 이길 거라 생각했는지 적들의 웅성임이 더 커졌다.

하지만 반대로 이쪽의 성녀 역시 챠밍이다.

동급.

마검, 그 이상의 무기를 두 개 들고 있는.

절대 챠밍이 밀리지 않지.

마법사들의 화력전에서마저 밀리자 적들이 더 분주해졌다.

이대로 다시 격돌하면 열에 아홉.

우리가 이길 테니까.

특히 상대측은 내가 목을 날려서 죽인 인원만 이미 상당수였다.

숫자에서 역시 밀리는 상황.

그러자 연이 인상을 확 쓰고는 주변에 뭔가의 지시를 내렸다.

바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형, 저건?”

“녀석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아주 멀리서 싸우고 있을 베히모스 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점점 그 전투의 소리가 커져갔다.

“이거 참, 둘 다 같이 죽자는 건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

저건 예상한 대로 베히모스를 상대하던 병력을 불러들여서 판을 완전히 엎을 작정이었다.

크어어엉!!

베히모스 특유의 하울링과 함께 우리 측의 병력 모두 표정이 굳어버렸다.

반대로 연은 오히려 우리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그럼 열심히 상대해 보시죠.”

그러고는 올렌드 추기경, 니아와 함께 가르가의 봉인지를 향해 빠르게 빠져나가 버렸다.

그와 동시에 모든 적들이 블록을 형성하면서 길을 틀어막았고.

젠장.

먼저 봉인을 풀고 빠지겠다는 건가.

곧바로 챠밍, 이쁜소녀와 뒤에서 대기 중이던 조슈아 교황을 불렀다.

“모두 이리로!”

그러자 모두 내 옆으로 다가와서 섰다.

재중이 형도 베사노스를 들더니 눈빛을 빛내면서 말했다.

“내가 뚫어?”

“아뇨, 형은 힘을 아껴요. 올렌드 교황을 잡으려면요.”

그러고는 곧장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들어올렸다.

우리를 막고 블록을 형성하는 적들을 향해.

“갑니다!”

오러에 마력을 하나도 소모하지 않았기에 쓸 수 있는.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해도 절대로 막지 못할 한 방.

내 모든 마력을 쓴 최강의 스킬을 여기서 풀어놓는다!

【 데스 버스트! 】

콰아아아아!!!

그렇게 양쪽의 르아 카르테에서 뻗어 나간 검은 마력의 파도가 그대로 정면에 있던 유저들을 싹 녹여 버리면서 지나갔다.

데스 버스트의 궤적에 있던 모든 유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황.

그 누구도 이런 위력에는 발조차 뗄 수 없었다.

여기서 써버린 건 아깝지만...

정면이 횡하게 비자 바로 재중이 형을 비롯해 챠밍, 이쁜소녀, 조슈아 교황이 달려 지나갔다.

우리의 의도를 아는 모든 아군들이 우리에게 적들이 붙지 못하게 달라붙어 블록을 쌓아 주자 뒷걱정은 하지 않고 바로 연을 향해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거의 가르가의 봉인지에 도달한 연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인벤에서 복사한 르아 카르테 중에 하나를 꺼내들어 달리는 힘을 이용해 있는 힘껏 녀석에게 집어던졌다.

쐐애애애액!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그러자 깜짝 놀란 연이 뒤로 돌아 로케로 검을 쳐냈지만 순간 크게 몸을 휘청거렸다.

뜻밖이라 더 대비를 못한 것으로 보였고.

“젠장, 벌써 따라왔냐?”

그런 연을 보고는 섬뜩하게 미소 지었다.

“네 마음대로는 안 돼.”

이렇게 된 이상.

절대 봉인은 줄 수 없지.

반드시 여기서.

녀석을 끝장낸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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