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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8화 (698/1,404)

#708화 두 개의 나라 (9)

우리가 그랬듯.

저쪽에서도 우리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거점 주변으로도 사람들을 심어 놨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도 우리가 거점 내에서 대기하는 줄로만 알고 있을 터.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니까.

이런 때를 위해서 황실 비공정의 모든 기능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시간의 서!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독속성! 】

그리고 무려 여섯 개의 오러가 르아 카르테들에 맴돌며 적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저게 무슨?”

“오러가 여섯 개라고?!”

“미친……!”

“세 개 아니었어?”

그런 화려한 오러의 중첩에 내게 달려들려던 적들이 깜짝 놀라 발을 멈칫했다.

예전에 녀석들과 싸울 때는 분명 오러 삼중첩까지만 보여 줬었다.

아니, 도망가는 NPC들 상대로 그 이상 보여 줄 필요도 없었고.

굳이 전력을 노출시킬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빛과 어둠의 오러.

베히모스에게서 얻은 뇌전, 화염, 바람의 오러들과 히드라의 독 속성 오러까지.

현재 쓸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을 꺼내놓았다.

적들이 그런 오러의 중첩을 보고 잠시 멈칫거린 순간.

그대로 발을 박차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유저에게 달려들었다.

적들이 놀란 지금.

확실히 기선을 제압해야 해.

그리고 르아 카르테를 연속으로 휘두르자 프로 유저 중 한 명이 기겁해서 뒤로 급하게 몸을 빼냈다.

역시 정면에서 부딪혀 주진 않는 건가?

눈은 오러의 중첩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으나 몸은 자동으로 공격을 피해 움직이는 모습.

이전에도 그랬지만 당황한 표정과 달리 이미 몸에 배이도록 한 연습량이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듯 내 앞에 있던 모든 프로 유저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면서 양옆으로 벌어져 버렸다.

마치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듯.

그런데 그 이후 그들에게서 나온 말은 나를 웃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냥 거리만 벌려! 어차피 저 오러 오래 유지 못 해!”

“오러 떨어지면 바로 죽여! 유지시간은 우리가 훨씬 길다!”

“그래, 오러를 여섯 개 동시에 쓰면 길어 봐야 2분도 안 돼!”

“주호는 나중이다! 녀석 말고 다른 놈들 공격해!”

내 오러가 2분도 못 간다고?

당연히 다른 사람이라면 저 말이 맞다.

하지만.

내게는 미친 옵션을 가진 르아 카르테들이 있으니까.

지금처럼 두 개를 모두 들면 오러로 인한 마력 소모가 제로였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적들이 오히려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을 격돌하기 시작했다.

철저히 나만을 피해서.

하, 이것들이 진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런 녀석들을 보고 따라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도 자리를 전부 옮기면서 나를 피해 다녔다.

아예 내 근처에도 오지도 않겠다는 마인드로.

그런 내 옆을 스쳐 지나듯이 뛰어나간 재중이 형이 피식거리면서 녀석들에게 말했다.

“주호만 아니면 된다는 거냐? 이것들이 완전 나를 물로 보네.”

【 마족화! 】

“챠밍!”

재중이 형이 챠밍을 부르자마자 뒤에서 바로 한 가지 마법이 날아왔다.

【 블레이즈 필드! 】

그러자 재중이 형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시뻘건 화염들이 일어났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지옥 속에 서 있는 전사와 같은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를 횡으로 휘둘러 그런 화염을 모조리 베사노스로 빨아들였다.

마법으로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알고 뒤로 빠졌던 적들을 놀리듯이 모든 화염들을 받아들인 베사노스가 어둠과 화염을 중첩해 무서운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곧장 적들에게 달려들더니 무차별적으로 적들의 선봉을 꺾어 내기 시작했다.

저건 그냥 일반적인 오러로는 절대 대적 불가였다.

어둠의 오러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화염을 잔뜩 머금은 화염의 오라는 일반적인 오러와는 격이 달랐으니까.

빛의 오러가 모조리 벗겨져 나가며 낭패한 표정의 몇 명의 목이 날아가자 그때서야 누군가가 급히 재중이 형의 앞을 막아섰다.

카아아앙!

저건…….

올렌드 추기경?

빛으로 잔뜩 몸을 감싸면서 그보다 더욱 화려한 빛을 발산하는 라지 쉴드로 자신을 막아선 올렌드 추기경에 재중이 형이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무서운 속도로 베사노스를 휘둘러 올렌드 추기경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크윽! 이 녀석!”

쾅쾅!!

콰아앙!

한 번씩 라지 쉴드 위를 두들길 때마다 올렌드 추기경이 뒤로 튕겨나가면서 그만큼 재중이 형이 앞으로 쭉 밀고 나갔다.

하…….

저게 가능한 거였어?

분명히 올렌드 추기경의 스펙은 예전 가르시아 제국의 테인 공작만큼이나 높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올렌드 추기경이 라지 쉴드를 내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조금만 가드가 내려가면 그 자리를 무섭게 파고들면서 올렌드 추기경을 흠칫 놀라게 만들며 뒤로 연신 밀어내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났다.

아마도 마족화를 써서 몸의 스펙이 올라간 것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컨트롤을 한다고?

파워, 속도가 올라갔음에도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완벽한 몸놀림에 혀를 찼다.

이건 스펙이 올라가더라도 이미 저런 수준의 연습이 되어 있다는 것을 뜻했다.

아니, 여유롭게 싸우는 걸 봐서는 그보다 훨씬 스펙이 높아지더라도.

무리가 없을 테지.

새삼 재중이 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올렌드 추기경, 아니지, 지금은 교황인 올렌드 교황에게서 신경을 껐다.

사실 저들 중 가장 높은 스펙인 올렌드 교황을 저런 식으로 재중이 형이 눌러 버리자 적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당연히 전면에서 밀어붙여야 할 올렌드 교황이 오히려 뒤로 밀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전처럼 인원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이번에는 전혀 하지 못했다.

이미 베히모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상당수의 병력들을 할애했기 때문에.

전사 형, 수호 형, 최종병기 형 역시 저들과 부딪히면서 한쪽 측면을 맡았고,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커플, 현역 여대생, 슬이아빠, 체리, 천둥도 전면에서 라인을 맞추면서 같이 싸워나갔다.

후방에서는 나르샤 누나와 연합의 궁수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화살을 날려 댔고, 막내별 역시 누군가가 죽지 않도록 바로 체력을 채워주면서 라인을 지켜냈다.

다들 수호 형이나 최종병기 형 같은 프로가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씩 밀리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무너질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 내는 사이 황룡, 폭군에 이어 화련까지도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한 자리를 잡고 녀석들을 상대했다.

화련…….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잖아?

물론 온몸을 고강으로 두른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싸우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 옆에서 같이 싸우는 헤라 길드원들이 잘 받쳐 주기도 했고.

특히 그중 난이라는 저 소년.

거칠게 휘날리는 회색머리 사이로 진하게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인.

적들의 검들 사이를 파고들 듯이 거칠게 파고들더니 몸의 다른 부위를 전부 내주면서 오직 적의 목을 따내는 모습이 보였다.

한 마리의 날뛰는 야수처럼 완전 저돌적인 움직임.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지금은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딱 크리티컬을 맞지 않을 정도의 타격만 내어주고 상대의 목을 베어냈으니까.

이전과는 스타일이 좀 많이 바뀐 것 같기도 한데…….

뭔가 섬뜩할 정도로.

마치 어떻게 하면 상대의 목을 빨리 물어뜯을 수 있는지 눈을 부라리는 야수 같은 느낌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적들보다 오히려 이쪽이 더…….

한번 싸워 보고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화련이 비밀병기라고 자신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그리고 그런 유저들 사이에서 이쁜소녀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토르로 뇌전을 사방에 터트리면서 전진하는 이쁜소녀를 막아낼 만한 스펙이 저쪽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접근만 해도 뇌전이 퍼지면서 움직임을 더디게 만드는데 일대 일로 쉽게 상대하긴 어렵지.

그렇다고 너무 많은 유저들을 이쁜소녀를 상대하고자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적들의 가장 큰 문제.

내가 누군가를 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면 싸우고 있던 적들이 일제히 자리를 옮기니 계속 진형이 흐트러졌다.

일부러 적들이 유리해 보이는 라인 쪽 근처만 다가가도 그냥 내빼 버리니 저들이 승기를 잡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렇게 계속 이쪽에서 오히려 밀어붙이기 시작하자 적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비슷한 숫자로 붙으면 당연히 자신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의 결과는 그와는 완전 반대였다.

적어도 지금 물 만난 듯 날아다니는 이쁜소녀라도 막아 내려면 그에 맞는 스펙을 가진 유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유저는 저쪽에선 연밖에는 없었다.

같은 등급의 마검을 가진.

자, 과연 어떻게 할 거냐?

아직은 후방에서 간을 보고 있는 연과 그 옆에 서 있는 니아라는 여자를 바라봤다.

진한 보랏빛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저 여자가 들고 있는 저 삼색의 스태프가 베히모스의 봉인에서 나온 마족의 무기인가?

아마 저 여자가 나서면 판세가 확 달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밀리는 건 절대 아니었다.

이쪽은 무려 15강짜리 마법형 르아 카르테를 두 개나 들고 있는 챠밍이 대기 중이었으니까.

마법의 화력 싸움으로 가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쪽이나 이쪽이나 마법을 난사하지 않는 이유는…….

그 광역기가 서로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난전일 때는 우리 편도 같이 녹여 버리니.

우리가 승기를 잡고 있는데 굳이 도박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가자 적들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내게서 도망 다닌다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전부 눈을 부라리면서 내게 검을 들이밀었다.

“오러 끝날 때 다 됐어!”

“아! 진짜 많이 참았다!”

“그래, 저 새끼 때문에 라인 다 무너지잖아. 주호부터 잡아!”

“전부 다 달려들어! 몇 번 부딪히면 오러 꺼진다!”

사방에서 적 프로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그래, 전부 들어와라.”

그렇게 제일 먼저 달려든 빛의 오러를 중첩된 오러로 날려버리자 검이 통째로 오러에 갈려서 박살 났다.

카가갹!

파캉!

검이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유저가 다시 달려들어서 또다시 검으로 내려치자 이번에도 역시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서 녀석의 검을 완전 부셔 버렸다.

콰가각!

파가각!

그다음도.

또 그다음도.

카가각!

파각!

연이어 달려드는 모든 적들의 검을 죄다 폐기품으로 만들어버리길 한참.

거의 삼십에 가까운 검을 박살 내자 어느 순간부터 전장에 차가운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적들의 눈빛과 함께.

그렇게 유저들의 상식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꺼져도 벌써 꺼져야 하는 오러가 아직도 르아 카르테에 찬란하게 흐르고 있으니.

“젠장 검이 다 작살났어.”

“그런데 저거 왜 아직도 그대로야?”

“……말이 돼? 여섯 개나 중첩했는데?”

“저놈 마력 수치가 대체 얼마길래?”

“아냐, 마력에 전부 올인해도 저건 불가능해.”

큭.

당황한 표정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네.

휘몰아치는 육중첩의 오러가 감싸고 있는 르아 카르테들을 늘어뜨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적들 모두 흠칫하면서 내가 앞으로 걸어간 만큼 뒤로 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두려운 뭔가를 보듯.

그런 적들을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더 안 들어와? 아직 난 시작도 안 했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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