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6화 두 개의 나라 (7)
마검은 아직 쓰지 못하는 것 아니었나?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잘못 알아봤을 리는 없을 테니 마검이 풀린 것은 기정사실로 봐야 했다.
이건 문제가 되겠는데…….
저쪽이 우리에게 아직 시비를 걸지 못하는 이유엔 마검을 아직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를 직접 상대할 만한 스펙이 저쪽엔 구성되어 있지 않으니까.
영웅의 검이나 마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고 여러 명을 차륜으로 붙여야 하는 게 현실이라.
하지만 그런 식으로 병력을 운용하다 보면 자연히 어딘가는 구멍이 나게 된다.
만약 그렇게 붙여 놔도 상대가 안 되면 그때는 재앙이지.
그런데 저쪽도 마검을 쓸 수 있게 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지게 된다.
곧장 원정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길드 건물에 들어가자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전사 형이 바로 날 발견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상황은 어때요?”
“음, 아직은 괜찮아. 저쪽에서 살펴보고 돌아가는 정도만 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전투는 아직이네요.”
“그런 셈이지. 그래도 서로 정찰하는 애들끼리 붙어서 손해를 좀 보기는 했어.”
아무래도 우리가 접속을 하지 않은 동안 몇 번의 전투가 있었던 모양.
“정찰…… 인가요?”
“서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니까. 알다시피 저쪽이나 이쪽이나 방송을 꺼 버린 건 똑같거든.”
우리 쪽에서도 일부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는데 지금은 전시 상황이라 전부 방송을 멈춰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프로 팀들이 있는 저쪽 역시 유지하던 방송을 모두 비공개로 돌려서 우리가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게 했다.
이번에 지면 완전히 밀려 버리는 상황인데 한가하게 방송을 하고 있을 간 큰 녀석들은 양쪽 다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전투에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쪽 팀의 에이스들의 장비.
우리 쪽의 방어 상태라던가.
NPC들의 숫자.
전체적인 유저들의 인원 배치.
각 길드마다 접속 상황.
이런 것들이 방송에 나가면 그때부터는 전부 저쪽에서 물어뜯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빌미가 되어 준다.
물론 그걸 다 알려 주고도 상대를 씹어 먹을 정도의 세력이라면 과시용으로 내보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의 형편은 약점이 꽤 많아서.
아예 불가능이지.
“설마 거점 내로 들어온 녀석도 있어요?”
“아직. 아무리 녀석들이라고 해도 NPC들을 아주 무시하고 들어올 수는 없어. 우리 쪽도 지금 굉장히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어떻게 마검을 알아봤어요?”
실상 서로의 성에 누군가를 집어넣을 수 없다면.
상대방의 장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어야 했다.
그런데 마검을……?
어떻게 된 거지?
저쪽에서 직접 보여 주지 않는 이상은 우리가 알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런 생각까지 들자 놀라서 전사 형에게 물었다.
“설마 직접 보여 준 건가요?”
“당연히 그건 아니지.”
“그럼 어떻게?”
내 궁금해하는 표정에 전사 형이 웃음을 보이더니 바로 이야기 해주었다.
“다행히 아직 조슈아 성녀 쪽에서 제넨샤에 끈이 남아 있더라고. 연무장에서 마족의 무기로 서로 연습하는 모습을 봤다고.”
“하, NPC가 그런 것도 알려 주나요?”
“필요하면?”
“앞으로는 NPC들 눈도 조심해야겠네요.”
이런 식으로 NPC들을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우리 쪽이야 완전 새로 만들어진 곳이라 올렌드 추기경의 손이 닿지 않겠지만.
저쪽은 사정이 달랐다.
기존에 있던 NPC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정보를 빼오는 일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건 누구 아이디어예요?”
우리 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 누군가가 알려 주었단 말인데…….
그러자 전사 형이 고개를 돌려 엔느 쪽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여러 가지 알고 있더라고. NPC들을 어디까지 써먹을 수 있는지도.”
“음, 엔느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정보를 얻어온 것을 보면.
아예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마검들 정보는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올렌드 추기경이 뭔가 방법을 알려 주었거나 직접 찾아냈거나.
어찌되었던 지금 쓸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니까.
“둘 다 검은 아니더라고. 하나는 검. 다른 하나는 스태프다.”
“그래요?”
“이름은 로케와 마누스.”
베사노스와 비슷한 이름이네.
“성능은요?”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이것이었다.
“먼저 스태프인 마누스. 이건 베히모스 쪽 봉인에서 나온 건데 꽤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설마 광역 마법을 베히모스처럼 마구잡이로 날린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죠?”
“어떻게 알았냐?”
“그냥 찍었죠.”
내가 너무 쉽게 맞춰 버리니 뭔가 김이 샜다는 식으로 전사 형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말했는데 맞을 줄은 나도 몰랐고.
그런 웃음을 보다가 순간 멈칫했다.
로케는 검.
이건 히드라의 봉인에서 나온 마족의 무기였다.
그것도 검의 형태.
설마.
그렇다는 말은…….
“로케……에 닿으면 돌이 된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죠?”
“오우, 소름 돋는데?”
전사 형의 그 대답만으로 이미 충분한 답이 되었다.
“로케의 스킬인지 패시브인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의 검과 몸을 전부 굳혀 버린다더라. 그것도 꽤 굉장히 높은 빈도로.”
“아주 미친 검이 나왔네요.”
이건 검의 위력은 둘째 치고 아예 싸움이 안 되는 상황인데……?
검들끼리 붙을 때마다 상대방이 굳어 버리면 싸움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려 지금 한참 회의를 하고 있는 쪽을 봤는데 모두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진 게 우연은 아니었다.
다들 이미 이 정보를 들었을 테니 저렇게 모여서 회의를 하는 중이겠지.
솔직히 광역 마법이야 어떻게든 막는다고는 쳐도…….
석화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재중이 형도 한참 회의를 하다가 내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빠져나왔다.
“왔냐?”
“문제가 좀 있어 보이네요.”
“뭐 그렇지. 그렇다고 아예 죽을 정도는 아냐.”
“네, 이쪽에는 석화를 풀 방법이 있잖아요.”
스톤 큐어.
그게 있으면 붙는다고 아예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방의 무기가 마검이다 보니 이 스킬로도 백 프로 풀린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드랍템들 분배는 어떻게 됐어요?”
베히모스를 잡고 나온 아이템.
그리고 히드라를 잡고 나온 아이템까지.
분배 문제가 복잡하게 엮여 있어서 이걸 먼저 해결해야 한다.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씨익 웃더니 말했다.
“좋게 됐어. 일단은 이쪽에 분배를 양보하는 걸로.”
“용케 그렇게 넘어갔네요?”
다른 길마들은 둘째 치더라도 화련은 아이템에 대한 집착이 큰 걸로 알고 있는데.
고개를 돌려서 화련을 바라봤는데 그때 갑자기 화련이 내 옆으로 불쑥 다가오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
“뭘 그렇게 쳐다 봐?”
“흠, 아이템 양보하셨다면서요?”
그 말에 화련이 혀를 찼다.
“칫, 나도 지금 뭐가 중요한지는 잘 알아. 대신 앞으로 잡는 베히모스와 히드라에 대한 우선권은 이쪽으로 넘겨. 정확하게 받아 낼 거야.”
가장 세력이 큰 화련이 양보를 하자 아마 일이 매끄럽게 넘어간 듯 한데.
이건 지금 우리에게는 충분히 고마운 일이었다.
마무리를 우리가 했지만 각 길드에서 시간을 벌어 주고 몸으로 때워 준 덕분에 잡았으니.
“고맙습니다.”
내가 감사인사를 하자 화련이 갑자기 고개를 확 돌려 버렸다.
음?
방금 부끄러워한 거 아닌가?
에이, 설마 저 화련이?
“감사는 무슨. 이걸로도 못 이기면 나한테 먼저 죽을 줄 알아.”
그러고는 화련이 곧장 발을 박차고 멀리 돌아가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본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자, 화련이 양보해 줬으니 이제 제대로 스펙을 짜 보자.”
그렇게 우리 팀과 함께 모든 드랍템들을 가지고 카르바할에게 찾아가자 필요한 아이템들의 목록이 잔뜩 나왔다.
일단 많은 아이템들이 있지만 그중 방어구를 먼저 제작하기로 했다.
무기를 먼저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웅의 무기와 마검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오히려 방어구가 더 우선이었다.
특히 베히모스보다는 히드라의 제작템에 더 시선이 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으로 도배되어 있는 단단해 보이는 플레이트.
『 +0 히드라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50
근력+25 / 피해 감소 10% / 관통 저항 10%
석화, 부식 방어 추가 』
방어력과 스탯이 붙는 자체는 기존의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와 완전히 동일했다.
다만 추가로 붙는 석화와 부식 저항.
어둠과 화속성이 동시에 붙는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와 달리 이번엔 석화와 부식 쪽이 붙어 있었다.
범용성 면에서는 오히려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가 훨씬 나은 편이랄까.
“이 방어구로 마검인 로케를 막을 수 있을까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도 알다시피 마검이 그렇게 약한 게 아니라서 말이지. 베사노스를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로 제대로 막을 수 없는 것만 보면 대충 비슷할 거다.”
“그래도 도움은 되겠네요.”
“아주 믿지는 말고. 딱 한 자루뿐인 아이템과 여러 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건 석화 저항을 맹신해서 로케에 그냥 얻어맞았다가는 골로 간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었다.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렇게 히드라 플레이트를 다 만들고 난 뒤 베히모스의 방어구도 봤는데 이쪽은 오히려 방어가 무려 세 가지나 붙어 있었다.
무려 세 가지 속성 색으로 물들어 있는 플레이트.
『 +0 베히모스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50
근력+25 / 피해 감소 10% / 관통 저항 10%
화염, 뇌전, 바람 방어 추가 』
특히 뇌전 속성의 방어는 굉장히 희귀한 편에 속했다.
전기에 몸이 경직되는 걸 막아 주니까.
“하, 이 귀한 걸 여러 벌 만들어 놓고 골라 입으라는 것도 아니고.”
재중이 형의 투덜거리는 말에 나 역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대방의 무기에 따라 방어구를 바꿔 입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굉장히 힘들겠지.
일단 나와 재중이 형, 전사 형, 이쁜소녀만 히드라 플레이트를 제작하고 챠밍, 나르샤 누나, 막내별은 각각 베히모스 쪽의 플레이트와 로브를 제작해서 입기로 했다.
직접적으로 로케에 맞을 일만 없다면 굳이 히드라 플레이트는 필요 없을 테니.
“다행히 제작 재료는 나오네요.”
혹시나 부족하면 어쩌나 했는데 겨우 숫자는 맞출 수 있었다.
검을 부딪히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이걸로 로케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된 건가.
“독속성 오러 블레이드는 네가 가지고.”
“네, 안 그래도 그게 필요했어요.”
이로써 6가지나 되는 오러 블레이드를 모았다.
트리플 캐스팅과 시간의 서를 써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숫자의 오러.
이거면 충분해.
“히드라를 잡고 나온 고대 마수의 심장은요?”
“흐음, 이건 내가 쓸까?”
그런 재중이 형의 제안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짧은 시간이지만 히드라의 능력을 어느 정도 쓸 수 있겠죠.”
베히모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럼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스톤 브레스와 광역 석화 필드, 부식 관련 마법들은 챠밍.
스톤 큐어는 막내별이 받았다.
사실상 막내별이 어떻게 해 주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런 막내별을 보면서 말했다.
“잘 부탁해요.”
“네, 늦지 않게 바로 풀어 드릴게요.”
이걸로 준비는 거의 다 끝난 건가.
그리고 아이템이 제작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소식들이 속속들이 들어왔다.
베히모스의 현 위치라던가.
가르가의 봉인 등.
그러다 우리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연 님이 【 +10 로케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 니아 님이 【 +10 마누스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역시 10강 강화석을 쓴 건가…….
거기다 사장님께 한 가지 소식을 듣고는 우리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카이저> 녀석들이 먼저 움직였다.
<주호> 이제 전쟁인가요?
마검을 강화했으니 이제 제대로 붙자는…….
그런데 사장님에게 들어온 말은 전혀 달랐다.
<카이저> 녀석들이 서쪽으로 갔다는구나.
서쪽?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급하게 일어섰다.
“이 녀석들! 가르가의 봉인까지 풀 생각이다.”
“하지만 거긴 베히모스가 자리 잡고 있어서 안 되지 않나요?”
봉인지 한가운데 베히모스가 있는데 가능하다고?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로케…… 이게 네임드도 굳힐 정도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그 정신이 번쩍 뜨이는 소리에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따라가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