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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5화 (695/1,404)

#705화 두 개의 나라 (6)

그다지 멀지 않은 지역 내에서 똑같은 구실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두 개라면…….

결국 어떤 식이 되든지 하나는 밀려나게 된다.

“덩치를 불리자는 말이냐?”

“네, 우리가 부족한 건 전체의 규모니까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지역의 후발 주자인 우리가 저들보다 세력이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는 없었다.

원래대로의 온전한 교황과 성녀의 지원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그런 지원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전대 교황은 죽었고.

현 우리 쪽 교황은 원래 성녀를 하던 조슈아.

그런 조슈아가 세력이 강하냐고 물어본다면…….

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무력 면에서는 올렌드 추기경, 아니 이제는 신성 제국의 또 다른 교황인 녀석 쪽이 훨씬 좋으니까.

“돈으로 살 수 있는 NPC에도 한계가 있어요.”

“뭐 그렇지. 그게 가능했다면 지금쯤 쟤가 지존 먹고 있을 걸?”

그러면서 재중이 형의 시선이 뭔가 불만 가득한 표정인 화련에게 돌아갔다.

“확실히 그렇죠.”

자금만으로 강한 NPC들로 도배가 가능했다면 지금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화련 혼자의 세력으로 나머지를 다 눌러 버리는 아주 괴랄한 장면이 나올 테니.

하지만 운영자가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어 보이진 않았다.

이런 점에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놓았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하도록.

그렇다면 결국 맞지 않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내게 물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그러려면 결국 중간에 길을 뚫어야 해. 결계는 어차피 박살 났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네, 중간에 돌아다니는 네임드들을 없애야죠.”

이곳에 오기 전에 부딪친 강력했던 네임드들을 정리를 해야 다른 유저들이 여기로 넘어올 수 있었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그 네임드를 처리해야 하는데…….

“흐음, 꽤 골치 아픈 미션이네.”

내 의견에 잠시 고민을 한 재중이 형이 사장님을 포함한 길드장들 모두를 불러 모았다.

“다들 알다시피 이젠 저쪽하고 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려면 지금 이 거점을 최대한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지금 이 거점의 수준에서는 공격은커녕 방어도 제대로 못할 겁니다.”

그 말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거점이 날아가면 그 뒤로는 압도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으니까.

부활 지점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했다.

그리고 물약 보급이나 장비 수리 등.

이 거점 하나로 볼 수 있는 이득을 생각해 보면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화련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한숨을 쉬더니 이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이대로 여기만 지키고 있자고? 애들 중 대부분이 곧 접속 시간 끝난다는 건 알지?”

접속 시간.

저쪽은 NPC들의 숫자가 많기에 유저들이 좀 빠진다고 하더라도 커버가 되지만 이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방어를 해야 하는 주력이 우리 원정대 인원인데 이 인원이 빠지면 방어 능력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재중이 형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일단 절반은 접속을 지금 해제해. 당장은 그 수밖에 없다.”

“절반으로 방어를 하자고?”

“아님, 다른 방법 있나?”

재중이 형의 물음에 화련이 인상을 쓰더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방법이 없다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화련이 내 쪽을 보면서 물었다.

“너, 잘하는 거 있잖아.”

“뭘 말하는 거죠?”

“베히모스. 저쪽에 던져 주고 오면 안 돼?”

내가 네임드를 이용해 유적지나 거점을 박살 내는 걸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화련 역시 그런 의견을 내었다.

물론 이건 나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존재했다.

“가능은 한데…… 제가 접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칫,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사실상 나와 재중이 형이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베히모스를 끌어다가 신성 제국에 가져다 놓은 일은 절대 불가능했다.

데리고 가다가 다 죽어 버릴 테니.

듣고 있던 황룡이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흠, 그럼 저쪽에서 공격해 오지는 않겠습니까?”

“아마, 당분간은 무리일 겁니다. 우리만큼이나 저쪽도 접속 시간제한이 존재하니까. 저쪽에서도 이번에 확실히 이기기 위해 전 인원이 접속했으니 당분간은 공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NPC들을 동원하는 일은?”

“이전 교황을 치기 위해 숫자가 꽤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부 분열로 완전히 반으로 갈라진 신성 제국을 안정화시키는 데 병력을 써야 하니까 당장 외부로 빼는 건 힘들죠.”

“바로는 안 된다는 뜻이군요.”

재중이 형이 답을 주자 황룡은 납득을 한 듯 뒤로 빠졌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모두를 보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일단 저와 주호가 다시 접속을 하고 나면 암흑 지대를 완전히 지나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 말을 들은 엔느가 손을 들고 물었다.

“혹시 다른 유저들을 데리고 올 생각인가요?”

“일단은 그렇지. 하지만 그걸로만 끝내진 않을 거다.”

재중이 형이 잠시 뜸을 들이자 엔느가 이해를 한 듯 대답했다.

“아하! 가르시아 제국을 끌어들일 생각이네요?”

“역시 이해가 빠르네.”

그런 엔느와의 대화를 들은 모두의 표정이 바로 풀어졌다.

유저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르시아 제국의 NPC들이 이곳까지 온다면?

“확실히 판세 자체가 확 뒤집히게 되겠네요.”

“그렇지. 가르시아 제국의 황제, 마리아 가르시아는 온전히 우리의 우군이니까.”

원래라면 이런 식으로 타 제국의 병력이 들어와서 활개를 친다면 신성 제국의 교황이 아주 안 좋은 제스처를 취했겠지만…….

“거기다 지금 교황 역시 우리 편이죠.”

양쪽의 최상위 지휘부가 다 우리의 아군.

이러면 서로 문제가 될 만한 일들이 애초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조슈아가 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는 절대 아니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싸워야 할 판이라 조슈아 교황이 이쪽의 제안을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 가르시아 제국 백작 『 연 』 이 신성 제국 제넨샤의 추기경 직위를 습득했습니다. 》

《 영혼 길드 『 니아 』 가 신성 제국 제넨샤의 성녀 직위를 습득했습니다. 》

바로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그건 저쪽에서도 추기경과 성녀의 직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 억, 성녀가 왜 두 명이야?

- 추기경도 두 명인데?

- 거참, 나라가 두 개니까 각자 따로 노는구만.

- 그럼 어느 쪽이 진짜냐?

- 제넨샤 쪽이 진짜 아님?

- 음? 그럼 주호 쪽은?

- 거기야…… 짝퉁? 어차피 거점이잖아?

- 으음, 그런 거야? 교황도 둘이고……. 개판이네.

- 넘어가면 한쪽 선택해야 하는 거임?

- 아마도 그런 듯?

- 잘못 선택했다가 전에 황제 쟁탈전처럼 쪽박 차는 거 아님?

- 아, 맞다. 진짜 그때 개고생했는데…….

- 이번엔 잘 찍어야겠다.

유저들도 지금의 상황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같은 지역에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하고 있으니.

혼란이 오는 건 당연한 일.

“역시 저쪽에서도 추기경과 성녀를 유저가 먹은 건가?”

“형, 이건 문제가 되겠어요.”

“그래, 저 녀석들이 신성 제국의 무력과 마법 쪽을 다 먹어 치웠으니까.”

추기경은 무력.

그리고 성녀는 마법.

거기다 유저들이 NPC들의 지휘권까지 가지게 되는 상황이라…….

응?

그 순간 머릿속을 확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형, 여기서는 제가 추기경이죠?”

“알면서 뭘 물어?”

“그럼…… 저도 유저들에게 오러를 내려 줄 수 있을까요?”

내 말은 들은 재중이 형이 크게 웃어 버렸다.

“크큭, 정말 그게 되면…… 미쳤네.”

추기경이 되고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 했는데 확실히 시스템 몇 가지가 추가로 보였다.

그중 한 가지는…….

오러.

빛의 오러에 해당하는 오러를 신성 기사단에 해당하는 유저들에게 줄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나 막 줄 수는 없나 봐요.”

“어디 보자. 기사단이라…….”

추기경은 기사단을 생성할 수 있었는데 원정대와는 좀 범위가 다른 형태였다.

두 가지 직위가 겹칠 수도 있는 그런 형식.

“원정대 대부분을 다 넣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케이. 좋아.”

안 그래도 저쪽 프로 팀들은 대놓고 오러를 써댔는데 그에 반해 우리 쪽은 그게 불가능했었다.

그래서 붙을 때마다 매번 밀려서 포위망도 뚫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오러를 똑같이 쓸 수 있게 된다면?

최소한 오러의 위력에서 밀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드는 다른 생각 하나.

“이쪽에서 오히려 오러의 위력을 더 올리면요?”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재중이 형은 바로 이해를 하고 대답을 꺼내놓았다.

“듀라한?”

“네, 암흑 지대에 잔뜩 있잖아요.”

“녀석들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늘었네.”

빛의 오러에 듀라한에게서 얻을 어둠의 오러까지.

이러면 전체적인 실력이 밀린다고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일단 이것부터.

“지금 모두에게 기사단 직위를 주겠습니다.”

《 달 길드의 스칼렛이 신성 기사단에 소속되었습니다. 》

《 치맥 길드의 이슬두잔이 신성 기사단에 소속되었습니다. 》

《 헤라 길드의 화련이 신성 기사단에 소속되었습니다. 》

《 미르 길드의 엔느가 신성 기사단에 소속되었습니다. 》

.

.

.

바로 앞에 있는 길마들에게 신성 기사단의 직위를 준 다음.

뒤이어 신성 기사단의 단장 자리까지 함께 넘겨주었다.

“각자 길드원들 포함시키고요. 시스템에 보면 오러 사용 설정이 있을 거예요. 그걸 모든 직위 사용 허가로 해 두시면 오러를 쓸 수 있어요.”

각 길마들이 빠르게 모든 길드원들에게 하위 직위를 준 다음 오러 사용을 허가하자 원정대의 모든 인원들이 공짜로 오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걸 본 리더가 말도 안 된다는 듯 크게 웃었다.

“와, 이건 너무 사기 아닙니까?”

오러 유저가 한 명도 아닌.

수십, 수백이 늘어났는데 안 기뻐하면 이상하지.

“이러려고 높은 직위를 구하려는 거겠죠.”

거기다 성녀인 챠밍은 신성 마법사단을 지정할 수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번엔 마법사들 위주로 직위를 싹 넘겨주고는 다양한 회복 마법과 빛의 공격 마법들에 대한 사용 권한을 싹 풀어 주었다.

특히 막내별은 이번에 하이 프리스트 직위를 얻어서 회복량이 대폭 늘어났고.

이 정도로 잘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추기경과 성녀 직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만한 전력 상승이라니.

그다음엔 그동안 드랍된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의논에 들어갔다.

사실 이쪽이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는 일이라…….

잠시 의논을 하다가 결국 외부 어플을 써서 따로 의논하기로 했다.

접속 제한 때문에 반은 나가 있어야 하니까.

“자자, 저쪽도 우리 계획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양쪽이 본격적으로 접속 시간이 회복되는 시간대가 진짜겠죠. 그때까지 다들 푹 쉬고 들어오세요. 앞으로는 매 시간이 전쟁일 테니.”

전달사항을 듣기 무섭게 다들 각 길드원들에게 해당 사항을 하달했다.

그렇게 각 길드마다 접속을 해제했고.

우리도 역시 VRS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잠시 불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쳐들어온다고 해도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잠시 우리 팀과 연락을 하고 난 뒤.

그대로 잠에 들었다.

* * * * *

잠을 좀 자서 그런지 몸이 개운한 것을 느꼈다. 곧장 접속 제한이 해제된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VRS로 들어갔다.

그러자 나가지 않고 대기 중이었던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응?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카이저> 흠, 저쪽도 꽤 하는구나.

<주호> 무슨 일 있었나요?

잠시 뜸을 들이던 사장님이 곧 말해 준 대답은 날 놀라기 하기에는 충분했다.

<카이저> 저 녀석들이 가진 마검. 두 개 다 쓸 수 있게 풀려 버렸다.

마검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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