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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2화 (692/1,404)
  • #702화 두 개의 나라 (3)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훔쳐 왔다고?

    순간 벙찐 기분이 들어 카르바할을 멍하게 바라봤는데 카르바할은 이런 시선을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진 않았다.

    이런 심정은 나와 마찬가지인 듯 우리 팀 모두 비슷한 시선으로 카르바할을 바라봤다.

    드워프의 왕이 도둑질을 하고 다닌다는 게 많이 생소한 부분이라.

    우리가 빤히 바라보는데 카르바할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을 꺼내놓았다.

    “신성 제국이 무너지면서 『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를 보관하던 자들이 다 사라졌더군.”

    아마도 이건 올렌드 추기경이 전대 교황을 죽이면서 공백이 생겼던 모양인데…….

    당장 쳐들어오는 적들을 상대한다고 바쁜데 이것까지 신경 쓰진 못했던 것 같았다.

    카르바할은 그 틈을 잘 파고들었고.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

    “뭐 어때? 제때 딱 원하는 녀석을 구해다 줬잖아.”

    “하긴 그렇죠.”

    카르바할이 어떻게 구해 왔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저 물건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는 것이 중요하지.

    바로 인벤에서 운석의 파편인 아다만티움을 꺼내었다.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소유 중이었던 두 개 중 하나를 카르바할에게 건네면서 물어보았다.

    “하나만 되나요?”

    “그렇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건가?

    분명 예전에 영웅의 무기에 버금가는 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불리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든 아다만티움 보상만은 받아냈다.

    고개를 돌려 성벽을 부시고 있는 히드라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하나의 아이템을 걸리는 시간이 적진 않았다.

    당장 쓸 수 없으면 이것도 꽤 곤란한데.

    그런 내 걱정을 예상이라도 한 듯 카르바할이 내게 말했다.

    “바로 쓸 수 있게 해 주겠네.”

    “그게 가능한가요?”

    내 물음에 장담하듯 카르바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가 들고 있던 르아 카르테 복사본을 가리켰다.

    “이건?”

    “운석의 파편인 아다만티움은 무엇보다 단단한 무기를 만들 수도 있지만, 불안정한 무기의 내구도를 올려주기도 한다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팀들도 깜짝 놀란 얼굴로 카르바할을 바라보았고.

    챠밍 역시 놀라서 내게 물었다.

    “그럼, 지금 가진 복사 무기를 진짜로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와!”

    너무 놀라서인지 챠밍이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시스템을 카르바할이 들고 왔으니.

    저 아다만티움만 있다면…….

    복사 무기가 단순히 일회용이 아닌 진짜 무기가 된다는 말이었다.

    다른 말로…….

    복사 스킬과 연계해서 쓰게 되면 진짜 유일 아이템을 하나 더 찍어 내는 셈이었다.

    물론 아다만티움의 숫자에는 제한이 있으니 무한대로 찍어내진 못하겠지만.

    그렇게 놀라고 있는 우리에게 카르바할이 말을 이었다.

    “단순히 내구만 올리는 작업은 아다만티움을 『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로 녹여 흡수시키기만 하면 된다네.”

    “바로 쓸 수 있다는 말이죠?”

    “자네가 이미 형태를 갖춘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충분하네.”

    으음.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겨버렸다.

    이대로 아다만티움을 쓰면 딱 그 스펙으로 무기가 고정되어 버리는데…….

    한 번 결정해 버리면 끝.

    복사본의 스펙을 다시 바꿀 수 없기에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는데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어차피 하나 더 있잖아. 그걸로 질러 봐.”

    “그럴까요?”

    “아다만티움은 또 들어올 거다.”

    재중이 형 말대로 아다만티움이 귀하기는 한데 아예 못 구하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었다.

    결정이 되자 주저 없이 들고 있던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넘겼다.

    그리고 아다만티움은 하나가 더 있으니까.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도 사용해 보면 될 것이다.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60(40+20) 타격 50(30+20)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신성력+60

    - 암흑력+60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가지고 있던 원판과 완전히 같은 스펙의 르아 카르테 복사본.

    이걸 받아든 카르바할이 곧 용광로로 달려가 작업을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네.”

    “어느 정도 시간이?”

    “20분.”

    난감한데.

    20분이면 저 녀석이 여길 쑥대밭을 만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바로 재중이 형이 장비를 챙겨들고 일어섰다.

    “20분이라……. 우린 먼저 간다. 애들이 막고 있기는 한데 저놈, 저대로 놔두면 정말 뚫릴 것 같거든.”

    “그럼 부탁 좀 할게요.”

    “큭, 걱정은. 너 오기 전에는 안 뚫릴 거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재중이 형이 장담을 하자 그제야 마음이 좀 풀렸다.

    그리고 재중이 형을 따라 챠밍, 이쁜소녀. 그리고 우리 팀 모두가 뒤를 따라 히드라에게 달려갔다.

    일단 난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게 없네.

    “시작하겠네.”

    카르바할이 용광로에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집어놓고 아다만티움을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그리곤 완전히 혼합이 되어 녹아든 재료들을 모두 르아 카르테에 부었다.

    의외로 과정은 심플하네.

    저렇게만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이쪽은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 히드라로 시선을 옮겼다.

    저 녀석.

    확실히 베히모스만큼이나 강해.

    둘 다 성격이 완전 다르지만 유저들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은 똑같아 보였다.

    특히 저 브레스들.

    여섯 개의 머리에서 나오는 브레스가 가장 까다로운 편이었다.

    완전히 원소 마법만을 쓰는 베히모스와 달리 히드라는 전혀 다른 계열의 마법을 쏘아댔다.

    이를 테면 저 산성 브레스.

    브레스에 닿는 모든 물체를 녹여냈다.

    현재 성벽이 샤르르 녹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고.

    거기다 유저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또 다른 하나의 브레스.

    이건 닿는 순간 녹는 것과 반대로 완전히 돌이 되어 굳어 버렸다.

    그렇게 돌로 굳어 버리면 산성 브레스가 녹여버리는 패턴.

    그 브레스들이 여섯 개의 머리에서 랜덤으로 막 튀어나오는데 절대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번 굳어 버리면 그냥 죽는다고 봐야 하니까.

    챠밍이나 막내별도 이런 굳어 버리는 스킬을 풀어내는 능력은 없었다.

    조슈아 교황도 마찬가지.

    상성상 우리와는 최악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아니, 이건 누가 와도 똑같으려나.

    오히려 날아다니는 가르가 쪽이 나아 보일 정도라…….

    베히모스는 그나마 그동안 많이 봐왔던 스킬들을 쓰니까 어떻게 대응이라도 하지.

    석화 브레스에 굳어 버리고 산성 브레스에 녹는 순간 죽음의 빛으로 변한 원정대 유저들이 곧 거점 내 부활지에서 다시 살아나 성벽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적어도 석화라도 풀리면 좀 나을 텐데…….

    그나마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이 합류하자 히드라의 시선이 상당히 분산되어 갔다.

    재중이 형은 아예 작정을 했는지 마족화 상태로 변경해 베사노스를 들고 나왔다.

    <주호> 벌써 써요?

    <불멸> 이대로면 피해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다.

    베사노스로 히드라를 공격하자 곧 히드라가 재중이 형을 향해 머리를 전부 돌렸다.

    그만큼 재중이 형과 베사노스가 히드라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신체 능력은 베히모스보다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터운 외피만 봐도 방어력은 아마 굉장히 높을 터.

    그런 방어력을 확실히 뚫어낼 만한 무기는 같은 등급의 마검 정도밖에는 없었다.

    그때 갑자기 히드라 주변으로 강렬한 불길이 쏟아오르더니 주변으로 확 퍼지기 시작했다.

    “저건…… 챠밍인가.”

    【 블레이즈 필드! 】

    베히모스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챠밍이 히드라 주변으로 화염을 쫙 깔아 주자 갑자기 히드라의 여섯 머리에서 엄청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키에에엑!!

    아니나 다를까.

    재중이 형의 베사노스가 블레이즈 필드를 빨아들여서 오러를 중첩시키더니 그대로 히드라의 몸을 갈라내고 불살라 버렸다.

    화염 상태에서 공격력이 확 증폭되는 것도 한 몫 한 것 같았고.

    거기다 그 상태로 베사노스에 붙은 화염이 점점 더 진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검날이 정말 새빨갛게 보일 정도로.

    음?

    블레이즈 슬래셔로 방출을 하지 않으면 더 강해지는 건가?

    이전에는 계속 흡수한 상태로 스킬로 쏟아부었기에 저렇게까지 중첩된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계속 화염 속에서 싸우니 엄청나게 강해진 느낌이었다.

    히드라가 재중이 형을 피해서 자리를 옮기려는 상황까지 연출되었으니.

    괜히 마검이 아니네…….

    이젠 아예 여섯 개의 머리가 일제히 재중이 형에게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견제하면서 브레스를 일제히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중이 형은 그 브레스들을 간발의 차이로 다 피해내고는 다시 히드라의 몸체에 베사노스를 박아 넣고는 길게 그어 배를 갈라냈다.

    그리고 히드라 주변을 돌면서 머리들의 동선이 확 꼬이게 만들어버렸고.

    이동속도가 완전히 빠르진 않았지만 히드라 머리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해서 그런지 이동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거의 가지고 노는 것 같은 그런 느낌까지 들었고.

    이거…….

    내가 안 가도 되는 거 아냐?

    진짜 실력자에게 마검을 쥐어주면 얼마만큼 위력이 나오는지 지금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거기다 마족화를 해서 그런지 스펙이 올라간 부분도.

    그렇게 재중이 형이 시선을 끌어주자 이쁜소녀가 완전히 프리가 되어 토르로 히드라의 빈틈을 주저 없이 후려쳐냈다.

    동시에 히드라의 몸 전체로 강렬한 뇌전이 흐르면서 몸이 움찔거렸다.

    토르 자체가 뇌전을 두르고 싸우니까.

    저건 아마 오러가 하지 못하는 이상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월드 네임드에게까지 뇌전으로 인한 경직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오러로 일으킨 뇌전이 한 곳에 집중된 위력이라면 저건 그냥 전체에 뇌전을 둘러 버리니.

    거기다 토르의 타격력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히드라의 몸이 한방씩 맞을 때마다 들썩 거렸다.

    생각 이상인데?

    마검과 영웅의 무기가 동시에 힘을 주자 히드라 역시 굉장히 버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예 히드라가 당하고만은 있지 않았다.

    갑자기 바닥에 엄청난 범위로 마법진이 생기더니 땅의 색이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저건…….

    바로 재중이 형의 외침이 들려왔다.

    “밟지 마! 석화 된다!”

    그리고는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빠르게 범위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사이 다리가 약간 석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였고.

    아마 조금 더 오래 있었으면 저 자리에서 굳어 버렸을 지도 모른다.

    칫, 저런 식이라면 아예 접근도 못할 텐데.

    사방에서 원정대 사람들이 다시 원거리 공격을 시작했지만 원거리 자체는 히드라가 압도적이었다.

    브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벽을 방패로 사람들이 숨어들자 상황은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주호> 저거 어떻게 안 돼요?

    <불멸> 어, 근처만 가도 석화되어 버려. 오래 서 있는 건 무리다.

    난감하네.

    고개를 돌려 카르바할을 보자 그때 마침 카르바할이 힘겹게 작업을 끝냈는지 내게 무기를 보여주었다.

    “오래 기다렸군. 다 됐네.”

    “고마워요. 남은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할게요. 지금 급해서.”

    르아 카르테를 받아들자 내구도가 원본과 완전히 똑같은 상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좋아.

    이거면……!

    그대로 페가수스로 날아올라 히드라의 바로 위 상공.

    히드라가 거의 점으로 보일 정도의 높이에서 멈춰 섰다.

    그리곤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꺼내들고는 가지고 있는 모든 오러들을 불러냈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시간의 서!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풍속성! 】

    오러로 인한 마력 소모가 없기에 가능한 미친 짓.

    하나도 아닌 무려 다섯 가지의 오러들이 검의 검신들에 버거울 정도로 흘러넘치자 바로 페가수스에서 뛰어내려 하강을 계속해 가속을 붙여갔다.

    계속 가속이 붙어 그런지 몸에 굉장한 압력이 밀려왔다.

    그리고 하강을 계속 해 히드라가 온전히 눈에 들어오는 순간.

    “죽어엇!”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히드라의 등판에 완전히 내려찍자 히드라의 등판이 내려앉으면서 완전히 뚫어낼 수 있었다.

    크에에에에엑!

    그렇게 히드라의 다리가 모두 풀려 그대로 풀썩 주저앉음과 동시에 주변에 퍼지던 석화 필드 역시 싹 사라져 버렸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주변을 보면서 크게 외쳤다.

    “전원 모든 공격 퍼부어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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