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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01화 (691/1,404)

#701화 두 개의 나라 (2)

“정말 성녀를 해요?”

“응, 성녀.”

내 말에 우리 팀들의 표정이 전부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당사자인 챠밍은 더 했고.

어지간해서는 이런 표정은 보기 힘들지.

이런 갑작스런 제안에 챠밍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당연히 챠밍이 내게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말도 안 돼요. 갑자기 성녀라니.”

“아니, 말이 돼.”

조슈아 성녀가 교황이 된 이상.

당연히 성녀의 자리가 비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성녀를 해야 하는데 그런 성녀를 굳이 다른 NPC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미리 조슈아 성녀.

아니, 이제는 조슈아 교황에서 물어보자 흔쾌히 허락을 했다.

내가 지정해 준 사람에게 성녀를 넘겨주기로.

조슈아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자신을 따라온 NPC들의 대다수가 죽었고, 신성 제국에 남아 있던 다른 NPC들에게 성녀 자리를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조슈아가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본인이 된다고 하는데 당연히 성녀 직위를 우리가 가져오는 게 맞았다.

그때 챠밍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더니 막내별을 발견하고는 곤란한 듯 다시 말했다.

“그럼 막내별 언니는 어때요? 저보다는 더 맞지 않나요?”

챠밍의 말은 성녀를 줄 거면 막내별에게 주라는 것.

물론 챠밍의 저 제안은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팀의 회복 담당은 현재 막내별이 맡고 있었으니까.

챠밍보다 막내별이 성녀가 되면 보게 되는 이득이 많겠지만…….

이것 역시 조슈아와 미리 이야기를 해 본 상태였다.

“성녀가 실제로는 회복 담당은 아냐.”

“네? 아니에요?”

그 말에는 다들 의문이 있는지 내게 집중했다.

“응, 이미 물어봤는데 성녀는 회복 계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버프를 주는 쪽에 가깝더라. 물론 회복도 하기는 하는데 주력은 아니야.”

내 설명에 전사 형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흐음, 일종의 버퍼인 셈인가?”

“네,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본인도 직접 뛰어들어서 전투를 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막내별은 전사 형 바로 옆에 붙다시피 전투를 참여하는 편이었다.

타이밍을 조금만 늦으면 안 된다던가?

그래서 방패까지 들고 직접 몸으로 나서는 타입이라…….

반대로 성녀의 스킬은 대체적으로 스킬이 그만큼 강력하긴 한데 시전 시간이 너무 긴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성녀라는 직위는 막내별과 좀 많이 맞지 않는 편이었다.

내 말에 전사 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성녀가 그런 타입은 아니었지.”

우리가 오기 전까지 실제로 프로 팀, 올렌드 추기경의 NPC 대부대와 같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투 동안에 성녀의 스타일은 바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막내별 역시도 납득하는지 말을 꺼냈다.

“사실 시전 시간이 너무 길죠. 성녀의 스킬들은. 그걸 걸고 있다가는 제가 먼저 죽을 걸요? 물론 성녀의 스킬을 제가 가지고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실전에서는 거의 써먹지 못할 거예요. 오히려 짧은 캐스팅 기술이 저한테는 더 어울려요.”

막내별 말대로 거의 후방에서 긴 캐스팅을 가져가는 챠밍 쪽이 성녀의 스타일에 더 어울렸다.

오래 기다리는 강한 한 방.

챠밍은 이쪽에 거의 몰빵되어 있으니까.

거기다 성녀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마력 역시 챠밍은 보유하고 있었다.

마력 수치는 서버 내 최고였으니.

그리고 막내별에게는 더 어울리는 직위가 따로 존재했다.

“물어 보니까 하이 프리스트라고 회복을 전담하는 직위가 따로 있었어요.”

내 말에 전사 형이 아는 것이 있는지 말을 이었다.

“아, 중간에 NPC 몇몇이 강한 힐을 넣어 주던데 그게 하이 프리스트였나?”

“음, 저도 안 봐서 모르겠는데 맞을 것 같네요.”

“그거라면 나도 좋지.”

전사 형이 긍정적인 표정으로 막내별을 바라보자 막내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아요. 힐 스킬이 안 그래도 부족했는데. 몇 가지 더 쓸 수 있으면 훨씬 운영이 편해질 거예요.”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결정을 했다.

“오케이, 그럼 챠밍이 성녀를 맡는 걸로 하자고.”

그 말에 챠밍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들이고 말았다.

“한번 해볼게요. 그런데 저 마족화도 하는데 괜찮을까요?”

마족화.

한 번에 마족으로 신체를 변경시키는 스킬.

당연히 성녀와 마족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먼 거리감이 있었다.

완전히 대치되는 직위니까.

바로 챠밍을 보면서 당황스런 눈빛을 보냈다.

“음, 그건 모르겠는데…….”

솔직히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봐서.

실제로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아는 일이었다.

옆에서 재중이 형이 재밋겠다는 표정으로 웃어버렸다.

“마족에 성녀라. 재밌겠는데?”

“잘못되지는 않겠죠?”

“죽기밖에 더 하겠냐?”

“으음, 그게 더 곤란하죠.”

만약 성녀와 마족화가 같이 되지 않는다면 어느 한쪽은 포기해야 하니까.

괜히 성질이 충돌해서 죽기라도 하면 더 문제였고.

챠밍이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휴, 결국 해봐야 한다는 거네요.”

그러더니 곧장 조슈아에게 다가갔다.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할게요.”

교황으로 변한 조슈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지금 성녀의 직을 내려드릴게요.”

그 자리에서 조슈아가 두 손을 깍지 낀 상태로 기도를 올리자 챠밍의 머리 위로 차란한 하얀빛이 생성되어 몸을 감싸더니 곧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가르시아 제국 백작 『 챠밍 』 이 성녀 직위를 습득했습니다. 》

의외로 너무 쉽게 되는데?

그런데 이 메시지가 전체 메시지로 변해서 서버 내로 울려 퍼졌다.

- 방금 성녀라고 뜬 것 맞지?

- 대박! 챠밍이 성녀가 된 거야?

- ㅇㅇ, 와씨, 깜놀. 무슨 유저가 성녀가 되고 그래?

- 최초 성녀 획득인가?

- 그럼 벌써 주호가 교황이라도 먹은 거 아냐?

- 에이, 아니지. 그랬으면 이미 메시지 떴을 걸?

- 백작에 성녀까지. 대단하긴 하다.

- 어? 그런데 이상하잖아. 영혼 길드에서 신성 제국 먹지 않았음?

- 그러네, 두 곳 싸움 중 아니었나?

-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 아까 거점 하나 더 생겨서 그런 것 같은데?

당황한 유저들이 글을 올려댔지만 제국이 두 개로 쪼개졌다는 사실은 아직 알지 못했다.

거점까지는 알고 있겠지만.

이건 조슈아 성녀가 우리에게 와 있어서 생기는 일종의 이벤트 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난 뒤.

몇 가지 확인을 한 챠밍이 내게 와서 말을 건넸다.

“오빠, 일단은 괜찮은 것 같아요. 마족화를 성녀 상태라도 쓸 수 있어요.”

“하, 정말?”

이 말에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마족화는 성녀가 되면 쓸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기 때문에.

마족화가 좋기는 했지만 성녀라는 타이틀로 쓸 수 있는 능력도 괜찮았기에 둘 중에 하나만 걸려도 이득이라는 생각으로 권했는데.

“설마 두 가지를 다 쓸 수 있게 될 줄이야.”

“네, 저도 지금 놀라는 중에요.”

이러면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해결이 되었다.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보였다.

“이거 조슈아에게 고마움의 절이라도 해야 하나?”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은 거죠.”

조슈아 교황은 내 거점을 활용해서 직위를 회복한 상태였고.

우리는 성녀라는 직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통의 적이 존재하니까.

조슈아 교황에게 다시 다가가 민감할 수도 있는 말을 꺼냈다.

“이전의 신성 제국을 부숴 버려야 할 수도 있어요.”

그 순간 조슈아 교황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거죠?”

“네, 절대 지면 안 됩니다.”

“그럼, 저도 돕겠어요.”

그리고는 조슈아 교황이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제안했다.

“주호 공작님이 새 추기경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이게 가능한 거였나?

이미 이 거점의 주인이기도 하고 가르시아 제국의 공작 작위를 가지고 있어 다른 직위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니, 생각해 보면 챠밍도 백작의 직위는 가지고 있으니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추기경…… 입니까?

“네, 해 주실 거죠?”

잠시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성녀도 있는데 추기경이야 뭐.”

“흠, 그런가요.”

“아마 신성 제국으로 치면 공작과 비슷한 위치가 아닐까 하는데…… 아닌가요?”

재중이 형이 조슈아 교황에게 물어보자 맞다는 듯 미소 지었다.

“네, 가르시아 제국으로 생각하면 공작 직위가 맞아요.”

이거 참.

양쪽 다 공작급의 직위라니.

상위 직위란 직위는 다 해 먹는 판이라…….

교황 자체가 완전 우리 쪽 라인이니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이러다가 정말 신성 제국에 뼈를 묻게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받죠.”

그냥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내가 만든 교황이 내게 다시 직위를 주는 상황이 이상한 그림이기는 해도.

그러자 곧 내게도 환한 빛이 생기면서 작위가 내려졌다.

《 가르시아 제국 공작 『 주호 』 가 추기경 직위를 습득했습니다. 》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번 채팅창이 뒤집어져 버렸다.

재중이 형도 그걸 보더니 피식 웃었고.

“오늘 여러 번 뒤집어지네.”

“네, 뭐. 그렇죠.”

그렇게 직위를 주고받은 뒤 곧 난동을 피우고 있는 히드라에게 시선이 갔다.

지금 사방팔방 브레스를 뽑아내는 여섯 개의 머리가 흉흉하게 거점의 성벽을 부수는 중이었다.

내구도가 떨어지면 안쪽까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

저 히드라를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새로 만들어 낸 거점이 쑥대밭이 될 상황이라.

“이쪽은 처리가 됐으니 이젠 저쪽이 문제죠.”

“그래, 잡아야지.”

그대로 인벤을 잠시 살폈는데 이미 프로 팀들을 몰아낸다고 대부분의 복사무기들을 날려 버려 인벤 안이 휑하게 비어 있었다.

녀석과 제대로 승부를 보려면 오러를 무한대로 뽑아내야 하는데…….

문제는 오러를 마력 소모 없이 쓰려면 한쪽은 복사 무기를 써야 하지만 내구도가 엉망이라 제대로 싸우긴 힘들었다.

무한대의 오러가 아니면 저 히드라에게 타격을 주기 어렵지만.

다시 복사 무기를 만들어 낼 시간적인 여유는 없고.

결국 몸으로 때워야 하려나.

꼭 복사 무기가 아니더라도 50%의 효율로 오러를 쓸 수는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루딘을 꺼내들려고 하는 그 순간.

의외의 인물이 급하게 우리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응?

저건…….

드워프 왕?

뭔가 급한지 카르바할이 여럿 드워프들과 함께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재중이 형도 그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아, 쟤들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러네요.”

드워프들이라…….

이쪽이 일 때문에 신경을 못 썼는데 어떻게 잘 살아서 신성 제국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했다면 저쪽에서 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카르바할이 내 앞에서 멈추더니 곧장 고개를 돌려서 성벽을 금방이라도 부술 듯 포효하는 히드라를 살펴 본 다음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응?

이건 뭔가 달라는 건가?

그런데 카르바할에게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운석의 파편을 내게 주게나.”

“네?”

“저 녀석을 상대할 무기를 지금 만들어주지.”

전에 분명히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라는 게 필요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

그때 카르바할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놓았다.

『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

“어? 이게 어떻게 여기에……?”

내 물음에 카르바할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더없이 푸근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훔쳤네.”

“네?”

“훔쳐왔다고.”

뭐라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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