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99화 (689/1,404)
  • #699화 만들어진 그림 속에서 (5)

    《 신화 길드와 영혼 길드가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

    《 조슈아 성녀 진영과 올렌드 추기경 진영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조슈아 성녀가 적대 신청을 하자 바로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우리 쪽 원정대 모든 유저들과 반대로 영혼 길드 쪽 원정대의 모든 유저들의 쟁.

    그리고 서로 상황이 반대되는 두 NPC 진영의 적대까지.

    그런 적대 시스템이 뜨자 유저들이 분주하게 글을 올렸다.

    - 어라? 주호 또 싸움하는가 봄.

    - 벌써? 어디랑 붙는데?

    - 영혼 길드? 여긴 어디야?

    - 모르지. 요즘 잠잠하드만 또 한 방 터트리나?

    - 아놔, 누군 아직 신성 제국 구경도 못 해 봤는데 저긴 벌써 싸움질 하고 노네.

    - 그런데 성녀도 있었어?

    - 그럼 성녀하고 벌써 한편 먹은 거임?

    - 와씨, 부럽다아.

    - 구경할 때가 아니네. 우리도 빨리 넘어가야 할 듯.

    - 중간에 네임드 깔려서 가기 힘들던데 어떻게 저렇게 빨리 넘어간 거야.

    부러움 반.

    궁금함 반인가.

    잠시 그런 글들을 보다가 곧장 히드라를 잡고 있는 우리 편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형, 아무래도 저건 힘들겠죠?”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은 저 녀석을 잡긴 무리다. 언제 올렌드 추기경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한가하게 상대하고 있을 순 없지.”

    전력을 다해 히드라을 잡으려고 들면 아마 잡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병력을 히드라에게 몰아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연의 길드 쪽 사람들이 뒤치기라도 들어오면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금 히드라를 잡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은 도망가고 있는 적들을 몰살시키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했다.

    히드라를 상대하는 유저들을 제외한 모든 원정대 유저들은 지금 도망가는 상대 쪽 NPC들을 뒤쫓아 가면서 학살하는 중이었다.

    “일단 여기서 숫자를 최대한 줄여 놔야 해.”

    “네, 우리도 가담하죠.”

    재중이 형은 베사노스를 들고 앞장섰고 그 뒤로 이쁜소녀도 토르를 들고 달려 나갔다.

    “챠밍, 시간이 별로 없어. 최대한 숫자를 줄여 놔.”

    “네!”

    나는 이동속도가 느린 챠밍을 페가수스에 올려 태우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이는 대로 전부 녹여 버려.”

    내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던 챠밍이 NPC들이 우르르 몰려 도망가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쓸 수 있는 마법 중에 가장 강한 마법을 시전해 그곳을 향해 날려 버렸다.

    【 엘레멘탈 브레스! 】

    베히모스의 그 브레스가 챠밍에게서 쏟아져 나가자 도망가던 NPC들이 브레스에 묻혀서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챠밍이 더 없이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속이 후련해요! 아까는 얼마나 방해를 하던지 한 번도 제대로 못 쐈거든요.”

    이렇게 강력한 마법을 가지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해서 정말 분했나 보네.

    아마 챠밍이 제대로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으면 아까처럼 힘들게 막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난 마무리를 하러 내려간다.”

    페가수스는 챠밍에게 맡기고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져 내려서 르아 카르테로 도망가는 NPC들의 뒤를 잡았다.

    엉망으로 퇴각하는 패잔병보다 죽이기 쉬운 녀석들이 있을까?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어차피 르아 카르테를 두 개 들면 오러로 인한 마력은 전혀 깎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보이는 족족 NPC들의 목을 날리자 삼중첩이 된 오러 블레이드를 차마 막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전부 죽음의 빛으로 변해서 사라져 버렸다.

    멀리 바라보니 이쁜소녀가 일으킨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져서 광범위한 범위에 낙뢰가 떨어져 내려 역시 NPC들을 녹였다.

    재중이 형 역시도 달리면서 베사노스로 걸리는 모든 NPC들의 허리를 갈라 버렸고.

    지금 이것만 봐도 영웅의 검이나 그에 준하는 마검이 확실히 일반 NPC들에 비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형, 프로 팀들은요?”

    내 말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벌써 다 날랐네.”

    “하, NPC들을 좀 살려갈 거라 생각했는데.”

    “어차피 소모품이니까. 차라리 본진하고 합류하려고 할걸.”

    이번에 한번 제대로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NPC들 중에도 강한 NPC가 있기는 했는데 이미 기세가 너무 기울어져서 달리 반항할 수도 없었다.

    아깝네.

    “회유는 안 되겠죠?”

    “될 것 같았으면 성녀가 벌써 했겠지.”

    그렇게 사방으로 도망가던 대부분의 신성 제국 NPC들을 잡아내고서야 원정대 유저들이 멈춰 섰다.

    그리고는 각 길마들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다들 장비가 엉망인 걸 보면 이번에 진짜 고생한 것 같았다.

    화련이 반쯤 부서진 갑옷을 옆으로 치워 버리고는 내게 투덜댔다.

    “너무 늦잖아!”

    “아, 미안해요. 페널티를 좀 먹는 바람에.”

    “페널티?”

    “음, 영업상 비밀인데…….”

    마수화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걸 이야기해 주기에는 화련은 완전히 손을 잡은 상황은 아니니까.

    그리고 완전한 아군이라고 해도 말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런 페널티는.

    되도록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

    “아, 진짜. 댔고. 저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니 화련은 별로 신경 안 쓴다는 듯 손가락을 뻗어 멀리 싸우고 있는 히드라를 가리켰다.

    “음, 아마 지금은 못 잡겠죠.”

    “못 잡아?”

    “정확하게는 안 잡는 겁니다. 그 전에 처리해야 할 녀석들이 있으니까요.”

    “아! 그래. 처리해야지.”

    이렇게 말하자 화련도 알아들었는지 바로 눈빛을 부라렸다.

    저쪽도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화련의 물음에 멀리 남은 NPC들을 추스르고 있는 성녀를 가리켰다.

    “일단 적대 시스템을 걸어놨어요. 성녀를 통해서.”

    “응? 아! 그럼 죽여도 다시 못 살아나겠네.”

    역시 쟁을 여러 번 해본 사람답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바로 이해했다.

    “네, 적어도 신성 제국 내로 부활은 못 할 겁니다.”

    이게 핵심이었다.

    우리가 작은 쟁에서 지든 이기든.

    결국 저쪽의 숫자는 부딪힐 때마다 깎여 나갈 것이다.

    신성 제국과 적대 상태가 되어 부활지가 없으니까.

    반면에 우리는 아무리 죽더라도 계속 부활해서 숫자가 유지가 될 테니.

    가면 갈수록 우리 쪽의 세가 더 강해질 터.

    “성녀를 제대로 구워삶았나 봐?”

    “뭐,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해야 하나요.”

    “흐음, 적의 적은 아군이다?”

    “네, 그런 셈이죠.”

    성녀는 올렌드 추기경이 적대하는데 그런 올렌드 추기경은 연의 길드와 동맹이니 결국은 우리의 적이 같아지는 셈이었다.

    곧장 사장님에게 부탁했다.

    “사장님, 히드라 쪽 전부 빠지라고 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귀환하고요.”

    “흠, 알았다. 올렌드 추기경은?”

    “아마 이쪽으로 달려오는 중일 거예요.”

    어차피 히드라야 여기서 떨어뜨리고 가야 했다.

    히드라를 신성 제국으로 몰고 갔다가는 개판이 될 테니까.

    적이 많은 우리에겐 베히모스만큼이나 히드라도 골치 덩어리였다.

    그런데 그때.

    사장님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뭔가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었다는 듯.

    갑자기 왜 저러시지?

    그런 사장님이 나를 보더니 무겁게 말을 꺼내셨다.

    “이런, 문제가 생겼구나.”

    “문제요?”

    그리고 다시 뭔가의 귓속말을 계속 듣고만 있는데 표정이 계속 어둡게 변하는 것을 봐서는 뭔가 크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먼저 죽어서 이동한 애들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잠시 침을 삼킨 사장님이 이내 말을 이었다.

    “지금 신성 제국이 공격당하고 있다는구나.”

    “네?”

    그 말에 모여 있던 우리 팀과 길마들 모두가 놀란 눈빛을 했다.

    “누가…… 아니지. 올렌드 추기경인가요?”

    내 물음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중이 형도 그걸 듣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납득했는지 말을 꺼냈다.

    “올렌드 추기경으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을 지도...”

    “그런가요?”

    “어차피 이미 성녀와는 적대 상태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니까. 그리고 연의 입김도 들어갔겠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시계를 봤다.

    날아가면 최소 20분.

    그것도 페가수스로 날아가야 20분이지 다른 유저들은 그 시간 안에 도착하지는 못한다.

    그런 내 걱정과 달리 재중이 형의 말은 심플했다.

    “어차피 귀환하면 돼. 다들 바로 귀환하라고 해. 녀석들의 뒤를 친다.”

    하지만 그런 재중이 형의 말은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바로 뒤에 나온 시스템 메시지 때문에.

    《 신성 제국의 교황이 올렌드 추기경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

    《 신성 제국의 올렌드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변경됩니다. 》

    《 신성 제국의 조슈아 성녀의 성녀직이 박탈됩니다. 》

    《 신성 제국과 적대 중인 길드들의 부활 설정이 자동 폐기됩니다. 》

    이런.

    벌써 먹혔다고?

    교황이 죽었다는 말에는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재중이 형도 이번에는 낭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상 이상으로 너무 빨리 신성 제국의 교황이 죽어 버렸으니까.

    “하, 연 이거 완전히 이를 갈고 왔는데?”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왜 그렇게 빨리 프로 팀이 여기서 도망을 갔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는 버리는 패였다는 건가요?”

    “아니, 버리는 패는 아니었을 거야. 이 정도 병력을 다시 복구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그냥 상황이 안 되니 아예 교황을 죽이는 데 집중한 거다.”

    연으로도 계획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건가.

    그런 것치고는 너무 쉽게 신성 제국이 넘어가 버렸다.

    “그렇다고 해도 교황이 이렇게 쉽게 죽나요?”

    가르시아 제국으로 치면 마리아 가르시아가 죽는 것과 동일한 상황인데…….

    옆에 항상 붙어 있는 공작들을 생각해보면 이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올렌드 추기경에게 뭔가 수가 있었겠지. 아마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그 말에 다들 한숨을 쉬었다.

    지금 상황은 여기 온 이후로 최악.

    고개를 돌려 성녀를 바라보자 성녀 역시 신성 제국에서 쫓겨나서 그런지 바로 직위가 해제되어 일반 NPC로 변경이 되어 버렸다.

    쓸 수 있는 능력이야 비슷하겠지만 성녀직에서 박탈된 것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조슈아 성녀 역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를 못 했다.

    “교황 저하께서……!”

    성녀에게 자세한 상황을 더 물어보고 싶기는 한데 어차피 이미 교황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곤란하네요.”

    신성 제국이 넘어가 부활할 장소가 사라졌다는 건 그만큼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 그러고 보니 먼저 죽어서 신성 제국에 부활한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바로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사장님, 부활한 사람들은요?”

    “음, 일단 상황이 이상해서 다들 빠져나왔다는구나.”

    “그건 다행이네요.”

    거기서 죽었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될 판이라…….

    누군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사장님이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물어보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돌아갈 곳이 없으면 너무 부담이 큰데…….

    그렇다고 지금 신성 제국으로 간다?

    그리고 공성을 시작?

    으음, 이건 안 돼.

    부활을 할 수 있는 저들과 반대로 우리는 죽으면 다시 전력으로 복귀할 수 없었다.

    아까와는 완전히 반대가 된 상황.

    거기다 수성을 하는 쪽이 오히려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

    잘못 싸웠다가는 여기 다시 돌아오는 일조차 힘들어질 수 있었다.

    완전히 외통수인데…….

    재중이 형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 역시 고민 중으로 보였다.

    그때 보고만 있던 챠밍이 내 팔을 잡아당겼다.

    “응? 왜?”

    “오빠, 부활만 되면 되는 거죠?”

    “으음…… 그렇지?”

    내 대답에 챠밍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한 가지 제안을 꺼내들었다.

    “그럼, 저기 봉인지! 우리가 먹어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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