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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98화 (688/1,404)

#698화 만들어진 그림 속에서 (4)

완전히 스탯이 회복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어.

원래는 시간이 다 지날 때까지 더 참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결국 움직이고 말았다.

재중이 형이 먼저 참전해 균열을 만들어 내기는 했는데 저쪽의 대처가 너무 좋았으니까.

진영이 무너지기 전에 오러를 쓰는 유저들을 대폭 붙여서 차륜전으로 재중이 형을 막아 버리는 수를 쓸 줄은…….

현재 재중이 형은 베사노스로 이중 오러를 쓰고 있어서 단순히 한 겹의 오러를 쓰는 프로 팀들의 유저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일단 재중이 형의 베사노스와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상대의 오러가 급격하게 날아가면서 적의 무기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놓여져 버렸다.

하지만 그런 스펙상의 부족함을 바로 다른 유저가 자리를 바꿔 가면서 메워 주자, 재중이 형도 압도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게 되었다.

물론 길게 보면 결국 재중이 형이 그 유저들을 모두 눕힐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없어.

올렌드 추기경과 영혼 길드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계속 기다리는 것은 내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움직이고야 말았다.

스탯의 부족함은…….

결국은 직접 부딪히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마력이 차는 대로 계속 르아 카르테를 복사하면서 혹시나 모를 전투에 대비해서 지금은 인벤에 르아 카르테가 잔뜩 복사되어 가득 차 있었다.

준비가 어느 정도 되자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올라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으로 부족한 스팩을 완전히 대체했다.

그렇게 하늘에서 계속 르아 카르테가 떨어져 내리자 프로 팀 유저들이 급격히 자리를 이탈해 피하거나 혹은 르아 카르테를 그대로 자신의 무기로 쳐냈다.

하지만 이건 저들의 최대의 실수였다.

콰앙!

콰아아앙!

콰지지직!!

르아 카르테에 내장된 헤븐즈 스트라이크.

그 최강의 스킬이 낮은 확률을 뚫고 터지자 하늘에서 엄청난 뇌전이 쏟아져 내렸고 일대가 하얀 뇌전의 폭발로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크아악!”

“이게 무슨 미친!”

본인이 걸리지 않더라도 다른 프로 유저가 르아 카르테를 쳐내면서 폭발이 터진 거라 주변에 있던 유저들도 같이 휩쓸리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고작 날아오는 검을 쳐낸다고 이 정도의 광범위한 스킬이 터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아무도 예상도 하지 못하고 범위 안에 들어간 모든 유저들이 그대로 폭발에 휩쓸려 죽음의 빛으로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뇌전이 근처에 있던 다른 유저들까지 전이가 되면서 동시에 몸이 감전이 되어 그 자리에서 무기를 놓치고 쓰러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사이 뇌전은 또 다시 다른 근접한 유저에게 퍼져 나갔고.

“떨어져!”

“젠장, 일단 피해!”

“저 검들 쳐내지 마!”

프로 팀들의 유저들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걸 그대로 상대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래서 급히 서로에게서 떨어지면서 간격을 벌렸다.

자신만 당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사방으로 전이가 되는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지금같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에서는 더욱더 위협이었으니.

그걸 잘 알기에 빠른 대처를 한 거겠지만…….

너희가 그렇게 머리가 좋아서 안 된다면 옆에 좋은 녀석들이 있잖아?

지금 이 자리에는 단순히 프로 팀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렌드 추기경이 붙여준 수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신성 제국의 전투 NPC들이 존재했다.

당연히 이런 NPC들의 대처 능력은 판단력에서 이미 많은 차이가 나기에 프로 팀의 유저들보다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멍하게 위를 보던 일부 NPC들이 르아 카르테를 쳐내는 순간.

콰아아앙!!

콰지지직!!

떨어져 내린 또 다른 르아 카르테가 NPC의 검과 부딪히면서 한 번 더 폭발을 일으키더니 이내 폭발에 폭발이 겹쳐서 눈이 부실 정도의 환한 뇌전의 폭풍이 지상을 휩쓸어 갔다.

첫 번째의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버텨 낸 유저들도 이 두 번째의 헤븐즈 스트라이크에는 속수무책.

하나만 터져도 현 유저들을 스펙을 아득히 뛰어넘는 괴랄한 위력을 보여 주는데 계속해서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지자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것도 아니었다.

동시에 쏟아낸 르아 카르테 중에 하나가 NPC들과의 격돌로 다시 한 번 터지면서 뇌전 폭발이 터지자 사방에서 바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로 움직이지도 못 하는 몸을 겨우 일으키려고 움직이다가 그대로 뇌전의 폭풍을 맞고 바로 순삭이 되어 버리는 일들의 반복.

20여명의 프로 유저와 포위망을 형성하던 거의 200이 넘는 NPC들까지도 이 헤븐즈 스트라이크의 범위 안에 들어가 휩쓸리더니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만! 치지 말라고! 이 새끼들아!”

“NPC 이 바보 새끼들이!”

“등신들아! 그냥 피해!”

프로 팀들이 악을 쓰면서 아무리 말을 해 봐야 일반적인 NPC 수준에서는 반응에 한계가 있었다.

올렌드 추기경처럼 전투 능력이 더 높은 NPC야 알아서 잘 대처를 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저 NPC들이 모두가 짐이었다.

그리고 그런 NPC는 아직 주변에 너무나도 많이 남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중이었고.

당연하게도 그런 NPC들을 보던 프로 팀들의 안색이 하얗게 죽어 버렸다.

통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저런 숫자의 NPC들은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반응이 빠르지 못한 NPC들은 지금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짐이 되면 되었지.

그리고 나는 그런 점을 철저히 노렸다.

아예 프로 팀에게는 공격조차 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NPC들만을 노려 르아 카르테를 계속 날려대자 곧 결과가 완전히 뒤집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완벽할 정도로 우리 쪽 원정대 유저들을 틀어막았던 포위망이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면서 조금씩 붕괴되지 시작했다.

당연히 억제되어 있던 둑이 터져 나가듯 그런 틈을 하나둘 찢어내면서 원정대 사람들이 밀고 나왔다.

“주호가 길을 열었어!”

“지금이야! 뚫어!”

“전부 밀어내!”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적으로 힘을 내서 포위망을 찢자 결국 프로 팀들의 유저들이 인상을 확 쓰고는 점점 뒤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휘를 하던 프로 유저들이 빠져나가자 촘촘했던 포위망도 완전히 박살나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쭉 내려다본 후 인벤을 살펴보자 이미 르아 카르테는 거의 다 소진을 한 상태였다.

미리 만들어 두길 잘했네.

조금만 숫자가 적었어도 이 정도까지 극적으로 효과를 내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프로 팀만 있었더라도 마찬가지.

대처가 느린 NPC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거기다 포위망을 형성한다고 개떼처럼 모여 있던 것도 한몫했고.

덕분에 뇌전이 아주 잘 퍼져 나가면서 생각 이상으로 포위망을 빨리 깰 수 있었다.

그렇게 위에서는 더 이상할 것이 없어지자 페가수스를 하강시켜 지상으로 내려가자 전방에서 가장 처절하게 싸웠던 이쁜소녀가 가까이 있었기에 먼저 달려왔다.

“우와! 오빠, 최고!”

마치 속이 뚫린 것 같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웃는데 그 사이에 고생을 많이 한 듯 보였다.

갑옷이 엉망이 부서진 것도 보였고.

이 정도까지 몸을 날린 것을 봐서는 본인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챠밍도 빠르게 다가와 환하게 미소지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오빠, 고마워요.”

“아, 늦게 와서 미안. 페널티에 걸려서.”

“괜찮아요. 결국 오빠가 해 주셨잖아요.”

그리고 그뒤로 재중이 형이 달려오더니 챠밍을 보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안 보이냐?”

그런 재중이 형을 본 챠밍이 역시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도 정말 고생하셨어요.”

“왠지 정성이 좀 덜 들어간 것 같은데?”

“설마요”

그리고는 서로 보면서 마주 웃더니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냥 진작부터 널 쓸 걸 그랬네. 이렇게 편한 걸.”

“아, 뭐. 쟤들 덕분이죠.”

그리고는 죽음의 빛으로 사라져간 NPC들 방향을 가리켰다.

누군가에게는 최대의 장애물이겠지만 내게는 먹이가 되어 준 최고의 고객들 덕분에 정말 빠르게 위기를 넘겼다.

“다른 사람들은요?”

“계속 밀고 있지.”

그 말에 주변을 보자 최강 길드와 헤라 길드를 필두로 해서 쭉 밀면서 적들의 전력을 분쇄해 갔다.

정확하게는 적들이 도망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아마 이제는 맞서 싸워 봐야 답이 없다고 여긴 듯 너무나 빠르게 빠지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판단이 칼 같네요.”

“어차피 계속 막고있어 봐야 고립되어서 죽을 거니까.”

주력이라고 할 수 있었던 신성 제국의 NPC들이 헤븐즈 스트라이크에 녹아서 사라지자 그동안 유리했던 숫자의 우위가 완전히 사라졌다.

프로 팀 유저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거기다 그 부족한 숫자 중 재중이 형에게 무려 10명이 넘는 유저들을 붙여서 겨우 재중이 형을 묶어 놓았었다.

이건 더 이상은 빼낼 만한 전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포위망을 막아 보겠다고 계속 버티면 결국 남는 건 죽음뿐.

그래서 재중이 형을 상대하던 유저들을 포함해 모두가 한꺼번에 빠져나갔고, 남은 NPC들은 우리 원정대 유저들에 의해서 완전히 분쇄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중 사장님이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시더니 큰 손으로 내 등을 팡팡 치셨다.

역시 환한 웃음을 동반하고.

“주호야, 정말 잘했다.”

“사장님도 고생하셨어요.”

“우리가 뭐 한 게 있나. 안 죽도로 버티고 있었을 뿐이지.”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죽었네요.”

성녀 측의 NPC들 뿐만 아니라 원정대 유저들도 상당히 당했는지 꽤 많은 숫자가 비어 보였다.

“처음부터 함정에 완전히 당했다.”

함정이라는 말과 함께 굉장히 분한 표정을 짓는 사장님.

“역시 함정이었나요.”

“우리가 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봉인을 풀어 버리더구나, 저 히드라를.”

“히드라……. 저 녀석도 있었죠.”

“그래, 저놈 때문에 정말 많이 죽었어. 아무 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봉인이 풀려 버리니 버틸 수가 있나. 그것도 우리 진형 한가운데서 말이야.”

일부러 병력을 숨겨놓고 기다렸던 건가.

나와 재중이 형뿐만 아니라 이쪽 역시도 함정을 준비해 둔 모양이었다.

완전히 전멸시킬 생각으로.

그리고 그런 히드라가 지금도 우리 후방에서 따라오면서 브레스를 마구 날려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원정대 유저들이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수호 형하고 최종병기 형이 정면에서 버티고 있네요. 거기다…….”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이 주축으로 버티고, 주변을 돌면서 발키리 아주머니, 사탕 커플, 현역 여대생, 슬이아빠, 체리, 천둥,  아이꿍 등.

실력이 있는 유저들은 죄다 후방에 남아 히드라의 진격을 막아 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로하.

히드라 머리 두 개에서 나오는 공격을 혼자서 감당하면서 회피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중이었다.

스칠 것 같으면서도 절대 안 맞네.

정말 아슬아슬할 정도까지 브레스를 끌어낸 뒤 가까스로 피하고는 다시 무리할 정도의 공격을 넣어 브레스가 우리 원정대 쪽으로 향하지 않게 제어하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나?

대인전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마 아로하가 저 정도까지 해 주지 않았다면 이미 원정대가 전멸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만큼 히드라의 진격이 느려지고 있었고.

수호 형과 최종병기 형도 대단하긴 한데…….

솔직히 한쪽의 손을 들어주자면 아로하 쪽이 더 기여도가 높아 보였다.

저런 실력에 마검이라도 하나 손에 들면 더 멋진 그림이 나오려나?

잠시 그런 상상을 하다가 적들이 완전히 빠져나간 것을 보고는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형, 이대로 끝낼 생각은 아니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당연하지.”

재중이 형 역시 몸이 달아 있는 상황.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지.

그리고 곧장 성녀를 찾자, 겨우 상황을 수습한 성녀도 기다렸다는 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고마워요.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어요.”

“그럼, 당장 부탁 하나만 합시다.”

“네, 어떤 부탁인가요?”

성녀가 나를 보면서 물어보자 바로 생각했던 대답을 주었다.

“올렌드 추기경, 그리고 영혼 길드와 방금 상대했던 길드들 전부. 신성 제국과 적대 관계를 선포해 주세요.”

“네, 그건 어렵지 않아요.”

곧 성녀의 명에 의해 적대 관계가 시스템으로 울려 퍼졌다.

단순히 우리가 하는 것과 신성 제국의 성녀가 하는 것은 한 가지 확실한 차이가 존재하니까.

이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앞으로를 위해.

그리고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형, 이제 사냥을 시작하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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