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화 베히모스 (7)
허공을 가르고 떨어져 내리는 수십 개의 아름다운 궤적이 목표에 닿는 순간.
퍼퍼퍽!
푸욱!
콰콰쾅!
베히모스를 조준해 지상으로 던진 대부분의 르아 카르테는 베히모스의 몸체에 그대로 박혀 들어갔다.
그리고 개중에 한두 개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찬란한 섬광을 내뿜으며 뇌전을 일으켰다.
그것도 베히모스의 몸속에 파고 들어가서.
크에에엑!
더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충격.
신체 바깥에서 터진 공격도 아니고 이건 숫제 몸 안에서 폭탄 덩어리가 터진 꼴이라.
이 충격에는 베히모스도 어떻게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그대로 몸이 옆으로 기울어 넘어가 버렸다.
쿠웅!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총 중량도 엄청났기에 쓰러지는 와중에도 주변에 충격파를 주면서 쓰러져 갔다.
“우아악! 피해!”
“와씨, 뒤로 튀어!”
“깔리면 죽는다!”
옆에서 파고들 순간만을 기다리던 원정대 유저들이 깜짝 놀라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들 잘 뛰네요.”
재중이 형도 역시 아래를 보면서 피식 웃어 버렸다.
“이럴 때는 다들 빠르다니까.”
챠밍도 베히모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잘 통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응, 그러게. 나도 안 통했으면 어쩌나 했어.”
솔직히 녀석의 방어를 깨기 위한 조합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는 통할 거라 예상했었다.
일단 무기 형태가 배틀 해머가 아닌 르아 카르테의 검 형태라는 것이 핵심.
만약 배틀 해머였다면 타격력으로 녀석의 방어를 무력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안까지 파고들지는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검 형태인 르아 카르테로 베히모스의 단단한 피부를 관통해 녀석의 내부에서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졌기에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재중이 형이 크게 미소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토르를 선택한 건 역시 헤븐즈 스트라이크 때문이냐?”
“네, 전 챠밍만큼 광역기를 많이 날릴 수는 없으니까요.”
마력이 넘치는 건 좋다.
하지만 그건 오러 블레이드에 한해서만 유효한 마력이었다.
직접적인 타격을 해야 어떻게든 녀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베히모스는 좀처럼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내 장점을 발휘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태였다.
그렇다고 챠밍처럼 광역기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넘치는 마력을 쓰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도달한 곳이 바로 이쁜소녀의 진(眞) 토르.
그리고 그 안에 내장되어 있는 특수 스킬.
헤븐즈 스트라이크.
조건만 맞는다면 쿨타임을 신경쓰지 않고 무한정 터트릴 수 있는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내게는 정말 최고의 스킬이었다.
재중이 형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넘치는 마력으로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복사되어 있는 르아 카르테를 무한으로 생성해 낸다라…….”
“괜찮은 조합이죠?”
“그래, 보통은 생각할 수도 없는 조합이겠지만. 너하고 나, 챠밍이 다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
“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혼자서는 마력을 감당 못 하겠더라고요.”
무한대로 르아 카르테를 만들어서 쏘아 내려면 마족화가 된 두 사람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세 명분의 원천마력 정도는 되어야 이런 작업을 겨우 할 수 있을 테니까.
기동력이 떨어져 피격 위협을 알면서도 재중이 형과 챠밍과 함께 날아오른 것은 그런 이유였다.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나 같이 어벙벙한 표정으로 하늘에 떠 있는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못 볼 장면을 본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많은 신성 제국의 NPC들과 유저들이 합께 덤벼들어도 어떻게 하지 못했던 베히모스를 단지 우리 셋의 조합으로 깨부셨으니까.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놀라지 않으면 오히려 이쪽이 섭섭하지.”
챠밍도 감탄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전부 우리만 보고 있어요.”
“거참, 판을 깔아 줘도 못 하네.”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그런 유저들을 나무라듯 아래로 고함을 쳤다.
“뭘 보고만 있어!! 빨리 안 잡아?!”
그런 재중이 형의 외침에 다들 꿈에서 깨어난 듯 화들짝 놀라더니 우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곧장 베히모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 멍 때리는 새끼들 뭐야! 공격해!”
“지금이 기회다! 전부 쏟아부어!”
“다시 일어나면 이렇게 공격 못 한다고! 폭딜!”
이건 NPC들도 마찬가지.
하늘에 떠 있는 우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바로 유저들과 함께 쓰러져 있는 베히모스를 향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폭격을 가했다.
수도 없이 많은 스킬과 마법 이펙트들이 터지는 광경이란…….
그것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하나의 멋진 그림과도 같았다.
재중이 형과 챠밍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 말했다.
“화려하네. 화려해.”
“꼭 폭죽 터트리는 것 같네요.”
원정대의 길마들에게서도 귓말이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다들 폭딜에 한 손 거드는 모양이었다.
궁금하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딜을 하는 게 우선이니.
그렇게 아군들을 구경하는 동안 다시 나와 재중이 형, 챠밍의 마력이 채워져 갔다.
마력이 차올라 당장 다시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저렇게 베히모스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는 불가능이지.
대신 그 사이.
이쪽도 준비를 착실히 마쳐 놓았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만들고 인벤에 집어넣고 다시 만들고 또 집어넣고.
다소 지루할 것 같은 작업이었지만 이 한 발, 한 발이 모여서 녀석을 지옥을 끌고 가준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리고 영원할 것 같았던 풀 딜의 시간도 금방 사라져 버렸다.
“녀석이 일어난다.”
크어어어!
쓰러져서 양껏 얻어터진 베히모스가 몸을 크게 일으키면서 주변으로 하울링을 퍼트렸다.
다행히 아군들이 미리 피신해 있었기에 하울링에 걸려서 경직되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녀석이 일어나자마자 주변에 있는 유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올려 우리를 노려보았다.
“큭, 저 녀석 화가 단단히 났나 본데?”
주변에 있는 NPC나 유저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우리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갈 뿐.
그때 갑자기 녀석의 뿔들이 파란색으로 빠르게 물들어 갔다.
“칫, 온다!”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급격하게 좌측으로 이동시켰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안 된다는 급한 표정으로.
아니나 다를까.
방금 우리가 날아다녔던 곳으로 수십 줄기의 뇌전 다발이 치솟아 올라 우리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챠밍은 이런 장면을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놀란 눈빛을 하면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내 등을 꽉 잡았다.
“시전이 너무 빨라요!”
상식에 어긋날 정도의 시전 속도.
심지어 이번에는 한 방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곧장 이어지는 또 다른 뇌전의 다발들이 거칠게 대기를 타고 우리에게 쏘아졌다.
“연속으로 또 옵니다!”
보통 이런 즉발 마법은 단발 형의 위력이 약한 마법일 때야 가능한데 발동과 거의 동시에 방금과 같은 마법이 쏘아지면 정말 손쓸 틈도 없어진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재중이 형은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꽉 잡아! 놓치면 떨어진다!”
하늘에서 우리의 미친 듯한 회피기동이 시작되었고 그에 맞춰서 베히모스 역시 한 대라도 맞추지 못하면 억울하다는 듯 연사에 가깝게 뇌전을 쏟아 내며 응수했다.
그러다 재중이 형이 이를 바득 갈면서 외쳤다.
“젠장, 너무 느려! 이대로는 당한다! 뭐든 해봐!”
재중이 형은 느려진 페가수스로 억지로 회피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역시 어려워 보였다.
저 녀석의 뇌전 다발을 막으려면 이쪽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위력을 내야 하는데…….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챠밍은 이미 마법을 시전해 놓고 준비 중이었다.
“제가 할게요!”
“그래, 잠시만 시간을 벌어 줘!”
곧장 챠밍이 페가수스에 직격으로 날아오는 마법을 향해 대응하는 마법을 날렸다.
【 데몬 플레어! 】
베히모스의 뇌전 다발과 챠밍의 데몬 플레어가 부딪히는 순간 강렬한 파장이 터지면서 페가수스가 옆으로 확 밀려 버렸다.
큭.
막아도 이런 상태라니.
더군다나 이쪽은 한도가 있는 마법인데 반해 저쪽은 대체 쿨타임이 어떻게 되어 먹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챠밍이 다시 몇 번의 마법을 써 막아냈지만 그것도 이젠 무리였다.
“형! 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어요!”
이 먼 거리에서 베히모스를 르아 카르테로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쪽도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아니라면 거리가 좀 더 가깝거나.
그렇다고 더 접근했다가는 이쪽이 먼저 떨어질지도 모른다.
“칫, 할 수 없나. 이대로 하강한다.”
재중이 형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곧장 페가수스의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이대로 얻어맞으면서 떨어지느니 차라리 공격을 하는 방향을 택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하강을 하자 당연하게도 그만큼 거리가 가까워져 뇌전 다발이 더욱 우리를 압박해왔다.
“피하는 데까지는 피해 본다! 넌 제대로 꽂아넣는 것만 신경 써!”
“네! 알았어요!”
집중해야 해.
이번에는 실수를 하면 절대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하니만 못 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오직 시선을 베히모스에게로 고정시켰다.
챠밍도 그걸 아는 듯 남은 마법들을 전부 쏟아내 뇌전 다발을 한 번은 더 막아 주었다.
“전 끝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르아 카르테를 날리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번밖에 기회가 없어!
그런데 우리가 접근을 하자 이번엔 아예 베히모스의 뿔 색상이 세 가지 속성으로 동시에 발현이 되었다.
젠장.
저건 생각 못 했는데……!
계속 뇌전만 쏴서 당연히 이번에도 똑같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챠밍도 그걸 잘 아는지 내 등을 잡은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순간 내게 외쳤다.
“내가 몸을 막는다! 꼭 성공시켜라!”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뛰어내리려는 순간.
콰아아앙!!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베히모스의 머리가 크게 옆으로 튕겨나가면서 쏘려던 마법들이 전부 캔슬이 되어 버렸다.
어?
뭐지?
그리고 강렬한 폭발의 이펙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가 보이는 순간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온몸을 날려 토르를 휘두른 이쁜소녀.
그런 이쁜소녀가 우리를 반기듯 크게 외쳤다.
“오빠! 지금이에요! 쏴요!”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곧장 페가수스를 베히모스의 비틀어진 머리를 향해 일자로 하강시켰다.
“소녀가 벌어 준 최고의 기회다!”
“네! 갑니다!”
그리고 인벤에 있던 모든 르아 카르테들을 꺼내서 일제히 베히모스 머리의 정면으로 쏘아 냈다.
우리가 하강을 하면서 거리가 가까워진 덕에 이젠 머리도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퍼퍼퍽!
촤아악!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미리 모아 두었던 르아 카르테를 다 날려서 그런지 연속해서 계속 터지는 헤븐스 스트라이크에 결국 베히모스의 머리가 완전히 아래로 쳐져 버렸다.
한참을 쏘다가 복사본들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자 바로 페가수스에서 뛰어내리면서 르아 카르테를 다시 꺼내들었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그리고 그대로 하강하는 힘을 실어 세 개의 속성이 섞인 오러 블레이드를 무력화된 베히모스의 이마 정중앙에 강하게 박아 넣었다.
푸화악!
“이젠 좀 뒤져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