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화 베히모스 (6)
“여기요!”
내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이쁜소녀가 냉큼 달려와서 내게 진(眞)토르를 손에 올려 주면서 눈방울을 반짝거렸다.
“이제 몰아내는 거예요?!”
이거 너무 기대를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눈빛이 이미 베히모스를 몰아내고 좋아하는, 딱 그런 표정이었다.
안 된다는 의심은 전혀 하지 않는 표정에 그저 미소만 지었다.
“지금부터 해봐야지.”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니 베히모스를 둘러싸고 원정대 유저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벌써 밑천이 보이는 건 좀 그렇지만…….
저기 날뛰는 베히모스를 처리 못 하면 앞으로의 일이 너무 어렵게 흘러갈 지도 모른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눈앞의 일부터.
【 웨폰 카피! 】
스킬을 쓰자마자 곧장 내 손에 두 개의 진(眞) 토르가 들려졌다.
『 +10 진(眞) 토르 (유일) / 출혈 35(25+10) 타격 60(50+10)
- 신성력+50
- 민첩-5
- 모든 공격 광역 판정.
- 뇌전 효과.
- 헤븐즈 스트라이크
- 헤븐즈 스트라이크 확률 0.5%
- 격뇌- 광역 스턴
- 광화 』
아직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채고 있는 듯 놀라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베히모스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물론 날 지켜보는 한 명이 있긴 했다.
화련은 토르가 두 개가 되는 광경을 보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야! 그거……?!”
“아, 일단은 비밀입니다만.”
“다 보여줘 놓고 무슨 비밀이야.”
“그럼, 그냥 필살기?”
“장난해?”
“하하,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 주시죠.”
내가 능청을 떨면서 말하자 화련도 눈을 찡그리기만 할 뿐 더 이상은 물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그걸로 저 녀석을 잡을 수 있다고?”
“으음, 고작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죠.”
화련이 보기에는 그냥 무기가 두 개인 환영 같은 스킬로 보이나 본데…….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복사로 만들어진 무기는 두어 번 쓰고 나면 내구도가 엉망이 되어서 못 쓰는 무기가 될 테니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대놓고 사기 치라고 만든 스킬 같기도 하고.
바로 재중이 형과 챠밍을 불렀다.
“형, 나 좀 도와주세요! 챠밍도.”
“응?”
“네!”
재중이 형은 피식 웃으면서 다가왔고, 챠밍 역시 부르자마자 바로 내게 달려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을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아이의 딱 그런 표정과도 같아 보였다.
“음, 이거 참, 부담스러운데?”
“네?”
“아니, 혼잣말.”
일단 재중이 형부터.
“형, 페가수스 운전 좀 해 주세요.”
“지금?”
“네, 지금 필요해요. 저놈 위에 좀 갔으면 좋겠거든요.”
그 말에 동시에 재중이 형과 챠밍이 고개를 돌려서 베히모스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상, 공중할 것 없이 광역기가 빵빵 터지면서 유저와 NPC들이 학살되는 모습.
이런 상황에서 저 녀석의 위에 날아달라고 하다니.
재중이 형이 보기에도 굉장히 무리수로 보이는 행동이려나.
“멀리 떨어져서 나는 거면 할 수 있지만 접근은 무리다.”
“네, 저도 저놈하고 붙을 생각은 없거든요.”
그리고 챠밍을 보면서 말했다.
“너도 같이 가야 해.”
“저도요?”
“응, 아무래도 혼자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음, 알겠어요.”
그때 재중이 형이 다시 물었다.
“셋 다 타고 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페가수스가 좋은 탈것이기는 한데 세 명이 타 버리면 행동의 제약이 굉장히 많이 걸리게 될 것이다.
이동속도가 상당히 느려지게 될 테니까.
잘못하다가는 꼼짝 없이 셋 다 공중에서 피격당해 죽어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너무 오래 날지는 않을 거예요.”
“흐음? 그래?”
“네, 안 되면 바로 튈 거라.”
바로 튄다는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버렸다.
챠밍은 눈이 동그랗게 놀란 표정으로 변했고.
“이게 만약 안 통한다면 솔직히 저도 답이 없거든요.”
저 무식하게 강한 베히모스를 상대하려면.
상식적인 선에서는 도저히 답이 없어.
그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전할 수밖에.
그리고 그것도 안 통한다면.
도망밖에 답이 없다.
신성 제국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목숨 바쳐 가면서 사수해야 할 장소는 또 아니니까.
“그래, 한번 해 보자.”
재중이 형이 페가수스를 잡고 그 뒤로 나와 챠밍이 같이 올라탔다.
공중으로 올라가자 신성 제국과 베히모스, NPC, 유저들까지 모두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크네요.”
“흠, 이 정도 규모면 가르시아 제국과도 맞먹으려나.”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또 하나의 광경은 처참했다.
베히모스의 브레스가 신성 제국 가운데를 일자로 갈라 버린 흔적이 공중에서는 온전히 확인이 되었다.
완전히 제국을 관통해 버리는 브레스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
건물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싹 녹아서 사라져 버린 모습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멀리 확인해 보자 신성 제국을 쭉 둘러싸고 있는 뭔가의 경계들도 눈에 들어왔다.
뿌연 안개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저게 아마 우리를 주변에서 돌게 만든 경계겠죠?”
“그런 것 같네. 쭉 둘러서 결계처럼 막아 놓았군.”
이러니 신성 제국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음에도.
그런 감상들을 뒤로하고 베히모스가 작게 보일 때까지 공중으로 올라오자 작업을 시작했다.
한 손에는 진(眞) 토르 복사본.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르아 카르테 복사본을.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 르아 카르테가 진(眞) 토르를 탐식합니다. 》
《 진(眞) 토르가 소실됩니다. 》
《 진(眞) 토르의 옵션 중 두 개가 르아 카르테에 랜덤으로 추가 포획됩니다. 》
웨폰 카피와 탐식을 번갈아가면서 계속 조합을 시도했다.
원하는 옵션들이 나올 때까지 인벤에 넣고 빼고를 반복하면서.
그리고 몇 번을 시도한 결과.
어느 정도 원하는 옵션을 가져올 수 있었다.
너무 오래 하고 있기에는 아래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까.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겠지.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60(40+20) 타격 50(30+20)
- 마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신성력+60
- 암흑력+60
- 악마형 피해 400% 추가
- 헤븐즈 스트라이크 / 헤븐즈 스트라이크 확률 1%
기존의 르아 카르테에 토르에 있던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15강인 상태로 적용을 하자 기존 확률에서 월등히 상승한 1%의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완성되었다.
이걸로 확률상 100번 치면 1번은 터진다.
거기다 악마형 피해 역시 다른 무기에서 추가로 뽑아왔고.
내가 옵션 구성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재중이 형이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어 버렸다.
“크큭, 너, 설마?”
챠밍 역시 내 생각을 어느 정도 눈치챘는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 이거면 확실히 통할 것 같아요.”
“그렇지?”
이런 옵션 구성으로 할 짓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공중으로 올라와서.
“자, 준비는 끝났고. 이제 갑니다.”
곧장 공중에서 저 아래 작게 보이는 베히모스를 향해 복사본인 르아 카르테를 조준하면서 모든 감각을 한 자리에 모았다.
공중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페가수스를 탄 상태로 정확하게 베히모스를 맞추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몇 번 실수는 해도 된다.
하지만 집중력이 풀리면 안 돼.
조준이 어긋나면 다시 잡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러면 베히모스가 자리에서 확 벗어나 버릴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낼 때까지 한 번에 간다!
조준이 되자 그대로 르아 카르테를 지상으로 집어던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휘두름에 르아 카르테 역시 중력 가속도와 나의 휘두르는 힘에 점점 가속을 추가해 베히모스의 허리 부분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녀석의 허리에 정통으로 맞은 르아 카르테의 날카로운 날이 그대로 녀석의 암흑 방어막을 중화시키며 갑옷 같은 피부를 찢어발기면서 파고 들어갔다.
촤아악!
푸우욱!
크에에엑!!
녀석의 거대한 허리가 순간 내려앉을 정도로 엄청난 가속.
거기다 관통에 치명타 대미지, 악마형 추가 대미지까지 복합적으로 터지자 완전히 녀석의 몸을 뚫어 버릴 수 있었다.
당연히 베히모스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갑자기 날아온 돌이 몸에 푹 하고 박힌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머리를 노리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공중에서 노려 보기에는 머리가 너무 작아보였다.
혹여라도 빗나가면 다음이 없으니 이쪽은 아쉬움을 달래면서 바로 다음타를 준비했다.
【 웨폰 카피! 】
그리고 허리가 휘어져서 비틀거리는 녀석에게 추가타를 집어던졌다.
쒜에에에엑!
엄청난 속도로 하강한 르아 카르테가 다시 녀석의 허리를 박살 내면서 파고들었다.
푸우욱!
크어엉!!
야수의 울부짖음이 하울링처럼 주변에 울려 퍼지자 그제야 사람들의 시선이 공중으로 향했다.
이 정도로 베히모스가 고통스러워하는데 뭔가가 떨어져 내려서 베히모스를 공격했다는 것을 모를 순 없을 테니.
다시!
【 웨폰 카피! 】
웨폰 카피에 이어 르아 카르테가 하강하면 그때마다 베히모스의 악에 받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약간의 실수도 있긴 했지만 녀석의 몸이 워낙 크다 보니까 어지간해서는 공격에 실패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와 함께 원하는 결과도 터져 나왔다.
르아 카르테가 녀석의 허리를 관통하는 순간.
엄청난 빛과 뇌전이 동시에 베히모스의 몸 안에서 그대로 터져나왔다.
거기다 하늘이 열리며 떨어져 내린 거대한 뇌전 다발이 그대로 베히모스의 전신을 갈겨 버렸다.
파지지직!
콰지지직!
콰아아앙!
무기에 내장된 헤븐즈 스트라이크.
1%의 확률을 뚫고 녀석의 몸에서 온전히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져 나왔다.
몸 안에서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진 베히모스는 당연하게도 순간 제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오빠! 터졌어요!!”
동시에 챠밍이 한 손을 번쩍 들면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크, 죽이는구만.”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그런 그 둘을 향해 말을 꺼냈다.
“이제 좀 도와주셔야 해요.”
당연하겠지만.
이 작업에는 마력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갔다.
들어오는 마력은 없는데 계속해서 마력은 소모해야 하니까.
원천마력이 계속 채워 주고는 있긴 해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다.
챠밍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어떻게 도와드려요?
그 질문에 르아 카르테를 하나 꺼내들었다.
“살짝만 급소에 대고 있어 주라.”
“네? 아! 마력!”
챠밍의 마력 수치는 현재 유저들 중에서 최고였다.
당연히 당장 가져다 쓸 수 있는 마력 역시 최상이었고.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 역시 피식 웃더니 자기의 목에 르아 카르테를 가져다 댔다.
“이거 원 헌혈하는 기분이군.”
“정말요.”
챠밍도 비슷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스킬을 시전했다.
【 마족화! 】
응?
“오빠, 할 거면 확실하게 해요!”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
“어차피 여기서는 아무도 못 봐.”
【 마족화! 】
그리고 그런 둘의 도움에 힘입어 마력이 미친 듯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좋네요. 그럼 제대로 한번 녀석을 눌러 보죠.”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그렇게 수십 다발의 르아 카르테를 만들어 낸 뒤, 그걸 그대로 지상으로 던져 버렸다.
하나하나가 괴랄할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르아 카르테가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어디 이 폭탄 투하에도 살아남나 한번 보자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