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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82화 (672/1,404)

#682화 베히모스 (5)

“제국을 그대로 갈라 버렸다라……. 이건 상상 이상이네.”

재중이 형 역시 베히모스가 뿜어낸 브레스를 보고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원정대 인원들, 그리고 신성 제국의 병사 NPC 모두 이 한 방에 넋을 잃어버렸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그래도 뻗어 나가는 끝이 보이기라도 했지…….

이 베히모스의 삼중 브레스는 시야에 그 끝이 다 보이지도 않았다.

얼마만큼 쏘아져서 사라졌는지도 모르겠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면 확인할 수 있으려나?

그만큼 방금 베히모스가 뿜어낸 브레스는 압도적이었다.

옆에서 역시 그것을 지켜보던 사장님이 완전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 저걸 잡자는 거냐?”

“아마도 잡아야겠죠?”

잡지 않으면 당장 신성 제국이 망할 판이라.

솔직히 이 정도까지 강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아까 우리와 잠시 치고받았던 건 그냥 베히모스가 우리를 데리고 놀아 준 수준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전사 형이 아직 방어벽을 치고 있는 베히모스와 주변 신성 제국의 병사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생각보다 제국이 너무 약한 것 아냐? 이렇게 쉽게 뚫려서야…….”

그 말에 주변을 보니 확실히 제국의 NPC들에 비해 베히모스가 지나치게 강했다.

차이가 확 보일 정도로.

그나마 빛의 오러를 온몸에 두른 저 빛의 기사는 베히모스를 상대로 어떻게 싸움을 할 수 있어 보였지만.

결론은 딱 하나이려나?

“원래 지금쯤 나와야 하는 네임드가 아닐 수도 있어요.”

지금 여기 있는 유저들도 우리밖에는 없었다.

아무리 시스템이 막장이라고 해도 NPC들만 있는 상황에서 녀석을 막지 못하게끔 설정해 두진 않았을 테니.

그런 NPC들과 베히모스를 바라본 재중이 형도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이거 판을 벌린 녀석들은 따로 있는데 뒤처리는 우리가 해야 할 판인가?”

“그런 것 같죠?”

봉인을 푼 녀석을 확인하는 건 일단 둘째 치고.

당장은 저 베히모스를 제압해야 한다.

“전사 형, 될까요?”

“흠, 할 수 없나. 해보는 데까진 해보겠는데, 나도 이번엔 좀 힘들지도 몰라.”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됩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버틸 수 없으니 반드시 한 명이 더 필요해.

전사 형 말고.

서브로 탱을 해 줄 사람이…….

그리고 고개를 돌려 최강 길드 쪽을 바라봤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수호 형, 좀 부탁드립니다.”

최강 쪽 길드 안에서는 전사 형을 대신할 유일한 사람이었다.

내 말에 전직 프로였던 수호 형이 앞으로 성큼 다가와 베히모스를 노려보았다.

“이쪽도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최선을 다해 보지.”

전사 형보다 방어 장비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확 밀리는 수준은 아니니까.

중간의 공백 정도는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옆에 같이 있던 최종병기 형도 역시 서브로 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 신성 제국의 기사단도 아직 숫자가 건재했다.

브레스만 아니라면…….

“사장님, 원정대 전체를 조율해 주실 수 있죠?”

내 말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곧장 각 길마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이런 일은 자주 겪어 봤으니 일은 일사천리로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혼선이 없도록 길드 단위로 움직이겠습니다. 달 길드, 치맥 길드는 베히모스의 좌측면에서 함께 움직이고, 미르 길드와 퍼스트 클래스가 우측면을 부탁드립니다. 정면은 최강 쪽에서 맡습니다. 그리고 헤라 길드는…….”

그러자 화련이 사장님에게 말했다.

“후방이죠?”

“네, 후방에서 지원해 주시면 됩니다. 솔직히 이번에는 후방이 제일 힘들어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만.”

“우리 애들이면 충분해요.”

화련은 확실히 헤라 길드의 길드원들을 높게 쳐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중이 형이 직접 손을 댄 프로들이니까.

개인의 전력만 보면 압도적으로 헤라 길드가 좋았다.

“그럼 부탁드리죠.”

아예 탱커와 힐러, 딜러진을 따로 꾸린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길드 단위로 따로 묶어 버린 것 같았다.

옆에서 재중이 형도 납득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이 판단을 잘하셨다. 원래 따로 놀던 애들이니까. 당장 같이 섞어 봐야 혼선만 생길 거야.”

각 길드의 개별적인 판단에 맡기되 중요한 오더만 내리는 방식.

지금은 저 판단이 제일 적합했다.

대신 가장 중요한 탱커만 사장님이 다시 모아서 지정해 주었다.

“메인 탱은 전사가. 서브 탱은 다섯을 더 둡니다.”

한두 명이 더 필요할 것이라 봤는데 사장님은 그보다 훨씬 많은 다섯을 요구했다.

그러자 각 길드에서 가장 탱을 잘 보는 유저들만 따로 빼서 전사 형 옆으로 붙여 주었다.

힐러들 역시 탱커에게 집중적으로 힐을 줄 수 있게 따로 모으기도 했고.

길드들의 노선이 정리되자 바로 진형을 갖추면서 각자 베히모스를 두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역시 레이드를 많이 진행해본 길드들답게 많은 설명 없이도 알아서 자기들의 할 일을 나눠서 움직였다.

이러면 진형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고.

“우리는 단독이죠?”

“그렇지. 녀석을 완전히 주저앉혀야 할 때 우리가 나선다.”

나와 재중이 형을 포함한 신화 길드는 별도로 움직이도록 했다.

우리는 최종 딜을 넣는 역할.

이미 압도적인 챠밍과 이쁜소녀의 딜을 다들 봤으니까 이에 대해서는 다들 아무 반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베히모스의 방어가 풀어지자 신성 제국의 기사들이 먼저 베히모스를 막아 내면서 블록을 형성해 주었다.

NPC들의 동선까지 고려하면 꽤 복잡해지기는 한데 전면에서 베히모스를 견제해 주니 오히려 이쪽의 부담이 한결 줄어들었다.

특히 빛의 기사.

전사 형과 함께 양옆으로 서더니 서로 어글을 적절히 주고받으면서 베히모스의 앞을 막아섰다.

정확하게는 전사 형이 빛의 기사의 서포트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빛의 기사가 전사 형에게 맞춰 줄 리는 없으니까.

크어어어!

콰가강!

파지지직!

휘이이잉!

베히모스가 주변으로 뇌전 광역기와 폭풍의 광역기를 한 번씩 떨어뜨릴 때마다 빛의 기사의 주변으로 신성 제국의 힐러들이 나서 힐을 빠르게 넣어 주었다.

그리고 전사 형 역시 우리 쪽 힐러진들이 동시에 나서 힐을 넣어 주었고.

둘이 동시에 묶이는 순간에는 수호 형을 비롯한 탱커 진들과 NPC들에서도 기사 몇 명이 나서 빠르게 베히모스의 타격을 몸으로 때워 겨우 버텨 내었다.

그사이 회복을 한 빛의 기사와 전사 형이 다시 달려들면서 어떻게든 자리에서 버텨냈다.

그렇게 탱이 아슬아슬하게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자 사방에서 안심을 한 딜러들의 딜이 시작되었다.

“천천히! 절대 녀석을 자극하지 마!”

“급소 부분 피해서 딜 넣어!”

“한순간이라도 어긋나면 망하니까 제대로 해!”

원정대 모두 베히모스가 돌아보지 않게 완전히 딜을 억누른 상태.

이러면 녀석의 방어를 깰 만한 위력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베히모스가 열 받아서 사방팔방 날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였다.

NPC들도 이런 상황을 아는지 폭딜을 넣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벽에 있는 포들도 지금은 잠잠했고.

무턱대고 공격을 해댔다면 곤란할 뻔했는데 다행인 건가.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놈의 광역기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

베히모스의 머리뿔들의 색깔이 바뀌면서 연속해서 사방으로 광역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네임드들은 한두 개만 보유하고 있던 광역기가 이 녀석은 종류를 다 알아내기도 힘들었다.

콰아아앙!

화르르륵!

파지지직!

주로 제일 많이 쓰는 것은 뇌전의 광역기.

일자로 쭉 쏘아지는 것부터 해서 사방으로 퍼지는 광역기도 있나 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종류도 있었다.

특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광역기는 먼저 바닥에 떨어지는 부분이 원으로 표시가 되었는데, 문제는 원이 보여지자마자 바로 하늘에서 떨어지니 아예 바닥만 보고 있지 않으면 피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원이 좀 넓어야지.

만약 운 없게도 바닥 원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다면 그냥  볼 것도 없이 끝이었다.

“바닥!

“다들 피해!”

“아, 젠장! 늦었……!”

콰지지직!

하늘에서 뇌전이 쏟아지는 순간 NPC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쪽 원정대 유저들도 다수 녹아서 사라져 버렸다.

단 한 방에.

우리야 부활을 하면 된다지만...

NPC들은 뼈아픈데?

어디서 충원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광역기에 녹아 버린 것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덕분에 우리도 접근하기가 완전 애매해졌고.

베히모스는 조금만 근접 딜이 붙으면 바람 계열의 폭풍으로 우리를 멀리 밀어냈다.

그것도 단순히 밀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빨리 폭풍을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대로 압사되듯 갈리면서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다.

그럼 결국 원거리 딜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가 있었다.

어느 순간 녀석의 꼬리가 화르륵 타오르는 동시에 뇌전이 전체를 감쌌다.

그리고 그런 길고 굵은 꼬리가 한차례 휘젓고 나면, 딜러 진형은 여지없이 붕괴되었다.

물론 막아 낼 순 없지만 피하는 것까지는 가능했다.

다만 그 꼬리가 지나간 자리가 문제였다.

“화염이 꺼지질 않아!”

“대체 이건 무슨 스킬이야?”

“디버프 계속 들어오는데?”

“뇌전도 계속 퍼지잖아!”

“아씨, 마법 캔슬 된다! 근처로 가지 마!”

화염과 뇌전이 긁고 지나간 자리 모두에서 스키드 마크가 생기면서 주변으로 두 가지 이펙트를 잔뜩 뿜어냈다.

이건 당연하게도 화염 대미지가 계속 들어오는 종류였고.

뇌전은 맞는 순간 몸에 경직이 걸리더니 스킬 시전이 방해되면서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때문에 지금은 근접이고 원거리고.

제대로 뭔가 해볼 수도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길마들도 다들 짜증이 나는지 입을 잔뜩 씹어댔다.

재중이 형도 광역기들을 피해 돌파를 하려다가 뒤로 빠져나왔다.

“역시, 광역기가 너무 많아.”

“네, 형 말대로 엄청나네요.”

“우리 방어구로도 이건 못 버티겠는데.”

나와 재중이 형의 방어구는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였지만 이걸로도 힘들다고 판단해 버렸다.

우리 둘의 회피력이면 아마 돌파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다.

정작 힐러가 우리를 도와줄 수 없는 그런 문제.

우리는 버티더라도 힐러가 따라다닐 수 없으니…….

재중이 형이 피식 웃더니 결국 두 손을 들어 버렸다.

“이거 지금은 못 잡겠다.”

장비의 문제.

그리고 레벨이나 스킬의 문제도 있었고.

당장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스펙이란 큰 벽에 가까웠다.

“마족화를 쓰면요?”

“쟤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주변을 가리키자 신성 제국의 바글바글한 NPC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이 녀석들과 사이가 좋다고 할 순 없었는데 당장 마족으로 변하면?

“베히모스 다음은 우리겠네요.”

“그래, 여기서는 무리다.”

하필 최악의 상성을 가진 신성 제국이라 더 나은 공격력이 있음에도 접어두어야했다.

다시 안 볼 녀석들이라면 그냥 무시하겠다만.

“그냥 NPC들을 믿어 볼까요?”

“흐음, 모르겠네.”

재중이 형도 아직 생각을 다 정리하지 못한 듯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화련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두 개의 검을 손에 들고서.

갑옷도 전투의 흔적이 역력한 것을 봐서는 아주 놀고 있지만은 않은 모습이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폼으로 들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인데?”

재중이 형이 그렇게 놀리자 화련이 버럭거리면서 재중이 형의 허리를 걷어찼다.

“윽! 농담이라고!”

“다음에는 그냥 칼로 확 쑤셔 버릴 거야.”

“아이고, 한번만 살려 주시죠.”

“칫, 됐고. 우리 애들이 접근을 못 해. 정말 제대로 가르친 건 맞는 거야?”

화련이 투덜거리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누가 와도 힘들어.”

접근을 하면 딜러는 죽어버리니, 그나마 체력이 많은 탱커 말고는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해본 소리야. 뭔가 수가 있나 해서.”

화련도 그것까지 모를 정도로 전투에 관심이 없진 않았고.

아니, 이렇게 몸으로 직접 뛸 수준이면 이미 알 만큼은 다 안 다고 봐야 했다.

아마도 답답해서 물어본 건가.

순간 챠밍을 바라보는데 챠밍도 고개를 저었다.

“아까처럼 폭딜을 하진 못 해요. 그럼 진형이 엉망이 되어 버릴 거예요.”

“역시 그렇지?”

이쁜소녀는 진입하려다가 역시 손을 떼고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잠시 뒤로 물러나 있었다.

흐음.

확실히 영웅의 무기에 속하는 토르 정도면 녀석에게 확실히 타격을 줄 수 있을 텐데…….

이쁜소녀와 토르를 번갈아 바라보던 중 갑자기 뭔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토르라…….

“방금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난 것 같아요.”

“뭐? 방법이 있어?”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는 화련에게 한 번 미소 지은 뒤 곧장 이쁜소녀의 옆으로 달려갔다.

“힝, 오빠. 공격을 못 하겠어요.”

“음, 그래서 내가 왔지.”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이쁜소녀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거 내가 잠시만 빌려도 될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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