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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78화 (668/1,404)

#678화 베히모스 (1)

녀석이 온다고?

“나르샤 누나!”

“벌써 보고 있어!”

내 외침과 함께 나르샤 누나가 저 멀리 우리가 왔었던 방향으로 시선을 뒀다.

나르샤 누나는 재중이 형의 페가수스 너머 저 멀리까지 볼 수 있으니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제일 빨리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바로 상황을 확인한 나르샤 누나의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원정대 사람들에게 크게 외쳤다.

“시간 없어! 빨리! 다 뛰어요!”

재중이 형에 이어 나르샤 누나까지 빨리 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안색 역시 똑같이 굳으면서 사방으로 상황을 알렸다.

“튀란다!”

“설마 베히모스가 따라온 거야?”

“이렇게 멀리 있는데 따라왔다고?”

“아, 몰라. 얼른 뛰고 봐!”

“저기 앞까지만 뛰면!”

정면 시야에 어렴풋이 보이는 성의 윤곽을 가리키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달리는 속도를 끌어올렸다.

일단 저기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점차 속도가 빠른 사람들이 먼저 앞서나가고 드워프나 이속이 느린 유저들이 뒤에 쳐지기 시작하자, 행렬은 순식간에 길게 늘어져 엉망이 되어 버렸다.

“누나는 먼저 가요.”

“넌?”

나르샤 누나의 물음에 뒤를 가리켰다.

“형 오면 같이 가죠.”

“나도 같이…….”

“누나는 빨리 가서 저 성부터 열어 줘요. 지금 가도 제일 먼저 도착하죠?”

내 말에 나르샤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멀리 보이는 성으로 달려나갔다.

이속은 나 다음으로 나르샤 누나가 좋으니까.

그리고 나르샤 누나는 귀족 작위도 있어 성에서 바로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나르샤 누나도 달려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온 재중이 형이 도착했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 날 보더니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넌 안 달리고 뭐하냐?”

“형 기다렸어요. 고맙죠?”

“크큭, 제일 빨리 튀어야 하는 놈이.”

그러면서 손을 뻗어서 나를 페가수스에 태웠다.

“어떻게 저놈이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얼굴에 대답했다.

“저놈, 어글 범위가 아주 미쳤어. 진짜 엄청 멀리까지 떨어뜨려놓고 워프해서 도망왔는데 그걸 따라오더라니까?”

“워프를 했는데도요?”

“그래. 단순히 거리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 번 찍은 먹이는 끝까지 쫓아오던가, 아니면 정말 어글 범위가 굉장히 넓거나.”

재중이 형이 어설프게 녀석을 떼어 놓지는 않았을 터.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말 멀리 벌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워프를 해서 빠져나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따라온 건 저 베히모스가 일반적인 어글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럼 앞으로가 더 문제겠네요.”

“어, 이젠 저놈을 잡던가. 우리가 잡히던가. 둘 중 하나다.”

그러면서 앞에 부리나케 달려 나가는 원정대 유저들을 바라봤다.

워프를 해서 거리를 벌려 놓아도 따라올 정도면, 여기서 저 녀석의 눈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무조건 싸워야 하겠네요.”

“아마도. 저 앞에 보이는 성이 도움이 되길 바라야지.”

일단 보이는 성의 모습은 충분히 웅장했다.

이전에 베히모스가 깔고 앉은 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하나의 불안감이 생겼다.

“우리를 받아 줄까요?”

“나도 모르지. 그래도 지금은 방법이 저기뿐이야.”

확실히 이 많은 인원들을 수용하려면 지금 보이는 저 성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안전한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크어어어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뒤에서 베히모스의 거대한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멀리 있는 이곳까지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강렬한 굉음.

“칫, 벌써 다 따라왔나? 속도 올린다.”

재중이 형이 바로 페가수스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렸다.

페가수스에 앉아 뒤를 바라보는데 저 멀리 베히모스의 거대한 덩치가 점처럼 작게 보이더니 점점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속도가 진짜 상상 이상이네.

재중이 형이 이렇게 놀라면서 달려온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저 속도를 보면서 지금 새삼 놀라는 중이었다.

“형, 대체 페가수스로 어떻게 저놈을 따돌렸어요? 이속 차이가 거의 두 배는 나는 것 같은데.”

지금 페가수스가 최대 속도로 날아가는데도 불구하고 베히모스에게는 점점 거리가 따라잡히고 있었다.

그 말은 베히모스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말이었다.

아마 드래곤보다도 훨씬 빠를 터.

지상을 내달리는 몬스터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보다 빠르려면 대체 얼마나 스펙의 차이가 나야할까.

단순 비교만 해봐도 이미 격의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말도 마라. 몇 번 죽을 뻔했어.”

그런 재중이 형의 말을 들으면서 계속 베히모스를 주시했다.

“형,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힐 것 같은데요.”

“칫, 역시 안 되나?”

아마 우리는 이대로 도망갈 수도 있겠지만 저 드워프들이 문제였다.

이속이 너무 느려.

주변에서 유저들이 아예 팔을 잡고 같이 달려 주고 있지만 전투형이 아닌 드워프들의 이속은 느려도 너무 느렸다.

탈것만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지역에서 기존에 쓰던 탈것은 사용을 못 하니까.

아마도 이송 퀘스트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페가수스 외에는 모든 이동 수단이 불가능했다.

《 서브 퀘스트 : 드워프 족 이주. 》

- 드워프 왕, 카르바할과 드워프 족의 이주에 협력하라.

- 신성제국 도착까지 드워프 왕, 카르바할의 생존.

- 드워프 족들의 80% 이상 생존.

- 퀘스트 보상.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드워프 족의 80% 이상이 생존.

단순한 서브 퀘스트에 아다만티움이 걸린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보다 어려운 퀘스트는 없었다.

저 베히모스에게서 드워프들을 살려야 하니까.

“80프로만 살릴 수 있을까요?”

다 살리면 베스트겠지만.

“퀘스트?”

“네, 아다만티움이 걸려 있어요.”

“하, 그 퀘스트 참.”

재중이 형도 잠시 뒤쳐진 드워프들을 보며 견적을 내보다가 바로 한숨을 쉬었다.

“무리다. 저 속도면 따라잡혀. 하나둘 죽는 정도로는 안 끝날 거야.”

“80프로도 못 살린다는 말이죠?”

“최소 반 이상. 어쩌면 다 죽을 수도.”

재중이 형의 말에 드워프들과 베히모스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품에서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모두 꺼내들고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형, 베히모스에게 붙여 주세요.”

“하려고?”

“네, 잠시라도 늦춰야겠어요.”

“아다만티움을 포기하는 건?”

“정말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죠. 지금은 해볼 수는 있잖아요.”

잠시 생각을 하던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한번 해보자.”

페가수스를 점점 뒤로 쳐지게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와 베히모스의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괴물이잖아?

덩치가 이미 이 세상 몬스터가 아니었다.

거의 걸어 다니는 빌딩 수준이라…….

“타격할 곳은 많아서 좋네요.”

어딜 치더라도 다 맞아 줄 것 같은 저 덩치를 보면서 농담을 하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눈 감고도 맞추긴 하겠네.”

바로 플랜 B 르아 카르테를 들어 녀석을 향해 조준했다.

이게 통해야 할 텐데…….

“그럼, 갑니다.”

【 수룡화! 】

수룡화로 마력을 일단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에 내장되어 있는 스킬들을 하나둘 불러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얀 뇌전과 함께 물의 기운이 동시에 맺어지고 용격의 마법진 역시 돌아가면서 강렬한 화염도 같이 르아 카르테에 타고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 번에 다 하려고?”

“네, 저놈에게 하나 가지고는 안 통할 것 같아요.”

베히모스가 얼마나 방어력이 강한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 그냥 드래곤 몇 마리 합쳐놓은 녀석이라고 가정하고 아예 스킬을 한 번에 준비했다.

이렇게 무기에 내장된 스킬을 한 번에 다 써보기는 또 처음이네.

과연 얼마만큼의 위력이 나올지.

애초에 이렇게 한 무기로 여러 개의 내장 스킬을 동시에 쓴다는 것 자체가 사기였다.

보통 무기에 하나의 내장 스킬만 있었으니 한 번에 다 쓸 수도 없었다.

그렇게 풀 차징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마력이 차오르고 내리기를 계속 반복했다.

이건 수룡화와 원천마력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겠지.

수룡화로 마력을 최대한 뻥튀기해 놓고 원천마력은 그걸 보조했다.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녀석이 온다!”

차징을 완료하는 동안 가까이 접근한 베히모스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그 거대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베히모스의 입 앞으로 4중첩으로 된 커다란 마법진이 생성되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건?!”

“브레스 같은데?!”

드래곤의 그것보다 훨씬 커다란 마법진에 중첩 역시 더 화려했다.

만약 생각하는 수준이 맞다면…….

지금 달리고 있는 드워프들이 싹 쓸려 버릴 수도 있었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내게 외쳤다.

“저 녀석 입에 처박아 버려!”

“네!”

먼저 스킬을 준비 중이어서 녀석보다 이쪽의 스킬들이 먼저 다 풀차징으로 완성되었다.

“갑니다!”

그리고는 각종 이펙트들로 범벅이 되어 있는 르아 카르테 버전B를 빠르게 휘둘렀다.

【 수룡탄! 】

바로 르아 카르테에서 거대한 물의 폭탄이 생성되어 날아갔고 베히모스의 마법진에 닿아 큰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그리곤 수룡탄의 폭발이 곧 수증기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어서 바로!

【 라이데인! 】

스킬을 시전하자 하늘에서 구름이 열리면서 라이데인이 눈부신 뇌전 다발로 쏟아져 내렸다.

물기가 자욱하게 몰려 있는 베히모스의 머리 위로.

그런 라이데인의 강렬한 뇌전 다발이 수룡탄에 퍼진 수증기를 매개체 삼아 베히모스의 머리 전체를 지저댔다.

콰지지직!!

크어어엉!

효과가 있나?

아직 저 브레스의 마법진이 캔슬되지는 않았지만 자세가 확실히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는 희망이 생겼다.

이대로 더 간다!

【 진(眞) 용격! 】

【 블레이즈 슬래셔! 】

아예 이번엔 용격과 새로 얻은 블레이즈 슬래셔를 동시에 쏟아부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이글거리는 블레이즈 슬래셔의 화염을 타고 용격의 화염까지 중첩되어 더없이 강렬한 화력을 내뿜었다.

그렇게 블레이즈 슬래셔과 용격이 합쳐진 한 방의 화력이 베히모스에 닿는 순간.

콰아아아앙!

화르르륵!

크아아악!

눈이 부실 정도의 폭발에 이은 찢어질 것 같은 베히모스의 굉음과 함께 베히모스의 머리 전체를 시뻘건 화염으로 뒤엎어버렸다.

꺼지지 않는 화염에 뇌전까지 동시에 타고 흐르는 모습.

그 충격에 베히모스가 시전했던 마법진이 깨지자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됐어요!”

“나도 봤다. 조합 완전 최곤데?”

녀석이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비록 완전히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잠시 경직을 시킨 정도로는 충격을 준 듯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만약 저 브레스를 뿜어내기라도 했었다면 퀘스트고 뭐고 그대로 끝나버렸을 테니.

그때 나르샤 누나에게서 연락이 급하게 들어왔다.

벌써 들어간 건가?

“형, 나르샤 누나에게 연락 왔어요.”

“그래? 들어갔나?”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을 한듯 그렇게 말했는데 나르샤 누나에게서는 우리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 전달되었다.

<나르샤> 성에서 우릴 들여보내 주질 않아!

<주호> 네? 아니, 왜?

<나르샤> 몰라, 어떻게 해?

“형, 안 들여보내 준다는데요?”

“아, 진짜. 이것들이.”

지금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는 건 밖에서 다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하아, 이 NPC 놈들이 사람 뚜껑 열리게 만드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바로 챠밍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챠밍! 도착했어?

<챠밍> 네?! 네. 지금 바로 앞이에요.

<주호> 그럼, 저놈의 성문. 마법으로 박살내 버려!

네 녀석들이 열어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자력으로 열고 들어간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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