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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73화 (663/1,404)

#673화 신성 제국 (4)

챠밍은 단순히 시체 폭발만으로 네임드를 눌러놓지도 않았다.

언데드들로 고르곤과 듀라한의 다리를 붙들게 해서 마치 무게추처럼 매달린 상태로 터지니 완전히 기동력을 묶어 버렸다.

그런 챠밍의 활약으로 다시 한 번 듀라한과 고르곤이 주저앉는 순간 긴장했던 원정대 유저들의 표정이 확 풀어졌다.

“세상에, 네임드가 한 마리도 아닌데…… 다 찍어 누르잖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진짜 저게 되는 거야?”

“위력이 얼마나 나오면 저런 일이 가능해?”

솔직히 나 역시 꽤 놀란 상태였다.

예전에 론도 후작을 상대로 내가 했던 방법을 그대로 배워 쓴 모양인데.

그때의 위력과 지금의 위력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이게 전문적인 마법사와 임시방편으로 쓴 스킬의 차이인가.

아니, 이건 단순하게 말할 수준을 넘어섰다.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감탄한 표정과 함께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이건 뭐 어지간한 광역기보다 훨씬 세잖아?”

“네, 상상 이상이네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질 수 있죠?”

“음, 역시, 암흑력이려나?”

내가 썼던 시체 폭발과 지금 챠밍의 시체 폭발의 가장 큰 차이점.

그때는 잠시 빌려 쓴 스태프로 쓴 스킬이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내 스탯상 지력이 높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마력이 많아서 숫자로 찍어 누르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챠밍의 지금 상태는 나와는 완전히 다르지.

지력은 물론이거니와 암흑력 또한 100대가 넘어가는 수치를 보유 중이다.

시체 폭발의 스킬 성향이 암흑 쪽 스킬이라는 걸 감안해 보면…….

저런 식으로 스킬의 대미지가 올라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려나.

게다가 그간 챠밍에게 부족했던 치명타 확률까지 70%에 달하는 데다가 치명타가 터지면 1500%의 대미지가 터진다.

그리고 한 방 스킬과는 다르게 시체 폭발은 무수히 많은 시체들을 터트릴 수 있었다.

다른 말로 치명타가 터질 횟수가 이전보다 월등하게 올라가게 된다.

만약 하나가 안 터지더라도 또 다른 하나가 치명타가 터지면 그만.

그러니 시체들이 개떼처럼 몰려가 폭발하면…….

거의 무한에 가깝게 치명타가 터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네임드 자체적인 강력한 방어력으로 어느 정도 상쇄는 하겠지만.

챠밍은 또 관통 방어라는 사기 옵션을 손에 쥐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마법사들의 무기에는 거의 달리지도 않는 옵션…….

아니, 스태프에 관통 확률이 달린 적이 있기나 했나?

“형, 스태프에는 관통 확률이 안 붙죠?”

“어, 안 그래도 광역기가 강한데 관통까지 달아 주면 사기지.”

“그런데 지금은 챠밍의 양손에 있죠.”

원래 있지 않아야 하는 옵션을 양손 잔뜩 쥐고 있는 마법사란…….

그 자체로 최강의 마법사나 마찬가지.

그리고 만약 이게 단발성 마법으로 그치면 그냥 좀 강한 마법사이겠거니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한계조차 넘어섰다.

시체 폭발이 계속 터지면서 챠밍의 소모됐던 마력이 다시 마력 흡수로 차오를 테니까.

【 언데드 소환! 】

【 언데드 소환! 】

【 언데드 소환! 】

.

.

하나가 터지기 무섭게 바로 다른 언데드를 세워 올리는 모습이란…….

이 정도면 궁극의 흑마법사가 아닐까.

네임드인 미치광이 리치도 지금 챠밍을 보면 한 수 접어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

.

콰앙!

콰앙!

콰앙!

쿠에엑!

크아악!

그렇게 시체 폭발이 터질 때마다 듀라한과 고르곤의 찢어지는 비명이 계속 흘러나오자 바로 뛰어들려고 했던 전사 형이 폭발 현상을 한 번 쳐다본 후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 왠지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은데?

정작 탱킹을 하러 가야 하는 상황에 네임드가 바닥에 쓰러져서 일어나질 못하니 전사 형은 완전 무직 상태가 되어 그저 웃기만 했다.

“저도 뭐, 할 게 없네요.”

이건 나도 마찬가지.

이쁜소녀도 여차하면 뛰어들기 위해 토르를 세워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멍한 표정으로 폭발 현장을 바라만 봤다.

“히잉, 저도요.”

나르샤 누나는 이미 손을 뗀 지 오래되었다.

막내별도 할 일이 없어진 건 마찬가지였고.

누가 다쳐야 가서 힐을 해 줄 텐데.

비단 이런 상황은 우리 팀만 겪고 있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온 스칼렛이 혼자서 고르곤과 듀라한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는 챠밍을 놀란 눈으로 보고는 내게 말했다.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었네요?”

“아, 뭐…… 그렇죠.”

솔직히 이 정도까지 해 줄 거라곤 이쪽도 예상을 못 했습니다만.

스칼렛는 흘깃 챠밍이 들고 있는 무기들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스칼렛 역시 마법사다 보니 챠밍의 무기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보였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저 무기들에 대해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봐도 검으로 보이는데…… 혹시 유일 아이템?”

아예 네임드 무기는 배제하고 바로 유일 아이템으로 물어보는 것을 봐서는.

스칼렛도 네임드 무기로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유일 아이템은 그 숫자나 종류가 워낙 알려지지 않았으니.

저런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음, 일단은 극비입니다만…….”

“휴, 알겠어요. 아마 이번에 얻으신 것 같은데, 너무 캐묻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죠. 아군이 이런 힘을 가졌으면 좋아해야겠죠.”

묘한 뉘앙스가 담긴 말이네.

특별히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긴 한데.

그리고 이슬두잔은 아예 앉아서 구경하는 모드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마치 소풍 나온 듯 편안한 자세로.

반면 황룡과 리더, 폭군은 아예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엔느는 연신 챠밍을 보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들었고.

다들 생각이 복잡하려나.

달 길드와 치맥 길드와 달리 나머지 길드들은 나중에 합류해서 더 그런 티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은 아군이긴 한데.

지금 이 위력 시위는 정도를 지나칠 정도로 강했다.

몇 개의 길드가 달라붙어도 잡을까 말까 한 네임드들을 단체로 묶어 놓고 두들겨 패고 있으니.

그것도 혼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본 스칼렛이 진담 반, 농담 반을 섞어서 내게 말했다.

“소문이라도 나면, 당분간 신화 길드엔 아무도 덤비지 않겠네요.”

“뭐, 그럼 고맙죠.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챠밍이 활약을 하는 와중에 그렇다고 다들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원정대의 유저들이 네임드들이 폭발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바리게이트를 쳐서 도망갈 진로를 계속 틀어막았다.

그리고 마법사와 궁수들은 계속 화력을 퍼부어서 시간을 단축시켜 줬다.

얼마 뒤.

고르곤을 시작으로 듀라한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죽음의 빛과 함께.

“우와아, 잡았다!”

“이렇게 쉽게 잡아도 돼?”

“아, 몰라. 잡으면 그만이지.”

“챠밍이 대단하긴 해. 혼자 거의 다 잡았잖아.”

“완전 대마법사네.”

얼떨떨하게 잡기는 했는데 다들 실감하는 것은 아닌 모습이었다.

어디 가서 네임드들을 이렇게 둘러싸고 죽였다고 말하면 욕먹을 수준이라.

그렇게 네임드들이 모두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챠밍이 르아 카르테들을 내려놓았다.

시체들 일일이 움직이랴, 정확한 폭발 위치 정하랴, 그 와중에 광역 마법 날리랴.

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멀티 능력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

이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전투 마법사가 가져야 할 재능을 타고 난 것 같았다.

“정말 고생했어.”

내가 옆으로 갔는데도 여전히 챠밍의 시선은 네임드들이 죽은 위치로 가 있었다.

집중력 가득한 두 눈.

고도로 집중하고 있을 때의 딱 그런 모습인가.

그리고 마치 잠에서 깬 듯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 오빠! 너무 집중한다고…….”

“아냐, 정말 대단하네.”

그때 긴장이 풀렸는지 챠밍이 자리에 쓰러지려는 걸 바로 달려가 몸을 붙들어 주었다.

“어, 몸이 왜 이러지?”

“너무 집중해서 그래, 잠시 쉬어야겠다.”

“네, 오빠. 잠깐만 앉아있을게요.”

힘들어하는 챠밍을 자리에 앉힌 다음, 주변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지키고 서 있었다.

재중이 형도 놀랐는지 다가와서 물었다.

“어때?”

“꽤 무리를 한 것 같아요. 생각 이상으로.”

“흐음, 그렇단 말이지?”

잠시 챠밍을 바라본 재중이 형이 알듯말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이쪽 계통 애들의 재능이네.”

“네?”

“멀티 체크를 유독 잘하는 애들이 있어. 여러 가지 작업을 완벽할 정도로 순식간에 같이 할 수 있는 애들.”

아마 이런 능력을 잘 몰랐는데 많은 시체들을 제각기 따로 부리면서 알게 된 것 같았다.

“타고난 거지. 이런 건.”

“타고난 건가요.”

“어, 게이머 했으면 상 하나 정도는 탔겠다. 처음 해보는데 저 정도 수준으로 운용이 가능하면.”

챠밍이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저도 재능이 있는 건가요?”

“어, 충분할 정도로. 나중에 아이돌 잘 안 되면 나한테 와. 프로로 데뷔하자꾸나.”

그 말에 나와 챠밍 모두 웃음만 지었다.

농담인 걸 알기는 하는데 왠지 농담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일단 아이템부터 회수하고. 챠밍이 좋아지는 대로 다시 몰아와야지.”

“암흑 지대에 있는 네임드들을 싹 쓸어오자는 거네요.”

“한 번 잡아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리젠 시간이 있으니까. 이동하는데 거슬리지는 않을 거다.”

재중이 형 말이 떨어지자 챠밍을 바라봤다.

“더 할 수 있겠어?”

“음, 조금 쉬면 될 것 같아요. 이런 적이 처음이라.”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힘들면 바로 말해야 해.”

“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런 나와 챠밍을 본 재중이 형이 음흉하게 웃더니 한마디를 던지고 멀어졌다.

“어후, 좋을 때다, 좋을 때야.”

그 말에 챠밍은 얼굴이 확 붉어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진짜. 저 형이.

“푹 쉬고 있으라고.”

그렇게 네임드가 쓰러진 자리로 간 재중이 형과 사장님이 빠르게 아이템을 수거했다.

아무래도 현재 유저들이 갈 수 있는 맵에 존재하는 최고 수준의 네임드다 보니 나오는 아이템들의 값어치가 적지 않았다.

특히 듀라한을 잡으면 오러를 쓸 수 있는 암흑형 오러 블레이드가 떨어진다는 점.

이건 정말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리고 고르곤은 대표적으로 하이딩 블레이드가 떨어진다.

이것 역시 사용하기에 따라 정말 사기적인 아이템에 들어간다.

아이템 앞에 원정대의 길마들과 사장님, 재중이 형이 모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분배에 있어서 의논을 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았고.

얼마 뒤 결정이 났는지 재중이 형이 아이템들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대부분의 아이템을 챠밍의 손에 올려 주었다.

“다 네 몫이다.”

“네? 이렇게 많이요?”

“네가 다 잡았으니까. 다른 길드의 길마들도 다 동의했다.”

이 정도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데.

특히 오러 블레이드 스킬북은 전부 챠밍에게 들어왔다.

욕심이 날 텐데?

아니나 다를까.

화련이 다가오더니 챠밍에게 물었다.

“지금 오러 블레이드 사고 싶은데, 얼마면 돼?”

“네?”

“이 자리에서 바로 사겠다고. 어차피 써야 할 것 아냐.”

“아! 잠시만요.”

그리고는 당황한 듯 바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챠밍> 어떻게 해요?

챠밍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길마들 전부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와 챠밍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참, 다들 눈이 돌아갔네.

드랍하자마자 욕심을 안 내고 챠밍에게 넘겨준 것이 용할 정도로.

그럼,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주호> 이번에 단단히 한몫 잡아 봐. 네가 잡은 거니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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