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화 신성 제국 (3)
페가수스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몰이를 하는 도중에 역소환이 된 것 같았다.
무려 네임드들을 모는 작업이었다.
전사 형이 그런 네임드들에게 아예 안 맞고 몰이할 수는 없었을 테니.
일단 바로 눈에 들어오는 네임드는 듀라한들.
저 듀라한 한 마리만 등장해도 요새 하나를 통째로 찜 쪄 먹을 수 있었다.
그런 녀석들이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나 동시에 전사 형의 뒤를 따라 달려오는 모습은 그 자체로 두려움을 주기 충분했다.
“으아, 미쳤어.”
“도망가?”
“이미 늦었어! 코앞이다!”
“방패전사 저놈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우리 쪽 원정대 유저들은 대부분 우리를 신뢰하고 있지만 지금의 이런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들어보였다.
그렇다고 다들 눈 뜨고 구경만 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다들 멍 때릴거야? 살고 싶으면 준비해!”
“탱들 앞으로! 마법사들 차징 계속하고!”
“전부 다섯 마리니까 한 마리씩 떼어내! 길드 마다 하나씩 맡는다!”
바로 각 길드의 길마들이 나서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억눌렀다.
그리고 필요한 오더를 내리면서 길드원들의 배치를 옮겨놓았다.
길마가 확실히 오더를 내려 주자 우왕좌왕하던 길드원들도 금새 차분하게 변하면서 오더를 따라갔다.
역시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인 것이 아니라서 바로 적응을 하네.
그런데 지금, 단순히 듀라한만 몰려오는 것도 아니었다.
쿠어어어엉!
보이지 않는 고르곤들이 내지르는 괴함에 순간 원정대 유저들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고르곤?”
“같이 따라온 거야?”
“진실의 눈 가진 녀석들 빨리 켜!”
“당황하지 마라. 보이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런 길드원들을 잠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헤라 길드야 자체적으로 괴물들만 모인 집단이고 다른 길드들도 거의 동요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나쁘지 않네.
“위로 데려가도 흔들리진 않겠어요.”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
“저 녀석들도 이런 상황에는 익숙하겠지. 그럼, 우리도 시작해볼까?”
“네, 여기서 벌써 죽게 하는 건 안 되겠죠.”
원정대에 포함된 유저가 한 명이라도 죽으면 결국엔 전력이 분산되는 일이었다.
초입부터 쉽게 죽으라고 다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적어도 중간에 부활 지점까지는 찍어넣고 죽어야지.
여기서 죽는 것은 아직 안 된다.
바로 옆에 있는 길마 중 화련에게 말을 꺼냈다.
“헤라 길드원들 다 뒤로 물러나라고 하세요.”
내 말에 화련의 눈썹 한쪽이 확 올라갔다.
“생각이 있어서 몰아온 거겠지?”
“네, 물론이죠.”
너무 자신만만하게 답하는 나를 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 바로 헤라 길드원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전부 뒤로 물러나.”
그러자 헤라 길드원들이 일제히 뒤로 빠져나왔다.
이 정도로 확실하게 따른다고?
“생각보다 오더를 잘 듣네요?”
그 말에 화련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돈을 많이 주거든.”
“아, 그렇군요.”
그런 이유라면야…….
할 말이 없네.
나와 화련의 대화를 들은 다른 길마들도 결국 전부 유저들을 뒤로 빼냈다.
그사이 전사 형이 완전히 우리 쪽으로 달려와 앞에서 멈춰섰고.
다시 한 번 광역 어글을 끌면서 모든 네임드들을 자신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 오우거의 외침! 】
그러자 듀라한과 고르곤들이 한곳에 뭉치면서 서로 몸을 부딪혀갔다.
몰이는 정말 깔끔하다니까.
달려오면서 속도 조절을 해 딱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끔 준비를 해왔다.
“그럼, 시작하자. 챠밍.”
“네, 준비 끝났어요.”
뒤를 돌아보면서 챠밍에게 말하자 두 자루의 르아 카르테를 들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다른 무기로 보이겠지만.
게다가 이번에는 로브까지 뒤집어썼다.
지금 쓰려는 기술 때문에.
【 마족화! 】
챠밍에게 준 마족의 심장을 이용해 마족화를 쓰자 곧장 로브 속의 챠밍의 눈빛이 붉으면서 차갑게 내려앉았다.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기는 하는데 로브에 가려져서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고.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트리플 캐스팅! 】
【 시간의 서!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기가 라이트닝! 】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드래곤의 궁극 스킬.
그리고 기가 라이트닝은 저 앞에 몰려 있는 고르곤의 궁극 스킬이었다.
무려 동시에 세 가지 궁극 스킬들을 한꺼번에 시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챠밍의 스킬은 하나도 캔슬이 되지 않았다.
마력이 부족하면 캔슬이 되겠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이제 이런 강한 스킬을 세 개나 동시에 쓰더라도 혼자 감당할 수가 있다는 말이었다.
챠밍 주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한꺼번에 돌아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챠밍에게로 집중되었다.
“우왁, 뭐야?”
“광역 마법을 세 개나?”
“그냥 광역기도 아니야. 마법진 크기 봐라.”
“저거…… 메테오 스트라이크 아님?”
“맞음, 나 전에 본적 있음.”
“지금 저걸 혼자서 쓴다고?”
“세상에, 메테오 말고 또 다른 스킬도 있어.”
“저건 처음 보는데?”
“세 개를 한꺼번에 돌릴 수 있다고? 진짜?”
“대체 챠밍 마력 수치가 얼마란 소리야?”
“와, 설마 올 마력인가?”
“올 마력이 가능하겠냐.”
“저거 중간에 캔슬되는 거 아냐?”
길드원들의 예상과 다르게 챠밍의 마력량은 충분했다.
두 개의 복사본을 들고 있으면 추가되는 마력만 무려 80이었다.
기존 챠밍의 마력량을 상회하고도 남는 수준이라.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마족화로 원천마력을 얻으면서 떨어지는 마력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을 것이다.
“준비 끝났어요!”
“그럼, 쏴!”
“네! 가요!”
그리고 곧장 전사 형에게 외쳤다.
“전사 형! 전력으로 튀어요!”
“알았다아!!”
내 외침을 듣자마자 전사 형이 순간 가속을 붙이면서 네임드들에게서 떨어졌다.
【 대쉬! 】
전사 형이 거리를 벌리자마자 하늘이 열리며 두 개의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앙!
콰아아앙!
활활 타오르는 운석이 듀라한과 고르곤이 득실득실한 장소에 정확하게 추락하면서 주변의 대지가 크게 흔들렸다.
운석이 폭발하면서 후폭풍까지 밀어닥치면서 유저들의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그리고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뇌전의 총집체인 기가 라이트닝이 챠밍에게서 쏘아져 나가 운석 폭발이 터진 장소를 한꺼번에 뒤덮어 갔다.
콰지지직!!
광폭적인 뇌전이 쉼 없이 몰아치면서 운석 폭발 역시 더 힘을 받아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쿠아앙!
콰앙!
지금 저 광역 스킬들은 단순히 광역 스킬이 아니었다.
무려 치명타 확률이 70%에 치명타 대미지가 1500%로 증폭된.
심지어 관통 확률은 120%.
악마형 피해가 600% 추가된.
아주 미친 스킬들이었다.
그냥 메테오나 기가라이트닝만 해도 네임드를 주저앉힐 수 있는데, 방어력을 무시한 상태로 치명타가 15배 대미지로 들어가면?
거기다 저 네임드들 전부 악마형이니까 추가 대미지 역시 온전히 다 들어갈 것이다.
아마 다른 유저 수백이 동시에 광역기를 쓰는 것보다 챠밍 혼자서 줄 수 있는 대미지가 더 높을지도…….
그만큼 지금의 저 광역기들은 미쳐 있었다.
챠밍의 광역기를 본 유저들이 전부 입을 쩍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을 봐서는…….
전사 형이 폭발을 뒤로하고 우리에게 달려와 크게 웃었다.
“어우씨, 중간에 뒤지는 줄 알았네. 페가수스가 중간에 털릴 줄이야.”
“고생하셨어요. 뒤는 맡겨요.”
“시작부터 화끈하네.”
전사 형이 챠밍을 보면서 엄지를 척 치켜보이자 챠밍 역시 환하게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런 챠밍을 보고는 물었다.
“마력은? 더 할 수 있겠어?”
“네! 저 지금 풀 마력이에요.”
“뭐?”
그 말에는 나나 우리 팀 모두 깜짝 놀랐다.
“마력 흡수 옵션 덕분에 마력이 확 올라갔어요. 원천마력도 있고요.”
이건 좀 사긴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긴 했는데 이 정도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네.
거기다 챠밍의 마력이 다시 돌아왔다는 말은…….
“또 이렇게 퍼부을 수 있어?”
“네! 저 광역기 엄청 많아요!”
이제껏 마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쓰지 못했던 광역기들을 미친 듯이 퍼부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폭발이 걷힌다!”
차마 진입할 생각을 못 하는 유저들이 외치자 고개를 돌려 폭발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폭발이 사그라든 현장을 보고는 나 역시 놀라 버렸다.
듀라한이고 고르곤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었으니까.
화염과 뇌전에 온몸이 계속 지져지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 했다.
특히 고르곤은 뇌전에 계속 노출되면서 그 형상이 그대로 드러나 진실의 눈도 없이 외형을 온전히 확인 가능했다.
확실히 네임드들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사장님이 크게 오더를 내렸다.
“전원! 공격 퍼부어!”
이렇게 뻗어 있는 네임드라면.
무작위로 퍼부어도 절대 안전하다.
유저들도 그걸 잘 알기에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들을 동원해 네임드들에게 폭격을 퍼부었다.
콰아앙!
콰앙!
쿠아앙!
그 와중에 엔느가 챠밍을 흘깃 보고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세상에, 대체 저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냥, 조금 스펙을 올려 줬을 뿐이에요.”
“방금 조금이라고 했어요?”
“네, 그럼 살짝?”
“하, 정말 말도 안 돼. 상식에서 어긋났어요. 이건. 유저 한 명이 낼 수 있는 화력이 아냐.”
설명을 기대하는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옆에 있던 화련이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쟤 얼마면 내가 데리고 갈 수 있어?”
“……마음 접으시죠.”
“이씨, 왜! 달라는 대로 다 줄게. 응? 좀 넘겨주라!”
얼마나 놀랐는지 백지수표를 들이미는 화련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인재 욕심에 눈이 뒤집힌 화련과 투닥거리는 사이.
연이은 챠밍의 화력쇼가 이어졌다.
【 데몬 플레어! 】
【 데몬 익스플로전! 】
【 라이트닝 퓨리! 】
【 파이어 브레스! 】
【 토네이도 월! 】
【 헬 라이팅! 】
.
.
콰와아앙!
휘이이잉!
쿠아아앙!
그동안 마력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듯 가지고 있는 광역기란 광역기를 죄다 꺼내 들어서 폭격을 했다.
전혀 처음 보는 광역기가 계속 떨어지자 유저들도 눈을 동그랗게 변해서 바라보기만 할 뿐.
“세상에……!”
“미쳣……!”
“무슨 광역기가……!”
“저런 마법도 있었어?”
“챠밍, 쟤 대체 뭐야?”
“저렇게 쏘고도 마력이 안 떨어진다고?!”
“아까도 마력을 그만큼 쓰지 않았나?”
“저거 위력 봐라. 네임드들이 일어나지도 못해.”
“진짜 미쳤네.”
마법사 한 명이 이 정도 위력을 낸다는 것 자체가 사기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마법사들은 마력이 부족해서 이미 손을 놓는 와중에도 챠밍의 화력쇼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챠밍의 화력쇼가 끝나갈 무렵.
서서히 듀라한과 고르곤이 몸을 움찔거리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챠밍이 강하다고 해도 무한대로 녀석들을 잡아둘 수는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나서야겠…….”
그런데 그런 나를 보면서 챠밍이 고개를 저었다.
“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응? 너 광역기들 쿨 타임 다 걸려 있지 않아?”
“하나 쓸 수 있는 게 있어요. 광역기는 아니지만.”
그런 챠밍이 무한의 마력을 써서 쓰는 마법을 보고는 나 역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언데드 소환! 】
【 언데드 소환! 】
【 언데드 소환! 】
.
.
네임드들 주변으로 언데드들을 미친듯이 소환해 내더니 일제히 네임드들에게 달라붙게 만들었다.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들.
그리고 그런 언데드들이 네임드들에 붙자마자.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
.
그렇게 눈이 멀 정도의 화끈한 폭발들이 이어지자 네임드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러 댔다.
케에에엑!
크아아악!
그 폭발을 이기지 못한 네임드들이 다시 바닥에 전부 주저앉았다.
저러면…….
네임드도 뭐고 절대 일어나지도 못 한다.
놀란 눈으로 챠밍을 바라보자 챠밍이 내게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들어 브이 자를 해 보였다.
“저 잘했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