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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71화 (661/1,404)

#671화 신성 제국 (2)

선봉장이라는 말에 화련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요새들은 어떻게 하고?”

현실적인 문제들.

남아 있는 요새와 거점.

한번 북쪽 지대로 전진을 하게 되면 다시 되돌아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반적인 유저라면 말이지.

당연히 그런 유저들과는 큰 차이점이 하나 존재했다.

“문제가 생기면 처리해 드리도록 하죠.”

우린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황실 비공정에 있는 워프 스킬로 언제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원정길에 나서는 원동력이기도 했고.

만약 요새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중간에 거점이 없더라도, 황실 비공정만 있다면 요새로 돌아와 물약을 채우고 다시 돌아가면 된다.

이건 날아다니는 보충 요새쯤 되려나?

“이번에도 요새가 날아가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이미 한 번 화련의 요새가 쑥대밭이 된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화련이 으름장을 놓았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속전속결로 갈 생각이니까요.”

황실 비공정이 있다고는 하나.

너무 오랜 시간 원정길에 오르면 곤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자신감, 이번에 한번 믿어 볼게. 실망시키진 재미없을 줄 알아.”

화련도 마지못해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다른 길마들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화련이 주호 말은 듣네…….”

“우리가 말할 때는 씨알도…….”

뭐 대충 이런 수군거림이랄까.

그러다가 화련이 자리에 풀썩 주저앉자 다들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을 했다.

“아, 그리고 드워프들을 데리고 갈 예정입니다.”

“음?”

“드워프?”

“NPC들을요?”

드워프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드워프들과 대판 전쟁을 벌여놔서 그런지 놀라는 길마들도 있었고.

“일종의 이주입니다. 우리는 그걸 도와주고요. 그리고 아마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사실 우리가 찾아갈 곳에 정말 신성 제국이 있을 거란 보장이 없거든요.”

내 말에 길마들 모두가 당황한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반드시 신성 제국이 있을 거라는 가정하에 원정대를 꾸리자는 이야기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야기가 완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생각을 하던 황룡이 손을 들고는 물었다.

“만약 도착했는데 신성 제국이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곳에서는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을 텐데요. 그리고 주변에 NPC가 어느 정도 존재해야 거점도 유지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아픈 부분 잘 찔러 주셨어요.”

“미리 탐사를 나갔던 유저들도 결국 그것 때문에 돌아왔지 않습니까.”

황룡의 말이 맞았다.

거점을 만들어도.

주변에 NPC가 전혀 없다면.

그건 그냥 죽은 거점이 된다.

순간 황룡이 내가 말한 것들을 다 이해했는지 눈빛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혹시 그래서 드워프들을?”

“네, 꼭 이주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할 인재들이죠.”

“흠, 확실히 그렇군요. NPC들을 아예 데리고 간다라. 살려 놓을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장비를 고치는 문제부터 당장 말썽일 테니. 거기다 물약 문제도 해결되겠군요.”

솔직히 드워프가 아닌 제국의 NPC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카르바할이 적절한 시기에 제안을 해 주었다.

전투력이 좀 더 강한 드워프들이 가는 편이 우리에게도 더 좋았고.

그때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옆에서 말을 꺼냈다.

“자, 보급 문제는 해결된 듯한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갈 수는 없겠죠. 각자 가진 정보를 좀 꺼내놓도록 할까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엔느를 바라보았다.

“엔느는 몇 번 시도해 보지 않았나?”

“네, 해봤죠.”

대답을 하던 엔느가 한숨을 쉬면서 황룡을 보자 황룡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고, 시선을 옮겨 리더를 보자 리더 역시 한숨을 쉬었다.

“아쉽게도 이쪽도 길드원들이 버티질 못하더군요.”

미르 길드에 이어 퍼스트클래스 역시 물을 먹은 건가?

아님, 둘 다 같이?

어느 쪽이 되었든 썩 좋은 결과는 아니네.

달 길드와 치맥 길드는 우리와 함께 다녔으니 시도한 이력이 없었다.

재중이 형이 마지막으로 화련을 바라보자 화련이 바로 혀를 찼다.

“칫,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거야? 쟤들처럼 망했다고?”

“아니 뭐, 망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 아니고. 헤라 길드 애들이면 어느 정도까진 뚫었을 텐데? 내가 걔들을 대충 가르친 게 아니라서.”

“나도 잘 알아, 네 생각보다 많이 가긴 했어. 딱 거기까지지만.”

그나마 우리들 쪽 길드 중 이번 전쟁에서 가장 여유가 있었고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쪽은 화련의 헤라 길드였다.

그런데 그런 헤라 길드도 얼마 가지 못했다니…….

화련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한숨을 쉬었다.

저 화련이 머뭇거린다고?

왜?

일반적인 정보야 이미 우리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시도를 한 유저들이 없는 게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적당한 수준의 정보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지금 원하는 정보는 그런 게 아니었다.

왜 유저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가 하는.

고급 정보들.

“하아, 알았어. 말해 줄게. 북쪽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많아. 경로도 많고, 필드 어느 곳이나 다 이동해 갈 수 있었어. 맵 자체는 다 뚫려 있다는 말이야.”

화련의 말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북쪽 대륙을 뚫고 갈 수 있었다는 뜻이었다.

다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하겠지.

“사실 필드에 몬스터들 몇 있는 건 크게 문제가 안 돼.”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필드에 존재하는 야수형 몬스터들.

이 녀석들을 잡으면 암흑혈을 정말 간혹 가다 떨어뜨려서 일부러 나서서 사냥을 하는 유저들도 있긴 했는데…….

“효율이 안 좋죠.”

“그래, 맞아. 효율이 너무 안 좋아. 필드 사냥은 할 가치도 없었어. 몬스터들 간에 너무 떨어져 있기도 하고. 몹이 강한 것에 비해 드랍되는 아이템도 거의 없었으니까. 암흑혈 하나 먹자고 거기 죽치고 있을 바에는 그냥 지하 무덤이나 드워프들을 잡고 말지.”

우리가 굳이 필드 사냥을 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애들 시켜서 계속 올라가게 해 봤는데…….”

해 봤는데?

“북쪽의 모든 필드가 암흑 필드였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진해졌고. 체력이 미친 듯이 깎이더라.”

여기까지는 익히 들어 아는 이야기였다.

유저들이 쉽게 전진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

시야가 막혀 있으니 일반적인 몬스터라 하더라도 평소보다 더 버거울 수밖에.

거기다 체력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위쪽은 사정이 달랐다.

“더 큰 문제는 그 녀석이 있었어. 안 보이는 놈 말이야.”

“고르곤 말인가요? 혹시 유저들이 죽어 나가던 이유가?”

내 말에 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고르곤이 있으면.

어렵지.

어둠 속에서 녀석은 정말 최강의 네임드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화련이 인상을 쓰면서 전혀 의외의 말을 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야.”

“네?”

“뭐?”

“음?”

화련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마리가 아니라고. 적어도 다섯? 혹은 열?”

“네임드……가 말인가요?”

“아주 엘리트 몹인 양 사방에 돌아다녀. 솔직히 몇 마리인지 나도 잘 몰라. 열 마리 이상일 수도 있어.”

“안 보여서 그렇게 느낀 건 아니죠?”

“하, 내가 그 정도도 구분 못 할까? 진실의 눈도 있는데.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애들 시켜서 사방으로 흩어져 달리게 했는데 한 번에 다 따라잡혔다니까?”

진실의 눈이면 고르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화련의 말이 맞는다면 이건 좀 심각한데.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도 심각성을 아는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 녀석들을 다 잡아야 한다는 말이지?”

“아무래도 그런가 보네요.”

그런 우리에게 화련이 한마디 말을 더 꺼냈다.

“고르곤 말고 듀라한도 있었어. 파악된 것만 역시 열 이상.”

“……정말 쉽지 않은 원정길이 되겠네요.”

“쉬웠으면 내가 이미 뚫고 지나갔어. 그리고 녀석들만 있으면 어떻게든 달려서 지나갔을 수도 있겠는데 다 따돌리고 나니 땅속에서도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이 튀어나온다니까?”

“그건 무슨 말이죠?”

“몰라, 겨우 달려서 빠져나간 애들도 이상한 몹에 잡히더니 지하로 빨려 들어가 죽었어.”

처음 보는 몬스터인가?

재중이 형을 보니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첩첩산중이군.”

이중, 삼중으로 벽을 쳐 놓은 셈인가.

이러니 유저들이 지나가려고 해도 지나갈 수가 없지.

그때 이슬두잔이 내게 물었다.

“그럼, 다른 길드들은 저 네임드들을 어떻게 뚫고 지나간 거죠?”

“그러게요. 저도 그게 궁금해지고 있어요.”

“혹시 하늘로? 비공정이나 탈 것으로 지나갔을 수도 있잖아요.”

이슬두잔의 말에 화련이 고개를 저었다.

“비공정 한번 써 봐. 어떻게 되는가.”

“네? 무슨?”

“그냥 써 보라고.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화련이 입을 닫았다.

오히려 대화를 듣던 엔느가 아는 게 있는지 말을 이었다.

“사실 비공정의 엔진이 그대로 멈춰 버려요. 조금만 가도. 하늘에서 추락하면 대충 그림이 나오죠?”

비공정을 쓸 수 없다라.

이건 꽤 뼈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추락하면…….

또 네임드 밭이네.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났으면 방법이 생겼을 것 같기도 한데.

드워프가 만드는 새로운 비공정이라던지.

혹은 암흑 지대를 완전히 걷어내는 장치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이곳을 지나가게끔 시스템이 설정됐을 수도 있고.

다만, 지금은 그런 서비스가 전혀 없었다.

오직 자력으로 뚫고 나가야 하는 상황.

다른 길드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우리의 방법대로 밀고 나간다.

“지나가는 방법은 제가 만들어 옵니다. 다들 원정길 준비해 주세요.”

* * * * *

회의를 마친 뒤, 바로 카르바할을 찾았다.

“혹시 암흑 지대를 없앨 수 있는 장치가 있나요?”

『 있긴 하네, 일정한 구역에 설치하는. 』

음, 이건 무리인가.

재중이 형을 보자 형 역시 고개를 저었다.

“못 써. 계속 이동해야 하는데.”

“역시 그렇죠.”

결국 방법은…….

얼마 뒤, 모든 원정대 길드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는 드워프들이 따라왔고.

그렇게 암흑 지대가 짙어지는 지역으로 다가간 뒤 옆에서 같이 걷던 전사 형을 보면서 웃어 보였다.

“전사 형, 오랜만에 좀 달려 주셔야겠어요.”

“흐, 그 말만을 기다렸다.”

내가 말하자마자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장비를 전부 꺼내서 앞장섰다.

“죽지 않고 할 수 있죠? 이번에는 사이즈가 큽니다.”

“내가 누구냐, 걱정 붙들어 매. 페가수스는 좀 빌린다.”

“아무렴요.”

그렇게 페가수스에 올라탄 전사 형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암흑 지대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 모습을 본 원정대의 모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드워프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화련 역시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내게 물었다.

“저길 혼자 보낸다고?”

“네, 혼자요. 아, 우리도 이렇고 있을 게 아니라 준비 좀 하죠.”

그리고 원정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모두 풀 차징한 상태로 대기.”

“설마, 너?”

화련이 내가 하는 일을 눈치챘는지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그런 화련을 보면서 환하게 보였다.

“네, 지금 생각하는 설마가 맞을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흑 지대 안쪽에서부터 엄청나게 쿵쿵거리는 울림이 전해져 왔다.

한두 마리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수십은 되어 보이는 그 울림에 화련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미쳤어, 지금 네임드를 몰이하겠다는 거야?”

“안 될 건 뭐가 있나요?”

그 와중에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전사 형의 모습.

온몸이 넝마가 되었지만.

확실히 임무를 완수했네.

그런 전사 형이 우리에게 달려오면서 크게 외쳤다.

“우하하하! 전부 다 죽여 버렷!”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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