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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70화 (660/1,404)

#670화 신성 제국 (1)

신성 제국으로?

아니, 그보다 어떻게 내가 신성 제국으로 갈 거라는 사실을 알았지?

기억에 난 한 번도 카르바할에게 신성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아셨죠?”

『 가르시아 제국의 황제에게 들었습니다. 』

마리아 가르시아가?

중간 과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리아 가르시아와 한 번은 대면한 모양이었다.

“그런가요?”

『 이전에 신성 제국의 무구를 복구할 수 있는지 확인차 들리셨습니다. 』

역시.

아무 이유 없이 가르시아 제국 황제인 마리아 가르시아가 카르바할을 찾진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존재할지 아니면 이미 망했을지 저도 잘 모릅니다.”

솔직히 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렇다고 하면 이렇게 신성 제국을 찾아가는 식의 진행은 되지 않을 테니까.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분명히 존재하기는 할 터.

『 사실은 여기에 더 남아 있어도 곤란합니다. 』

무슨 말이지?

시선을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은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네 소유의 레릭 왕국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

“제가 여기를 떠나면 문제가 생긴다는 소리죠?”

“십중팔구는? 황제도 필요하니까 지금은 가만 놔두겠지만 다른 이들은 또 아닐 수 있어.”

그 말을 듣고는 이해가 되었다.

고대 드워프 왕이 가르시아 제국을 침공한 탓에 드워프들과 제국과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물론 카르바할이 이끄는 드워프들과는 전혀 다르지만.

제국의 입장에서 그걸 고려하기는 할까?

좋은 드워프, 나쁜 드워프라고 일일이 구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카르바할을 보면서 말했다.

“남아 있으면 곤란하다라……. 드워프 족이 이주를 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 정확하군요. 가르시아 제국의 영향이 없는 곳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

카르바할의 이 제안은 딱히 우리에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우리도 드워프들이 필요하기는 하니까.

그렇다고 여기 남아 레릭 왕국을 다시 세워 봐야 어차피 큰 수익도 없고.

그럴 바에는.

싹 다 옮겨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였다.

무엇보다.

이 경우에는 카르바할에게 큰 빚을 만들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추후 일정은 제 쪽에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안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르바할에게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서브 퀘스트 : 드워프 족 이주. 》

- 드워프 왕, 카르바할과 드워프 족의 이주에 협력하라.

- 신성제국 도착까지 드워프 왕, 카르바할의 생존.

- 드워프 족들의 80% 이상 생존.

- 퀘스트 보상.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일단 메인은 아닌 건가?

서브 퀘스트라.

아마 우리가 아니었다고 해도 카르바할과 드워프들은 이주를 진행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우리가 중간에 끼어들었기에 좀 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고.

그리고 보상으로 주는 것은 아다만티움.

마침 카르바할을 찾은 이유에는 이 녀석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가 아다만티움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로 무기 제작이 됩니까?”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아다만티움을 얻었는데 이건 고대 드워프 왕이 주기로 했던 바로 그 보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대 드워프 왕이 죽었기에 물어볼 사람이 카르바할밖에는 남지 않았다.

『 안 그래도 제가 드리려고 했었는데 이미 가지고 계시군요. 제작이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당장은 어렵습니다. 』

역시 고대 드워프 왕이 아니면 안 되는 거였나?

카르바할의 안 된다는 말에 재중이 형을 바라보니 재중이 형 역시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괜히 죽였나?”

“어쩔 수 없었잖아요.”

“그렇긴 한데, 아쉽네.”

그때 카르바할이 우리를 보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 제 능력으로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

“가능하가요?”

『 네, 다만 필요한 재료가 더 있습니다.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같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군요. 』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처음 들어보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이 지역에 아예 없는 아이템인데.

만약 한 번이라도 봤다면 기억하고 있겠지만 내 기억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있을 만한 곳은 한 곳뿐이겠지.

“혹시 신성 제국?”

내 물음에 카르바할이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 축복받은 하르의 정수 제조법이 신성 제국에 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대 드워프 왕께서는 알고 계셨는데……. 』

“결국은 가야 하겠군요.”

고대 드워프 왕은 내 손으로 없앴으니.

이러면 본인이 싫다고 해도 억지로 카르바할을 끌고 가야 할 판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중요한 문제는 역시 복사판 르아 카르테를 변형시키는 일이었다.

“아까 말한 르아 카르테의 변형은…….”

카르바할에게 물어보자 카르바할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 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내구도가 하락해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될 겁니다. 미관상 마음에 드는 무기로 바꾸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

어차피 내구도는 상관없었다.

복사본으로 치고받을 일은 없을 테니.

“그렇게 해 주시죠.”

『 흐음, 그럼 해 드리죠. 어떤 형태를 원하십니까? 』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카르바할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무기로 형태를 완전히 바꿔 주실 수 있나요?”

『 다른 무기라면 어떤? 』

“검을 스태프로 바꿔 주신다던가…….”

그 말에 카르바할이 고개를 저었다.

『 완전히 다른 무기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방패나 방어구의 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

의외로 제약이 많은데?

할 수 없나.

“그럼, 같은 종류의 무기로 못 알아볼 정도로 다듬어 주실 순 있죠?”

“흐음, 가능은 합니다만, 굳이 정상적인 무기를……?”

“되기만 하면 됐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무슨 무기인지만 모르면 된다.

궁금하지만 어디서 구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무기.

딱 그 정도가 적당하지.

그렇게 카르바할이 전사 형, 챠밍, 막내별의 르아 카르테를 변형시켜 완전히 알아볼 수 없는 다른 형태로 바꿔 놓았다.

색상과 날의 형태, 손잡이의 장식 등.

이건 누가 봐도.

처음 보는 무기였다.

재중이 형도 옆에서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좋아, 이거면 훌륭해.”

“역시 그렇죠?”

이로써 신성 제국으로 향할 원정 준비는 끝.

하지만 그 전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어느 쪽으로 먼저 가죠?”

전에 GM 훈에게서 받은 또다른 유일 아이템의 장소와 마리아 가르시아가 건네준 황금빛 반지가 가리키는 방향은 다른 방향이었다.

북서쪽과 북동쪽.

거리를 생각해 보면 두 곳이 꽤 떨어져 있을지도.

아니, 이건 어떻게 봐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 곳을 가면.

다른 곳은 당분간 찾아가기 힘들지 않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확실한 거점이 있어야 하니까 일단 신성 제국 쪽으로 가자.”

“네, 그렇게 해요.”

재중이 형 말대로 지도 북쪽은 현재 까맣게 칠해져 있는데 어딘지도 모르는 구역을 마음 놓고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전부 불러 모으죠.”

* * * * *

바이탄 요새로 복귀를 한 뒤 원정대에 포함된 모든 길드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 아니라, 이번에 정말 먼 원정길을 꾸리려고 합니다.”

내 말에 퍼스트클래스의 리더가 질문했다.

“흠, 아직 위쪽은 정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조금 더 정보를 쌓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무턱대고 전진했다가 다 죽어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이건 너무 급하게 진행한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었다.

“네, 알고 있어요. 위쪽으로 나갔던 유저들이 전부 죽어서 돌아왔다는 것도요.”

유저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레릭 왕국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다른 필드를 들쑤시면서 새 사냥터를 찾아 나서는 유저들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그런 유저들 중에…….

“영혼, 유니콘, 페가수스, 천사 길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시는 분?”

내 물음에 갑자기 회의실 안이 적막감에 휩싸였다.

이번 고대 드워프 왕을 처리하면서 계속 신경 쓰이던 부분.

전신의 초월 길드는 보였는데 다른 프로들의 길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예 증발된 것처럼.

그때 엔느가 손을 들더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다들 새 개척지를 찾아서 떠난 지 오래되었어요. 우리와는 완전 다른 길을 택한 거죠.”

“역시 그런가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비슷한 사냥터에서 보여야 하는 유저들이 싹 사라졌다면…….

더 멀리 나갔다는 추측밖에는 할 수 없으니까.

재중이 형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고.

하지만 고대 드워프 왕의 일을 처리하느라 우리가 자리를 뜰 수 없었기에 이 일은 묻어 뒀었다.

사실 어디로 간지 찾기도 힘들기도 했고.

따라나서려면 전력으로 붙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었지.

“그리고 어쩌면, 저들이 먼저 신성 제국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신성 제국이라는 말에 화련을 포함한 모든 길마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신성 제국?”

화련이 되물어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해요. 저 북쪽의 대지에.”

확신이 가득한 말에 화련이 수긍하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뭐, 네가 있다니까 있겠지. 그래서 계획은? 무턱대고 밀고 나가자는 건 아닐 테고.”

그리고 옆에 있던 황룡 역시 말을 이었다.

“우리도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었습니다만, 일단 몹들이 너무 셉니다. 조금 더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갖춘 다음에 가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런 황룡을 향해 다들 잊고 있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레벨과 장비가 부족한 저 네 개 길드는 어떻게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내 말에 황룡의 표정이 확 굳어져 버렸다.

단 한 명도 없이.

싹 사라졌다는 말은.

게임을 접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대륙 위로 들어가서 결국 버티고 사냥을 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커뮤니티에 한마디도 이야기가 새어 나오지 않는 것을 봐서는 저들끼리만 갔을 테죠. 제 말이 틀렸나요, 전사 형?”

내 물음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그건 저들이 더 극한 상황에서도 버틸 능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들었죠? 아마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전진을 했을 지도 몰라요.”

프로들과 일반인들의 격차.

전투 능력에서는 극과 극이기에 정말 선별된 인원들만 간다면 충분히 길을 뚫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들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다들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칼렛이 손을 들었다.

“이미 많이 뒤처진 것 같은데 어떻게 따라잡으려고요? 그들이 사라진 지 그렇게 오래되었다며 이미 너무 떨어졌을 텐데요? 여기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제시간에 따라잡지는 못할 거예요”

그 말에 시선을 돌려 전사 형을 다시 바라보자 전사 형이 뭔가의 표를 띄워서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저들 길드들의 레벨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진 않았습니다.”

전사 형이 보여 준 표를 본 이슬두잔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말을 했다.

“아직, 정착을 못 했다는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안정적으로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다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도 좋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다른 말로, 아직 우리에게도 선점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겠죠.”

전사 형의 설명이 끝나자 내가 모두에게 아이템 하나를 꺼내놓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반지.

“이건 신성 제국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는 증표입니다.”

내가 보여 준 아이템을 본 모두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아이템이 있을 거라는 아무도 생각 못 했을 테니.

“어딘지 모르는 길을 뚫고 가는 저들과는 달라요. 우리는 신성 제국까지 바로 달릴 겁니다.”

그리고.

“그 선봉장에 우리가 섭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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