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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67화 (657/1,404)

#667화 가짜 무기 (4)

내가 말을 하자마자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이 몸을 움찔했다.

불편한 기색이 잔뜩 보이는 딱 그런 표정.

특히 루젠 공작보다 테인 공작의 표정에서 더 그런 느낌이 많이 묻어났다.

『 음, 그건……. 』

“가능할까요? 테인 공작?”

예전부터 눈에 밟히던 것.

그중 하나는 테인 공작이 쓰던 오러.

지금까지 지켜본 테인 공작은 붉은빛의 오러를 내뿜었다.

제국에서 붙었을 때도 그랬고, 황위 쟁탈전에서 용의 던전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건 고대 드워프 왕이 쓰던 화염의 오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고대 드워프 왕의 화염의 오러가 타오른다는 느낌이라면, 테인 공작의 붉은빛의 오러는 말 그대로 빛에 가까웠으니까.

<불멸> 아마 테인 공작과 고대 드워프 왕이 쓰는 오러는 서로 다를 거다.

<주호> 네, 그럴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그걸 알 수 있던 계기는 정작 기사단은 다른 빛의 오러를 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얀빛이 나는 오러들.

누가 봐도 한눈에 차이가 났다.

그래서 지금 테인 공작에게 그런 오러의 비법을 얻을 수 있는지 요청을 했다.

분명 이건 테인 공작의 심기를 건들 수 있는 일.

루젠 공작 역시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것을 봐서는…….

살짝 선을 넘을 것 같기도 하고.

테인 공작의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이내 무겁게 대답을 내놓았다.

『 가르시아 제국을 수호하는 우리 가문의 비기라서 그 요청은 불가능합니다. 』

단호한 거절.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칼같이 거절을 하네.

<불멸> 역시 저렇게 나오네.

<주호> 네, 예상한 그대로예요.

오기 전에 재중이 형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아마 쉽게는 얻을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었다.

지금까지 다른 오러를 얻는 과정이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았으니까.

테인 공작 같은 경우는 더 그렇고.

만약 황제의 직접적인 명이 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긴 할 테지만…….

나와 테인 공작 사이에 무겁게 공기가 가라앉자 지켜보던 마리아 가르시아가 결국 나섰다.

『 주호 공작에게 필요한 일인가요? 』

이건 내가 필요하다고만 하면.

황제인 자신이 나서서 강제로 명령을 내리겠다는 그런 단호한 의도가 담긴 물음이었다.

테인 공작이라고 해도.

황제의 명을 정면에서 거스르긴 힘들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테인 공작의 충성심에 금이 갈 수도 있으니까.

물론 테인 공작이 중립파인 데다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마리아 가르시아를 옆에서 지키면서 중간에서 지켜보는 일이 더 많았다.

황제에 대한 자신의 본분을 확실하게 지킨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테인 공작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서 마리아 가르시아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하는 일은…….

<주호> 더 밀어붙이면 마이너스겠죠?

<불멸> 그래, 이 정도까지만 하자. 잘못하다가는 테인 공작이 검을 반대로 들 수도 있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보상 범위를 넘어서는 요청.

여기까지는 예상을 했다.

“아뇨, 테인 공작의 기술이 가문의 비기라면 제가 받아서는 더욱 안 되겠지요.”

이건 아쉽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원하는 것은 따로 있지.

지금까지의 과정은 다 이걸 얻어내기 위한 포섭일 뿐.

“그럼 가르시아 제국 기사단이 쓰는 오러를 배우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눈독 들인 기술은 기사단이 쓰고 있던 바로 그 오러들이었다.

내 요청에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억지로 달라고 할 줄 알았던 건가?

난 결과가 뻔히 보이는 안 되는 일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말이지.

불편했던 요구가 변경되자 테인 공작의 불편한 표정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테인 공작이 마리아 가르시아를 보면서 대답했다.

『 그런 요청이라면. 가능합니다. 』

만약 처음부터 기사단의 오러를 달라고 했다면 테인 공작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테인 공작의 오러를 처음에 물고 늘어진 것이었다.

그럼 테인 공작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오러보다 그쪽이 넘겨줄 수 있는 범위에 들어갈 테니까.

마리아 가르시아도 나와 테인 공작 사이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풀리자 한시름 놓는 표정이었다.

당장 황제를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지.

『 그럼, 주호 공작에게 보상으로 기사단의 오러를 전수하겠다. 이의 있는가? 』

황제의 명에 이번에는 테인 공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루젠 공작은 특별히 반대하는 기색이 없었고.

어차피 이 보상은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

『 그럼, 보상을 지급하겠노라. 』

마리아 가르시아가 명을 내리자 곧 기사단 중 한 명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하얀색 바탕에 은색의 테두리가 둘러진 기술북을 하나 건네주었다.

『 오러 블레이드 스킬북 / 빛속성.

(가르시아 제국 귀족 혹은 기사단 전용.) 』

역시.

이런 식으로 되는 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지금 확실히 들어맞았다.

기사단 전용이니 기사단에 들어가야 쓸 수 있을 테고.

『 그대는 가르시아 제국의 귀족이니 특별히 기사단의 오러를 쓰는 일을 허용합니다. 』

테인 공작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이로써 작위를 얻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주호> 작위가 없으면 저 기사단의 오러는 절대 못 얻겠네요.

<불멸> 확실히 그렇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쓰시는 김에 조금 더 쓰시면 안 되겠습니까?”

마리아 가르시아를 바라보면서 요청을 하니 테인 공작의 한쪽 눈썹이 꿈틀했다.

<불멸> 큭, 테인 공작 표정 바뀌는 거 봐라.

<주호> 안 되는가 보네요.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신성 제국을 찾기 위해 떠나려면 그에 맞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전력이 많이 부족하여 나설 수가 없습니다. 드워프들의 침략도 힘겹게 막아 냈죠. 하여 기사단이 필요한데…….”

실상은 고대 드워프 왕을 이용해 유저들을 벗겨 먹는다고 아직 머물고 있었던 것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또 다르니까.

다른 말로 이게 싫으면 기사단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것도 긴 원정길에.

내 요청에 테인 공작의 표정이 다시 구겨지더니 다시 한숨을 쉬었다.

『 기사단은 안 됩니다. 』

알고 있어.

가뜩이나 부족한 기사단을 제국 밖으로 내돌릴 수가 없다는 걸.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면 확실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럼 테인 공작, 이번 원정대에 포함된 귀족 중 일부에게 기사단의 오러를 배우게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테인 공작이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꼬우면 기사단을 내놓던가.

잠시 침묵을 지키던 테인 공작이 결국 말을 꺼냈다.

『 하아, 그래서 얼마나 되면 되겠습니까? 다만 너무 많은 숫자는 곤란합니다. 』

본인의 비기가 아니더라도 가르시아 제국 기사단의 오러를 유출하는 것이라 테인 공작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하나를 유출하나.

두 개를 유출하나.

이미 내가 받아 버렸으니.

그 이상도 가능하겠지.

<주호> 형하고 전사 형,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면 되겠죠?

<불멸> 그러면 베스트지.

근접전을 하는 재중이 형과 전사 형, 그리고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역시 오러가 있으면 위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갈 테니 있어야 하고.

챠밍과 막내별은 어차피 오러를 못 쓰니까.

굳이 힘들게 얻어낼 필요는 없었다.

“흠, 그럼 오러 스킬북, 열 개 가능합니까?”

열 개라는 말에 테인 공작이 인상이 확 구겨졌다.

안 된다는 뜻을 저렇게 확고하게 표현하네.

『 불가, 두 개만. 』

“여덟 개.”

『 세 개. 그 이상은 안 됩니다. 』

“그럼 여섯 개 하시죠.”

『 지금 나와 흥정하자는 겁니까? 기사단의 오러를 가지고? 』

안 될 건 뭐람?

애초에 이러려고 열 개를 부른 건데.

잠시 고민을 하던 테인 공작이 이내 결정을 내렸다.

『 마지막입니다. 네 개는 내어 주지만. 그 이상 요구하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

오케이.

그거면 충분하지.

어차피 우리도 기사단의 오러를 다른 곳으로 내돌릴 생각 자체가 없었다.

마리아 가르시아는 이 상황을 그냥 지켜만 봤다.

내가 알아서 테인 공작과 흥정을 다 하고 있는 판이라.

결정이 되자 다시 기사단의 기사가 들어오더니 내게 기사단의 오러 스킬북을 네 개 더 올려주고 갔다.

<불멸> 장사를 잘하는데?

<주호> 누구 옆에서 배운 덕분이죠.

처음부터 원하는 개수만을 불렀다면.

절대 이 정도로 얻지 못했을 터.

오러 스킬북을 전달하자 마리아 가르시아가 내게 물어왔다.

『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 주호 공작? 』

솔직히 있기는 한데…….

아까의 반응을 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주호> 질러 봐요?

<불멸> 아니, 이 정도로 끝내자. 그것까지 했다간 정말 싸울 수도 있어.

<주호> 할 수 없죠.

밀고 당기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계속 당기기만 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정말 아쉽기는 해도…….

“괜찮습니다.”

『 그럼 이제 신성 제국을 찾아 떠나는 건가요? 』

“네, 준비가 되는 대로.”

『 이런 어려운 시간에 주호 공작이 옆에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될 텐데……. 』

“저도 그러고 싶지만. 신성 제국을 찾고 마족을 잡아야 대륙을 되찾아올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군요.”

남아 있어도 되기는 하지.

하지만.

여기 남아있다가는 내 성장이 정체될 것이다.

레벨 제한도 풀어야 하고.

뒤에 바싹 붙어 따라오는 유저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더 치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아예 다른 장소에서.

그러기 위한 준비도 차곡차곡 하는 중이고.

몇 가지 더 마리아 가르시아와 협의를 한 후 다시 우리 팀이 기다리고 있는 접대실로 돌아왔다.

“아쉽긴 하네요.”

“차라리 그쪽을 먼저 팔 걸 그랬나?”

재중이 형도 다소 아쉬운 점이 있어 보였다.

“그럼 오러를 못 받았겠죠.”

“아깝네,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의 무기를 복사해 올 수 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눈앞에서 그랬다가는 당장 칼부림이 났을 걸요.”

“그게 참 아쉽단 말이야. 어떻게 이펙트를 숨길 순 없나?”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기만 했다.

만약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의 무기를 한 번만 만져 볼 수 있었다면.

똑같이 복사해서 가져올 수 있었건만.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오러 블레이드 스킬북 꺼내 익혔다.

곧 하얀 스킬북에서 역시 하얀빛이 퍼지더니 내 심장으로 빨려들어 곧 사라져 갔다.

이걸로 된 건가.

“한번 해볼게요.”

그리고 르아 카르테 두 개를 들고 동시에 모든 오러를 시전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어둠)! 】

【 오러 블레이드 (빛)! 】

【 오러 블레이드 (화염)! 】

그러자 무려 세 가지의 오러가 한꺼번에 르아 카르테들을 감싸면서 영롱한 색들을 뿜어냈다.

하나도 아닌.

세 가지의 오러가 검신을 둘러싼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보고 있기만 해도 끝내주네.

그런데 오러 블레이드를 쓴 순간.

내 몸 전체에서 하얗고 검은 기운들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며 강렬한 이펙트를 만들어 냈다.

뭐지?

이건 흡사…….

마족화?

아니 그보단.

하얀 기운 역시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전에 이렇게 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걸 대체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 거야?

원인을 찾다보니 순간 눈에 들어오는 스탯들이 있었다.

내 스탯들보다 무지막지한 숫자를 자랑하는.

신성력과 암흑력.

설마 이것 때문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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