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64화 (654/1,404)

#664화 가짜 무기 (1)

왼손의 황금빛 마법진이 사라지고 난 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40(20+20) 타격 65(45+20) 』

무려 15강인 상태 그대로 르아 카르테가 완전히 카피가 되어 왼손에 쥐어져 있었다.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 모두 깜짝 놀랐는지 눈을 깜빡거리면서 두 개의 무기를 덩달아 바라봤다.

전사 형도 마찬가지.

“미쳤네.”

전사 형은 단 한 마디로 이 스킬을 정의해 버렸다.

맞다.

미친 스킬.

“이건 아마도 고대 드워프 왕의 고유 스킬인 것 같아요.”

고유 스킬이라는 말을 듣자 전사 형이 다시 물었다.

“이 스킬로 가짜 토르를 계속 만들어서 줬다는 말이지?”

“네, 전투 중에 제가 고대 드워프 왕이 들고 있던 가짜 토르를 부쉈거든요. 그런데 계속 가짜 토르를 불러내던데요. 그때 확신했죠. 이게 스킬이라고.”

내 설명을 들은 전사 형이 원래의 르아 카르테와 방금 생성된 카피인 르아 카르테를 자세히 뜯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이거 겉모습만 보고는 뭐가 진짜인지 전혀 모르겠다. 들어보기 전에는. 한번 들어봐도 되나?”

“물론이죠.”

바로 르아 카르테와 가짜 르아 카르테를 동시에 들어 전사 형의 양손에 올려주었다.

그리고는 한참 두 개의 무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두 르아 카르테의 상태를 살폈다.

“호오, 단순히 모양만 똑같은 건 아니라는 건가.”

그리고 몇 번 좌우로 휘둘러보고는 판단이 섰는지 뭔가 반짝반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거 그냥 보기만 해서 구분하는 건 불가능이다.”

아이템에 안목이 있는 전사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완전히 똑같다는 말이었다.

조금 더 살펴보던 전사 형이 내게 물었다.

“이거 설마 옵션도 다 적용되는 건가?”

“으음, 고대 드워프 왕이 했던 걸 보면. 아마도요?”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40(20+20) 타격 65(45+20)

- 마력 흡수 15%

- 치명타 대미지 550%

- 관통 확률 35%

- 회복 불가

- 체력 흡수 15%

- 악마형 피해 400% 추가

- 뇌전 효과

- 헤븐즈 스트라이크 확률 0.3% 』

전사 형이 말했든 카피라는 단어만 빼버리면.

정말 기존의 르아 카르테와 완전히 똑같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옵션 역시 그대로 발동할 테고.

“흐, 그럼 이걸로 복사해서 아이템 팔아도 되는 거냐?”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은 전사 형의 제안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쉽지만 이 카피본은 명확한 단점이 있어서 안 될 겁니다.”

내 말을 들은 전사 형이 뭔가 떠오르는 듯 말을 꺼냈다.

전사 형도 이걸 모를 리가 없다.

그간 계속 겪어 왔으니.

“음, 내구도?”

“네, 내구도요. 고대 드워프 왕이 들고 있던 가짜 토르도 내구가 엄청 약하더라고요. 아직 써 보지 않아서 확실히 말하기는 어려운데 아마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박살 날 거예요.”

확인을 끝낸 전사 형이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내게 넘겨주었다.

전사 형에게 르아 카르테를 돌려받고는 잠시 움찔했다.

뭐가 진짜였더라…….

이거 잘못하다 헷갈리는 것 아냐?

옆에서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구경을 하던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을 못 하겠어요. 형, 실험 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오케이, 안 그래도 궁금했거든. 보자, 여기서는 무리고. 여기 연무장이 있었지?”

“네, 잠시 비워 달라고 하면 될 거에요.”

“그럼 내려가지.”

* * * * *

곧장 황실 지하에 있는 연무장으로 이동해 연무장에 있는 모든 인원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 날 보면서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불었다.

“공작이 좋긴 좋아.”

“하하, 이럴 때 써먹어야죠.”

연무장에서 전부 나가라는 딱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알아서 싹 자리를 비워 줬으니.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 우리 팀만 들어와 자리를 잡고 섰다.

“아무래도 내가 상대해 주는 편이 좋겠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듀라한 스피어를 꺼내들고는 내게 겨누었다.

난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동시에 들고 앞에 섰고.

“이거 참. 그 사기 검이 두 개나 있으니 네가 무서워 보인다.”

“그냥 기분이에요.”

“아냐, 실제 옵션 적용 잘 봐라. 얼마나 되는지.”

솔직히 이건 나도 궁금하긴 했다.

르아 카르테를 두 개 들면.

두 개의 옵션이 다 적용될 것인가.

아님 하나만 적용될 것인가.

“갑니다.”

말과 함께 재중이 형에게 달려들어 르아 카르테를 연속으로 휘둘렀다.

그런 내 공격을 재중이 형이 차분하게 막아서면서 실험을 도와주었고.

“휘유, 이거 공격력은 양쪽이 똑같은데?”

두 개의 르아 카르테가 각각 듀라한 스피어에 닿으면서 생긴 충격을 확인한 결과.

단지 겉보기만 같은 검이 아니라 정말 똑같은 딜을 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뇌전 효과가 한쪽만 아니라 양쪽 모두에 휘감아져 있어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건.

옵션이 제대로 발동되고 있다는 뜻이니까.

“형, 한 번만 맞아 줄 수 있어요?”

“살살 해라.”

충격량은 이미 체크가 끝났다.

그럼, 실제 옵션이 적용되느냐가 관건.

재중이 형이 일부러 몸을 내어주자 두 개의 르아 카르테를 간격을 둬가면서 재중이 형의 허리를 그어 봤다.

파악!

샤악!

딱 옵션만 확인할 정도로 쳤는데 순간 눈을 움찔했다.

“형, 아무래도 이거 사기 같은데요.”

“옵션이 둘 다 적용되냐?”

“네, 둘 다. 그것도 중복으로요.”

방금 재중이 형을 치면서 확인한 마력 흡수량과 체력 흡수량이 기존의 두 배가 올라갔다.

“가짜가 정말 가짜는 아니라는 말이지?”

재중이 형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아서 표정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재중이 형도 미묘하게 웃는 표정을 짓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그럼, 이번엔 내구도 실험을 해 보자고.”

재중이 형이 달려들자 바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의 폭풍과도 같은 연속 공격을 계속 르아 카르테로 막아 내었다.

티잉!

카갹!

카가각!

텅!

그렇게 몇 번은 재중이 형의 공격을 잘 막아 내었다.

손에 들어오는 감각 역시 둘 다 동일했고.

단순히 대미지를 반감하는 정도로는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왼손에 들고 있던 르아 카르테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키기긱!

묘한 파열음.

그리고 손에 느껴지는 반탄력이 점점 크게 작용하면서 오른쪽의 르아 카르테와 달리 막았을 때 대미지가 계속 투과해서 내게 들어왔다.

이거, 한쪽에서 대미지가 너무 들어오는데?

진짜와 가짜.

이 둘의 차이는 이토록 명확했다.

얼마 후.

콰칭!

특유의 쇠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가짜 르아 카르테가 두 동강 나더니 그대로 부러져서 빛을 잃고는 손에서 가루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생각보다 내구도가 너무 약해.

그리고 그건 여기 있는 모두가 느꼈다.

대련이 시작된 지 그렇게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무기가 부러졌으니.

전투를 하다가 무기가 깨지는 것만큼 어이가 없는 일도 없다.

한순간만 실수를 해도 균형이 깨지는 팽팽한 접전이라면 더 문제고.

내구가 약해 무기가 깨진다는 것은 그만큼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사실상 이 카피본은 전투에서 거의 쓸모가 없는 존재였다.

전사 형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빛 좋은 개살구네.”

“으음, 문제가 좀 있긴 하네요.”

그리고는 곧장 다시 르아 카르테를 불러내었다.

【 웨폰 카피! 】

마력이 쑤욱 빠져나가면서 이번에도 역시 카피본인 르아 카르테가 생성되었다.

“저야 이렇게 다시 만들어 내면 그만이긴 한데.”

깨지면 만들면 된다.

너무나도 쉽게.

그 모습을 보고는 재중이 형이 말했다.

“너 말고는 못 쓰겠군.”

“네,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건 힘들 것 같아요. 한 방으로 해결 볼 것이 아니라면요.”

아까 전사 형에게 건넨 것처럼 내가 카피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내구도라면.

나 외의 사람이 이 카피본으로 실제 전투에서 쓰기는 거의 불가능이었다.

매번 따라다니면서 계속 무기를 만들어 준다면 또 모를까.

전사 형도 단점이 명확한 스킬에 고개를 저었다.

“무작정 사기 스킬은 아니잖아?”

“뭐 그렇죠. 전투에 그렇게 좋은 스킬이라고 보긴 힘들어요. 저같이 무기를 두 개씩 들고 싸우지 않는 이상은요. 그리고 이쁜소녀처럼 무거운 양손 무기를 드는 경우에는…… 사실 그냥 마력만 잡아먹는 스킬이라고 보는 편이 좋겠죠.”

“흠, 굳이 원판의 무기를 놔두고 내구도가 엉망인 무기를 꺼내 쓸 이유는 없으니까.”

결국 이 스킬은 나만이 제대로 운영해서 쓸 수 있었다.

무기를 두 개 든다는 전투 방식도 장점으로 작용했고.

재중이 형이 날 보더니 말했다.

“재밌는 스킬이네. 그럼 몇 개 실험해 보자고.”

그렇게 재중이 형이 제안한 두 번째 이어진 실험은.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텅그렁.

텅그렁.

텅그렁.

“원래 하나만 존재해야 하는 르아 카르테가 두 개가 됐을 때부터 될 것 같더라니.”

재중이 형이 계속 웨폰 카피를 해보라고 해서 해봤는데.

이게 정말로 됐다.

마력이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원천마력이 빠르게 채워 주니까.

웨폰 카피를 할 마력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넘치는 마력으로 계속 웨폰 카피를 해서 나온 결과물이 지금 이것이었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르아 카르테들.

막내별이 그걸 보고는 결국 한마디 했다.

“유일템이 이렇게 많이 있어도 되는 걸까요?”

이쁜소녀도 마찬가지.

“너무 많아요.”

다들 안다.

저게 다 몇 번 부딪히면 부서질 무기라는 걸.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이 상황이 정상적이진 않지.

그리고 챠밍의 소름끼치는 말 한마디에 다들 움찔했다.

“오빠, 저 르아 카르테가 전부 한 번에 꽂히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네임드에 말이지?”

역시 챠밍은 놀라는 것도 없이 이 상황을 재밌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네, 옵션에 비검을 달면……?”

그 말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서 나와 챠밍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한꺼번에 이걸 다 움직일 수도 있겠지.”

비검으로 모든 르아 카르테를 날려서.

한 번에 네임드에 박아 넣으면?

생각만 해도 미친 조합이라 그런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전사 형도 마찬가지였다.

“어우씨,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그렇죠?”

“너네는 어떻게 이런 엽기적인 생각만 하냐.”

그러면서 전사 형의 감탄에 나와 챠밍이 서로 마주 봤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이 확 터져 나왔다.

“푸훗.”

“하하.”

얘도 참 평범하진 않지.

아무래도 챠밍은 내 과가 확실했다.

“이건 당장 가서 해보고 싶은데?”

아마 네임드 입장에서는 최악의 공격이 아닐까.

예전에도 르아 카르테를 박아 놓고 레비아탄과 싸운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르아 카르테가 바닥에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전사 형이 나와 바닥에 널린 르아 카르테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애들이 너만 보면 도망 다닐지도 모르겠다.”

그 말에 나와 챠밍이 마주 보면서 또다시 웃어 버렸다.

우리 팀 모두 마찬가지로 웃었고.

그러던 와중에 재중이 형이 바닥에 놓은 르아 카르테 중 하나를 들어 올려서 잠시 살펴보더니 뭔가가 생각나는 듯 내게 물었다.

“이거, 르아 카르테 같은 한손검만 카피 되는 건 아니지?”

“네?”

“다른 녀석들도 되는 거잖아.”

“음, 아무래도 그렇죠. 아마 무기에 제한은 없을 거예요. 토르도 되었잖아요. 스킬 설명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고.”

내 대답에 재중이 형이 인벤에서 뭔가를 찾더니 곧장 바닥에 뭔가를 잔뜩 꺼내 놓기 시작했다.

텅그렁.

그리고 그중 하나를 보고는 다들 깜짝 놀라 턱이 벌어졌다.

『 +0 베사노스 (마검) / 출혈 40 타격 30 』

그런 우리를 본 재중이 형이 씨익 웃으면서 제안을 했다.

“이 녀석도 복사해 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