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3화 엉망진창 방어전 (10)
중간 과정이 원래 생각했던 것과 많이 빗나가기는 했는데…….
어찌됐든 원하는 결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두 개의 메인 퀘스트와 하나의 돌발 퀘스트가 전부 다 완료되면서 최고 보상이 내게 돌아왔다.
역시 오러 트레이저 덕분이려나.
현재 황실 비공정이 내 소유였고, 오러 트레이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오러 트레이저로 고대 드워프 왕을 공격한 공적이 내 앞으로 쌓여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낸 모양이었다.
기사단의 오러와 마법사단의 마력이 전부 내게 공적을 몰아준 상황이기도 하고.
아마 저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공훈을 가져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짜로 데려와서 정말 잘 써먹은 건가.
고개를 돌려 고대 드워프 왕이 잿더미로 변해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았다.
이건 자기가 준비한 최고의 패에 자기가 당한 셈이려나.
오러 트레이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뒤집히진 않았을 텐데.
고대 드워프 왕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하면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만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웃고 있는 것은 고대 드워프 왕이었을 테니.
한편, 고대 드워프 왕이 죽자 드워프 악령들이 동시에 바닥으로 녹아내렸다.
“크어어어!”
애초에 저들은 고대 드워프 왕이 마족으로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녀석들이니까.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이 부활로 살려놓았던 녀석들 역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체로 돌아갔다.
드워프 병력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시체들이 사라지자 이제 남은 드워프들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곧장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을 가 버렸다.
뭐 저들을 쫓을 필요는 없으려나.
이미 상황은 끝났고 더 이상 저들은 내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드워프들이 모두 물러나자 유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오! 드디어 이겼다!”
“내가 이긴다고 했잖아!”
“오오, 퀘스트 보상 들어온다.”
유저들은 당장 이긴 것보단 퀘스트 보상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퀘스트 책정 방식이 엉망이 아니라면 딱 자기가 한 만큼의 보상이 나오겠지.
그보다는…….
곧장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진 한가운데로 달려가 고대 드워프 왕의 잔해를 확인했다.
흐음.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여기엔 고대 드워프 왕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드랍 템들이 다수 있었는데, 주로 고대 드워프 왕이 착용하고 있던 장비이었다. 하지만 내가 입기에는 너무 무거운 종류라 일단 패스.
그 사이에서 원하는 한 가지를 찾아내었다.
역시.
있었어.
다른 잡다한 스킬들은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하나의 스킬북.
『 웨폰 카피 / 스킬북. 』
큭.
혹시나 했는데.
진짜 있었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공중을 날아다니는 방송국의 카메라들이 후폭풍을 피해 멀어져 있다가 이제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BJ들로 보이는 유저들도 마찬가지고.
그들이 오기 전에 빠르게 웨폰 카피를 인벤으로 집어넣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보여줄 수 없어.
직접 싸우지 않았기에 다른 유저들은 전혀 존재를 모르는 스킬북이었다.
공개하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스킬북이고.
그리고 조금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고대 드워프 왕이 드랍한 아이템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흐음.
이것도 있었나?
『 마족의 심장. 』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퀘스트 보상과는 별개로 주는 아이템인지 아니면 보상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상관없겠네.
메인 퀘스트의 보상 목록에 이 두 가지가 올라와 있기에 유저들에게 숨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어구는 통째로 전사 형에게 주면 될 테고.
그런데 고대 드워프 왕이 직접 싸우는 형태의 전사 형이 아니라 그런지 그밖에 특이한 전투 스킬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보스급 녀석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상대하기 편했던 이유도 아마 이것 때문일지도.
오히려 대전사 칼룬 쪽이 전투력 면에서는 내게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이 자리에 녀석이 있었으면 이렇게 쉽게는 잡지 못했을 터.
대전사 칼룬이 왜 옆에 없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모든 아이템을 쓸어 담은 뒤 곧장 황실 비공정으로 몸을 옮겼다.
불구덩이 속에 더 있을 이유도 없고.
황실 비공정에 오르자 이미 올라타 있는 챠밍이 후다닥 달려와 나를 반겨 주었다.
“정말 고생했어요.”
“아냐, 이번엔 생각보다 쉬웠어. 그리고 막타도 네가 했잖아.”
“전 숟가락만 얹은 거예요. 오빠가 거의 다 잡아 놨잖아요.”
그렇게 배시시 웃는 챠밍에게 마족의 심장을 몰래 꺼내 건네주었다.
“어라? 이걸 왜?”
“챙겨 놔. 이건 막타인 네 몫. 그리고 마력 많이 부족하지 않았어?”
“음, 사실 매번 부족하긴 해요. 이번에도 마법사단 분들이 도와주셔서 겨우 마법을 완성했어요.”
“그래, 그러니까. 이것만 있으면 당분간 마력이 부족한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써 봐서 제일 잘 알아.”
마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마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누굴까?
이번에 챠밍이 마법사단의 도움을 받아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연속으로 날리는 것을 보고는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챠밍이 써야 한다고.
마력만 부족하지 않다면.
지금처럼 미친 화력쇼를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마족의 심장을 건네주자 한참을 고민하던 챠밍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벤에 집어넣었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막 줘도 돼요?”
그런 챠밍을 보면서 웃어 보였다.
“보상으로 하나 더 나와. 원래 가지고 있던 것도 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마족의 심장 하나.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을 죽이면서 얻은 심장 하나.
마지막으로 메인 퀘스트의 보상으로 또 하나.
“진작 줄 걸 그랬네.”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차피 NPC들 앞에서는 쓰지도 못해요. 아마 여기서 마족으로 변했다가는 당장 저부터 잡으려고 들걸요?”
“큭, 그러네.”
NPC들의 목표가 챠밍으로 변하면 그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었다.
“마족의 심장도 정말 조심해서 써야겠어.”
“네, 아, 이제 다들 올라와요.”
챠밍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황실 비공정으로 올라왔다.
다들 내가 고대 드워프 왕과 싸우는 동안 놀고 있던 게 아니었다.
드워프들을 밀어내기 위해서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이쁜소녀는 장비가 반파될 때까지 싸운 모습이었고.
아무래도 최전선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했으니.
황실 비공정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풀썩 주저앉았다.
“히잉, 힘들어.”
전사 형도 거의 상황은 비슷했다.
“아이고, 이거 두 번은 못 하겠다.”
막내별도 전사 형과 이쁜소녀를 따라다닌다고 쉽지 않았는지 꽤나 피곤해 보였다.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어 보이는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고생들 했고. 좋은 거 나왔냐?”
“음, 좀 재밌는 게 나오긴 했어요.”
“그래?”
“조금 있다가 보여 드릴게요. 여기선 좀.”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스킬이라면…….
상상 이상의 일을 벌일 수도 있을 테니.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고. 퀘스트 보상은?”
“전 1등요.”
“역시 1등이냐?”
“뭐, 저것 덕분이죠.”
나와 재중이 형의 시선이 동시에 오러 트레이저로 향했다.
이번 1등의 주역이다.
“이번에 난 별 재미를 못 봤네. 3등이야.”
재중이 형은 오러를 쓰는 드워프들만 골라잡아서 그런지 순위가 상당히 높았다.
“챠밍은?”
공식적인 순위가 아닌 퀘스트 순위는 본인이 아니면 확인이 불가능하니 재중이 형의 물음에 챠밍이 순위를 확인시켜 줬다.
“전 2등이에요.”
“오, 막타 한 방에 2등.”
루젠 공작이 더 많은 피해를 줬겠지만 NPC는 순위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그럼 당연히 2등은 메테오를 날린 챠밍이 된다.
그렇게 보상을 서로 확인해 보니 1등과 2등의 가장 큰 차이는.
『 레릭 왕국 통치권. 』
“다시 가져온 건가.”
예전에 경매로 넘겼던 레릭 왕국이 이번 퀘스트를 통해서 다시 내 소유가 되어 버렸다.
다만.
그다지 표정들은 밝지만은 않았다.
전사 형이 모두의 표정을 대변하듯 한숨을 쉬면서 말을 꺼냈다.
“지금 거기 완전 잿더미입니다.”
맞다.
대전사 칼룬이 화려하게 터트려 주는 바람에 지금은 재만 날리는 공터에 가까웠다.
재중이 형도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고.
“못 쓰겠군. 재건 비용이 더 많이 들 거야. 사냥터라도 있으면 그거라도 바라보면서 하겠는데.”
초토화가 된 상황인 데다가 던전도 없고.
몬스터들도 없는 최악의 장소.
막내별이 물었다.
“혹시 운영자들이 복구해 주지 않을까요? 이제 퀘스트도 끝났는데.”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하려고 했으면 벌써 해 줬을 거야.”
결국 손수 자금을 들여서 복구해야 한다는 말인데…….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말했다.
“괜히 손댔다가 너 벌어놓은 돈 싹 날릴 수도 있어. 아주 오래 기다리면 본전 뽑아낼 방법이 있긴 하겠지만…….”
그 말을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깔끔하게 포기하죠.”
“어, 잘 생각했다. 그리고 카르바할한테 잘 말해 봐.”
“딜을 하라는 거죠?”
“그래. 뽑아낼 건 다 뽑아내야지.”
그렇게 말한 재중이 형이 내게 눈치를 주었다.
“그런데 넌 황제님이 눈 빠져라 너 기다리는 거 안 보이냐?”
그 말에 고개를 돌리니 우리 쪽에 오지는 못하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마리아 가르시아와 눈빛이 마주쳤다.
“저쪽도 챙겨야겠어요.”
“그래, 보상 좋은 거 좀 달라고 하고.”
“하하…….”
퀘스트 보상이 내가 가진 직위와 상당 부분 겹쳤다.
그래서인지 따로 보상을 받으라는 모양이었고.
이건 나쁘지 않지.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가자 환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 다친 곳은 없나요? 주호 공작? 』
“네, 걱정해 주신 덕분에.”
『 휴, 다행입니다. 』
정말 안도하는 얼굴이라 뭐라고 말을 못 하겠는데.
잠시 기다리던 마리아 가르시아가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을 한 번씩 보면서 말했다.
『 그럼 영웅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져야겠죠? 』
* * * * *
황실 비공정은 곧 황제를 태우고 다시 가르시아 궁으로 돌아갔다.
황제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유저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리아 가르시아가 돌아갔고, 우리는 따로 황궁에 남아서 대기를 했다.
아마 추가 보상 책정에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라.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황제가 뭘 주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나?”
“글쎄요.”
원래는 몇 가지 요구를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았다.
기다려 봐야 하나.
“아, 그리고 아까 그 스킬 이야기는 뭐야?”
재중이 형이 물어보자 품에서 스킬북을 하나 꺼내 들었다.
황금색 스킬북.
“고대 드워프 왕이 우리에게 계속 가짜 토르를 보여 줘서 혹시나 했는데. 그게 스킬이던데요?”
“뭐?”
내 말에 우리 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한번 보여 드릴게요.”
곧장 황금색 스킬북인 『 웨폰 카피 』를 익혔다.
순간 더없이 밝은 황금빛들이 내 심장과 손바닥에 동시에 흘러나와 내 몸을 휘감더니 곧 사라졌다.
이제 되는 건가?
그렇게 설명을 잠시 본 다음.
르아 카르테를 오른손에 잡고는 웨폰 카피를 시전했다.
【 웨폰 카피! 】
갑자기 왼손을 황금빛의 마법진이 감싸더니 곧장 무기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왼손에 생성된 아이템을 보고는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미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