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화 엉망진창 방어전 (8)
푹 쉬라는 내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의 눈가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가 나섰을 것 같으냐? 』
그러자 갑자기 고대 드워프 왕의 휘황찬란한 갑옷 전체에서 붉고 검은 오러가 한꺼번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전사 칼룬이 보였던 것 이상으로 진해 보이는, 검붉은 오러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고대 드워프 왕도 아무 생각 없이 나선 것은 아니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드워프 전사의 힘인 불의 오러.
그리고 마족이 되면서 가지게 된 추가적인 암흑의 오러.
두 가지 오러를 동시에 꺼내든 고대 드워프 왕은 그 자체로 굉장한 위압감을 보여 주었다.
이런 능력들을 종합해 보면 저런 자신감도 무리는 아니야.
잠시 고대 드워프 왕에게 떨어졌다가 다시 전투 자세를 취했다.
흠, 과연.
마족인 상태인 고대 드워프 왕에게도 제대로 공격이 먹힐까?
오러 트레이저는 녀석이 무방비로 맞았기에 제대로 먹혔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진 내 돌격 공격도 오러 트레이저에 맞아서 잠시 방어가 약해진 틈을 타 들어 갔을 수도 있고.
그래서 확인이 필요했다.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의 조합.
이 녀석들이 제대로 먹힐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지.
곧장 몸을 회전시키며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으로 다시 한 번 고대 드워프 왕의 몸을 가르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고대 드워프 왕이 관통 공격에 저항합니다. 》
《 고대 드워프 왕이 관통 공격에 저항합니다. 》
연속 공격 두 번이 한꺼번에 고대 드워프 왕의 관통 저항에 막혀 아무 효과를 보지 못 했다.
그러자 고대 드워프 왕이 크게 광소를 터트리면서 나를 노려봤다.
『 크크크큭, 이거 괜히 쫄았지 않나, 영웅의 무기를 들고서 고작 그 정도냐? 아무래도 영웅의 무기도 내가 만든 방어구를 뚫지 못하는가 보군. 』
자신의 단단한 방어구를 한껏 자랑하면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고대 드워프 왕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 이상으로 관통 저항 확률이 엄청나게 높은데?
대전사 칼룬은 그래도 두 번 공격하면 한 번 정도는 먹히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의 고대 드워프 왕은 또 달랐다.
아마 고대 드워프 왕의 착용한 저 휘황찬란한 장비는 당연히 더 높은 관통 저항을 가질 터.
최소 두 배?
혹은 세 배?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마족이라서 더 안 먹히는 경우도 생각해 봐야겠어.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칼을 뽑은 이상은.
여기서 이 녀석을 잡아야 한다.
“잘난 척하기는 아직 일러.”
제대로 가 보자.
가진 모든 것을 써서.
【 오러 블레이드! 】
【 용병왕의 분노! 】
【 헤이스트! 】
【 수룡화! 】
르아 카르테에는 검은 오러와 함께 뇌전 효과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리고 발루딘에는 용병왕의 분노로 더욱 검은 기운들이 뭉쳐 진하게 변했다.
거기다 이번에는 시작부터 수룡화까지 꺼내 들었다.
마족인 녀석을 상대하려면 그만큼 이쪽도 스펙이 올라야 할 테니.
수룡화가 시전되자 온몸에 힘이 넘쳐나며 몸 상태는 더욱 가벼워졌다.
그 자리에서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휘둘러 속도를 확인하니 그럭저럭 괜찮은 속도가 나왔다.
헤이스트와 겹치니 평소 움직이던 것보다 거의 두 배 정도인가.
이 상태면 발루딘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래도 안 먹히나 한번 보자고.
내가 준비를 끝내자, 고대 드워프 왕도 눈빛이 확연하게 바뀌더니 곧장 거대한 무기를 하나 소환해 내었다.
저건.
짝퉁 토르네.
저놈은 저걸 대체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오랜 시간 쓰지 못한다고 하나.
확실히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고대 드워프 왕도 역시 토르를 크게 휘둘러서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고.
마족이 되더니 공속이 꽤 빠른데?
바닥이라고 해도 마족은 마족이라는 거군.
【 대쉬! 】
곧장 녀석에게 뛰어가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휘둘렀다.
그러자 고대 드워프 왕이 토르를 휘둘러 바로 나의 검격을 받아 내었다.
캬가강!
카강!
손에 느껴지는 반탄력은 생각 이상으로 강렬했다.
확실히 힘은 나보다 상위.
그럼 속도를 좀 더 내볼까.
바로 고대 드워프 왕의 주변을 돌면서 이동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으로 토르가 방어해 주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들어가 계속 찌르고 빠지는 일을 반복했다.
카걍!
카가강!
네가 마족이라서 세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그런데 어차피 공격을 하지 못하면 그 강한 힘이 다 무슨 소용일까.
속도에서 녀석을 확실히 제압하자 고대 드워프 왕의 표정이 붉게 변하면 급하게 토르를 휘둘렀다.
『 제대로 안 싸울 거냐! 』
아니.
그렇게 해 줄 이유가 전혀 없어.
거기다 녀석이 뿜어 내는 오러는 두 가지 종류.
토르에서 나오는 뇌전은 르아 카르테의 뇌전이 중화시켜 준다고 해도.
정면에서 오러 싸움으로 들어가면 내 쪽의 오러가 씹어 먹힌다.
그렇게 무기 대 무기로 맞부딪혀 무의미하게 마력을 낭비하느니 이쪽이 훨씬 내가 잘 싸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
거기다.
녀석의 주변을 돌면서 발루딘으로 계속 연속 공격에 성공하자 점점 손맛이 묵직해져 가는 것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연속 공격만 성공하면 다음 추가 대미지가 170%로 오른다.
그게 지금 무한대로 쌓이고 있는 중.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에 합친 옵션에서 타오는 관통 역시 95%에 달하다 보니 아무리 고대 드워프 왕의 갑옷의 관통 방어 확률이 높다고는 해도 결국에는 한 번씩 제대로 뚫려 버렸다.
평소 휘두르는 속도보다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공격을 하고 있는 데다가 내 쪽은 무기가 두 개였다.
공격 횟수만 따지면.
현 유저들 중 그 누구도 날 따라올 수 없어.
푸욱!
퍼억!
촤아악!
결국 르아 카르테가 고대 드워프 왕의 갑옷에 달린 관통 저항을 뚫고 갑옷 속의 녀석의 신체에 직접 타격을 주었다.
발루딘 역시 마찬가지.
동시에 크리티컬이 적용되며 고대 드워프 왕의 갑옷 틈 사이로 피가 터져 나왔다.
치명타 대미지는 무려 550%.
거기다 출혈 부위 공격 시 대미지가 170% 또 추가되었고.
마지막으로 악마형 추가 피해가 400%.
평타 한 방이 어지간한 스킬을 씹어 먹는 위력.
한 번에 거의 열 배에 달하는 대미지가 터지는데 녀석이 버텨 낼 재간이 있나.
그것도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이 쉴 새 없이 고대 드워프 왕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가 녀석의 방어를 무력화시키면서 완전히 속을 헤집어 놓았다.
『 크아아악! 』
내가 고대 드워프 왕의 주변을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대 드워프 왕의 몸은 피칠갑이 되어 버렸다.
누가 보면 엎어놓고 대놓고 두들겨 팬 것처럼.
거기다.
계속 두들기다 보니 르아 카르테에 내장되어 있던 스킬도 터졌다.
용병왕의 분노로 대미지가 오를 대로 오른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사방으로 황금빛 뇌전을 터트렸다.
강렬한 뇌전이 폭풍처럼 전방을 쓸고 나가자 고대 드워프 왕의 강한 방어력도 한순간에 무력화되어 버렸고.
이쁜소녀의 진짜 토르와 달리, 르아 카르테에 내장된 헤븐즈 스트라이크의 확률은 고작 0.3%.
하지만 더없이 빠른 공속을 바탕으로 미친 듯이 두들기다 보면.
터지는 횟수가 비약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헤븐즈 스트라이크에 휩쓸려 나간 고대 드워프 왕의 신체 곳곳이 뇌전에 타오른 흔적으로 가득했다.
이거…… 완전히 넝마가 되었는데?
초근접 거리에서 피할 시간도 없이 터진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정말 위력적이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드워프들까지 한 번에 쓸어버릴 정도로.
르아 카르테가 15강이다 보니 위력이 더 폭발적으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위력만 따지면.
아마 오러 트레이저가 몇 단계는 밀리지 않을까?
전에 오러포에 맞고도 그래도 멀쩡히 걸어 다니던 고대 드워프 왕이 지금은 뇌전이 전신을 타고 흐르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그런 고대 드워프 왕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영웅의 무기를 들고 고작 이것밖에 못해서 미안하군.”
아까 녀석이 했던 말.
영웅의 무기를 들고 고작 그 정도냐고.
그래서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온몸에 피해가 가득 누적된 고대 드워프 왕이 충격을 결국 버티지 못하고 풀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내 르아 카르테를 보며 경악하는 눈빛으로 외쳤다.
『 미친 새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무기를 탐식에 먹인 거냐! 』
고대 드워프 왕은 탐식이 어떤 무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다른 무기를 잡아먹는 무기.
지금 보여 주는 미친 스펙이 놀라울 만큼 많은 무기를 먹였다는 것까지도.
거기다 이젠 가짜 토르까지 먹인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정면에서 맞았으니 모르면 더 이상하지.
만약 가짜 토르까지 먹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렇게 대놓고 싸웠을까?
나를 노려보던 고대 드워프 왕이 분통을 터트렸다.
『 젠장, 마족만 되면 누구든지 이길 수 있는 것 아니었나! 』
그건 네 착각이고.
“2차전을 해볼까? 이쪽도 시간이 널널하지 않아서 말이야.”
이제 용병왕의 분노로 공격력이 잔뜩 올라 있어 아예 고대 드워프 왕의 토르와 정면으로 치고받았다.
고대 드워프 왕은 발이 묶인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내 공격을 막아 냈고.
카강!
카가강!
용병왕의 분노로 대미지가 계속 올라가자 이전과는 손맛 자체가 달랐다.
한 방, 한 방이 포탄이라도 터트리듯 굉장한 위력을 보여 주었다.
워낙 많은 스킬을 몸에 걸고 있어 마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기는 해도.
아직은 충분히 버틸 만해.
그러다 어느 순간.
콰드득.
고대 드워프 왕이 들고 있던 짝퉁 토르에 금이 가더니 그대로 충격을 이기지 못해 부서져 버렸다.
“저런, 어쩌나? 이젠 막아 줄 무기도 없네?”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났다.
만약 이쁜소녀의 진(眞) 토르였으면 절대 부러지지 않았을 터.
그걸 잘 아는지 고대 드워프 왕도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놈이 쥐고 있던 부러진 가짜 토르가 가루로 변해 사라지더니, 고대 드워프 왕의 손에 갑자기 이상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손바닥에만 잠깐 보여서 어지간하면 눈치를 못 챘겠지만.
지금은 녀석에게 집중하고 있다 보니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리고는 곧 또 다른 가짜 토르가 소환되어 나타났다.
어?
저건…….
설마 가짜 토르를 계속 만들어 내는 건가?
일종의 스킬?
아님, 고대 드워프 왕의 특수 능력?
뭐 어느 쪽이 되었든.
지금은 저 능력에 굉장한 관심이 생겨 버렸다.
일단 확인부터.
다시 한 번 고대 드워프 왕에게 달려들어 녀석을 공격했다.
대신 이번에는 완전히 대상이 달랐다.
꺄강!
까강!
카아앙!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고대 드워프 왕에게 휘두르는 것이 아닌 녀석이 잡고 있는 가짜 토르만 정면에서 공격했다.
그것도 집요하게 가짜 토르의 약해 보이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같은 부위를 계속 공격하면 곧 반응이 올 거야.
이쁜소녀와 그때 확인을 했듯.
가짜 토르는 몇 번 쓰면 더 이상 쓰지 못한다.
고질적인 내구성 문제 때문에.
그런 점을 계속 파고들자, 얼마 뒤.
가짜 토르가 다시 한 번 균열을 내면서 부러져 버렸다.
설마 또 가짜 토르가 부서질지는 몰랐는지 고대 드워프 왕의 표정이 확연하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느꼈을지도.
내가 아까부터 똑같이 가짜 토르만 공격하니.
하지만 지금 녀석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가짜 토르를 내어놓지 않으면.
당장 목이 날아갈 판이라.
그렇게 내가 보길 원했던 대로.
다시 한 번 가짜 토르를 소환해내었다.
손에 있는 마법진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이번에는 확신했다.
역시.
저거.
스킬이다.
“고대 드워프 왕, 그거 좀 자세히 말해 줘야겠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