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화 엉망진창 방어전 (6)
분명히 방어전이 시작되자 시스템 메시지로 알려왔었다.
《 공작 작위는 기존 보상에서 네 가지 품목에 대한 이득을 추가로 받습니다. 》
《 기사단과 마법사단 일부에 대한 지휘권을 위임 받습니다. 》
《 총 10명의 기사와 마법사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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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있는 이득 중에.
총 10명의 기사와 마법사에 대한 권한.
사실 조금 전까지는 전혀 필요가 없어서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막상 눈앞에 기사단과 마법사단이 있으니 기억이 났다.
그런 기사단과 마법사단에게 튀어오라고 하자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오라. 저것들 써먹으려고?”
“네, 공짜로 주는데 써먹어야죠. 시스템에서 알려 준 대로.”
현재 오러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재중이 형밖에 없었다.
둘만으로는 아무리 빨리 충전을 한다고 해도 황실 비공정에 달리 오러 트레이저들의 충전을 제시간에 충전시키기란 요원한 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한정된 자원에서 다 뽑아낼 수 없다면.
더 많은 오러를 쓸 수 있는 녀석들에게 시키면 그만 아닌가?
가르시아 궁을 지키기 위해 대기 중이던 기사단과 마법사단 중 단장 직위로 보이는 NPC들이 내 명령에 빠르게 튀어왔다.
이래 보여도 일단은 공작이니까.
꼭 시스템이 아니라고 해도.
이제 내 명령을 무시할 수 있는 NPC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 제3기사단의 기사단장 조엘입니다. 』
『 제5마법사단 마법단장 리스터입니다. 』
가장 가까이 있던 단장인 둘이 내 앞에 서서 자신을 소개했다.
뭐 소개야 중요한 게 아니고.
바로 용건부터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마법사단은 딱히 필요 없어.
지금은 기사단만 있으면 된다.
10명을 혼합해서 써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공작의 이름으로 명한다. 제3기사단 중 오러가 가능한 기사들을 10명 차출하고자 한다.”
그러자 바로 3기사단의 단장인 조엘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 명 받들겠습니다. 즉시 10명의 기사를 주호 공작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
역시 시스템인가.
따지는 것도 없이 시원시원해서 좋네.
혹시 마법사와 섞여서 반반이라고 했으면 어쩌나 했다.
조엘이 신호를 하자 곧바로 10명의 기사가 내 앞으로 와서 섰다.
『 제3기사단 헨드릭이 주호 공작님을 뵙습니다. 』
『 제3기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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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기소개가 끝나고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방어전에 한해 임시적으로 기사단이 『 주호 』 공작의 직위 아래 움직입니다. 》
《 더 높은 직위의 명령이 있을 시, 이는 해제됩니다. 》
《 기사단의 목숨이 경각에 달할 시, 강제로 명령이 해제됩니다. 》
이들은 당연히 방어전에 한해서 쓸 수 있는 자원이었다.
그리고 나보다 윗 직위는 황제인 마리아 가르시아밖에 없는데 마리아 가르시아가 나서서 이걸 막을 리는 없고.
목숨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바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형은 따로 운용할 수 없어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백작 위로는 기사단이나 마법사단을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이다. 시스템이 아예 안 떴어.”
“흐음, 그건 좀 아쉽네요.”
공작 직위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면 평소에는 좋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한 손이 아쉬운 상황이라.
“그래, 열 명으로는 부족할 거다.”
황실 비공정에 달려 있는 오러 트레이저의 수는 총 16문.
이래서는 오러를 절반도 채워 넣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포문 수보다는 세 배 이상의 기사가 필요해.
로테이션을 돌려서 계속 쓰기 위해서는 그 정도 숫자는 필수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 외에는 기사단을 움직일 유저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3기사단장에게 물었다.
“드워프들을 몰아내기 위해 더 많은 기사단이 필요하다. 허가할 수 있나?”
물어보자 3기사단장인 조엘이 정말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안 됩니다. 가르시아 궁을 지키기 위한 기사단은 항시 대기를 해야 합니다.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습니다. 』
지원이 어렵다라.
이건 안 된다는 말을 애써 돌려서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할 수 없나?
이 녀석들이라도 써야…….
그때 챠밍이 옆에 다가와서는 뭔가 생각이 있는지 내게 말을 건넸다.
“오빠, 유저가 아니라도 NPC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응? 무슨?”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마리아 가르시아?”
“네! 황제요.”
옆에서 재중이 형도 긍정의 표시를 했다.
“확실히 마리아 가르시아라면. 이런 시스템은 아예 무시하고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거다.”
중간에 론도 후작도 생각이 났지만.
론도 후작의 기사단은 저번의 레릭 왕국 사건으로 전멸한 상태였다.
빼내려고 해도 빼낼 병력이 없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황제가 있는데 굳이 론도 후작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곧장 기사단장의 안내를 받아 가르시아 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마리아 가르시아를 만날 수 있었다.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은 마리아 가르시아 옆을 지키는 중이었다.
둘 모두 안 보인다 했더니 역시 여기 있었네.
황제에게 정말 위기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 주호 공작 감사합니다. 공이 나서서 드워프들을 밀어냈다고 들었습니다. 』
《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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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호감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
역시.
호감도는 최고네.
그럼 이 부탁도 가능할까?
“드워프들을 궁 근처에서는 몰아냈으나 아직은 부족합니다.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오러를 쓸 수 있는 기사단이 필요합니다.”
내 부탁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 그래요? 그럼 공이 원하는 만큼 데려다 쓰세요. 』
옆에 같이 들어왔던 재중이 형도 이번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멸> 화끈한데? 설마 대놓고 다 데려다 쓰라고 할 줄은.
<주호> 그러게요.
농담으로 말만 하면 다 들어줄 거라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리니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테인 공작이 제지하고 나섰다.
『 황제 폐하, 기사단의 추가 차출은 불가능합니다. 황제 폐하를 지키기 위한 기사단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
그런 테인 공작에게 마리아 가르시아가 다시 물었다.
『 마법사단도 있는데 최소한의 방어 병력만 빼놓고는 차출할 수 없는 건가요? 』
『 네, 기사단과 마법사단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일정 수는 항상 유지되어야……. 』
생각지도 못한 테인 공작의 의견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긴, 테인 공작의 입장에서 기사단이 빠져나가는 것은 좋은 상황이 아니니까.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나섰다.
“황제 폐하,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 불멸 백작. 그렇게 하도록. 』
“지금 드워프들을 몰아내지 못하면 저들을 다시 부활을 해서 이 궁을 공략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겨우 버티고 있는 모험자들도 그들의 주둔지가 없어지고 나면 더 이상의 지원은 할 수 없게 됩니다. 』
다른 말로 유저들의 부활지가 엎어지면 끝이다.
마리아 가르시아가 고개를 돌려서 테인 공작을 보자 여전히 테인 공작은 반대 의견을 냈다.
아마도 황제의 목숨과 관련된 사항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하던 마리아 가르시아가 내게 말했다.
『 주호 공작. 이번에 그들을 막지 못하면. 우리가 지게 되나요? 혹시 이 제국이 없어지게 됩니까? 』
그 말에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말을 꺼냈다.
“황제 폐하는 제가 어떻게든 지켜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부활지가 먹히면 제국을 한 번은 떠야 한다.
그걸 돌려 말한 것이었다.
그러자 마리아 가르시아가 테인 공작을 보면서 명령했다.
『 테인 공작, 전 기사단을 이끌고 주호 공작을 돕도록 하세요. 』
그 명령에 테인 공작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강경한 명령이었으니까.
『 안 됩니다. 그럼 황제 폐하를 지킬 기사단이……. 』
그런 테인 공작의 말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 결국 저를 지키기 위해서 여기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럼, 제가 주호 공작과 함께 가겠습니다. 』
쿵!
마리아 가르시아의 돌발 발언에 대전이 한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결국 보다 못한 테인 공작이 나를 노려보면서 쏘아붙였다.
『 대체 무슨 생각인가. 주호 공작. 전장에 황제 폐하를……. 』
아니, 그건 내 생각이 아닌데?
뭐 어쨌거나 마리아 가르시아가 이렇게까지 나와 주는데 여기서는 물러날 수가 없지.
“드워프들의 오러 무기를 충전시키기 위한 기사단이 필요합니다.”
그 말에 테인 공작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 그걸 어떻게? 』
“제 비공정에 달려 있죠.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게 대여해 드리겠습니다.”
그 제안에는 테인 공작 역시 흔들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러를 생성하는 기관은 테인 공작에게도 중요할 테니.
이 제안에 옆에서 가만히 침묵하며 지켜보던 루젠 공작도 깜짝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 마법사단을 전부 이끌고 합류하겠습니다. 』
하긴 루젠 공작은 마법사의 수장이지.
오러 기관에 대한 연구는 포기할 수 없는 제안일 것이다.
루젠 공작이 황제의 편을 들자 결국 테인 공작도 고민 끝에 허락을 했다.
『 황제 페하는 제 옆에서 절대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
고집을 꺾을 수 없다면.
가신이 따르는 것밖엔 길이 없었다.
<불멸> 이거 참. 황제가 저렇게까지 나오다니. 생각지도 못하게 전 병력이 다 나서게 된 건가?
<주호> 네, 그렇네요.
마지막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 저는 주호 공작을 믿습니다. 이번에도 반드시 이겨 줄 것이라고. 』
“네, 확실하게. 이겨 드리겠습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화끈하게 눌러 버린다.
* * * * *
모든 기사와 마법사단이 황실 비공정에 올라타고 마리아 가르시아 역시 테인 공작과 루젠 공작과 함께 황실 비공정에 올랐다.
사실 가르시아 궁보다 황실 비공정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여차하면 워프로 도망가 버리면 되니까.
테인 공작도 황실 비공정에 워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
그래서 허락했을 것이다.
그리고 황실 비공정에 올라탄 루젠 공작은 오러 트레이저를 보고는 새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세세히 살펴보았다.
저러니 마법사라는 건가.
테인 공작도 궁금하기는 해 보이는데 옆에서 지켜만 볼 뿐 딱히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기사단, 전부 오러를.”
명령을 내리자 다들 오러 블레이드를 피워 올렸다.
조금 진한 색부터 해서 연한 색까지 다소 차이가 있긴 했지만 온전한 오러 블레이드가 황실 비공정 갑판 곳곳에 피어오르자 황실 비공정 전체가 환하게 변했다.
장관이네.
이걸 찍어서 보여 줄 수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러 트레이저에 오러를 각자 쏟아넣게 했다.
《 오러가 충전되고 있습니다. 1 / 100% 》
《 오러가 충전되고 있습니다. 5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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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하나도 아닌 전체 오러 트레이저에서 동시에 올라왔다.
나와 재중이 형 둘이서 낑낑대며 오러를 불어넣던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속도에 재중이 형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웃어 버렸다.
재중이 형 역시 나를 보면서 똑같은 표정을 지었고.
<불멸> 진작에 이럴 걸 그랬나? 완전 초고속 충전 배터리잖아.
<주호> 정말 그러네요.
특히 눈에 띄는 것.
마법사단이 할 일이 없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의외의 상황이 생겼다.
마법사들이 기사들의 등에 손을 대고는 자신의 마력을 직접 전달해서 채워 주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버렸다.
<불멸> 저건?
<주호> 네, 좀 다르기는 해도. 마력 전달이네요.
<불멸> 하, 이번에 끝나고 나면. 어떻게든 빼 와야겠어.
효율이 어떻지는 모르지만.
이건 탐나잖아.
그리고 곧장 다른 기사단도 붙어서 오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오러 트레이저가 채워지는 데 몇 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 초고속이네.
NPC가 죽지만 않으면 거의 무한에 가깝게 쏠 수 있으려나?
“자, 갑시다.”
신호를 하자 곧장 황실 비공정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고.
드워프들이 부활하는 속도가 빠를지.
오러포가 나가는 속도가 빠를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