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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57화 (647/1,404)

#657화 엉망진창 방어전 (4)

오러포가 지나간 자리는 움푹 패여 형체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찰에 바닥이 끓어오르는 여타 다른 스킬들과 달리 이건 온전히 앞에 걸리는 모든 물체를 녹여 버리고 지나갔다.

그렇게 오러 트레이저를 쏘고 나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지금 오러포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

《 오러 충전율 - 0 / 100%. 》

《 오러포를 사용하시려면 오러를 충전해 주세요. 》

사용 방법은 일종의 용격이라고 보면 되려나?

오러를 완전히 충전해야 겨우 한 발이 나가는 공성 장비였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에 걸려 있던 오러 블레이드는 마력이 부족해지자 그대로 캔슬되어 버렸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마력을 잡아먹네.

원천마력을 얻고 난 뒤에 마력이 부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원천마력을 같이 쏟아부었음에도 이번에는 마력이 너무 많이 부족했다.

만약 이 원천마력이 없었다면 이 오러 트레이저를 온전히 사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최대치로 충전이 안 되면 사용이 안 되니까.

오러 블레이드가 캔슬되는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물었다.

“마력이 바닥난 거야?”

“네, 겨우 채워 넣었어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지금은 포신을 식히는 중인지 빨갛게 달아오른 오러 트레이저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포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범위를 벗어난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드워프들은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이거 참, 터무니없는 물건인데? 다시 사용할 수 있겠어?”

“음, 다시 사용하려면 마력을 채워야 하는데 이번에는 좀 걸릴 것 같아요. 좀 전에는 거의 다 채워져 있던 상태에서 부족분만 채웠거든요.”

“그런데도 마력이 부족했다고?”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나와 본인 그리고 우리 팀을 번갈아 바라봤다.

“일단 오러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너하고 나뿐인가.”

오러를 쓰려면 오러 스킬을 익히거나 오러를 쓸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지금은 나와 재중이 형 말고는 그게 불가능하니까.

거기다 원천마력이 없다면 한참 동안 바닥난 마력을 다시 채워 올려 오러를 집어넣어야 한다.

그것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그럼 당연히 마력에 공백이 올 테고.

전투 상태에서 즉석으로 충전을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둘이 동시에 채워 넣어도 바로는 쓸 수 없을 거예요.”

“미리 준비해서 써야 하는 일회용이다, 이거군.”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위력은 이미 눈앞에서 증명이 되었다.

가르시아 성벽 같은 방어물 구조만 아니라면.

일반 NPC는 한 방에 녹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유저들도 마찬가지.

물약을 써보기도 전에 녹을 것이 분명했다.

네임드 같은 체력 많은 녀석들도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 테고.

충전 문제와 공성 무기의 크기, 기동력을 고려한다면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쓸모가 있다.

전사 형이 오러포 주변을 한 번 빙 둘러본 뒤 내게 물었다.

“이 녀석, 혹시 황실 비공정에 실어지나?”

“한번 해 볼게요.”

보통은 함포들이 비공정의 장비로 선택 가능한데 이것도 될지는 미지수.

바로 황실 비공정을 꺼내 들자 역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오러 트레이저를 황실 비공정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설치하시겠습니까? 》

되네.

이런 면에서는 시스템이 좋았다.

“전사 형, 설치 가능해요.”

“오! 나이스! 그럼 바로 해, 좀 있으면 또 몰려들 거다.”

이번에는 오러포를 써서 쉽게 드워프들을 녹였지만 다음에는 그게 쉽지 않을 테니 이 자리를 빨리 뜨는 편이 나았다.

Yes를 선택하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오러 트레이저가 황실 비공정에 설치되었습니다. 》

시스템이 울리고 난 뒤 오러 트레이저는 그대로 황실 비공정의 함포로 이동되었다.

“공짜로 좋은 포를 얻었네요.”

기존 황실 비공정에 있던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이쪽의 파워가 좋을 것이다.

가르시아 제국에서조차 이런 장비는 구할 수도 없을 테고.

전사 형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하나로 끝낼 생각은 아니지?”

“당연하죠.”

바로 황실 비공정을 집어넣고는 다시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냈다.

“다들 올라타요!”

그러자 우리 팀이 우르르 달려와 아퀼라스 주니어에 올라탔다.

“나르샤 누나, 다른 오러 트레이저는 어느 쪽이에요?”

물어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르샤 누나가 방향을 알려 주었다.

“저쪽도 똑같아. 바로 쓸어버릴 수 있어.”

“네, 가죠.”

일단 기존의 함포는 다 바꿀 수 있으려나?

잠시 후, 이전과 똑같이 또 다른 오러 트레이저를 지키고 있던 드워프들을 잡고 오러 트레이저를 활성화시켰다.

혹시 추가로 설치가 되지 않을지도 몰라 마음을 졸이면서.

《 오러 트레이저를 황실 비공정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설치하시겠습니까? 》

“추가로 되네요.”

《 오러 트레이저가 황실 비공정에 설치되었습니다. 》

이로써 두 개째.

선미와 후미에 하나씩 설치가 되어 화력을 더 했다.

그리고 계속 나르샤 누나의 도움을 받아 주변을 돌면서 드워프가 남기고 간 오러 트레이저를 하나둘 회수했다.

《 오러 트레이저가 황실 비공정에 설치되었습니다. 》

《 오러 트레이저가 황실 비공정에 설치되었습니다. 》

.

.

오러 트레이저가 계속 황실 비공정에 추가로 달리자 점점 황실 비공정이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나만 느낀 것이 아는 듯 챠밍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저걸 전부 한 번에 쏘면 어떻게 될까요?”

“으음, 아마 성벽도 한 방이지 않을까?”

“정말 이렇게 다 주워 가도 되나 모르겠어요.”

챠밍 말대로 이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이 정도 급의 함포들을 구하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노력과 돈을 들여야 할까.

아마 쉽게는 얻지 못할 텐데, 지금은 그냥 길 지나가다 동전 줍듯이 너무 쉽게 오러 트레이저를 쓸어 왔다.

거기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오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중인데, 우리는 이미 비공정에 오러를 쏘는 함포를 달고 있으니.

그런 우리 대화를 듣던 전사 형이 다가와 챠밍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미 먹어 버린 걸 어쩌겠어? 그리고 이미 죄다 설치를 해 버려서 이젠 무르지도 못해.”

“하아, 좋은데 조금 걱정되어서 그러죠.”

그러자 전사 형이 내 등을 팡팡 치면서 말했다.

“이 녀석이 언제 정상적으로 게임 하는 걸 봤냐?”

전사 형의 그 말에 챠밍을 비롯한 우리 팀 모두 내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는 긍정의 뜻으로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

재중이 형이 다가오더니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는 말했다.

“자자, 회수할 수 있는 녀석들은 다 회수했으니 이제 올라가 보자고.”

그 말대로 한참을 돌면서 주변에 존재하는 오러 트레이저는 죄다 회수를 해 버렸다.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고.

포위해서 잡으려고 하면 빠르게 튀었다가 다시 돌아와 오러 트레이저만 싹 빼 가니 거의 미치지 않았을까.

이젠 황실 비공정을 띄우더라도 황실 비공정을 격추할 만한 무기가 드워프 쪽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곧장 황실 비공정을 띄워 하늘로 오르자 드워프들이 그저 바라만 볼뿐 아무런 공격도 하지 못 했다.

점점 지상이 점으로 변하고 더 이상 위협이 없어지니 이쁜소녀가 안심이 되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힘들어요.”

오러 트레이저를 지키고 있던 드워프들 대부분을 무력화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쁜소녀였으니 부담이 됐나 보네.

“고생했어. 잠시 쉬어. 조금 있으면 다시 싸워야 하니까.”

“네, 그냥 누워 있을게요.”

그러더니 이쁜소녀가 갑판에 그냥 대자로 누워 버렸다.

그때 전사 형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고대 드워프 왕이 난리 치지 싶은데? 회심의 무기를 다 빼 왔으니.”

“으음, 뭐 아무 말도 못할 걸요? 애초에 이런 무기를 숨기고 온 것도 고대 드워프 왕이고.”

미리 이야기했을 때는 이런 무기가 없었으니.

“혹시 이 녀석 진짜로 제국을 먹으려고 했던 것 아냐?”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안 되죠.”

만약 고대 드워프 왕이 자기 멋대로 날뛴다면.

그땐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 * * * *

가르시아 제국 내부는 현재 진격하는 드워프들과 막아 내려는 유저들의 싸움이 한창이었다.

“막아! 시가지를 더 내주면 안 된다!”

“저쪽 골목 블록 다시 세워!”

“탱커들 뭐하냐! 빨리 안 뛰어가?!”

“왼쪽은 어디 길드야? 왜 자꾸 뚫려?!”

“저쪽 라인 뚫린다! 궁수들 화살 쏟아부어!”

“빨리 힐 주라고!”

“젠장, 오러 쓰는 놈을 어떻게 막아!”

“저 새끼들 죽여도 계속 살아난다고!”

시가지 건물을 끼고 싸우기 때문에 얼핏 보면 유저들이 유리할 것 같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았다.

일선에서 밀고 들어와 오러로 유저들을 썰어 대는 저 드워프 전사들 때문에.

카앙!

파악!

서걱!

라지 쉴드를 든 유저들은 처음에야 어떻게 버텼지만 두 번, 세 번 공격받고는 얼마 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방어구가 너덜너덜하게 갈려 버렸다.

그리고 그 뒤는 경직이 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

뒤에서 힐을 집중적으로 넣어 줘도 앞에서는 버티지를 못했다.

거기다 시가지가 좁다 보니 한 번에 싸울 수 있는 인원도 한정되어 있었고, 당연히 오러를 쓰는 드워프 악령 쪽이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죽을 각오로 어떻게든 비벼서 죽인다 한들 고대 드워프 왕이 고스란히 살려놔 버리면 또 제자리.

유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안 돼. 그냥 넓은 장소로 가서 싸워!”

“제길, 보스는 구경도 못 해 보겠네.”

“보스 타령할 때냐, 바로 앞에 드워프 악령도 못 잡는데.”

“난이도가 대체 왜 이래?”

“누가 오러 쓸 줄 아는 사람?”

“없어, 그냥 웨폰 중첩해서 버텨 봐!”

드워프들보다 앞서는 유일한 화력인 마법사들이 꽤 분전을 했다.

일단은 좁게 병력이 형성되어 있으니 광역기를 깔아 두면 어떻게든 드워프들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건물 위로 궁수 유저들이 잔뜩 포진해 화살로 억지로 드워프들을 끊어냈고.

하지만 문제는 역시 근접전.

“아, 진짜! 길드 애들만 갈려 나가잖아!”

“우린 빠진다.”

“뒤로 후퇴해.”

“조금만 더 버티라니까!”

“금방 지원 들어올 거야.”

그렇게 양측 다 죽어 나가는 숫자가 많은 만큼 유저들의 포인트도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사실 저 포인트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유저들이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은 포인트에 따라 보상이 측정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버텨낼 수밖에.

그런 바쁘게 돌아가는 전투와 달리 우리는 황실 비공정에서 BJ들이 보여 주는 영상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가르시아 제국 공중에 떠 있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별 게 없었다.

【 오러 블레이드! 】

일일이 함포를 옮겨 다니면서 오러 트레이저를 충전 중이라.

“그쪽은 어때? 거의 다 됐어?”

“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요.”

재중이 형과 함께 마력을 오러로 바꿔 가면서 충전을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충전이 끝나가자 전사 형에게 물었다.

“전사 형, 상황은요?”

“시가지는 다 밀렸어. 드워프들이 세기는 세네.”

예상했던 대로 시가지에서 유저들이 후퇴를 해 저지선이 한참 뒤로 밀려나 버렸다.

이제 조금만 더 밀려나면…….

“가르시아 궁, 아니면 부활 장소네요.”

부활 장소가 먹히는 것은 최악.

그리고 가르시아 궁이 먹히는 것 역시 최악.

아쉽지만 우리가 방어할 수 있는 장소는 둘 중에 하나밖에 없었다.

“부활 장소는 유저들에게 맡기죠.”

바로 황실 비공정을 가르시아 궁 위쪽으로 이동시켰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드워프들이 가르시아 궁 근처까지 개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때 사장님에게 연락이 들어왔다.

<카이저> 아직이냐? 여기 잘못하다가 밀리겠는데?

<주호> 지금 갑니다!

“형! 하강요!”

“그래.”

그렇게 황실 비공정을 지상에 착륙시키자 가르시아 궁 주변에 모여 있던 수많은 유저들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제국의 기사단과 마법사단도 거의 다 여기에 몰려 있었고.

최후의 전선인가?

여기가 밀리면 끝이니 다 튀어나온 모양.

사방을 포위하면서 몰려드는 드워프 대군을 확인하고는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

그리고 황실 비공정의 모든 함포를 드워프들을 향해 조준했다.

【 오러 트레이저 발사! 】

파아악!

콰아아!

콰아앙!

엄청난 섬광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간 오러포가 주변에 몰려 있던 모든 드워프들을 한꺼번에 녹여 버렸다.

동시에 포인트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최전선에서 압박하던 오러를 쓰는 거대한 드워프 악령들 역시 이 오러포를 피해 가진 못했다.

아마 이제껏 유저들이 죽인 것보다 우리가 방금 죽인 숫자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아주 깔끔하게 초토화가 되어 버린 사방을 둘러보면서 유저들에게 크게 외쳤다.

오러를 쓰는 놈들만 없으면.

이제 이쪽이 이긴다.

“전원 돌격!!!”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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