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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55화 (645/1,404)

#655화 엉망진창 방어전 (2)

가르시아 성벽 아래에서부터 뭔가가 날아오자 유저들이 급격하게 고함을 쳤다.

“또 온다!”

“숙여!”

“앞에 방패 들어!”

쉬우웅!!

콰아앙!!

쿠웅!!

“컥!”

“꺄악!”

“흔들린다!”

“아무거나 잡아!”

성벽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성벽 전체가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그리고 그런 포격은 한 곳도 아닌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콰앙!

쿠아앙!

퍼엉!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가르시아 성벽 곳곳에 새겨진 희미한 마법진에서 하얀빛이 올라와 성벽을 감싸더니 바로 포격을 중화시켰다.

체력바를 살펴보니, 체력은 일단 그대로.

폭발의 충격은 있되 포격으로 인한 대미지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어드는 그런 마법진인가?

아마 성벽을 보호하기 위한 그런 마법진인 것 같은데.

방어 강도가 이전보다 월등히 세다는 것 빼고는 예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까지 놀라운 느낌은 없었다.

그보다는 드워프 종족이 쓰는 저 장비들이 문제였다.

옆에 재중이 형을 보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생각보다 더 센데요?”

“아아, 확실히. 잘못하다가는 수성에서부터 밀리겠어.”

마치 대포처럼 일자로 길게 뻗어 있는 데다가 곳곳에 붉은색 마법진이 가득 새겨져 있는 형태.

정확하게는 오러를 쏴대는 저 거대한 장치가 문제였다.

드워프 수십이 달라붙어서 쏘는 마법포.

그냥 화살 정도에 오러를 입혀서 쏘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거나 성벽의 방어력에 걸려서 사라지겠지만.

저 장비는 차원이 달랐다.

재중이 형이 가르시아 제국 성의 수성 장비와 드워프 종족의 공성 장비를 비교해 보더니 바로 혀를 찼다.

“이거 참, 이쪽의 수성 장비가 드워프보다 훨씬 아래네. 이래선 게임도 안 돼.”

<불멸> 아무래도 고대 드워프 왕이 전력을 너무 많이 숨겨놨는데?

재중이 형 말에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애초에 쪽수 문제가 아니었다.

가르시아 성에서는 이전에 우리가 쓰던 압축 하르포가 다수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만 해도 수성에는 차고 넘친다.

드래곤도 압축 하르포의 위력에는 몸을 사릴 정도니.

다만 이번엔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이쪽과 달리 드워프들은 오러포를 쏘니까.

포대의 숫자가 가르시아 성이 많기는 하지만 위력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런 오러포에 맞는 성벽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지는 못했다.

《 가르시아 성벽의 마법 방어 내구도가 95% 로 감소합니다. 》

《 가르시아 성벽의 마법 방어 내구도가 88% 로 감소합니다. 》

《 가르시아 성벽의 마법 방어 내구도가 76% 로 감소합니다. 》

.

.

계속되는 시스템 메시지들.

얼마나 가르시아 성벽의 마법 방어도가 떨어지는지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중이 형도 메시지들을 보더니 바로 혀를 찼고.

“너무 빠른데?”

“네, 이러면 얼마 안 있어서 무너질 거예요.”

하르를 써서 마법진이 보호해 주는 배리어가 다 달게 되면 그다음은 바로 성벽이 노출된다.

“그래, 성벽 자체는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지.”

성벽이 무너지면?

바로 대인전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럼 상황이 너무 복잡해져.

<주호> 가서 막을까요?

<불멸> 네가?

<주호> 네, 성벽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요.

재중이 형이 잠시 고민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

<불멸> 네가 나서면 확실히 저걸 부술 수 있기는 한데…… 흐음, 아냐. 그냥 둬 버려.

<주호> 이대로 지켜봐요?

<불멸> 어,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우리 목표에는 크게 상관없을 거다. 조금 빠르고 느린 차이가 있을 뿐. 아직은 상정한 범위 내야.

재중이 형이 말했듯이 당장 내가 나서면 어떻게든 저 오러포를 박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을 보니 유저들도 시스템 메시지가 뜨는지 난리가 났다.

“뭐야? 왜 이렇게 성벽 내구도가 빨리 떨어져?”

“미쳤네. 쟤들 무기가 그렇게 센 건가?”

“이대로 성벽 무너져도 되나?”

궁수들과 마법사들은 계속 공격을 퍼붓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눈은 시스템 메시지를 향하고 있었다.

내구도에 계속 빨간 불이 들어오는데 신경을 쓰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저 대포를 집중 공격해!”

“사거리 안 닿는데?”

“궁수 중에 힘 센 놈들 없어? 사거리 안 돼?!”

“난 된다!”

“나도!”

“사거리 닫는 녀석들 다 공격 쏟아부어!”

“광역기도 전부 퍼부어!”

“어차피 성벽 있으면 드워프들 못 올라와! 그냥 무시해!”

성벽이 무너지는 걸 걱정하는 유저들이 일제히 공격 목표를 오러포로 수정했다.

그리고 한꺼번에 날린 화살들과 마법들이 효과가 있는지 곧 몇 개의 오러포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옆에 조작을 하고 있던 드워프들도 죄다 죽여 버리고.

“오오! 효과가 있어!”

“좀 더!”

“몇 개만 더 부수면 된다!”

“그냥 옆에 있는 드워프들을 죽여! 그게 더 빨라!”

포가 부서지는 걸 본 유저들은 당연히 좋아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 저 아까운 걸 다 부수네.

그냥 뺏어 오면 될 텐데.

그래, 차라리 드워프들을 죽이라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불멸> 너 방금 아깝다고 생각했지?

<주호> 부수는 것보다야 낫죠. 저걸 떼다가 비공정에 달면 좋지 않을까요?

내 말에 다시 재중이 형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내게 말했다.

<불멸> 목표를 좀 수정할 필요가 있겠어.

그리고 재중이 형의 시선이 다시 오러포로 향했다.

그런 시선을 보자마자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

<주호> 지금 저걸 먹자고요?

<불멸> 크큭, 역시 척하면 척이네.

<주호> 쉽지 않을걸요?

<불멸> 아냐, 곧 성벽이 무너지고 나면. 기회가 올 거다.

기회라…….

얼마 뒤.

유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벽 전체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 가르시아 성벽의 마법 방어 내구도가 11% 로 감소합니다. 》

일정 이하로 마법 방어가 내려가니 뭔가가 불안정해진 모양.

거기다 조작하던 드워프를 죽였지만, 죽였던 놈들이 그대로 다시 살아나 오러포를 조작하니 공격도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걸 알고 아예 오러포를 박살내 버리려 하니, 드워프들도 오러포 주변으로 라지 쉴드를 잔뜩 들어 올렸다.

탱크에 방어 장갑을 몇 배로 둘러친 셈이다.

《 가르시아 성벽의 마법 방어 내구도가 0%가 됩니다. 》

《 성벽이 공격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

그리고 유저들이 우려하던 순간이 다가왔다.

마법 방어가 없어지면서 성벽이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자 급격하게 성벽이 흔들렸다.

콰앙!

콰아앙!

쿠우웅!

오러포는 성벽에 균열을 만들었고, 이어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물리적인 포탄도 계속 날아와 성벽을 두들기자 성벽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으아! 성벽이 흔들린다!”

“저쪽 벌써 내려앉았어!”

“젠장, 무너지잖아!”

“다들 내려가! 여기 있으면 죽는다!”

그걸 본 유저들이 서둘러 성벽 안쪽으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굳이 병력이 성벽에 올라오지 않더라도.

그냥 성벽을 충분히 부술 수 있는 저력인가.

이건 드워프들을 너무 쉽게 본 결과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스칼렛이 내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드워프들이 이렇게 쉽게 성벽을 부술지는 스칼렛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조금 당황하는 눈치는 보였으나 그렇다고 해도 흔들리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우리도 내려가죠. 어차피 늦으나 빠르나 무너졌을 성벽이잖아요.”

“그렇긴 해요.”

우리 탐사대 사람들 역시 번잡한 가운데 성벽을 타고 가르시아 성안으로 내려왔다.

사장님과 최강 길드 사람들.

달 길드.

치맥 길드.

미르 길드.

퍼스트클래스 길드까지.

다들 한자리에 모여서 나와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바로 오더를 내렸다.

“성벽이 무너졌으니 원래 계획대로 갑니다. 시가지 1차 라인과 2차 라인까지는 아마 유저들도 쉽게는 밀리지 않을 겁니다. 가급적이면 오러를 쓰는 드워프들과는 부딪히지 마세요. 일단 거기까지는 함께 드워프들과 싸우고. 그 이상 밀리면 부활 지점을 사수하려 할 겁니다.”

가르시아 제국 내에서도 부활을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 장소이 먹히면 쟁 자체가 안 된다.

부활하는 족족 죽을 수 있으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재중이 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유저들 역시 그 점을 잘 아니 거기까지는 먹히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린 더 중요한 곳을 지켜야 해요.”

그러면서 시선을 돌려 멀리 보이는 가르시아 궁을 바라보았다.

황제인 마리아 가르시아.

이 공성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마리아 가르시아가 있는 가르시아 궁은 무슨 수가 있더라도 지켜야 하는 곳이고.

“우리는 가르시아 궁을 지킬 겁니다. 다들 늦지 않게 타이밍 잘 맞춰서 라인을 뒤로 물리세요. 방위는 사장님이 정해 줄 겁니다.”

그러자 이슬두잔이 물었다.

“화련 님은요?”

“아, 헤라 길드는 아직 합류를 못 했어요. 보다시피 요새가 쑥대밭이라. 따로 움직일 겁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방침이 정해지자 다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와 우리 팀은 오히려 성벽 쪽을 향해 이동하자 스칼렛이 깜짝 놀라 말했다.

“어디 가요? 그쪽은 라인하고 반대인데.”

스칼렛이 성안 시가지를 따라 라인을 형성해 가는 유저들을 가리켰는데, 사실 우리는 전혀 다른 일을 할 생각이라…….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급하게 계획을 수정했다.

“가지러 갈 물건이 좀 있어서요.”

“네? 물건요? 저런 대부대를 뚫고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날 보는 스칼렛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원래 가지고 싶은 물건은 구하기 어려운 법이라.”

그리고 딱히 저 드워프 부대 사이로 뛰어들 생각도 없었고.

우리도 목숨 아까운 줄 아니까.

그런 내 생각을 모르는 스칼렛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필요해서 하는 일이죠?”

“으음, 반반요. 아마 필요해질지도 모르고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단독 행동은 말리고 싶은데. 그렇다고 안 할 분들도 아니고. 하지만 너무 늦게는 안 돼요.”

“네, 빨리 돌아올게요.”

우리 쪽 사람들이 시가지 사이로 뛰어들어 가는 것을 보고는 곧장 드래곤 펫인 아퀼라스를 꺼냈다.

크엉!

그동안 페가수스를 더 많이 타고 다녔더니 아퀼라스는 나오자마자 나를 흘겨보았다.

“아, 미안. 오랜만이야. 일단 다들 올라타요.”

우리 팀 모두 아퀼라스에 올라타는 순간 바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어?! 용이다.”

“주호?”

“어디 가는 거야?”

그런 유저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하늘로 날아오르자, 대략적인 군세가 눈에 들어왔다.

성벽에서 볼 때보다 더욱 쉽게.

이런 이유로 비공정과 탈것을 띄워 놓은 유저들도 제법 보였고.

공격은 못 하더라도 정찰의 용도로 쓴다면 충분히 괜찮았다.

하지만 우린 정찰할 생각이 1도 없었다.

“가자.”

아퀼라스를 타고 고도를 더 높여 완전히 성이 점으로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

어설픈 고도에서 날면 드워프들의 공성 무기에 저격당하니까.

좀 전에 확인한 정확도라면 아퀼라스를 맞출지도 모르는 일이라.

완전히 올라온 후.

성이 아닌 드워프 족의 후방을 향해 쭉 날아갔다.

계속 날아가 어느 위치에 도달하자 재중이 형이 말했다.

“여기서 조금 기다리자.”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자 성벽을 넘어 드워프 대군들이 진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개떼처럼 성벽을 넘은 뒤 자신들을 저지하려는 유저들과 시가지에서 뒤엉키는 모습까지.

“타임이다. 내려가자.”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싹 쓸러 가 볼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드워프들의 공성 무기인 오러포.

공짜로 챙길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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