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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53화 (643/1,404)

#653화 뒷거래 (9)

다시 나온 레릭 왕국의 지상에는 여전히 유저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우리 팀들은 아직 적응을 못 했는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챠밍이 먼저 내게 말했다.

“진짜 말 한 마디로 고대 드워프 왕을 들었다 놓았어요.”

“뭐, 어렵진 않았어. 녀석이 제일 무서워하는 걸 보여 주고. 그다음에 제일 원하는 걸 보여 주면 되니까.”

예스나 노가 아닌.

그냥 이거냐 저거냐를 갈라놓고 물어보는 순간부터.

고대 드워프 왕은 내게 말려든 셈이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를 아예 주지도 않았다.

이쁜소녀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전 거기서 싸울지 알았어요. 진짜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쁜소녀를 향해 말했다.

“미리 재중이 형과 입을 맞춰 봤어. 고대 드워프 왕이 어떻게 나올지.”

지금의 방법은 재중이 형이 큰 도움을 주었다.

아이디어는 내가 내고.

재중이 형이 가다듬어 주자.

멋진 그물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그물에 대어가 걸려들었다.

고대 드워프 왕이라는.

그때 막내별이 궁금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가르시아 제국에 신성 제국의 무기가 있었어요? 처음 듣는데.”

“아, 그건. 뻥카였어요.”

“네에?”

내 대답에 막내별뿐만 아니라 이쁜소녀, 챠밍, 나르샤 누나. 전사 형까지.

모두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황제와 독대할 때는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애초에 없다고요, 그런 건. 사실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아, 세상에. 아예 없는 물건으로 뻥을 친 거였어요?”

“네, 뭐 그렇죠. 그냥 있을 것 같다? 그런 감이죠.”

내 대답에 놀라는 막내별의 표정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음, 신성 제국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있지 않겠어요?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가.”

“그래도 그렇게 쉽게 속아요? 전에 말하기로 신성 제국은 망했을지도 모른다면서요.”

막내별의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건 고대 드워프 왕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죠.”

“아, 그렇겠네요. 고대 드워프 왕은 제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오히려 카르바할이 더 잘 알 겁니다.”

용의 지대에 있었던 카르바할은 제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지만 반대로 고대 드워프 왕은 정보가 아예 단절되어 있었다.

이번 일들도 거의 내게 정보를 얻어서 움직였으니 더 말해 뭐할까.

그런 우리 둘을 보던 재중이 형이 생각난 것이 있는지 말을 꺼냈다.

“고대 드워프 왕의 태도를 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뭐를요?”

“신성 제국에는 확실히 마족을 제압할 만한 무기가 있다는 걸. 만약 그런 무기 자체가 없었다면…….”

“고대 드워프 왕이 그렇게 쫄지를 않았겠죠.”

“빙고.”

전혀 모른다면 겁을 먹지도 않는다.

반대로 잘 알기 때문에 겁을 먹었다는 건가.

챠밍이 그 말을 듣고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고대 드워프 왕이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은 거네요?”

“그래, 실제로 그런 무기가 있으니까.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니 난 손을 떼겠다. 이런 느낌이었지.”

만약 이러면 결론은 하나로 좁혀진다.

챠밍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말을 이었다.

“아! 그럼 신성 제국에 봉인된 마족의 무기 말고도 영웅의 무기가 또 있을까요?”

재중이 형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했고.

“아주, 아주 높은 확률로.”

생각 이상의 수확이네.

말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 정보를 싹 뽑아냈다.

얻을 정보는 다 얻었고.

이제는 마무리만 남았다.

“그럼, 끝으로 한 번만 더 놀아 보죠.”

이번 무대의 피날레를 보여 줄 시간이다.

* * * * *

- 와, 난리 났다.

- 왜? 무슨 일 있음?

- 레릭 왕국에서 드워프들 개떼처럼 나타남.

- 뭐? 전부 사라지지 않았음?

- 다 죽은 것 아니었나?

- ㄴㄴ. 지금 병력 장난 아님.

- 지금까지 안 보이던 드워프 악령들 한자리에 다 뭉친 듯.

- 아씨, 너무 많잖아. 근데 저것들 어디로 가는 거야?

- 레티어스 요새로 가는 것 같은데?

초비상.

그동안 아예 보이지도 않던 몬스터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마치 하나의 군대처럼 한자리에 결집했다.

거기에 그 드워프 악령들 수만이 모여 동시에 이동하자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레릭 왕국 근처에 모여서 왕국을 복구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의 행보는 완전히 반대였다.

그리고 지금 가장 비상이 난 사람은 다른 아닌 화련.

<화련> 저것들이 왜 이쪽으로 굴러와?!

수만의 몬스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겁나는 일인데 그 몬스터들이 화련의 레티어스 요새를 향해 그대로 전진 중이었다.

연락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

<주호> 방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어요?

<화련> 아, 몰라. 지금 당장 준비해도 저 정도 병력은 절대 못 막아.

화련의 자금이면 병사 NPC들을 대량으로 구해 배치를 할 순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한들.

지금의 저 드워프 군단의 수는 너무 많았다.

아마도 괜히 돈만 들이고 싹 쓸려 버릴 확률이 높았다.

아니, 높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그렇게 된다고 봐야지.

<주호> 유저들을 모아 볼까요?

<화련> 칫, 시간이 너무 없어. 모으기도 전에 당할 거야.

화련도 길마를 하기도 했고, 이전에는 더 수가 많은 연합도 굴려 본 경험자였다.

병력 운영에는 이미 수준급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화련이 딱 사이즈를 보자마자 혀를 내둘렀다.

<주호>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화련> 아, 짜증 나.

그리고 한참 아무 말도 없다가 결국 화련이 내게 자문을 구했다.

<화련> 너, 이런 거 잘 하잖아. 방법 없어?

<주호> 흐음,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

<화련> 있어?

<주호> 레티어스를 포기하죠.

<화련> 뭐?

<주호> 지금 저 병력. 정상적인 병력이 아닙니다.

<화련> 알아듣게 이야기해.

<주호> 고대 드워프 왕이 나섰어요.

<화련> 그 마족 네임드?

<주호> 네임드는 아니지만. 능력치는 그에 준하다고 보면 될 겁니다. 거기다가 수하로 저렇게 많은 군단을 달고 있어요. 이제까지와는 사이즈가 달라요.

심지어 마족이기도 하지.

전투 능력만 따지면 이제까지와 달리 압도적일 것이다.

<화련> 아, 하필 왜 레티어스야!

왜 레티어스냐면…….

레릭 왕국에서 가르시아 제국으로 가는 최단 길목에 레티어스 요새가 있었다.

내가 고대 드워프 왕이라도 충분한 병력이 있는데 굳이 빙 돌아서 바이탄 요새나 쿠론 요새로 가지는 않을 터.

사실 저쪽도 그렇게 시간이 널널한 편은 아니니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보려면 레티어스 요새를 지나가는 쪽이 맞다.

<주호> 어떻게 하실래요?

<화련> 칫,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레티어스는 포기할래. 막다가 돈만 더 들어갈 거야.

화련다운 빠른 판단이었다.

<주호> 네, 잘 생각하셨어요.

솔직히 버티면 어쩌나 했어.

고대 드워프 왕의 목적은 가르시아 제국이지 그 중간에 있는 레티어스 요새는 아니니까.

괜히 화련이 애를 쓰면서 버티면 지금은 한 탐사대로 묶여 있는 우리도 억지로 나서야 했다.

<주호> 일단 내어주셨다가 다시 차지하세요.

<화련> 뭐? 그게 돼?

<주호> 고대 드워프 왕의 목적은 거기가 아니거든요.

<화련> 그럼? 제국으로 간다는 거야?

<주호> 말을 아껴서 좋네요.

<화련> 흐음? 믿어도 되는 거지?

<주호> 네, 일단은요.

<화련> 알았어.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겠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티어스 요새를 화련이 그대로 비워버렸다.

길드원들, NPC병력 할 것 없이.

전부 깔끔하게.

- 어? 레티어스 요새 봐라.

- 저걸 왜 비워? 싸워야 하는 것 아님?

- 미쳤나? 지금 몰려오는 숫자 봐라. 버티다가 싹 밀리겠구만.

- 그래도 성벽 요새가 있잖아. 버티다 보면 유저들도 도와줄 거고.

- 당장 어떻게 저만큼 유저들이 모여? 어림도 없다.

- 아, 진짜 대대적으로 모으지 않으면 상대도 안 될 듯.

몇몇 유저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봤다.

같이 싸워 줄 수도 있긴 한데 지금 당장은 그렇게 메리트가 없었다.

“결국 이런 규모의 병력을 상대하려면…….”

재중이 형이 옆에서 말을 이었다.

“퀘스트밖에 없겠지.”

“네, 퀘스트밖에 없죠.”

그것도 제국에서 내거는 큰 규모의 퀘스트.

이 정도는 되어 줘야 유저들이 나설 것이다.

“그전에는 어림도 없어.”

지금은 유저들이 고대 드워프 왕이 저기 섞여 있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곧 알게 되겠지.

얼마 후.

고대 드워프 왕이 이끄는 군단이 레티어스 요새를 말 그대로 쓸고 지나갔다.

- 어우야, 레티어스 작살나는 거 봐라.

- 화련 완전 속에 불나겠는데?

- 저러면 끝난 것 아냐?

- 모르지. 병력을 미리 다 빼서.

- 화련도 판단 하나는 끝내주네.

- 그럼 뭐 하냐. 요새가 날아갔는데.

그렇게 레티어스 요새에서 저항이 없자 의외로 드워프 군단이 빠르게 레티어스 요새를 벗어나 버렸다.

치고 들어갈 때만큼이나 빠른 이동에 놀라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 어? 레티어스 요새를 차지하려던 것 아니었어?

- 아닌 모양. 그냥 지나갔다.

- 뭐지? 이 황당함은?

- 그러게, 저기서 버티고 안 움직일 줄 알았는데.

- 그럼 저것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 으음, 진행 방향을 보면…….

- 설마 가르시아 제국?

- 맞네. 바로 가르시아 제국 치러 가나?

유저들의 예상이 맞았다.

바로 화련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화련> 진짜 그냥 지나가잖아?

<주호> 제 말이 맞죠?

그러더니 잠시 화련의 말이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화련> 너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야?

<주호> 꾸미다니요. 누가 들으면 저 녀석들을 제가 움직인다고 생각하겠어요.

<화련> 으음, 그건 확실히 말이 안 되네. 내가 너무 나갔나? 아무튼 너 진짜 수상해.

아이고.

감도 좋지.

내 말대로 너무 정확하게 되어 버리자 오히려 의심을 했지만 예상할 수 있는 한계는 딱 거기까지였다.

<화련> 아씨! 그리고 저거 다 수리해야 하잖아!

현재 쑥대밭이 된 레티어스 요새.

애초에 소유권 자체가 넘어가진 않아서 다시 화련이 들어가서 고치기만 하면 된다.

돈이 많이 들겠지만.

한참 화를 내던 화련이 내게 물었다.

<화련> 너 저거 잡을 생각이야?

<주호> 일단은요. 메인이잖아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유저들에게서 제보가 들어왔다.

- 고대 드워프 왕!

- 어! 나도 발견!

- 그럼 이게 메인이야?

- ㅇㅇ. 저거 잡아야 함. 보상 장난 아니잖아.

- 당장 길드원들 다 들어오라고 해야겠다.

- 비상 소집해.

- 전부 가르시아 제국으로 달려!

《 메인 퀘스트 : 마족 고대 드워프 왕의 처지. 》

- 드워프 왕, 카르바할을 도와 고대 드워프 왕을 저지하라.

- 마족으로 부활한 고대 드워프 왕 처지.

- 퀘스트 보상.

『 레릭 왕국 통치권. 』

『 마족의 심장.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 10강 일반 강화석. 』

『 +1 확정 정제 강화석 』

『 원정대 포인트 500000 P. 』

『 가르시아 제국 공작 작위. 』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내가 생각해도 이 정도면 끝나는 보상들이지.

기여도를 생각하면 직접 고대 드워프 왕을 잡아야겠지만.

《 메인 퀘스트 : 카르바할의 부탁 / 드워프 종족의 복구 》

- 카르바할을 도와 드워프 종족을 원래대로 돌려놓아라.

- 어둠의 레릭 왕국 멸망.

- 혹은 고대 드워프 왕 제거.

- 퀘스트 보상.

『 원정대 포인트 1000000 P 』

『 한계 돌파 강화석.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동시에 걸려 있는 메인 퀘스트.

심지어.

《 돌발 퀘스트 : 가르시아 제국 방어전(특급). 》

- 가르시아 제국 수호.

- 혹은 고대 드워프 왕 제거나 패퇴.

- 퀘스트 보상.

『 원정대 포인트 1000000 P 』

『 한계 돌파 강화석.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 가르시아 제국 작위 』

- 기여도에 따라 작위 수여.

- 후작 위, 백작 위, 자작 위, 남작 위.

(공작 위는 제외됩니다.)

아주 그냥 아이템을 쏟아부어 주는구나.

심지어 돌발 퀘스트에 작위까지 걸리게 되었다.

워낙 작위가 많이 비다 보니 이번 돌발 퀘스트가 시험대가 된 것 같았다.

그만큼 적이 위협적이기도 했고.

그리고 이건.

운영자들이 그렇게 그리던 그림이었다.

전 유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이벤트.

거기다 여기서 잘하기만 하면.

바로 원정대 포인트 1위를 엎어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까지의 모아 둔 수치를 무시할 정도로.

죽 쑤다가 딱 한 번만 잘하면 된다는 게 이런 상황이겠지.

결국 전 서버에 비상이 걸렸고.

나가 있던 유저들이 전부 접속하는 사태를 만들어내었다.

재중이 형이 더 없이 빨리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보상 걸리니까 난리 난 것 보소.”

그리고 나 역시 웃어 보였다.

저들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고대 드워프 왕에게 선물로 뭔가를 빌려주었으니까.

유저들이 알면 기겁을 할 만한.

“이번에 양념을 제대로 쳐놨거든요. 아마도 피를 말릴 겁니다.”

그럼 전 유저들이 죽어 나가는 멋진 그림을 그려 볼까나?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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