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47화 (637/1,404)

#647화 뒷거래 (3)

서로 짜고 고스톱.

반대편에 서야 하는 마리아 가르시아와 론도 후작이 손을 잡자 말도 안 되는 뒷거래가 만들어져 버렸다.

원래라면 견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될 수가 없지만.

지금은 특수 상황이었다.

론도 후작이 자신의 목을 걸고 있는.

여기서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론도 후작도 나락으로 떨어지니까.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걸 내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재중이 형과 함께 이런 작전을 만들었던 것이다.

외줄을 타고 있는 론도 후작을 이용한 추가 이득.

그렇게 론도 후작의 편을 들면서 살길을 열어 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 점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론도 후작 입장에서는 내가 자신의 방패막이가 되어 줬으니 약속은 확실히 지킨 셈이었다.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친밀도가 어느 정도 깎일 예상도 했었는데.

론도 후작의 편을 들었다가 역풍이 불 수도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친밀도는 견고했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마리아 가르시아는 세력을.

론도 후작은 기존의 지위를.

그리고 난 그 둘 사이에서 단 한마디만으로 귀족들의 임명 권한을 얻어냈다.

누구 하나 손해 볼 것 없는 뒷거래.

론도 후작이 좀 손해를 봤다고 하면 본 건가?

표정을 살펴보니 딱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잘 넘어가서 다행이라는 표정에 가까웠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사실 론도 후작의 방패가 되어 준 것도 론도 후작이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이었다.

해 줘야 할 것도 남았고.

재중이 형도 이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멸> 역시 우리 황제님, 통이 크네.

<주호> 저도 이 정도까지 해줄 줄은 몰랐어요.

어느 정도 이득을 줄 것이라고는 예상했는데 아예 전권을 맡겨버릴 줄이야.

그렇다고 아예 모든 권한을 맡긴 것은 아니었다.

이어지는 마리아 가르시아의 말.

『 주호 공작에게 이번 전쟁으로 공석이 된 남작 작위를 임명할 권한을 내린다. 』

일단 남작까지인가?

재중이 형을 바라보니 내게 응답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불멸> 아무래도 자작, 백작까지는 마리아 가르시아도 부담이겠지.

<주호> 흠, 조금 더 딜을 해 봐요?

<불멸> 아냐. 충분해. 아마 마리아 가르시아 입장에서는 챙겨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챙겨 준 걸 거다. 여기서 더 나가면 론도 후작도 반발할 거다.

역시 이 이상은 무리라는 뜻이겠지.

마리아 가르시아가 자작이나 백작 작위에 대한 임명 권한은 내려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론도 후작도 양보할 수 있는 한계점은 명확해 보였고.

너무 많은 권한을 받으려다가 오히려 다 잃을 수도 있기에 여기서 적당히 손을 놓았다.

사실 남작 작위 임명권만 해도 차고 넘친다.

작위를 얻지 못해 손을 벌리는 자들이 밖에 우글우글하니까.

그리고 이제 우리가 공석을 채워 넣으면.

귀족들 중 NPC들만큼이나 유저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이어지게 될 것이다.

아마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판도가 되려나?

꽤 재밌어지겠네.

그렇게 뒷거래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향으로 끝난 뒤.

“론도 후작. 그럼 일을 진행해 주세요.”

론도 후작은 경매를 진행해야 하니 이쯤에서 보내 주고.

내 신호에 론도 후작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론도 후작이 나간 뒤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작위 임명권은 정말 감사합니다.”

『 제게도 좋은 결과예요. 그리고 주호 공작을 믿으니까요. 주호 공작이 없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지도 못할 텐데요. 』

이거 참.

부담스러울 정도의 믿음인데?

아마 내가 반역을 하지 않는 이상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점이 마리아 가르시아를 신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잠시 제국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얻은 뒤.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혹시 마검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 마검 말인가요? 』

내가 갑자기 마검에 대해 묻자, 마리아 가르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 들고만 있어도 마족으로 변하게 만드는 마검이 있더라고요.”

『 음, 고서에 마검에 대한 이야기도 있기는 했어요. 전승되는 이야기에서는 상위 마족이 자신의 힘을 부여해서 만든 무기라고 나와 있어요. 영웅의 무기에 대척하는 마족의 무기로요. 』

《 마리아 가르시아에게서 마검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

《 원정대 포인트가 30000P 상승합니다. 》

그때 나와 재중이 형에게서 포인트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단순히 마검에 대해서 알기만 해도 이런 포인트인가?

나쁘지 않네.

마리아 가르시아가 과연 다른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해 줄지는 의문이라 아무나 얻는 포인트는 아니겠지만.

재중이 형도 이런 점은 놀라운지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돌발 퀘스트의 포인트가 20만인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3만이 적은 포인트는 아니지.

뭔가 순서가 바뀐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마 마검에 대해서 먼저 알고 난 뒤에 마족으로 변해 버린 론도 후작이나 마족인 가짜 황제와 대면하는 쪽이 더 순서에 맞으려나?

그리고 마리아 가르시아가 말한 마지막 말에 더 신경이 쓰였다.

<주호> 영웅의 무기에 대척한다는 게 영웅의 무기와 싸울 정도로 강하다는 거겠죠?

<불멸> 아아, 나도 그렇게 들었다. 확실한 건 붙여 봐야 알겠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강하다면 반드시 얻어야 해.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가 다시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물었다.

“마검을 다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요?”

『 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검은 마족들만 다루는 무기라고 나와 있어서요. 성마 전쟁 때도 마검을 다루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

그 말에는 어느 정도 수긍했다.

재중이 형 역시 마찬가지.

<불멸> 하긴, 마검을 잡기만 해도 마족으로 변해서 날뛰는데 정상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겠지.

<주호> 결국 방법이 없다는 건가요?

<불멸> 아직은.

이건 좀 아쉬운데.

마검을 손에 넣기까지 했는데 쓸 수가 없다니.

그런 우리를 보고 뭔가 한참을 고민하던 마리아 가르시아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물어보았다.

『 혹시…… 마검을 보셨나요? 』

음.

이건 어떻게 대답해야 한다?

마리아 가르시아는 마검은 마족만이 쓸 수 있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되는 건가?

<불멸>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주호> 역시 그게 낫겠죠?

<불멸> 마족에 대해서는 저쪽도 민감할 테니까. 확실해질 때까지는 모르는 걸로.

안 그래도 가짜 황제라는 마족이 제국을 한바탕 뒤집어놓고 갔었다.

한때는 아예 황좌를 차지하고 앉아서 왕 노릇도 했었고.

마족의 마 자만 들어도 벌떡 일어난 사람들이 주변에 바글바글해.

마족을 잡고 나왔다고 하면 또 모르긴 하겠지만.

이 경우에는 마족의 무기를 공개해야 할 테니까.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었다.

“아뇨, 그냥 들리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혹시 싶어서 물어봤어요.”

그러자 마리아 가르시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마족의 무기는 절대 멀리하세요. 주호 공작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전……. 』

“네, 조심하죠.”

<불멸> 저 봐라. 마족이라는 말만 나왔는데도 저러는데, 네가 마족의 검을 들고 있다고 하면 난리가 날 거다.

<주호> 하하…….

걱정해 주는 건 고맙긴 한데.

당분간은 말도 못 꺼내겠군.

이제 어쩐다.

마리아 가르시아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때 마리아 가르시아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 아, 잊고 있었는데 마족의 무기를 봉인했던 적은 있었어요. 』

뭐?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마리아 가르시아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봉인 말입니까?”

『 네, 성마 전쟁 때 신성 제국에서 한 번 마족을 제압했다고 들었어요. 』

신성 제국?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나라가 더 있는 건가?

《 마리아 가르시아에게서 신성 제국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

《 원정대 포인트가 100000P 상승합니다. 》

아주 원정대 포인트가 막 들어오는군.

그것보단 지금은 저 신성 제국이 더 마음에 걸렸다.

“신성 제국요?”

『 네, 오래전에 멸망했다고 들려오긴 했는데 그때는 다들 성마 전쟁에서 패해 멀리 흩어지던 시기라서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해요. 』

“그거 혹시 200년도 넘은 이야기 아닌가요?”

내 물음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티아가 봉인당한 게 200년은 넘었다고 했으니…….

생각해 보면 마족이 봉인당한 일이 벌써 두 번째인가?

아스티아 역시 봉인된 상태였다고 들었다.

거기다 아스티아 역시 자신의 무기를 찾는 중이었고…….

어?

설마.

이게 아스티아가 찾던 그 마족의 무기이려나?

재중이 형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내게 말했다.

<불멸> 혹시 이게 아스티아의 무기냐?

<주호> 으음, 모르겠어요. 맞으면 굉장히 뭔가 헛수고를 한 것 같기도 하고.

분명 가르시아 제국에 자신이 봉인될 때 잃어버린 마검이 있을 거라고 아스티아가 말했었다.

<불멸> 가짜 황제가 아스티아의 무기를 회수해서 론도 후작에게 준 건가?

<주호>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어요.

<불멸> 흐음. 일단은 놔둬 봐야겠네.

아스티아가 오면 확실히 내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스티아가 자신의 무기가 대검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불멸> 그보다는 신성 제국에 대해서 더 물어봐.

<주호> 네, 저도 궁금했어요.

<불멸> 마족의 무기가 영웅의 무기만큼 강하다면. 얻으러 갈 필요가 있어.

그 말에는 나도 동감이었다.

신성 제국이 지금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마족의 검을 봉인한 봉인지는 그대로 있을 테니까.

지금은 완전히 쓰지는 못하더라도 그때쯤이면 분명히 쓸 방법이 생길 터.

“신성 제국은 어디쯤에 있어요?”

『 설마 신성 제국을 찾아 나서려는 것은 아니죠? 』

불안한 눈빛으로 날 보던 마리아 가르시아의 떨리는 표정을 보고는 아차 했다.

이건 집에 혼자 놔둔 아이를 보는 기분이라.

마리아 가르시아의 지지 세력 중 내가 차지하는 지분이 적지 않다.

아니, 거의 반은 넘어간다고 봐야겠지.

“여기가 안정되면요. 바로 가지는 않을 겁니다.”

『 하아, 어차피 말려도 가시겠죠. 』

얘도 너무 나를 잘 아네.

어차피 황실 비공정이나 페가수스가 있으니까.

오려고 하면 한 번에 날아올 수도 있었다.

마리아 가르시아도 그 점을 아니까 아예 반대하진 않는 것이다.

『 정확한 위치는 저도 잘 몰라요. 대신 이걸 드리겠어요. 』

그러더니 마리아 가르시아가 특이한 반지를 하나 꺼내 들었다.

흐음.

저건 뭐지?

황금색의 날개가 양각되어 있는 화려한 반지.

마리아 가르시아와는 좀 어울리지 않은, 너무 튀는 반지였다.

『 신성 제국의 교황에게서 예전 선제가 받았던 물건이랍니다. 이게 있으면 신성 제국의 성물로 인도한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제게 쓸모가 없는 물건이지만. 』

그리고 그 반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 주호 공작이라면 쓸모가 있겠죠. 』

“감사합니다.”

이건 뜻하지 않게 득템한 건가.

그런 나를 보고는 마리아 가르시아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 다치지 마세요, 주호 공작. 』

* * * * *

알현을 끝내고 밖에 나왔더니 재중이 형이 놀리듯이 말을 꺼냈다.

“하, 누군 걱정해 주는 황제가 있어서 좋겠다. 난 신경도 안 쓰던데.”

“그런 거 아니에요.”

“아주 끔찍이 아끼던데?”

“뭐 좀 그렇긴 하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반지를 꺼내 들었는데 아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흠, 역시 여기서는 별다른 표시가 나지 않는군.”

그러다 인벤에 들어와 있는 아이템 중 하나에 눈이 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두 개.

『 마족의 심장. 』

그리고 두 개의 심장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족의 심장과 무기라…….

이거.

가능하려나?

무심결에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형, 혹시 마족이 되어 볼 생각은 없어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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