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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39화 (629/1,404)

#639화 가짜 전쟁 (7)

론도 후작.

아마도 저 대검의 능력을 빌려 살아 있는 건가?

사실 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이유 중에 하나가 저 론도 후작이었다.

당연히 가장 큰 이유야 내게 불필요한 귀족들을 싹 죽여 버리기 위함이었고.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엉덩이가 무거운 귀족들을 죽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누구에게도 전혀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그것도 한 번에 모든 귀족의 목을 쳐야 하니까.

론도 후작은 그런 과정에서 나오는 하나의 보너스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론도 후작이 가지고 있는 저 대검은 아마도 NPC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이템일 테고.

예전에 로가슈 왕국의 창기사인 한켈을 죽여 라이데인을 얻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결국 론도 후작이 죽어야 저 대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론도 후작을 그냥 정면에서 싸워 이기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녀석은 테인 공작과 더불어 제국 내 최고의 기사 중 하나니까.

테인 공작 때만 해도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싸운다고 해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이야 스펙이 더 올라갔으니 이야기가 다르긴 하지만.

NPC들도 성장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아.

이미 론도 후작과 한 차례 붙어 보기는 했는데 그때는 서로 간만 본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한 전력을 보지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론도 후작과 제대로 붙는다라…….

론도 후작이 내가 검을 한 번 휘두르면 픽 하고 죽어줄 만한 NPC도 아니었기에 분명히 시간이 끌리면서 주목을 받게 될 것이었다.

그것도 귀족파의 귀족들과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완전히 죽일 각오로?

이건 내가 공작이라고 해도 상당한 리스크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 싸움이다.

그러면 마리아 가르시아도 이런 경우에는 내게 손을 들어주기 힘들 것이다.

론도 후작이 역모라도 꾸미지 않는다면 말이지.

아무 이유 없이 제국의 후작을.

그것도 무력 서열 2위를 죽이려고 하면 문제가 심각해지겠지.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레릭 왕국을 날려버리는 대규모 폭발이었다.

레릭 왕국이 터지면서 같이 죽으라고 친히 폭발 속으로 밀어넣어 줬는데.

이렇게 버젓이 살아남아 있는 것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나와 드워프들이 짜고서 이 일을 꾸몄다고 눈치채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상태로 가만히 두면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서 귀찮게 만들 것이다.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이 녀석을 잡을 만한 순간도 거의 오지 않을 터.

결국 직접 손을 써야겠네.

여기서.

이 녀석은 끝을 낸다.

깔끔하게.

은신을 한 상태로 조심스럽게 발을 뗐다.

방심은 금물이지.

론도 후작은 테인 공작과 함께 가장 강력한 녀석 중에 하나다.

테인 공작의 경우만 생각해 봐도 온갖 알 수 없는 능력으로 도배하고 있었으니.

이 녀석이 은신을 파악할 만한 어떤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하이딩 블레이드를 들면 발루딘을 들기가 애매해지니까.

한 손에 르아 카르테를 들고 있어야 하는 지금 상황이라면 풀 전력으로 녀석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일단은 탐색.

론도 후작을 주변을 돌면서 론도 후작이 나를 파악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가면서…….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론도 후작의 몸이 바로 들썩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내가 있는 부근의 위치를 살피는 듯한 행동을 보여 주었다.

역시.

이 정도 NPC쯤 되면 은신이 먹힐 거라는 확신이 없었는데.

그 생각이 들어맞은 것이다.

론도 후작의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역시 무시할 수 없어.

하지만 완전히 내 위치를 파악하거나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감으로 방향만 맞춘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나?

그래서 잠시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 기다렸는데 뭔가가 있다고 파악하는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잠시 내 쪽을 쳐다봤다가 아무것도 없자 다시 고개를 돌렸으니까.

이 상태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분명히 눈치를 챈다.

은신이 되었으면 그냥 뒤로 돌아가 목을 따 버리면 되겠지만…….

흐음, 어쩐다?

한 번에 잡지 못하면 곤란한데.

고개를 돌려 밖을 보자 폭발이 서서히 잦아지려는 것처럼 보였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게 절대 아니야.

론도 후작을 최대한 빨리 잡고 난 뒤 바로 돌아다니면서 아이템들을 수거해야 한다.

괜히 여기서 시간이 끌리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올지도…….

<주호> 형, 여기 문제가 생겼어요.

<불멸> 문제?

<주호> 론도 후작이 살아 있네요.

<불멸> 하, 그 폭발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그놈도 대단한데?

<주호> 문제는 녀석이 은신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근처에 다가가니까 바로 고개를 돌렸어요.

<불멸> 흠, 은신 없이 잡을 수 있겠어?

<주호> 해보기는 하겠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요.

<불멸> 음, 나도 들어갈 걸 그랬나.

<주호> 아뇨, 주변에 카메라가 저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말이 많이 나올 거예요.

<불멸> 그래, 어쩔 수 없지. 잡을 자신 있으면 손대고. 아니면 그냥 아이템만 수거해서 나와. 시간 끌리면 둘 다 놓친다.

재중이 형 역시 나와 같은 판단을 했다.

론도 후작을 상대하다가 아이템을 수거할 시간이 없어지는 문제.

이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순간 바로 결정을 내렸다.

일단 아이템부터.

론도 후작은 나중에라도 어떻게 잡을 수 있겠지만.

이런 대규모 폭발로 상위 길드 유저들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진 않아.

지금 이 드랍된 아이템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유저들이 달려 들어와 수거해 가게 된다.

그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지금 떨어져 있는 아이템들만 합쳐도.

최소 몇 십억이다.

론도 후작의 대검 하나를 얻겠다고 포기하기에는 파이가 너무 커.

만약 저게 영웅의 무기였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아이템을 수거하고.

이 폭발이 걷히기 전.

마지막 순간.

다시 온다.

녀석을 잡으러.

그때까지 목 잘 닦아 놓으라고.

* * * * *

론도 후작이 좀 아깝긴 해도 화염지옥 속에서 널려 있는 아이템들을 수거하자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8강이 발에 치일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눈에 들어왔고.

9강도 가끔 가다 하나씩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동네는 정말 부자들이 많다니까.

탐사대에 들어온 길드들이 워낙 이름이 있는 길드들이라 그런지 아이템에 부족함이 없어.

어중이떠중이들을 잡았을 때와는 아이템의 강화부터가 확연히 달랐다.

거기다.

정말 뜸했지만 10강 템도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 +10 드워프 악령 스태프 』

나이스!

10강은 대체적으로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으로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깡으로 강화를 하기에는 확률이 너무 낮기도 하고.

이번에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을 많이 풀어서 이 정도가 있지.

평소에는 정말 구경하기도 힘든 아이템이었다.

10강 하나만 있다고 해도 그 길드의 평판이 달라지니까.

실제로도 싸워 보면 10강과 그게 아닌 무기는 차이가 심하게 난다.

과연 이걸 사장님이 다 소화해 낼 수 있으려나?

사실 10강 무기가 몇 자루 없기 때문에 더 문제였다.

출처를 따지려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물건이 적었다.

뭐 이건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만약 들키더라도 잡아뗄 방법은 많았다.

우리만큼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을 많이 가진 유저가 없으니까.

가속 이동 스킬까지 써 가면서 바쁘게 레릭 왕국을 뛰어다녔는데도 시간이 부족함이 느껴졌다.

칫.

레릭 왕국이 너무 넓은데?

너무 시간이 없어서 일단 아이템을 무작정 주워 놓고 다음 장소로 달렸다.

그리고 달리면서 상대적으로 싼 아이템들은 주변으로 집어던졌다.

솔직히 좀 아깝긴 해도 론도 후작을 패스한 건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일이었다.

녀석을 상대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데 말이야.

그렇게 계속 달리다 건물에 막 걸쳐져서 죽거나 바닥에 쓰러져서 타고 있는 엄청난 수의 NPC들을 보면서 뭔가가 문득 떠올랐다.

흐음.

참 많이도 죽었네.

이렇게 많은 시체가 있는 걸 본적이 또 언제더라…….

최소 수만.

유저와 NPC를 다 합치면 십만 단위도 넘어갈 듯한데.

시체라…….

시체…….

시?

그리고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하.

내가 이걸 잊고 있었다니.

급하게 챠밍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지금 레릭 왕국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어?

<챠밍> 으음, 가까이서 기다린다고 3분 거리 정도 떨어져 있어요.

<주호> 오케이! 그럼 지금 내가 보내 달라는 거 이 좌표로 보내 줄 수 있어?

<챠밍> 아직 화염이 너무 강해서 못 들어가요. 불멸 오빠도 마찬가지고요.

<주호> 아니, 레릭 왕국에 들어올 필요는 없어. 아이템만 공중에서 투하시켜.

<챠밍> 아! 공중에서요? 알았어요. 그건 할 수 있어요! 불멸 오빠한테 이야기할게요.

<주호> 그리고…… 스킬북 여분 있지?

<챠밍> 네, 전에 많이 얻어서 안 팔고 가지고 있어요.

<주호> 다행이다. 없으면 어쩌나 했네.

좋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방법이면.

할 수 있을지도.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찍어 둔 좌표로 도착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붉고 까맣게 타오르고 있는 매캐한 연기에 휩싸여 아직까지는 하늘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잘해줘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뭔가가 파공음을 내면서 시커먼 연기를 뚫으며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큭.

진짜 정확하게 던졌네.

불길이 닿지 않는 아주 높은 공중에서 던져 거리가 있을 텐데 이렇게 정확하게 던진 것을 보면…….

<불멸> 크큭, 잘 떨어졌냐?

<주호> 한 치의 오차도 없어요.

<불멸> 아, 진짜 미친 새끼. 이걸로 론도 후작 작살내려고?

<주호> 네, 주변에 널린 게 무기인데요. 써먹어야죠.

<불멸> 하여간 머리 쓰는 건 알아줘야겠다니까. 이 순간에 그런 걸 생각해 내는 걸 보면 말이야.

<주호> 그럼 처리하고 연락드릴게요.

재중이 형이 던져 준 아이템들이 하나둘 주변에 쌓여 갔다.

흠.

좋아.

먼저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 상의와 하의를 그대로 벗어 버렸다.

누가 보면 이 화염 속에서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바로 경고를 했다.

《 화염 상태 이상 10단계가 적용됩니다! 》

《 화염 상태 이상으로 체력이 급격하게 소모됩니다! 》

칫, 나도 알아.

바로 화염에 저항하기 위해 스킬을 썼다.

【 수룡화! 】

《 수룡화가 화염 상태 이상 10단계를 저항합니다! 》

《 화염 상태 이상으로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

수룡화를 써서 신체가 변하자 곧장 화염 상태 이상에 저항을 할 수 있었다.

좋아.

일단 급한 불은 껐고.

그다음은.

챠밍이 가지고 있었던 미치광이 리치 로브를 몸에 착용했다.

이걸로 지력이 +12.

거기다 내가 가진 올 스탯 악세들이 많아서 아슬아슬하게 이걸 배울 수 있는 지력에 맞춰지게 되었다.

『 시체 부활 』

『 시체 폭발 』

거기다 언데드 소환을 쓸 수 있는 리치 스컬 스태프까지.

그렇게 아이템을 착용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주변엔 온통 시체다.

여길 봐도 시체고.

저길 봐도 시체고.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시체의 밭이라고도 할 수 있지.

지금 이 순간보다 이 스킬들이 유용한 순간은 찾으라고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주변의 시체들을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외쳤다.

“자, 전부 일어나라!”

【 시체 부활! 】

【 언데드 소환! 】

스킬을 시전하자마자 마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며 주변에 있는 수도 없이 많은 시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죽어있는 숫자만큼이나 엄청난 규모로 시체들이 일어나 괴성을 질러댔다.

큭, 나쁘지 않네.

거기다 마력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순간 원천마력이 부족한 마력을 바로 채워 올렸다.

내가 믿는 구석 하나 없이 시작한 건 아니지.

원천마력만 있으면.

이 많은 숫자의 시체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그렇게 대규모의 시체들을 이끌고 론도 후작이 있었던 좌표로 서서히 이동했다.

혼자서 빠르게 론도 후작을 제압할 수 없다면.

이 녀석들이 대신한다!

어디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나 한번 보자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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