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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22화 (612/1,404)

#622화 어둠에 찬 레릭 왕국 (3)

우리에게 경고를 했던 전투형 드워프 NPC의 목을 발루딘으로 날리자 그 자리에서 죽음에 이르렀다.

《 레릭 왕국의 가드 NPC를 살해하셨습니다. 》

《 레릭 왕국의 모든 NPC들이 『 신화 』 탐사대의 소속 유저들을 적대합니다! 》

《 『 신화 』 탐사대의 소속 유저들은 이 시간 이후로 레릭 왕국의 상점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

《 『 신화 』 탐사대의 소속 유저들은 레릭 왕국의 이동 포탈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

《 레릭 왕국에서 전투 중 사망 시, 가장 가까운 부활지로 이동합니다. 》

.

.

역시.

단순히 NPC를 공격하는 것과 아예 죽여 버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순간 지하 무덤 입구를 지키던 전투형 드워프 NPC들이 전부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총 다섯인가.

죽은 한 녀석을 빼면 이제 고작 넷이라는 숫자밖에 남지 않았다.

미리 멀리서 지켜보다가 재중이 형과 이야기해 본 결과 무덤 입구를 지켜야 할 녀석들의 숫자가 이렇게 적은 이유는 딱 하나.

애초에 이 녀석들을 공격할 만큼 간 큰 유저들이 없었으니까.

굳이 많은 숫자의 NPC들이 대기하고 있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 전투형 드워프들은 개체별로 능력치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오러를 구사했다.

같은 오러를 쓰는 유저가 아니라면…….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기란 거의 힘들겠지.

반대로 우리에게는 기회.

“처리할게요.”

【 헤이스트! 】

곧장 스피드를 올려서 다른 녀석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최대 민첩으로 공속을 끌어올려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휘두르자 전투형 가드 드워프가 공속을 따라오지 못해 계속 뒤로 밀리기만 했다.

카가각!

그렇게 두 개의 검이 춤을 추듯 날아다니며 배틀 액스의 휘두르는 궤적을 전부 밀쳐내고 점점 녀석들에게 더 달려들자 곧 드워프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 둘러싸! 』

포위하라는 신호에 녀석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 내 주변으로 산개하려는 순간.

“너희, 무덤 입구 지키지 않아도 되나?”

내 말에 달려들려던 녀석들의 발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녀석들이 판단을 내린 듯 다시 움직였다.

뭐, 저것만 해도 충분해.

아주 잠시의 멈춤.

그게 신호가 되어 누군가가 내 뒤쪽에서 빠르게 달려 나와 입구에 있던 녀석들에게 쇄도했다.

“이야압!!”

헤이스트를 걸었는지 작은 분홍빛 신형이 빠르게 뛰어나갔고 이어 황금색 뇌전을 잔뜩 일으키고 있는 거대한 토르가 뒤를 이었다.

확실히 저 토르가 무겁긴 하지.

나도 한 번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양손으로 힘을 잔뜩 주지 않으면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내 성향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

달리는 속도를 끌어올리면 어쩔 수 없이 저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쁜소녀가 그런 토르와 함께 냅다 점프를 하더니 크게 치켜든 토르로 전투형 드워프들이 서 있던 땅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콰앙!!

【 격뇌! 】

진(眞) 토르에 내장되어 있는 광역 스턴.

그 스킬을 시전하며 땅을 크게 내려찍으니 순간 주변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예전에 어스퀘이크와 비슷한, 딱 그런 종류의 스킬이었는데 효과는 완전히 달랐다.

토르에서 시작된 황금빛 뇌전이 출렁이는 대지를 타고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전투형 드워프들을 전부 강력하게 지져 버렸으니까.

『 크아악! 』

흔들리는 정도로만 예상하고 이렇게 뇌전이 퍼져 나와 몸을 지질 줄은 생각도 못 했는지, 전투형 드워프들은 발을 떼지 못하고 그대로 스킬에 적중 당했다.

혹여나 예전에 관통 저항이 있었던 것처럼 다른 저항이 높아 버틸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런 의심을 싹 날려버렸다.

네 녀석이 모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다운됐으니까.

역시 유일 템은 유일 템인 건가.

범위도 상당히 넓어서 앞으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잘했어.”

“헤헷! 저도 이제 1인분 해요!”

이쁜소녀가 칭찬해 달라는 듯 웃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어버렸다.

아니, 이건 1인분 수준은 벌써 아득히 넘어선 것 같아.

오러를 쓰는 NPC들을 한 번에 잡아 두는데 더 말해 뭐하겠는가.

거기다 생각 외로 스턴 유지 시간도 굉장히 길어 보였다.

몸에 걸린 뇌전이 사라지려고 하질 않으니.

효과 역시 만점.

진짜 제대로 싸우면 1초도 길다고 느껴지는데 저 정도라면 그냥 목을 내놓고 싸우는 것과 진배없었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듀라한 스피어에 오러를 걸고 앞으로 뛰쳐나가면서 말했다.

“여기 오래 있을 시간 없어. 마무리하지.”

아예 멈춰 있는 전투형 드워프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거리가 아니었다.

뒤를 이어 전사 형도 달려들고 챠밍과 나르샤 누나의 공격 지원을 받아 빠르게 전투형 드워프들을 녹여 버렸다.

설마 이렇게 쉽게 지하 무덤 입구를 열어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주변에서 지켜보던 유저들의 입이 놀람으로 잔뜩 벌어져 있었다.

“하, 지금 저건 뭐냐?”

“저 NPC가 아무것도 못 한다고?”

“오러까지 쓰는데?”

“아까 랭커가 달려들었다가 다 튕겨 나오지 않았어?”

“나도 봤지. 입장료 내라니까 짜증 내면서 싸웠잖아.”

“지금 저놈들이 그때랑 같은 NPC인가 궁금할 정도다.”

감탄만 하고 있으면 곤란하지.

이 녀석들도 할 일을 해 주어야 했다.

“이제 입구 지키는 놈들도 없는데 들어가셔서 사냥하시죠?”

“아, 맞다. 들어갈 수 있겠네.”

“그런데 이거 들어가도 되는 거 맞아?”

“수금하는 놈들 없어졌으면 그냥 들어가는 거지.”

“애초에 돈 걷는 새끼들이 나쁜 거야.”

“하여간 맘에 안 들었어.”

그리고는 우르르 던전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서 전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연출되었다.

“슬슬 오려나요?”

“뭐, 오겠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적대 관계가 된 것도 알 테고.”

“그럼, 오기 전에 후다닥 해치우죠.”

단순히 입구에 있는 NPC 몇 마리 잡자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하 무덤의 층수를 내려가면서 보이는 족족 전투형 드워프 NPC들을 죽여 버렸다.

“보자, 저기 또 보이네.”

초월 길드가 층수마다 NPC들을 배치해둔 것은 그만큼 돈을 더 걷기 위함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한 곳에 전투형 드워프들을 집중해놓기가 힘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유유자적하게 산책하듯 내려가 전투형 드워프들을 죽일 수 있었고.

만약 이 전투형 드워프들이 한곳에 몰려 있었으면 우리라고 해도 이렇게 소수로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쭉 층을 타고 내려가자 눈에 익은 길드들도 보였고.

그들도 우리가 전투형 NPC들을 죽이고 다니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설마하니 이렇게 대놓고 NPC들을 죽일 줄은 생각도 못 했을 테니.

그리고 그런 상식을 우리가 죄다 깨 버리는 중이었다.

NPC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몇 층을 더 내려가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얘들은 경험치도 안 주냐.”

앞서 나가던 전사 형이 편안하게 웃음 지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여유가 있어서였다.

어차피 칼룬급의 대전사가 아니면 우리를 막을 만한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우리가 여기서 계속 깽판을 친다고 한들.

직접 나서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아래에서 사냥하던 초월 길드 유저들도 소식을 받고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겠지.

“이걸로 타격이 되겠습니까?”

전사 형이 물어보자 재중이 형이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NPC들 다시 고용하려면 그만큼 돈이 들어갈 테니까. 우리야 통제할 필요가 없어서 아예 안 썼지만. 막상 새로 사 보면 바로 욕 나올걸?”

재중이 형 말대로 높은 등급의 NPC는 고용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것도 무려 오러를 쓰는 NPC들.

한 마리가 죽어 나갈 때마다 속이 쓰린 정도는 아득하게 넘어갈 것이다.

“그럼 어디 반응을 좀 볼까요?”

그러면서 전사 형이 영상을 몇 개 띄웠는데 우리 덕분인지 지하 무덤의 입구가 활짝 열려 유저들이 마음대로 지하 무덤 던전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게시판에는 우리를 칭송하는 게시글이 잔뜩 올려져 있었다.

- 와, 진짜. 정의는 살아있다.

- 주호 보소, 걸리적거리니까 NPC고 뭐고 싹 쓸어버림.

- 지금 지하 무덤 NPC 하나도 없다던데?

- 층수마다 배치해 둔 놈들 싹 사라짐.

- 캬, 역시 스케일 죽여준다. 편안하게 내려가라고 길 닦아 주는 센스.

- 생각하는 게 다르다니까?

- 이러니 랭킹 1위인 건가? 왕국이고 뭐고 거침없네.

- 통제하는 거 보기 싫었나 봄.

- 우리야 고맙지. 근데 앞으로 어떻게 함? 레릭 왕국 이용도 못 할 텐데.

- 주호한테 물약이라도 몰아줄까?

- 나 그 의견 찬성일세.

- 맞아, 엄한 통행료 내느니 주호한테 투자한다.

- 통행료만 올렸겠냐. 물약도 무자게 비쌈. 아마 세금 최대치까지 올린 듯.

- 돈독이 올랐네. 레릭 왕국 산다고 투자한 돈 다 뽑겠다 이거지?

- 아니면 샀겠어?

- 아, 나도 레릭 왕국 이용 안 하고 싶은데 다른 사냥터가 없다.

- 진짜 누가 새 사냥터 좀 개척해 주라.

그런 게시글을 본 전사 형이 뿌듯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이 맛에 이 짓을 한다니까?”

“생각보다 상황이 괜찮네요.”

“그래, 아마도 이 일로 사람들 인식이 많이 바뀌었을 거야.”

“네, 이제 시작이죠.”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최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더 없이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그때 재중이 형에게 연락이 들어왔다.

“잠시, 화상으로 돌려놓을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화상으로 돌린 뒤 재중이 형이 연결을 했다.

화상에 나온 인물은 초월 길드의 전신.

좀 피곤해 보인다는 표정으로 재중이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레릭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걸 줄은 몰랐습니다.”

“당하고 있을 수만 있나. 그리고 시작은 네가 먼저 했어.”

그 말에는 전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사냥터를 제한해 버린 일.

이건 대놓고 도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후발주자인 우리 쪽에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저건 며칠만 사냥터를 제한해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확실히 그때 보여 준 움직임이라면…….

상위의 장비를 쥐여 주고 사냥터를 독점하는 순간.

폭발적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드워프에게서 그런 장비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었고.

“뭐 견제야 어찌 됐든 그렇다 치고, 저 돈놀이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전혀 네 스타일이 아닌데?”

그 질문에는 전신이 약간의 한숨을 쉬어 보였다.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회사에서 나온 녀석이 있습니다. 제가 터치할 수 없는.”

기업에서 후원을 해 주면 간섭이 들어오는 부분이 딱 저런 것이었다.

“우리처럼 자력으로 하라니까?”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하자 전신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힘들죠, 그건. 늦게 시작한 만큼.”

“그건 이해해. 그래서 이대로 한판 붙자는 건 아니겠지?”

“통제라면 풀 생각이 없습니다.”

“한판 해보자는 거군.”

“대전사들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 말에는 우리도 깜짝 놀랐다.

초강수.

“돈이 얼마가 들던지 상관없다는 건가?”

“이미 시작했으니까요. 중간에 하지 않으면 안 하니만 못하겠죠.”

레릭 왕국에 존재하는 최상위급 NPC들.

확실히 그런 대전사급의 드워프들을 보내면 우리도 부담이긴 했다.

거기다 초월 길드 유저들도 대기 중이고.

“우릴 정말 이겨 볼 생각이군.”

“서로 지는 건 죽을 만큼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레릭 왕국의 전력은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전신 말대로 정말 치고받기 시작하면 양쪽 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왕국을 통째로 상대하는 일이니까.

나라 하나 값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군으로 쓸 수 있는 전력의 규모가 다르다.

재중이 형과 전신이 기 싸움을 하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결국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고는 먼저 손을 들었다.

“오케이, 좋아. 일단 여기서는 물러서지.”

“감사합니다.”

의외로 재중이 형이 순순히 물러나자 곧 화상도 꺼졌다.

“일단 귀환해.”

“네.”

“네.”

그런데 우리 모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귀환을 했다.

그러자 레릭 왕국이 아닌 레티어스 요새로 풍경이 바뀌었다.

화련이 소유하고 있는.

귀환을 한 뒤 연락을 넣자 중앙성에서 화련이 바로 달려 나왔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호오, 아주 깽판을 쳐놨던데?”

탐사대 전체가 적대 관계에 들어갔음에도 화련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레릭 왕국에 있어야 할 화련이 여기 있는 것도 마찬가지.

“그럼 이제 시작할까?”

“네, 시작해 주세요.”

우리도 한번 시작한 이상.

적당히 끝낼 생각은 없었다.

화련이 즐겁다는 듯 크게 미소 지었다.

“이래서 내가 널 선택한 거야.”

그리고 얼마 뒤 몰려온 레티어스 요새의 NPC들에게 화련이 명령했다.

“지금부터 레릭 왕국으로 들어가는 물약 재료, 전부 틀어막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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