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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21화 (611/1,404)
  • #621화 어둠에 찬 레릭 왕국 (2)

    일단 레릭 왕국의 소유권을 판매한 것은 우리다.

    그걸 산 쪽은 초월 길드였고.

    예상대로 레릭 왕국이 엎어지면 초월 길드 입장에서는 정말 자다가 날벼락이 떨어진 일이 될 터.

    그럼 우리를 먼저 의심하고 공개적으로 물고 늘어질 수도 있었다.

    물론 NPC들이 돌변해서 유저들을 공격한다고 그걸 우리 탓으로 돌리는 일은 너무 넘겨짚는 일이 될 테지만.

    혹시나 하는 의혹을 남겨두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전신이 수익을 내며서 동시에 적 길드를 누르기 위해 행하고 있는 던전 통제 사업은 우리에게 좋은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지하 무덤의 던전 입구가 멀리 보이는 건물 3층에 앉아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말했다.

    “흐음, 따로 경계는 서지 않는 건가? 나르샤 어때?”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를 보자 나르샤 누나도 고개를 저었다.

    “시야를 멀리 봐도 딱히 보이진 않는데……? 추가 병력도 전혀 보이지 않고.”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거 참, 우리를 너무 물로 보는 것 아냐?”

    막상 레릭 왕국을 치자는 말을 꺼낸 재중이 형도 이 정도까지 경계가 느슨할 줄은 생각도 못한 투였다.

    챠밍도 주변을 살펴보다가 물었다.

    “혹시, 함정일 수도 있을까요?”

    “글쎄. 함정이라면 말은 되긴 하는데 말이야.”

    이쁜소녀도 완전한 토르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토르라…….

    『 +10 진(眞) 토르 (유일) / 출혈 35(25+10) 타격 60(50+10)

    - 신성력+50

    - 민첩-5

    - 모든 공격 광역 판정.

    - 뇌전 효과.

    - 헤븐즈 스트라이크

    - 헤븐즈 스트라이크 확률 0.5%

    - 격뇌- 광역 스턴

    - 광화 』

    겉보기에는 외형은 이전의 가짜와 유사했다.

    황금빛 거대 해머.

    하지만 그 안은 완전 다르지.

    우리가 확인해본 가짜 토르와 진짜 토르는 성능에서 엄청날 정도의 격차가 있었다.

    일단 기본적인 타격력이 더 올라갔다.

    아마 어지간한 방어구들은 부딪히는 순간 박살 날 수도…….

    거기다 신성력도 더 추가되었는데 오히려 민첩 페널티는 더 줄어들었고.

    페널티가 아예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뇌전 효과나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그대로.

    이쪽은 위력과 확률이 더 상승한 상태라고 하니 이전보다 훨씬 터지는 빈도가 높겠지.

    그리고 가장 눈여겨볼 만한 특징.

    격뇌라는 스킬이 붙었는데 이게 정말 미친 사기 스킬이었다.

    헤븐즈 스트라이크도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쪽이 더 사기가 아닐까.

    원하는 순간 바로 주변에 광역 스턴을 넣는 기술.

    그것도 쿨타임이 그렇게 긴 편도 아니었고.

    스킬에 대한 저항이 없는 상대라면 아마 이쁜소녀에게 달라붙지도 못할 것이다.

    대미지 측면에서 이 격뇌가 그렇게 강하진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스킬이란 정말 값어치를 따지기도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광화는 이 토르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최적의 스킬이지 않을까.

    온전한 토르.

    이건 르아 카르테에 뒤지지 않는 최강의 무기였다.

    왜 영웅의 무기에 들어가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고.

    그리고 마족이 된 고대 드워프 왕과 드워프들을 이겨야 나올 만한, 딱 그런 무기 수준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성장이 멈춰져 있다는 점.

    성장이 가능한 르아 카르테와는 이런 점이 달랐다.

    그것만 빼면 뭐.

    최상이지.

    그런 이쁜소녀를 잠시 보다가 나 역시 마지막으로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인벤에 넣어두었던 아이템들.

    일단.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

    이건 고대 드워프 왕을 저지하면서 받은 보상이었다.

    바로.

    『 +10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49+10

    체력+25 / 피해 감소 10% / 관통 저항 10%

    어둠, 화속성 방어 추가 』

    당연하게도 이것 역시 시스템 메시지로 공개가 되었다.

    딱히 유일 템이 아니니 숨기기도 힘들었고.

    《 주호 님이 【 +10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 하의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이미 한 번 10강 상의를 만든 적이 있었고, 전에 경계 수호자 이벤트로 10강 방어구 강화석이 많이 풀려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10강을 했다고 크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유저들도 종종 10강 방어구를 올려놓고 했으니 새삼 놀라기는 그렇지.

    물론 암흑 드래곤 플레이트라는 점이 달라 주목을 좀 받기는 했다.

    하지만 메인은 이게 아니었다.

    바로 고이 모셔 둔.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두 번의 강제 방어전.

    황위 쟁탈전 보상.

    경계 수호자 이벤트.

    마지막으로 고대 드워프 왕 처지.

    이렇게 그동안 얻은 총 다섯 개의 확정 정제 강화석을 그대로 보관해 두었다.

    만약 15강 이상으로 강화가 되었다면 르아 카르테에 전부 쓰려고 방치해 두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발루딘이냐, 드래곤 슬레이어냐를 두고 고민을 하기도 했었고.

    거기다 요즘 들어 부쩍 유저들과 싸우는 일이 많아졌기에 내 쪽도 가능한 충분히 스펙을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결국 다 쓰냐?”

    재중이 형이 부럽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전사 형, 나르샤 누나도 역시 마찬가지.

    막내별과 챠밍, 이쁜소녀도 눈빛을 반짝이면서 쳐다봤고.

    “네, 뭐 이제는 아끼기 좀 그렇죠.”

    발루딘과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를 동시에 올려놓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쪽 무기를 선택했다.

    “역시 발루딘?”

    재중이 형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슬레이어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역시 대인전에서는 좀 부족함 감이 있었다.

    옵션 자체가 드래곤과 악마형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레이드에 특화된 무기라 아쉽기는 해도 지금은 발루딘이 먼저였다.

    “그럼 갑니다.”

    어차피 오르는 것을 알기에 딱히 긴장감 없는 강화가 이어졌다.

    《 주호 님이 【 +11 발루딘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 주호 님이 【 +12 발루딘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 주호 님이 【 +13 발루딘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 주호 님이 【 +14 발루딘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 주호 님이 【 +15 발루딘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연속해서 5개의 강화석을 다 질러 버리자 이번에는 확실히 채팅창에 반응이 왔다.

    - 오우야, 미쳤다!

    - 15강?!

    - 무슨 강화를 저렇게 다이렉트로 해?!

    - 발루딘이면 그 이벤트 유일 템이잖아!

    - 세상에, 15강이라니. 터지면 어쩌려고?

    - 아냐, 저거 확정 강화석임. 미쳤다고 저래 지르나.

    - 주호가 1강 확정 강화석을 저렇게 많이 들고 있었어?

    - 대체 또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거지?

    - 진짜 부럽다, 부러워.

    - 15강 유일 템인가……!

    - 그런데 주호, 15강 또 있지 않았어?

    - 와, 미쳤네. 15강이 두 개야? 그것도 유일 템으로?

    그뿐만 아니라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 막내별이 동시에 15강 발루딘을 보고는 감탄을 뱉었다.

    “흐음, 이건 좀…….”

    “굉장한데?”

    “와, 미쳤다아.”

    『 +15 발루딘 (유일-이벤트) /

    출혈 53(33+20) 타격 45(25+20)

    - 용병왕의 분노 - 연속공격 시 대미지 누적

    - 연속공격 성공 시 다음 추가 대미지 170%

    - 크리티컬 성공 시 다음 추가 대미지 270%

    - 출혈 부위 공격 시 대미지 190% 추가

    - 관통 확률 60%

    - 대인 피해 110% 추가 』

    노강에서 10강까지 올라갔던 수치의 두 배가 넘는 수치가 추가로 더 올라갔다.

    그러자 원래도 좋았던 발루딘이 거의 괴물급의 무기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재중이 형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 이건 좀 너무 하네. 추가 대미지, 관통, 대인 피해 봐라. 거의 스쳐도 사망이겠는걸?”

    “좋긴 하네요.”

    유일 템을 15강으로 만들면 이런 식으로 변한다라…….

    르아 카르테가 모든 것이 합쳐진 종합선물 세트라면.

    이건 그냥 대인 특화 무기였다.

    드워프들한테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히 인간과 드워프 종족을 갈라놓지 않은 것을 봐서는 가능하려나?

    뭐 굳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겠지.

    이 정도 스펙이면.

    15강이 된 발루딘을 확인하고는 곧장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이는 무덤 입구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그럼 깽판 한번 치러 가 보죠.”

    * * * * *

    “엇? 주호다?!”

    “신화 길드 다 몰려왔네.”

    “그런데 저쪽 탐사대, 무덤에 못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나?”

    “초월이 막았다면서?”

    “견제지, 견제. 초월 위에 신화밖에 없잖아.”

    “와, 주호 분위기 봐라. 뭔가 일어날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초월하고 한 번 뜨는 것 아냐?”

    “에이, 그래도 초월이 돈을 얼마나 가져다줬는데.”

    “그러면 뭐하냐. 당장 사냥을 못 하는구만.”

    “이번엔 주호도 안 될걸? 레릭 왕국 전체하고 싸워야 하는데…….”

    벌써 소문이 다 난 건가?

    초월 길드에서 우리 연합 쪽의 출입을 막았다는 사실이 이미 다 퍼져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재중이 형이 말했다.

    “입구 앞에서 막히는 걸 다른 유저들도 다 봤으니까.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고맙죠, 뭐.”

    대놓고 이런 포지션을 취해 주면 이쪽이 땡큐다.

    유저들을 제치고 유유히 걸어가 무덤 입구에 섰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전투형 드워프들이 앞을 막아섰고.

    『 입장에 제한된 길드입니다.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

    그 모습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지나가면 친절하게 안내까지 하던 녀석들인데.

    드워프 왕과 동맹이 되어 있다 보니 이런 대우를 받을 일조차 없었다.

    “아, 맞다. 동맹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깨지겠지.”

    “그건 좀 아쉽네요.”

    사실 동맹이 되어 있으면 곤란하기도 하고.

    녀석들이 나와 친한 척이라도 해 버리면 그때는 감당이 안 된다.

    우리 앞을 막는 전투형 드워프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난 꼭 들어가고 싶은데?”

    『 안 됩니다. 돌아가십시오. 자격이 없습니다. 』

    “자격이 없다라……. 그럼 내가 알아서 만들지.”

    곧장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꺼내 들었다.

    어디 15강 세트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나 한번 볼까?

    【 오러 블레이드! 】

    오러 블레이드를 입히자 전투형 드워프들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 경고합니다. 적대 행위를 할 경우, 레릭 왕국에서 추방됩니다! 』

    “나도 잘 알아.”

    지금 딱 그러려고 온 거니까.

    그리고 바로 달려들어서 전투형 드워프들 중 하나에게 검은 오러가 입혀진 발루딘을 내려쳤다.

    순간 전투형 드워프가 깜짝 놀라 급하게 붉은 오러를 끌어올리더니 배틀 액스를 휘둘러 내 검을 똑같이 막아섰다.

    그런데 이때.

    내가 편안하게 휘두른 발루딘에 맞부딪힌 배틀 액스가 크게 튕겨 나가면서 전투형 드워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응?

    한 방에?

    아, 생각해 보니 두 무기를 합치면 관통 확률이 95%였던가?

    저들이 관통 저항이 있다고 쳐도 이 수치에는 절대 못 미칠 터.

    그리고 르아 카르테로 한 번 더 올려치니까 바로 드워프의 팔을 감싼 갑옷이 갈려 나가면서 안에 있는 살을 베었는지 출혈이 터져 나왔다.

    이걸로 출혈 시 대미지 상승 확정이네.

    무려 가짜 토르를 먹어 치우고 만들어진 미친 타격력에 출혈 수치까지 높다 보니 전투형 드워프의 방어를 바로 찢어 버린 모양이었다.

    거기다 발루딘으로 그 위치를 그대로 다시 헤집으니 출혈 대미지, 연속공격, 크리티컬이 동시에 터지면서 전투형 드워프가 아무것도 못 해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커억! 이게 무슨……! 』

    어지간한 유저들은 몇 분 이상 싸워도 이렇게 다운시키기가 힘든 녀석을 그냥 평타 세 방으로 바로 눕혀 버렸다.

    딱히 컨트롤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래서 아이템, 강화에 목을 매는가.

    그렇게 전투형 드워프를 주저앉히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왔다.

    《 레릭 왕국과 『 신화 』 탐사대가 적대 관계를 형성합니다! 》

    구경하던 유저들 중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도 함께 들렸고.

    “미친놈, 진짜 저질렀어.”

    “돌았네. 정말 레릭 왕국하고 싸울 생각이야?”

    “캬, 주호. 역시 스케일이 달라.”

    “멋지다. 아주 대놓고 깨부수는구만.”

    “한 방에 눕혀 버리는 거 보소.”

    “와, 저러면 진짜 게임 할 맛 나겠다.”

    어, 그래.

    할 맛 나네. 진짜.

    너무 좋은 손맛에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여긴, 우리가 접수한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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