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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18화 (608/1,404)

#618화 악당 용사? (5)

탐사대에 자리를 비우라는 말은…….

<주호> 혹시 우리 쪽 탐사대에 들어오실 생각인가요?

<화련> 아니면 내가 왜 말하겠어.

이건 생각 외의 상황이라 옆에 구경하던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그러자 재중이 형은 그냥 웃으면서 어깨만 으쓱했다.

“별일이네.”

“네, 그렇네요.”

설마 화련이 먼저 손을 내밀어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애초에 화련은 누구 밑에 있을만한 성격도 아니었다.

위에서 군림하면 했지.

“무슨 생각일까요?”

“글쎄다. 짐작 가는 건 있긴 한데…….”

형은 뭔가 알고 있는 건가?

내가 재중이 형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화련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화련> 왜? 싫어?

<주호>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잠시 여기 의견을 나눈다고 그랬어요. 솔직히 좀 놀랐거든요.

<화련> 나도 나한테 놀라는 중이야.

그러니까 그 놀라는 일을 왜 하는 건지.

화련의 길드가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를 할 만큼 전력이 약한 것도 아니었고.

아마 어지간한 탐사대는 그냥 눌러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게 NPC들의 탐사대라 할지라도.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의외였다.

혼자 해 먹어도 되는 것을 굳이 우리와 함께하겠다니.

의도를 전혀 모르겠어.

<주호>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어지간해서는 물어보지 않겠지만 솔직히 너무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저 콧대 높은 화련이 손을 내밀어오는지를.

<화련> 아씨, 됐어. 안 해.

그런데 화련이 바로 연락을 끊고 나가버렸다.

끙.

괜히 물어봤나?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이 팔짱을 풀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 지었다.

뭔가를 알고 있다는 딱 그런 표정인데?

궁금하다는 눈빛을 계속 쏘아내자 재중이 형이 결국 입을 열었다.

“초월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던데 아마 그거 때문일걸.”

“네?”

“전신이 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더라고. 정체 모를 세력도 끌어들이는 중이고.”

“그걸 어떻게?”

“스칼렛에게 부탁을 좀 했지. 저쪽 동태를 좀 살펴 달라고.”

흐음.

전신이라면…….

머리에 바로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역시 그거 일려나?

“혹시 전에 화련이 말한 그 언니라는 사람 때문인가요?”

“아마 십중팔구는?”

“설마 그 언니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는 아니겠죠?”

“호오, 똑똑한데?”

말해 놓고도 믿기지가 않네.

저 화련이 그것 때문에 나와 손을 잡겠다고?

“그건 대체 어떻게 아신 거예요?”

“이건 우리 애들한테서.”

“우리 애들이라면?”

“내 옛 동료들. 지금은 화련 밑에 있지만.”

“연락은 하시나 보네요.”

“뭐 귓말 정도야. 어디 못 볼 사이도 아니고.”

“그래서 뭐라고 해요?”

“화련은 절대 지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그리고 한때 우리가 적이긴 했어도 지금 화련이 쓸 수 있는 최상의 카드가 너일 걸?”

“하아, 그럼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겠네요.”

확고한 목적.

그것만큼 믿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화련한테 다시 연락해야겠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씨익 웃어 보였다.

“괜히 건드리지는 말고. 우리 여왕님 화나게 하면 안 된다.”

“네네, 알아요.”

화련은 내 최대 고객이니까.

서비스도 확실하게 해 줘야지.

아마 VIP 우대 고객쯤 되려나?

다시 연락을 걸자 화련이 툴툴거리면서도 귓말은 받았다.

<화련> 아, 왜!

<주호> 같이 해보죠.

<화련> 됐어. 내가 하기 싫어졌어.

이거 참.

심기가 불편해졌나 본데.

<주호> 흐음, 아마 당신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제가 좋은 구경을 시켜 드릴게요.

내 말에 화련의 귀가 바로 쫑긋했다.

<화련> 응? 뭐 있어?

<주호> 네, 뭐가 있죠. 그것도 빅 사이즈로요.

<화련> 으음, 난 그런 것에 넘어가진 않아.

그러더니 화련이 다시 말을 걸었다.

<화련> 그래도 네 성의를 봐서 한 번은 들어봐 줄게. 어디 한번 읊어 봐.

큭.

화련도 정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네.

<주호> 그게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듣는 화련의 응답이 점점 활기차게 변하다가 나중에는 손뼉까지 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확실히 이것도 나쁘진 않아.

* * * * *

레릭 왕국의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단상 위에 사장님이 포스 있는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연설을 하셨다.

“자자, 이렇게 힘들 자리에 모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웅성웅성.

광장 가득 바글바글하게 모인 인파에 발 디딜 자리도 없었다.

이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이유는 하나.

“빨리 시작합시다.”

“실탄 두둑하게 챙겨 왔다고.”

“이거 살려고 건물도 팔았다. 한번 해보자.”

“두 자리 아래로는 다 빠지라고.”

“우린 큰 거 수십 장 준비해 왔지.”

“어차피 먹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바로 레릭 왕국의 소유권.

이게 매물로 나오자 서버 내에서 돈 좀 있다 싶은 유저들은 전부 돈을 싸들고 찾아왔다.

심지어.

“난 2서버에서 넘어왔다고.”

“7서버도 있다.”

“우린 9서버다. 어차피 레릭 왕국만 먹으면 돼.”

닥치고 돈만 들고 온 다른 서버의 유저들.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이 될 것 같으니까 정말 돈만 싸들고 넘어온 모양이었다.

“휘유, 엄청난데?”

재중이 형도 그 모습에는 휘파람을 불었다.

설마하니 다른 서버 유저들까지 올 줄은 우리도 생각 못 했거든.

예상 이상의 인파에 정말 광장이 가득 차 버렸다.

챠밍도 놀라운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봤다.

“정말 살 수 있는 사람들만 온 것 맞아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우리나라 부자들 정말 많네요.”

그 챠밍의 감탄에 전사 형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우리나라는 상위 몇 프로가 돈을 독식하는 구조니까. 그 사람들한테 이건 돈으로도 안 보일걸.”

“그 정도예요?”

“진짜 돈 많은 사람들 보면 놀랄 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많긴 했다.

그때 우리 옆으로 온 스칼렛이 말을 건넸다.

“다른 서버에서도 다 넘어왔어요. 이번에는 정말 만만치 않을 거예요.”

“네, 확실히 그렇게 보이네요.”

“그것도 그냥 넘어온 정도가 아니라 서로 연합해서 돈을 끌어모았다는데요?”

“그렇게까지?”

“네, 그렇게까지. 레릭 왕국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으니까요. 아마 몇 주만 돌려도 들어간 돈을 뽑아내고도 남을 거예요. 완전 통제를 가정했을 때.”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노른자로 보이겠군요.”

“그러니까 이렇게 많이 모였죠.”

정말 제대로 한탕 할 생각으로 모인 건가.

뭐 우리에게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경쟁이 붙으면 붙을수록.

내가 가져갈 몫이 커질 테니.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레릭 왕국의 전체 지분을 내게 몰빵해 주었다.

어차피 내가 없었으면 얻지 못했을 거라나.

고대 드워프 왕을 개구리로 만들어 죽이는 것도 내 생각이었고 다시 되살린다는 어이없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얻어 낸 셈이라.

주변을 둘러보자 프로 길드들뿐만 아니라 돈 좀 있다 싶은 1서버 유저들도 속속 몰려들었다.

그리고 우리도 알만한 꽤 큰 연합들의 장 역시 한 자리씩 차지하고 뭔가를 의논하는 모습이 보였다.

연합이 통째로 자금을 모아서 레릭 왕국을 산다라…….

고맙지 뭐.

이러면 화련이 굳이 바람잡이 역할을 해 주지 않아도 된다.

<주호> 아마 나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화련> 경쟁이 심해서?

<주호> 뭐 그렇죠. 혹시라도 불씨가 사그라들면 좀 부탁드릴게요.

<화련> 그래, 확 불을 질러 버리겠어.

이런 의욕이라니.

아마 옆에서 봤으면 눈빛이 활활 타오는 모습이 아닐까.

그때 사람들을 구경하던 이쁜소녀가 어딘가를 보더니 눈을 슥슥 비볐다.

“응? 나 방금 헛것을 본 것 같아요.”

그 말에 챠밍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왜? 뭐 있어?”

“응, 언니. 여기서 보면 안 되는 사람을 본 것 같아.”

보면 안 되는 사람이라…….

나도 궁금해서 이쁜소녀가 보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나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사람의 모습에 눈을 찡그렸다.

으음, 정말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인데?

잠시 후, 주변에 호위를 하는 몇몇 사람들이 길을 트자 그 사람이 점점 인파를 제치고 우리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거 밀지 맙시다.”

“뭐야? 이놈들은?”

“새치기할 거면 꺼져!”

“앞으로 간다고 돈 없는 것들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이, 아저씨 뒤로 좀 빠지라고.”

그런 불평들을 싹 뒤로한 채 결국 우리에게까지 도달한 한 사람을 보며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외쳤다.

“할아버지!”

이 사람.

아니, 이분은 DS 사의 회장이자 이쁜소녀의 할아버지였다.

VR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진정한 갑부 중에 초갑부.

우리나라에서 돈으로 싸움을 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 거물이 이런 곳에 찾아오다니.

“허허, 우리 손녀는 여기서도 예쁘구나.”

“할아버지. 여긴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이쁜소녀의 말에 따르면 VRS를 아예 안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

그런데도 이렇게 접속까지 하다니.

오늘 정말 놀랄 일이 많네.

그리고 이쁜소녀가 예전에 어려워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상당히 편한 모습이었다.

“보고서로는 확인하기 힘든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들어와 봤다. 그리고 우리 이쁜 손녀도 볼 겸.”

그리고 곧장 내게 시선을 돌리더니 예전보다 훨씬 인자한 표정으로 말을 거셨다.

왠지 모르게 좀 유하게 변하신 것 같기도 하고.

그때는 정말 강렬한 느낌이었지.

주변을 아우르는 무게감이 있는.

“주호 군도 오랜만일세.”

“네, 어르신. 건강하셨습니까?”

“보다시피 아주 건강해.”

그리고 재중이 형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내게 말을 꺼냈다.

“자네, 여전히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더군. 아주 마음에 들어.”

“하하……. 그런가요?”

“재밌는 일도 많이 벌이고 있고 말이야. 덕분에 DS 사 홍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 항상 1등이라는 이미지는 돈으로도 살 수 없지.”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내가 1위를 계속 고수하기 때문에 광고 모델로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이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하셨다.

“양가 이놈이 배 아파 죽으려고 하더군.”

“아, PV 회장님 말이군요.”

“그래, 내가 여기 온 이유도 거기에 있고.”

흠, 바로 본론인가?

회장님 정도 거물이 단순히 인사차 들리지는 않았을 터.

주변에 모인 수많은 유저들을 바라보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시선을 멀리해 레릭 왕국 전체를 둘러본 다음 내게 말했다.

“여기가 레릭 왕국이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용케도 이런 큰 왕국을 먹었군. 다른 서버에서는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다던데.”

실제로 다른 서버와 우리 서버와의 격차가 제법 있었다.

일단 내가 컨텐츠를 좀 많이 박살내 놓은 점도 한몫했고.

거기다 진행 상태가 우리와는 아주 달랐다.

예를 들면 다른 서버에는 우리 서버와 가르시아 제국 황제 자체가 달랐다.

심지어 용의 지대 쪽은 서로 거점을 가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쟁이 일어나는 중이고.

각 서버의 르아 카르테의 주인은 시시각각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없는 서버에.

유일 템이 없이 네임드 템만으로 싸우니 오히려 밸런스는 더 맞으려나?

그리고 아직도 경계 수호자 요새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이미 격차는 제법 심하게 난 상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시선과 방송 컨텐츠 등 모든 것들이 우리 쪽 서버에 집중되어 버렸다.

새 컨텐츠가 계속 나오니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이쪽으로 아예 넘어오는 유저들도 많다고 하고.

더 확연한 격차를 보여 주는 가장 적합한 예는 바로 이 레릭 왕국이었다.

다른 서버에는 아예 없는 왕국.

아직까지도 나오지도 않았는데 여기서는 소유권을 두고 경매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이목이 집중되겠는가.

벌써부터 각종 미디어에서는 얼마가 나올지 서로 배팅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 경매를 DS의 대표 모델인 내 쪽에서 하고 있으니 회장님은 또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그 관심이 이 회장님을 직접 움직이게 만든 모양이었다.

“이건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일세.”

선물?

설마 아니겠지?

그렇게 이어지는 회장님의 말은 내 예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이 레릭 왕국을 통째로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한번 팔아 보겠는가?”

그 제안에 우리 모두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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