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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05화 (595/1,404)

#605화 고대 드워프 왕과의 딜 (1)

고대 드워프 왕이 내게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저주가 걸려 있는 가짜 토르.

그 토르의 저주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아스티아가 그 토르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필수였다.

아스티아가 말해 주었듯 그렇게 함으로써 고대 드워프 왕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었지.

원천 마력.

아스티아가 가짜 토르를 그렇게 경계하지 않는 것을 보면 딱히 많은 양을 가져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아스티아는 별 관심도 없었고.

정확하게는 고대 드워프 왕 자체를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흔히 말하는 길 가다 보이는 돌멩이 정도?

다만 한 가지.

이 원천 마력을 이용해 마족이 된다면 좀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아스티아가 직접 말해 주었으니까.

그동안 암흑혈과 용혈을 흡수해서 꽤 강력한 마족이 될 거라고.

봉인이 된 지 200년은 훌쩍 넘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은 명확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고대 드워프 왕은 절대 내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일단 가짜 토르만 얻고 나면 자기 세상이 될 테니.

그래서 진짜 토르를 내놓으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대 드워프 왕은 내 협박(?)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진짜 토르를 얻은 다음에는 일사천리로 다음 먹이를 찾아냈다.

10강 무기 강화석.

내 입장에서 이건 온전히 받아야 하는 보상이었다.

가짜 토르에 발라서 날아가 버렸는데, 과연 이걸 게임사에서 복구를 해 줄까?

해 주더라도 이쪽은 아마도 시간이 좀 걸릴 터.

하지만 지금 당장 진짜 토르에 발라야 할 10강 무기 강화석이 필요했다.

『 그건……. 』

고대 드워프 왕이 부들거리면서 나를 노려보자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을 했다.

“아, 10강 무기 강화석이 없으면 내 지갑이 안 열릴 것 같은데…….”

내가 말로 고대 드워프 왕을 협박(?)하자 옆에서 재중이 형도 입가 가득 웃음을 지었다.

<불멸> 받아 낸다는 게 이거였어?

<주호> 좋은 기회잖아요. 토르만 얻고 끝내긴 아쉽죠.

<불멸> 오케이, 일단 가 보자. 어디까지 뱉어 내나. 명색이 드워프 왕인데 뭐라도 더 주지 않겠어?

역시 재중이 형.

나와 잘 맞는다니까.

아무 거리낌 없이 고대 드워프 왕을 더 벗겨 먹자고 부추겼다.

<불멸> 다만 끝나고 나면 고대 드워프 왕이랑 한판 뜰 각오는 해야 해.

그리고 이렇게 뜯어내고 나서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불멸>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막 나갈 거야. 저 녀석. 강력한 마족이 되는 순간 우리부터 죽이려고 할걸?

<주호> 네, 잘 알고 있어요.

내가 너무 담담하게 대답하자 재중이 형이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불멸> 너, 또 뭔가 준비해 놨지?

재중이 형의 말에 그저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주호> 조금 이따가 보여 드릴게요. 아마 제게 가짜 토르를 준 걸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거에요.

원래는 흘러가는 시나리오대로 고대 드워프 왕과 한판 뜰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마 가능만 하다면 제대로 엿을 먹일 수도 있을지도.

나와 재중이 형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고대 드워프 왕이 먼저 손을 들었다.

『 내어 주거라. 』

빙고.

저 고대 드워프 왕은 지금 우리에게 뭐든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정에 시간이 걸린 것은 아마도 이걸 줘도 되는지 아닌지 판단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아무리 조건이 걸려 있다고 해도 이런 아이템들은 무한으로 받아 낼 수 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고대 드워프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대전사 칼룬이 다시 한 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온전히 받아야 할 물건이 다시 우리 손에 들어오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건 다시 이쁜소녀에게 토르와 함께 주면 될 듯하고.

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고대 드워프 왕이 말했다.

『 이제 토르를 내게 돌려주지 않겠나. 』

완전 몸이 달아 있구만.

아주 노골적으로 가짜 토르를 돌려달라는 고대 드워프 왕을 보면서 다시 웃었다.

이대로 끝내긴 아쉽지.

한번 운을 띄워 볼까?

“흐음, 제가 꽤 이상한 말을 들어서 말이죠. 지하의 고대 마물이 죽기 전에요.”

내 말에 순간 고대 드워프 왕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역시.

다 알고 한 거였어.

그런데 의외로 대전사 칼룬을 별로 동요를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응? 왜지?

둘이 같은 편 아니었나?

아님, 고대 드워프 왕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라도?

이건 이용해 먹을 수 있겠는데?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도 같은 것을 본 모양이었다.

<불멸> 아마도 칼룬은 모르는 모양이다.

<주호> 그러니까 대전사 칼룬은 고대 드워프 왕에게 속고 있다고 봐도 되나요?

<불멸> 곧 알게 되겠지.

고대 드워프 왕이 잠시 대전사 칼룬을 바라보더니 이내 명령을 내렸다.

『 밖에 누군가 오는지 경계를 보도록. 』

그 말에 대전사 칼룬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지금 말입니까? 전 고대 드워프 왕을 지켜야 할……. 』

『 저들은 위험하지 않다. 나가 있도록. 』

둘의 대화를 들은 순간, 다시 재중이 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주호> 역시나네요.

<불멸> 그래, 대전사 칼룬은 잘하면 쓸 수 있겠어.

만약 대전사 칼룬이 고대 드워프 왕과 같은 노선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나올 이야기들은 대전사 칼룬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이 된다.

그래서 지금 부랴부랴 대전사 칼룬을 내쫓는 것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대전사 칼룬이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고대 드워프 왕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 어디까지 알고 있지? 』

이제 막 나가자는 건가?

그간 보여 줬던 인자한 모습과는 반대로 표정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흠, 당신이 꽤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 이를테면? 』

“마족.”

내가 마족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우리를 죽일 것처럼.

그 기세에 전혀 꿀리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어차피 저 녀석은 우리를 못 죽이니까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가짜 토르에 재미난 짓을 해 놓으셨던데. 원천 마력이라고 했나? 그게 필요한 거지?”

『 큭, 네 녀석이……! 』

그때 내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그리고 이 말은 저 고대 드워프 왕에게도 정말 뜻밖의 말이 될 것이다.

“아, 너무 그렇게 무섭게 보지는 말라고. 당신이 마족이 되든 말든 우린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까.”

『 뭐라고?! 』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당신이 마족이 되든 말든. 우린 신경 안 쓴다고.”

이건 진짜다.

만약 거짓말 탐지기를 가지고 온다고 해도 똑같을 터.

고대 드워프 왕이 마족이 되든 안 되든.

그건 NPC 사이에서나 중요한 일이지 우리에게는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다.

『 넌 가르시아 제국의 공작이 아니었나? 』

“정확히는 모험자다.”

『 흠, 내가 마족이 되어 가르시아 제국을 쑥대밭을 만들더라도? 』

그건 좀 피곤해지겠는데?

아무리 내가 유저라고는 하지만 내 기반은 가르시아 제국에 있었다.

날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마리아 가르시아까지.

그럼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놈이 감쳐 두었던 핵심을 찔렀다.

“고대 드워프 왕, 아무리 마족이라고 해도 가르시아 제국 전체와 싸우면 피해가 클 텐데? 거기다 드워프들이 당신이 마족이라는 것을 알고도 따를까?”

내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의 표정이 바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당신이 조용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다른 드워프들이 몰랐으면 해서 아닌가? 아직은 드워프들이 필요하지?”

뒤에 한 말은 고대 드워프 왕의 의중을 찌르는 말이어서 그런지 고대 드워프 왕이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건 조금 위험하려나?

약간 선을 넘은 것 같기도 하고.

잠시 고민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던 고대 드워프 왕이 얼마 뒤 다시 말을 꺼냈다.

『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 』

휴, 통했어.

그냥 너 죽고 나 죽고 식으로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이제 여기서 쐐기.

“당신이 마족이 되는 건 막지 않는다. 그리고 제국 모두에게도 비밀로 해 주지.”

『 너희는 마족을 막을 의무가 있을 텐데? 이 땅을 침범한 것은 마족……. 』

“아, 복잡한 이야기는 됐고. 우린 눈앞에 이익이 더 중요해서.”

내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이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기세는 어느 순간 다 사라져 있었다.

『 당대 용사의 씨앗이 이런 녀석이라니……. 전대 용사들이 보면 땅을 치고 울겠군. 』

르아 카르테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고대 드워프 왕도 아스티아와 똑같이 나를 칭했다.

그리고 실망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더 강했고.

녀석은 유저와 NPC를 동일선상에서 보겠지만 엄연히 유저와 NPC는 다르다.

이렇게 막 나가는 용사도 있다고.

반대로 말하면 다른 서버에서는 용사처럼 투철한 의식을 가지고 마족과 척을 치는 녀석도 있겠지만.

그건 그 서버 사정이라…….

누군가는 제대로 된 용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 원하는 게 뭐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

오케이.

화끈해서 좋네.

우리가 한발 물러서자 바로 딜이 들어왔다.

“일단 가르시아 제국은 내버려 두는 걸로 하지.”

『 좋아, 약속하지. 』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대 드워프 왕이 허락했다.

<불멸> 저거 거짓말이다.

그리고 재중이 형은 바로 눈치를 챘고.

당연히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주호> 네, 그럴 거예요.

솔직히 이쪽은 크게 상관도 없었다.

어차피 저 녀석이 제국 땅을 밟게 되는 일은 없을 테니.

“아, 그리고 암흑혈 좀 내어 줄 수 있어?”

현재 무덤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

전에 몇 개 습득한 암흑혈의 조각이 있기는 한데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이번에도 봤듯이 우리 쪽 연합 유저들의 무기를 싹 갈아엎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매번 우리가 가서 대신 싸워 줄 것도 아니고.

그러려면 그냥 장비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눈앞에는 그걸 가능하게 해 줄 아주 좋은 호구가 준비되어 있지.

잠시 고민을 하던 고대 드워프 왕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 그건 해 줄 수 있다. 』

좋아.

부족한 부분은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 같고.

궁금한 것 하나 더.

“혹시, 이 르아 카르테를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법. 알고 있어?”

15강 강화 한계는 해제했었다.

한계 돌파 강화석으로.

하지만 15강 이후 강화에서는 또 다른 아이템을 써야 강화가 가능했다.

아마 뭔가의 강화석이라던지 재료가 필요한 모양인데.

단서조차 잡지 못했으니.

어쩌면 이 고대 드워프 왕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르아 카르테를 바라보던 고대 드워프 왕이 눈을 빛냈다.

『 마족의 심장. 』

“뭐?”

『 마족의 심장이나 그에 준하는 상급 재료로 강화가 가능하다. 』

으음.

이거 참.

이러니 단서조차 못 찾았지.

아직 나오지도 않은 마족이 강화재료니 더 이상 강화가 힘들었던 것이다.

“혹시 심장 좀 나눠 줄 생각 있어?”

내가 농담으로 물어보자 고대 드워프 왕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미친 새끼. 』

<주호> NPC가 욕을 해도 되는 건가요?

어이가 없어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불멸> 뭐, 해도 되는가 보네. 아무튼 저 고대 드워프 왕이 마족이 되면 심장도 마족의 심장이 될 테니까. 한 번은 꼭 잡아야겠어.

녀석을 잡을 이유가 또 하나 생겨 버렸다.

이 정도면 거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냐?

그렇게 고대 드워프 왕과 딜을 하는 도중에 스칼렛에게서 연락이 왔다.

<스칼렛> 혹시 바빠요?

<주호> 아뇨, 이야기하셔도 돼요.

<스칼렛> 우리를 친 연합이 어딘지 알아냈어요.

<주호> 그래요?

스칼렛이 연합과 길드 이름을 전부 알려 주는데, 듣던 중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가지고 잠시 재중이 형과 의논을 하자, 재중이 형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불멸> 크큭, 그거 진짜 골 때리네. 드워프들 써먹게?

<주호> 공짜로 줄 때 써먹어야죠.

“고대 드워프 왕, 부탁 하나 더 해도 될까?”

『 또 있나? 』

“누굴 좀 레릭 왕국에서 쫓아내 줬으면 좋겠어. 싹 죽여 줘도 좋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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