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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04화 (594/1,404)

#604화 최강의 유저? (5)

“발목을 잡아요?”

“네, 아마도 신화 길드의 발을 묶고 싶은가 봐요.”

우리의 발을 묶는다고?

그 말에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 생각이 맞나 싶기는 한데 아마도 높은 확률로 맞을 것 같아서 스칼렛에게 물었다.

“설마 우리를 계속 올라오게 만들겠다는 건가요?”

스칼렛이 나를 보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 좋은 그런 미소이려나?

“네, 역시 바로 알아들으시네요. 머리 좋은 분이랑 이야기하면 이게 편하다니까.”

그 말에는 그저 웃기만 했다.

칭찬으로 들어야겠지.

“우리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어요. 사실 최강, 달, 치맥 길드가 어디 가서 네임밸류가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어중이떠중이들은 시비도 못 걸어요.”

“반대로 털릴 거니까 못 걸겠죠.”

사실상 이 세 길드는 로스트 스카이에서 알려질 만큼 알려진 길드였다.

특히 최강 길드는 1서버인 필리언 서버에서 모르면 간첩 수준이었고.

그리고 그만큼 장비도 좋았다.

우리가 네임드를 사냥하면서 필요 없어지거나 남아돌아 건네준 아이템도 적지 않았으니까.

다른 길드가 보기에는 처음 보는 네임드 템도 최강 길드는 다수 보유했다.

거기다 몇 번에 정리를 거치면서 나름 정예에 가까운 인원만 남게 되었다.

인원은 적지만 충분히 다른 유저들을 압도할 레벨과 장비 정도는 갖춘 상태.

최강 길드만 그렇냐고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달 길드, 치맥 길드 역시 우리와 함께하면서 상당히 컸으니까.

아니, 이미 그 전부터도 규모가 있었지.

우리에게 합류하기 전에도 달 길드는 상당히 강했다.

스칼렛이 수완이 좋아서 여러 길드와의 장사도 능한 편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뒤쪽의 도움도 좀 받는 것 같았고.

우리가 모르는 정보나 필요한 아이템을 막 물어오는 것을 보면 그런 쪽으로는 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치맥 길드는 술 좋아하는 분들이 모인 길드라고 하던데…….

알고 봤더니 돈 많고 시간 넉넉한 유저분이 상당히 많았었지.

서로 모여서 노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

사실 치맥 길드가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아이템에 돈을 아끼는 분들이 아니라서.

정말 돈을 펑펑 쓰신다.

우리가 경매에 부친 물건을 다 가져갈 만큼이나.

사장님이 그래서 치맥 길드를 제일 좋아하신다.

아마 수수료가 짭짤하고 했지.

거기다 내가 버는 돈의 상당량의 자금이 저쪽에서 들어오니.

아이템을 바깥으로 돌리지 않는 이상은.

치맥 길드원들이 내 주 고객이나 마찬가지였다.

최강 길드는 실력.

달 길드는 정보.

치맥 길드는 자금.

이런 식으로 흘러가기에 세 길드가 똘똘 뭉쳐서 재미를 봤었다.

그렇게 계속 상위권을 유지해서 네임밸류 역시 굉장히 높았다.

이건 우리가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은 사냥터에서 아무나 막 시비를 걸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시비를 거는 길드가 요즘 부쩍 늘어났어요.”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는 거죠?”

내 말에 스칼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슬두잔도 같은 말을 했다.

“우리 쪽도 마찬가지였어요.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길드가 사냥터 근처를 서성이더니 계속 시비를 걸더라고요. 처음에는 사냥터 때문인지 알았는데, 돌아가면서 시비를 걸기에 기억해 놨다가 확인해 보니 같은 연합의 길드였어요.”

둘 다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봐서는 확실하네.

이건 처음부터 노리고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스칼렛을 보면서 물었다.

“제가 내려올 때 막아서는 길드를 보니까 어딘가에 오더를 받고 있었는데 혹시 어딘지 알 수 있겠어요?”

“바로 알아보죠. 이렇게 붙어 버린 이상은 이쪽도 알아야 할 테니.”

“그쪽은 부탁드릴게요. 그럼, 사냥터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계속 돌려야죠. 시비를 건다고 사냥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조금만 사냥을 안 해도 뒤처질 거예요.”

역시 이 부분은 민감했다.

상위 길드들이 서로 안 부딪히려는 이유가 이런 이유니까.

쟁을 벌인다고 싸우면서 시간을 날리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뒤로 뒤처질 것이다.

쟁 자체가 엄청난 소모전이나 마찬가지니까.

사냥터를 얻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둘 다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와중에 상대 유저를 죽여 아이템을 많이 얻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부딪혀서 한쪽이 피해를 하나도 보지 않고 완전 일방적으로 이기는 그림이 나오지 않고서야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음, 이 경우는 좀 다른가.

이번에는 정말 일방적으로 두들겨 팬 경우였다.

“방금 대패를 하고 물러났는데 또 들어올 것 같아요?”

그러면서 주변에 떨어진 수많은 드랍템들을 바라봤다.

“음, 이 정도 피해라면 다시 들어오진 않을 수도 있겠네요. 누군가 계속 뒤를 봐준다면 모르겠지만.”

“혹시 또 몰려오면 싹 잡아 드릴게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르아 카르테를 흔들면서 말했더니 스칼렛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 이 서버에서 그런 말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주호 님밖에 없을 거예요.”

이거 참.

너무 띄워 주시네.

그사이 접속 시간에 쫓기던 사람들은 바로 접속을 해제했다.

우르르 접속을 해제하는 것을 보면 다들 시간이 빠듯했던 것 같았다.

정말 아슬아슬했군.

내가 오지 않았다면 정말 밀렸을지도.

“형, 혹시 짐작 가는 곳이 있어요?”

잠시 뭔가 생각하던 재중이 형이 말했다.

“글쎄, 일단 스칼렛이 잘 물어오길 기다려야겠지.”

그때 전사 형이 물었다.

“프로 팀 쪽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방해받으면 제일 좋아할 것 같은데.”

그 말에는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도 배제할 순 없겠지. 걔들 스타일이 아니기는 해도.”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는 거네.

“만약 녀석들이라면 같은 방법으로 두 번은 하지 않을 거다. 통하지 않는 걸 알았을 테니.”

그리고 재중이 형이 나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

“게다가 이 녀석이 있으니까. 쪽수로는 더 이상 안 돼.”

나 역시 재중이 형을 마주 보면서 웃었고.

재중이 형은 그런 나와 르아 카르테, 이쁜소녀를 번갈아 바라본 뒤 내게 물었다.

“역시 토르를 흡수한 거냐?”

“바로 아시네요.”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그렇게 갈겨 대는데.”

거기다 이쁜소녀의 등에 토르가 없다는 것도 봤으니까.

“네, 르아 카르테가 성장하면서 이젠 모든 무기를 다 흡수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내 말에 다들 알고 있다는 듯 수긍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프라이즈는 물 건너갔군.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르아 카르테로 쓰는 순간부터 다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모두 놀라움은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블레이드가 아니어서 흡수하지 못한 무기들이 많았으니까.

괜히 탐식이 아니야.

하기에 따라서 정말 굉장한 조합이 나올지도 모른다.

“잘하면 정말 괴물이 나오겠군.”

“잘 조합하면요.”

그때 전사 형이 부럽다는 듯 보고 있다가 이쁜소녀를 보면서 말했다.

“토르는 어차피 못 쓴다고 쳐도 10강 무기 강화석도 사라진 거야?”

“아, 그거요. 다 받아내야죠.”

“응? 이미 사라진 강화석을 어떻게?”

내 말에 모두가 눈이 동그랗게 변해서 궁금해했다.

그런 모두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아주 사악한 표정으로.

“사기 친 놈이 전부 뱉어내야죠.”

* * * * *

정리가 끝난 후 별다른 접촉이 없자 사냥하는 사람들을 두고 레릭 왕국 왕성에 있는 대전사 칼룬을 찾아갔다.

“고대 드워프 왕을 좀 만나고 싶은데?”

그러면서 눈앞에 완전히 완성된 르아 카르테를 흔들어 보였다.

『 그건?! 대체 어떻게? 』

깜짝 놀란 대전사 칼룬을 놀리듯 어깨를 으쓱한 뒤 르아 카르테를 집어넣었다.

“이걸 고칠 수 있는 분이 고대 드워프 왕만 있는 것은 아니던데요?”

『 드워프 왕께 찾아간 겁니까? 』

대전사 칼룬의 말에는 고개만 끄덕였다.

너희가 말 안 해 주니까 내가 알아서 찾아간 거야.

물론 이건 따로 말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상하기는 해.

새 왕국을 세워 놨는데 정작 드워프 왕은 부르지 않는 이유도 이상했고.

재중이 형도 대전사 칼룬을 보고는 내게 귓속말을 넣었다.

<불멸> 역시 이 녀석들 드워프 왕을 제칠 생각인가?

드워프 왕인 카르바할은 아스티아와 함께 잠시 두고 왔다.

둘 다 아직 고대 드워프 왕을 만나면 안 되니까.

카르바할은 만나도 될진 모르겠지만 중간에 생각이 바뀌었다.

『 모시겠습니다. 』

모신다라…….

말은 잘하네.

대전사 칼룬이 지하 무덤의 최하층으로 내려가는 포탈을 열어 주자 나와 재중이 형만 따로 지하로 내려갔다.

『 이리로. 』

안내를 받아 다시 예전의 용광로가 가득한 장소로 이동했는데 역시 고대 드워프 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어서 오게. 』

한 번 의심을 시작하니까 다 의심스럽게 보여.

이 공간도 그렇고.

아스티아가 말했듯이, 그녀가 암흑혈과 용혈을 흡수한 것이 아니라 저 고대 드워프 왕이 이곳을 이용해서 암흑혈과 용혈을 흡수했을 것이다.

<주호> 역시 이상하죠?

<불멸> 그래, 딱 저 녀석을 중심으로 용광로가 배치되어 있어. 어딘가 찾아보면 마법진도 있겠지.

처음에 왔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

재중이 형도 주변을 둘러보고는 생각을 굳힌 모양이었다.

<주호> 슬슬 시작할게요.

<불멸> 그래. 한번 반응을 보자고.

이미 재중이 형과는 다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

여차하면…….

딱히 시간을 끌 이유는 없어 곧장 르아 카르테를 꺼내 고대 드워프 왕에게 보여 주었다.

그러자 대전사 칼룬과 마찬가지로 고대 드워프 왕이 완전한 르아 카르테를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 허, 설마! 』

순간 보였다.

탐욕이 가득한 표정이.

바로 안색을 굳히면서 표정을 바꾸기는 했는데 분명히 보였어.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 설마 그 마물을 잡았단 말이냐?! 』

아주 팔딱팔딱 월척이네.

딱 원했던 반응 그대로가 나왔다.

“아니면 봉인의 핵을 얻지 못했겠죠.”

그러자 고대 드워프 왕이 환희에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서 뭔가를 찾듯 눈을 번뜩였다.

『 토르는? 토르는 어디 있느냐? 』

역시.

아스티아의 말이 맞구나.

저주 걸린 물건.

가짜 토르.

르아 카르테를 보여 주자마자 토르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반응이었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약을 쳐야지.

“하, 그거 때문에 우리가 몇 번 죽을 뻔한 줄 아십니까?”

『 그게 무슨 소리더냐? 』

모르는 척하기는.

다 알고 왔다.

그리고 녀석이 깜짝 놀랄 만한 말을 꺼내 놓았다.

“그거 가짜 아닙니까?”

내가 추궁하자마자 고대 드워프 왕이 고개를 돌리더니 모르는 척 말을 했다.

『 흠, 나는 영웅의 무기를 주었……. 』

“됐고. 그거 때문에 우리 사람들이 많이 상했습니다. 거기다 부서지기까지 하고.”

『 뭐?! 』

다 알고 있으면서 뭘 저렇게 놀라는 척을 할까.

<불멸> 아주 연기자 납셨는데. 모르고 있었으면 그냥 넘어갔겠어.

재중이 형의 말에 웃음으로 답했다.

<주호> 이제 본론으로 가 보죠.

여기서부터 핵심이었다.

“내가 정말 성질이 거지 같아서 그 가짜 토르를 확 용광로에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 헉! 안 된다! 그건……! 』

당황함이 가득한 그 표정에 속으로 씨익 웃었다.

빙고.

걸렸어.

“진짜 토르. 그거 어디 있나요?”

내 말에 고개 드워프 왕의 표정이 바로 굳어 버렸다.

“우리가 원래 받았어야 할 토르. 이젠 주셔야겠는데?”

뭐, 가짜라서 휙 던져 준 토르이기는 한데.

어쨌든 우리가 받았어야 할 토르니까.

내 말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불멸> 크큭, 칼만 안 들었지 강도야, 강도.

<주호> 이걸로는 아직 모자라요. 이자까지 싹 받아 내야죠.

『 흠, 그건……! 』

“아마 필요한 게 있을 텐데요? 안 주면 그 가짜 토르, 용광로에 처박아 버립니다. 아마 다시는 얻지 못할 거예요. 어차피 이제 쓰지도 못하니 없어져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고.”

내 단호한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 절대 안 된다! 』

“1분만 드리죠. 진짜 토르, 지금 여기로 가져오세요.”

내 말에 엄청난 고뇌의 표정을 짓던 고대 드워프 왕이 결국 대전사 칼룬을 불렀다.

『 가져와라. 』

『 설마, 진짜 주신다는 겁니까. 』

대전사 칼룬이 굳은 표정의 고대 드워프 왕을 보고는 결국 발을 돌려서 멀리 사라졌다.

그리고는 이전에 봤던 토르와 똑같은 녀석을 가지고 왔다.

『 여기에 있습니다. 』

바로 받아서 손에 들었는데, 반대 손에 쥔 르아 카르테가 녀석을 거부하듯 거칠게 떨어졌다.

하, 이 새끼들 봐라?

“장난치지 말고. 진짜 가져오라고.”

내 말에 둘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르아 카르테가 가짜와 진짜 정도는 바로 구분하는데 어디서 뻥카를 날려?

손에 들고 있던 토르는 재중이 형에게 넘겨주었다.

<불멸> 오, 공짜로 한 자루 더.

가짜가 몇 자루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 주면 계속 적립이나 할까?

“아, 그냥 가짜 토르 확 녹여 버려야겠다.”

『 멈춰라! 준다! 줄 테니! 』

고대 드워프 왕이 화들짝 놀라 신호를 하자 대전사 칼룬이 다시 다른 토르를 가지고 왔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건지 뿜어져 나오는 빛부터가 달랐다.

당연히 르아 카르테도 제대로 반응했고.

오케이!

됐다!

<주호> 이게 진품이에요.

<불멸> 크큭, 안 봐도 알겠다. 저 새끼 지금 표정 완전 굳었어.

재중이 형을 따라 개선장군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진짜 토르를 인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대 드워프 왕을 보면서 말했다.

“아, 그리고 10강 무기 강화석도 좀 주시죠? 쓰지도 못하는 물건을 받아서 강화를 했더니 날아가 버렸네요?”

내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크,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정말 바닥까지 긁어먹어 줄 테니 딱 기다리라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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