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화 최강의 유저? (4)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원래도 강했다.
거대한 크기의 거대 뱀도 한 번에 멈출 만큼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기본으로 터지는 헤븐즈 스트라이크만 해도 유저들을 녹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발루딘의 스킬, 용병왕의 분노와 만나 극강의 위력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를 압박하려고 몰려 있던 것이 오히려 녀석들의 목을 죄는 족쇄가 되어 그 많던 유저가 한 번에 몰살당한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반면에 범위에서 벗어나 겨우 살아남은 유저들은 헤븐즈 스트라이크의 엄청난 위력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어…….”
“뭐, 이런 개……!”
“방금 뭐야?!”
“다 녹았어?”
마치 아이스크림에 숟가락을 집어넣어 한 스푼 가득 퍼낸 것 같은 모습.
딱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진 자리만 정확하게 유저들이 증발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이거 정말 미친 것 아냐?
내가 가진 스킬 중에서 이 정도로 위력을 낼 수 있는 것이 하나 있기는 했다.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에 내장된 용격.
하지만 용격은 일자로 쭉 뻗어 나가는 형식이라 이렇게 몰려 있다고는 해도 그렇게 많은 숫자를 죽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적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지 않는 이상은.
반대로 이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타격점을 중심으로 크게 터져 나가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밀집되어 있던 저들에게는 최악의 스킬이 되어 버린 것이고.
재중이 형이 옆에 달려오더니 내 어깨를 쳤다.
“이야, 준비한 게 이거냐? 제대로잖아?”
“사실 저도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어느 정도 강할 거라고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까지 무서운 스킬이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이건 현재의 나밖에는 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한 번 이렇게 쿨을 돌리는데 드는 마력이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계속 르아 카르테로 마력을 뽑아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중간에 스킬을 시전도 못 했을 거야.
반대로 마력만 충분하다면.
정말 극강의 스킬을 조합해 낼 수 있었다.
유일 아이템들의 조합.
이건 정말 미쳤다.
하지만 감상은 여기까지.
“마무리하죠.”
한 번에 전세가 역전된 정도가 아니라 그냥 한쪽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기세가 왔을 때.
확실히 밀어 버려야 해.
어영부영 시간을 끌면 지원이 더 들어올 수도 있고.
바로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들고 다시 뛰어나갔다.
아직 정비가 되지 못한 적 연합에서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또 주호 온다!”
“최강 쪽은 됐어! 주호부터 막아!”
“멍하니 보고 있지 말고! 막으라고!”
“다들 정신 안 차려?!”
그나마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터진 외곽에 있어서 살아남은 적들이 빠르게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달라온 한 검사의 검과 내 르아 카르테가 맞부딪히는 순간.
캉!
보통의 블레이드끼리 부딪히면 좀 더 맑은 소리가 난다.
특유의 가벼운 쇳소리가 나는데 이건 완전히 달랐다.
“윽! 뭐야! 이 묵직함은!”
상대방이 충격을 이기지 못해 안색을 찌푸리면서 손에서 검을 놓쳐 버렸다.
단순히 맞부딪히기만 했을 뿐인데.
지금 르아 카르테의 타격치가 65.
저쪽의 블레이드는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4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거의 두 배 가까이 타격치 차이가 나는 건데 이러면 부딪히는 순간 한쪽은 엄청난 대미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고스란히 체력 감소로 이어지고.
격차가 심할 경우 경직이 일어나는 편인데 지금이 딱 그랬다.
해머의 타격치를 블레이드로 대놓고 부딪히니 이런 현상이 나올 수밖에.
지금 나와 타격치로 제대로 붙어보려면 고강인 배틀 해머로 치고받아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공속에서 엄청나게 밀리기 때문에 답도 없을 테고.
진화가 된 르아 카르테.
이건 완전 미친 무기잖아?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창을 먹어 치워도 된다.
활을 먹으면 관통이 올라가려나?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가 생각이 났다.
만약 스태프를 먹는다면?
그것도 가능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지금 여유가 있었다.
이전에는 휘두름 한 번, 한 번을 최대한 빗겨 치는 식으로 체력을 보전했지만, 현재 르아 카르테가 워낙 좋다 보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거기다 굳이 힘들게 갑주 사이의 틈을 찾아서 공격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냥 정면에서 검을 부딪쳐도 좋고.
혹은 쉴드 위를 그냥 때려도 된다.
아니면 갑주를 두들겨 패도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게 해머를 먹어치웠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였다.
반대로 발루딘은 원래의 블레이드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정반대로 운영을 하면 되었고.
정확하게는 용병와의 분노를 활성화시킬 중간 다리 정도로만 유지를 하였다.
연속 공격이 끊어지지 않게.
그러다 한순간 상대방 유저의 갑옷에 르아 카르테가 닿았는데 갑자기 눈부신 빛과 함께 강렬한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좋아!
한 번 더!
콰아아아앙!
파지지직!
쿠아아아!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또다시 터지면서 이번에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적들을 녹여 버렸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곧장 뒤로 몸을 날렸다.
이건 이쁜소녀가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쓰면서 후폭풍에 몸이 경직되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에 바로 몸을 빼내었다.
가벼운 신체와 무기의 무게.
높은 민첩.
거기다 타이밍을 계산해 몸을 뒤로 날리는 센스까지.
무거운 토르를 들고 있는 것보다 몸을 빼내기 쉬운 상태라 후폭풍에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그렇게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시전자까지 경직시키는 단점까지 커버하자 정말 더할 나위 없었다.
그리고 아마 저 헤븐즈 스트라이크의 위력 자체가 느린 토르의 공속을 고려해서 집어넣은 수치인 것 같은데.
워낙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공속이 빠르다 보니 토르와 똑같은 확률이라고 해도 내 쪽이 월등하게 터지는 빈도가 높았다.
거기다 내 민첩 수준을 고려해 보면 그보다도 많은 차이를 보였고.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너무 강한 만큼 정말 안 터지게 확률로 만들어 두었지만, 지금 르아 카르테로 옮겨오면서 말도 안 되는 스킬이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재중이 형이 옆으로 뛰어와 혹 내게 달려드는 유저가 없는지 주변 경계를 해 주었다.
“캬, 부럽다 부러워. 대체 몇 번을 터지는 거야?”
이쁜소녀가 토르를 써서 거대 뱀을 누르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지금 이 터지는 빈도가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재중이 형도 잘 알고 있었다.
“마력이 좀 모자라긴 해요.”
정말 억지로 모아 두면 한 번에 다 털어가 버리니.
좀 더 강한 상대에게는 쓰기 힘들겠어.
마력이 없다는 건 그만큼 내 쪽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온, 오프 기능 없이 복불복이라…….
재중이 형이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한 단점인가?”
“네, 그런 셈이죠.”
“이 정도 스킬을 쓰면서 그런 단점뿐이라면 충분히 남는 장사지.”
그 말에는 확실히 동의를 했다.
이미 수백에 달하는 유저를 녹여 버렸으니.
나중에 유저들의 장비가 더 좋아지고 나면 이런 식으로 녹이지는 못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극강의 스킬이었다.
내가 균열을 확실하게 만들어 내자 우리 쪽 연합 사람들도 더 이상 수비를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쪽수만 아니면 밀릴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까.
엉망이 된 적 진영에 우리 연합 사람들이 뛰어들어 더욱 상처를 헤집자 그나마 남아 있던 적들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정리하죠.”
다시 뛰어들려는데 재중이 형이 나를 잡았다.
“지금은 안 돼. 그거 터지면 우리 편도 다 죽어.”
“아……! 으음, 이건 좀 문제네요.”
헤븐즈 스트라이크가 정말 강하기는 한데 문제가 저런 난전 상황에서는 쓸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재중이 형 말대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적은 물론 우리 편까지 싹 쓸어버릴 테니.
쏘는 방향 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고 해도 범위와 위력이 너무 지나쳤다.
할 수 없이 르아 카르테를 넣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유저를 대상으로 쓰기에는 좀 효율이 안 나오긴 하지만.
이쪽도 위력 면에서는 충분히 좋으니까.
얼마 뒤 도망가는 적까지 싹 정리를 하고 나자 다들 진이 빠지는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적들이 죽으며 바닥에 떨꾼 엄청난 양의 고강 아이템들이 지금의 전투가 꽤 치열했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얼핏 보니 못 보던 장비가 상당히 많이 보였다.
여기서 만들 수 있는 신규 아이템들인가.
몇 개를 들어보았다가 이내 흥미를 잃었다.
좋기는 한데.
지금 가지고 있는 네임드 아이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보아하니 암흑혈이 들어간 무기도 아니었고.
“정리는 맡길게요.”
난전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으신 사장님에게 부탁하자 정말 밝게 웃으시며 내 등을 팡팡 치셨다.
“흐, 내가 진짜 네 덕에 산다. 이번엔 꼼짝없이 밀리는 줄 알았어. 하필이면 지금 쳐들어 와서는.”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 넓어.
방금도 수백이 한꺼번에 전투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예전에 함정으로 떨어졌던 공동과 거의 비슷한 형태인가?
마치 그 공동으로 다시 돌아온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전투가 끝나자 챠밍과 전사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모두 내게 다가왔다.
다들 전투의 흔적이 가득한 모습.
후방에서 싸웠어야 할 챠밍의 머리와 로브가 검게 그을린 것을 보니 정말 치열하게 버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놔, 이 새끼들을 진짜. 다시 가서 패 줄까?”
내 말에 챠밍이 손사래를 치면서 부끄러워했다.
“아니에요. 저 정말 괜찮아요.”
그런 나와 챠밍을 본 전사 형이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부서진 수룡갑을 들어 올려 내게 보여 주었다.
“와, 이 형은 안 보이냐? 나 진짜 죽을 뻔했는데.”
“아! 고생하셨어요.”
“그게 끝?”
“그럼 한 번 안아 드려요?”
두 팔을 벌리면서 전사 형에게 다가가자 전사 형이 기겁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모두가 배를 잡고 웃었다.
이것도 이겼으니까 이렇게 즐길 수 있겠지.
한쪽에서는 스칼렛이 인원을 체크하는 것 같은 모습이 보였고, 이슬두잔 역시 길드원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다들 급하게 들어온 모양.
내가 알기로 둘 다 지금 접속해 있을 시간이 아니니까.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꽤 숫자가 많던데.”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스칼렛과 이슬두잔을 번갈아 바라봤다.
“사냥터에서 트러블이 좀 생겼어. 달 길드하고 치맥 길드는 7층이 주 사냥터라.”
“그래요?”
확실히 지금 달 길드와 치맥 길드 주력은 7층에서 사냥하고 있었다.
최강 길드 사람들도 주로 8층과 9층을 오가는 중이었고.
그리고 세 길드의 정예들만 10층에서 따로 사냥을 했다.
10층에서 사냥하는 유저들 중에는 수호 형, 최종병기 형 같은 프로나 달 길드의 아로하 같은 정예만 사냥터에 구애받지 않았다.
물론 이미 몇 번 마주친 프로 팀의 유저들도 있었다.
이들은 실력이 출중하니까.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사냥터를 금방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서버에서 날고 긴다는 유저들이 10층을 뚫으려고 개고생을 하는 중이라 들었다.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은 아예 10층과 11층을 건너뛰고 12층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다른 곳에 비하면 사냥터가 널널하다 못해 아예 비어 있었다.
당연히 우리 팀은 주변에 유저 하나 없이 한 층을 통째로 전세 낸 상황.
원하는 자리를 잡고서 마음대로 사냥이 가능했다.
애초에 10층 이상은 장비나 레벨이 안 되면 더 내려갈 수도 없었다.
장비가 아주 좋던가.
혹은 실력이 정말 좋던가.
현재는 둘 중에 하나라도 충족이 되어야 사냥이 가능하지.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서로 문제가 생길 일이 없었다.
내려갈 수 있는 층수가 곧 계급.
새 사냥터로 내려가기도 바쁜데 싸운다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을 테니까.
평소 앙숙이었던 길드들도 서로 마주쳐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다만 7층은 달랐다.
격전지.
서버에서 좀 어깨에 힘 좀 들어갔다 싶은 길드는 죄다 몰려들어서 사냥터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슬두잔이 다가오더니 미안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지금 확인해 보니까 우리 쪽 길드원하고 계속 사냥터 때문에 부딪혔나 봐요. 처음엔 그냥 길드원끼리만 싸웠는데 계속 싸움이 커져서…….”
아무래도 아래층에서 사냥하던 연합원까지 싹 불러 모으는 사건이다 보니 이슬두잔도 꽤 미안해하는 모양이었다.
사장님도 듣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연합이 위기면 도와줘야지. 안 그러면 연합일 이유가 없다.”
그 말에 이슬두잔이 감사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재중이 형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왜 그러지?
“형,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눈을 뜨고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길드원들 복수나 사냥터를 먹겠다고 이 짓을 한 것 같지는 않고.”
어느새 옆으로 온 스칼렛도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님 말이 맞아요.”
무슨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가?
다들 궁금해하는 눈으로 스칼렛을 바라보자, 스칼렛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주호 님과 불멸 님 발목을 제대로 붙잡고 싶나 보네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